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와] 취향

연성/글 2014. 2. 4. 07:31

아직 사귀기 전 썸 타던 미유사와!!!!!!

(201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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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미유키는 기숙사 5호실의 문을 두드렸다여느 때처럼 들어오라는 대답 대신 발소리가 우당탕탕 나더니 곧 눈가에 눈물을 매단 쿠라모치가 문을 열어주었다열린 문 사이로 화들짝 놀라 무언가를 숨기는 사와무라도 보였다.

 

미유키잘 왔다크흡.”

무슨 일이야?”

좀 웃긴 일이 있어서… 크하하하하하하!!!”

 

웃음을 참던 쿠라모치는 결국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글썽이는 쿠라모치가 방 안을 데굴데굴 구르게 내버려두고미유키는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앉아 있는 사와무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그런데 사와무라의 눈가가 발갛게 부어 있었다.

 

사와무라너 울었어?”

푸하하하하하하하하!!!!!”

 

미유키의 질문에 대답한 건 사와무라가 아니라 쿠라모치의 커다란 웃음소리였다대답해야 할 본인은 어느새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쿠라모치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선배!!! 그만 웃으십쇼!!”
크흡하지만 너 진짜 웃긴다고!!”

무슨 일인데 그래?”

 

여전히 목소리에 웃음기가 남아 있는 쿠라모치가 사와무라가 엎드려 있던 침대를 가리켰다.

 

방금 사와무라쨩이 숨긴 것 때문에 그러지~”
아 쿠라모치 선배!!!!”
야한 책이라도 돼?”

야한 책이면 내가 이렇게 웃고 있겠냐.”

 

그리고 야한 거면 애초에 내가 먼저 보고 있었겠지한 마디 덧붙인 쿠라모치가 사와무라의 침대에 놓여 있던 베개를 확 치웠다베개 밑에 있던 것은….

 

만화책?”
정확히 말해선 순정만화지.”

그게 왜?”

 

도저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미유키가 만화책과 여전히 붉은 기가 남아 있는 사와무라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사와무라가 슬쩍 시선을 피한다쿠라모치는 그런 사와무라의 눈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사와무라쨩이순정만화를 읽다가~”

선배!!!”

너무 감동적이어서 그만 울어버렸다지 뭡니까~”

 

사와무라가 소맷부리로 아직 촉촉한 눈가를 쓱쓱 문질렀다강하게 쓸린 눈가가 발갛게 변한다.

 

하지만 사와코가 드디어 카제하야랑 이어졌단 말임다!!!!”

아이구그랬쪄요~? 그래서 사와무라쨩이 울었쪄요~?”
놀리지 마십쇼 선배!!”

 

이게 얼마나 감동적인 작품인데요… 말꼬리에 진한 감동의 여운이 묻어 있어서 미유키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미유키의 웃음소리를 들은 사와무라가 삐쭉눈꼬리를 올렸다.

 

선배들도 읽으면 분명히 울 검다!”

제목이 뭔데플랜더스의 개?”

 

사와무라가 책을 뒤집어 표지를 보여주었다. <너에게 닿기를이라고 적힌 제목 뒤로 여자애들이 좋아할 법한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서로 마주 보고 손을 잡고 웃고 있다.

 

이걸 보고 울었다고?”

그게여기 이 여자애가 사와코인데요…”

아니줄거리까지 설명해주지는 않아도 되는데…”

 

진짜 감동했는지 줄거리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사와무라의 말을 대강 흘려 들으며 미유키는 침대에 늘어 놓은 책 더미로 시선을 돌렸다. ‘나 시끄러워서 여기 못 있겠다음료수 좀 뽑으러 갔다 올 테니까 네가 저 녀석 말 좀 들어줘.’ 하고 쿠라모치가 미유키에게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슬쩍 방을 빠져나갔다

 

그래서 카제하야가….”

쟤 예쁘게 생겼네.”

누구요??”

 

미유키는 만화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금발을 가볍게 땋은 여자아이가 그려진 권이었다얼굴을 알아본 사와무라가 인상을 찡그렸다.

 

선배는 그런 애가 취향이심까?”

귀엽고 예쁘니까.”

그렇슴까….”

 

흥분해서 만화책에 대해 떠들던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풀 죽은 사와무라가 들고 있던 책을 침대에 던지듯 놓았다산책 나간다고 좋아하던 강아지가 주인 혼자 나간다는 걸 알고 시무룩해진 것처럼 돌변한 분위기에 미유키는 대강 눈치를 챘다하지만 모르는 척 질문을 던진다.

 

그러는 너는 누가 좋은데?”

저요?”

아까 말한 사와코?”

아뇨….. 선배……”

선배?”

연상이 좋단 말임다!!!!”

 

미유키가 되묻자 사와무라는 얼른 목청을 높였다필사적인 사와무라의 노력이 절로 웃음이 나올 만큼 귀여워서미유키는 모르는 척 속아주기로 했다.

 

그래연상 취향이라 이거군근데 만화책은 이제 그만 읽고 이걸 먼저 읽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뭔데요…?”

 

미유키가 내민 프린트물을 받아 드는 사와무라의 표정이 한 고비 넘겼다 하고 풀어져 있었다하지만 종이를 훑어본 후의 얼굴이 공포로 질려 있어서 미유키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금요일에 고문 쪽지 시험이라고 카네마루가 그러던데, 40점 이하면 주말에 특별 보충이라며내일 아침에 쪽지 시험 대비 테스트 칠 거니까 사자성어 다 외워놔♡

진짜요….?”

이거 100점 안 나오면 내일 연습 대신 이거 외우는 걸로♡

선배 진짜 악마임다!!!!!”

 

이를 악문 사와무라가 침대에서 일어나서 책상으로 향했다핫핫하 하고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린 미유키는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까 취향 말인데.”

?”

난 너 같은 바보가 딱 취향이야사와무라♡

 

 

달칵경쾌한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사자성어 종이를 손에 든 채 사와무라는 쿠라모치가 돌아와 사와무라쨩하고 놀릴 때까지 멍하니방문을 돌아보던 그 자세 그대로 굳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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