[미사와] 뽀뽀

연성 2014. 2. 4. 07:26

삼님의 페도 미유사와 그림을 보고 써봤습니다 삼님 사랑해요 

(201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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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는 혹시나 놓쳐버릴까 싶어서 꼬옥 잡고 있던 할아버지의 손도 놓은 채 눈을 크게 떴다. TV에서나 보던 커다란 돔형 구장은 한 눈에 담기지도 않을 만큼 웅장했다할아버지는 뿌듯한 마음으로 말을 잃은 채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손자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야구 시합을 보러 가고 싶다는 말에 사와무라의 할아버지는 그럼 이번 주말나랑 도쿄에서 하는 시합을 보러가자꾸나하고 냉큼 말을 꺼냈다아들 부부가 아버님께서 직접 가시게요하고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자 너희도 에이준 키우느라 데이트할 시간도 없지 않았냐며 본인이 직접 데리고 가겠다는 대답으로 맞받아친 그는 기어코 토요일 아침일곱 살 난 손자의 손을 잡고 도쿄행 열차에 탔다.

야구 경기를 보러 간다는 설렘에 전날 밤 잠을 설쳐서였을까사와무라는 열차에 타자마자 할아버지의 어깨에 기대어 푹 잠들었다그리고 눈을 뜨니 거짓말처럼 구장이 눈 앞에 있었다.

경기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슬슬 사람들이 모여드는 게 보여사와무라의 할아버지는 인파에 치이기 전에 손자를 안아 들고 구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사와무라는 일곱 살짜리 답지 않게 경기 초반에는 꽤나 집중했지만 결국엔 흥미를 잃고 지루한 듯 좌석에 늘어졌다.

 

에이준심심하면 나가서 놀고 오는 건 어떠냐?”

그래도 돼요?”

저 쪽 가면 어린이 야구 교실이 있다는데 할아버지가 같이 가줄까?”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사와무라는 고개를 붕붕 젓고는 일어났다경기 시작 전 할아버지가 이른 생일 선물이라며 기념품 가게에서 사온 사인볼과 어린이용 글러브를 소중히 집어 들고사와무라는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장 바깥쪽에 있는 너른 공터에는 이미 열 댓 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아이들 사이로 양 팀의 선수 대여섯 명이 배팅 폼을 가르쳐 주거나 아이들 사이의 캐치볼을 도와주는 등야구 교실보다는 보육의 느낌이 강한 공놀이가 한창이었다사와무라는 기세 좋게 선수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어린이 야구단 회원만 가능하다는 소리에 시무룩한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그 때 누군가가 구장으로 돌아가려던 사와무라의 앞을 가로 막았다.

 

너도 혼자야?”

?”

그래거기 모자 쓴 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방을 약간 올려다보자 흰 반팔 셔츠를 입은 남자아이가 씨익 웃었다세 걸음 정도 남아 있던 거리를 다가온 아이가 글러브를 낀 손을 들어 올렸다.

 

심심하면 나랑 캐치볼 하지 않을래?”

근데공은…?”

지금 네 손에 있잖아그걸로 하자!”

 

사와무라의 왼손에 들려 있던 공을 가리킨 남자아이가 뒤로 크게 물러났다어서 던져하는 소리에 고민하던 사와무라는 공을 한 번 꼭 잡은 다음 그대로 남자아이의 글러브를 향해 던졌다.

 

 

미유키의 어머니는 혹시 다른 아이들 것과 섞일까 봐 이름을 쓴 글러브와 공을 미유키에게 건네고 구장으로 들어갔다야구 경기를 조금 구경하려던 게 생각 외로 흥미진진해서 그대로 서서 구경하다가 야구 교실 시작 시간에 늦긴 했지만 미유키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공터로 향하던 중이었다자기 나이보다 두 살 정도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가 축 처진 채 공터에서 방향을 돌리는 걸 보기 전까지는아마 신청해야 한다는 걸 몰랐던 걸까미유키는 아이를 지나치려 했지만 아이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는 순간 마음을 바꿨다야구 교실의 선수들은 의욕이 없어 지루하다하루 정도는 캐치볼만 하면서 땡땡이쳐도 되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던 것도 컸다.

내가 너랑 놀아 주는 거라고하는 마음을 담아 부러 자신의 공은 가방에 숨긴 채 글러브만 꺼내 들었다아이에게 공을 던지라고 하니 손에 쥐고 있던 공과 미유키를 번갈아 바라보며 계속 고민한다그깟 공 얼마나 한다고재촉하는 미유키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아이가 마음을 정한 듯 공을 꼭 쥐더니 던진다자그마한 체구에서 나쁘지 않은 공이 나와 미유키는 웃음을 지었다.

 

너 꽤 좋은 공을 던지는데!”

그래?”

그럼 이번에 내 공 받아봐!”

 

아이가 글러브를 낀 오른손을 들고 받으려는 동작을 취했다그러나 미유키가 던진 공은 아이를 넘어 아이 뒤쪽에 있던 나무 위에 안착하고 말았다이런조금 세게 던졌나머쓱해진 미유키는 뒷머리를 긁으며 아이 쪽으로 향했다.

 

아 미안미안좀 세게 던졌나봐.”

“….인데…”

?”

저거흐윽할아버지가선물로 준 건데….”

 

멍하니 나무 위를 바라보던 아이가 울먹울먹해지더니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울음소리 사이로 끊어지는 단어를 대강 주워 들은 미유키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진지해졌다저걸 어쩐다저렇게까지 우는 걸 보면 그냥 평범한 공은 아닌 모양이었다.

 

으음….”

흐으흡내 공….”

…. 그래이렇게 하면 되겠다!”

 

그 때 미유키의 머리를 스친 아이디어가 있었다울고 있는 아이가 아까 캐치볼을 제의했을 때처럼 눈이 동그래진 채 미유키를 바라봤다안심하라는 뜻으로 한 번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미유키는 가방에서 자신의 공을 꺼냈다조금 물러나 있어아이가 세 걸음 정도 뒷걸음치는 것을 확인하고미유키는 나무를 향해 공을 던졌다.

 

 

그리고 미유키가 던진 공은 부드럽게 포물선을 그려 아이의 공을 맞췄다.

 

데구르르 굴러 내린 아이의 공을 주워 아이에게 건네주니 아직도 눈꼬리에 눈물방울을 매단 채 아이가 미유키에게 활짝 웃어보였다통통하게 살이 오른 볼이 발그레한 보조개를 그린다문득 아이가 참을 수 없이 귀엽다는 생각이 든 미유키는 이젠 울지 마하고 아이에게 다짐한 후 아이의 볼에 짧게 뽀뽀했다.

 

“?!”

울지 말라는 주문이야알았지?”

!”

 

아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웃었다쑥쓰러워진 미유키는 나무에서 꽤 떨어진 곳에 굴러 떨어진 자신의 공을 주우러 뛰어 갔다.

 

 

에이준!!!”

할아버지!!”

아이고미안하다야구 교실은 등록해야한다더구나할아버지랑 돌아가자!”

하지만…”

얼른 가재두엄마가 맛있는 거 해놓고 기다린댄다.”

 

손자를 홀로 보낸 것이 걱정되어 결국 자리를 뜬 사와무라의 할아버지는 야구 교실의 선수에게 사정을 듣고 손자를 찾아 다녔다야구 교실이 열리는 공터 근처에서 멍하니 서 있는 사와무라를 발견한 그는 사와무라를 얼싸 안아 올렸다혼자 둔 것이 미안했고손자의 얼굴에 남아 있는 눈물 자국에 더욱 미안했다.

 

할아버지잠깐..”

어여 가자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사주마.”

아이스크림나 두 개 먹을래!”

그래그래.”

 

방금 전까지 같이 캐치볼을 하던 친구한테 인사를 하려던 사와무라는 아이스크림 이야기에 그만 친구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할아버지의 목에 매달렸다.

 

 

그렇게 집에 왔는데집에 와서 보니까 사인볼이 아니었슴다!”

그럼 뭐였는데?”

이름이 적혀 있었던 공이었슴다… 뭐였지쿠스케였던가?”

 

가볍게 캐치볼을 주고 받으며 미유키와 사와무라 사이에 대화가 오고 갔다.

 

가끔생각은 함다.”

그 때 만났던 그 아이?”

진짜 고마웠거든요.”

 

뻐엉-! 미유키의 미트가 큰 소리를 내며 울렸다미트를 타고 울리는 진동에 미유키가 이것 봐라 하는 시선으로 사와무라를 쳐다 보았다사와무라가 씨익개구진 미소를 지었다.

 

에이준너 방금 진심으로 공 던졌지?!”

실수임다.”

그럼 이번엔 내 실수를 한 번 받아봐라!”  

 

 

쉬익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가을세이도 야구부 그라운드를 울렸다곧이어 선배!! 하는 사와무라의 목소리와 놓친 공을 잡으러 뛰는 발걸음 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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