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권 이후의 중요 전개 스포일러 주의해주세요! 읽고 나서 쭉 쓰고 싶었던 소재를 써봤는데 제 처음 생각보다 에이준이 덜 적극적으로 나왔네요.... 후루야 말투 어려워 엉엉
(201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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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이 외치는 소리로 울린다. 마음 한 구석에서 울리는 고동 소리가 웅성대는 응원 소리와 합쳐서 시끄럽다. 이를 악문다. 쓸 데 없는 긴장이 팔을 타고 오른다. 손을 꽉 쥐었다가 편 순간이었다. 한껏 크기를 키운 웃음 소리가 소음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푸하하하!”
시선을 벤치로 돌렸다.
“에이스 넘버를 짊어졌으면 앞으로 아웃 한 개 확실하게 잡아내 벤치로 돌아오라고!!”
시끄럽네…. 닥치고 거기서 보기나 해.
마음 속 속삭임과 함께 오른쪽 발목의 통증을 느끼며 후루야는 눈을 떴다. 내려 앉은 어두움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얼핏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하자 10에 걸쳐진 시계바늘이 보인다. 평소라면 이 시간까지 공을 던지고 있었을 텐데. 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킨 후루야는 최근 며칠 동안 자신을 감시하던 선배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 저녁을 먹자마자 까닭 없이 우울해서 방에 돌아가는 길에 봤던 것이 마지막이다. 후루야는 벌떡 일어났다가 발목에 전해지는 충격에 인상을 찌푸렸다. 어쨌든, 지금이 기회였다. 아직 방을 같이 쓰는 선배들은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모두 모여 식당에서 다음 상태 팀의 비디오를 돌려보고 있을 것이었다. 조용히 후루야는 발을 옮겼다. 그리고 문 손잡이를 잡았다.
“어이, 후루야! 자….?!”
“….!!”
쿠당탕탕, 강하게 바깥 쪽으로 열린 문에 후루야는 순간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밑에 깔린 사와무라가 야!!! 하고 소리 질렀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내가 묻고 싶다!!!”
일단 위에서 내려가! 사와무라의 일갈에 후루야가 주섬주섬 일어났다. 부딪힌 충격으로 통증이 달리는 등을 천천히 일으킨 사와무라는 기숙사 복도에 떨어트린 것을 보고 다시 인상을 썼다.
“너 때문에 떨어트렸잖아! 오늘 세탁한 건데…”
“….”
시선을 옮기자 기숙사 복도에 굴러 먼지투성이가 된 베개가 보였다. 잔뜩 울상을 한 사와무라가 몸을 급히 일으켜 베개를 주웠다. 이미 늦은 걸 알면서도 먼지를 털어내는 손길에서 문득 피곤함이 묻어 나온다.
“근데 후루야, 너 지금 나가려고 한 거냐??.”
“…… 아닌데.”
“내 눈은 속일 수 없지!!! 역시 선배님들 말이 맞았어!!”
“무슨 소리야?”
“엣헴, 오늘은 선배님들을 대신해서 내가 네 감시역이다!!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걸, 7실점.”
“……”
마지막에 덧붙인 말 한 마디에 후루야의 눈이 냉정하게 가라 앉았다. 날카롭게 빛나는 눈이 말 없는 분노뿐만이 아니라 여러 감정에 휩싸여 타오른다. 그리고 곧 예의 투기에 휩싸이려는 후루야의 손목을 덥석 잡은 사와무라가 기숙사 방 안으로 끌고 들어 갔다. 침대에 죽어도 눕지 않고 앉은 채로 버티는 후루야와 그 앞 방바닥에 앉은 사와무라가 한바탕 시선을 주고 받았다. 후루야는 끈질길 정도로 노려보는 사와무라의 시선을 약간 비껴나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얼른 자라.”
“싫어.”
“자라니까.”
“던지고 싶어.”
“아 진짜!! 자라고!!”
결국 끝 없이 반복되는 문답에 먼저 화를 낸 건 사와무라였다. 얼른 자고!! 얼른 회복하라고!!! 외치는 소리에 후루야가 갑자기 홱 시선을 올렸다.
“뭐!!!”
“뭐라고 했어, 방금?”
“얼른 자라고!!”
“아니 그 다음에.”
“어.. 얼른 회복하라고.”
근데 그게 왜? 사와무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어투로 되묻는다. 갑자기 싸울 의욕이 사라지는 기분에 후루야는 시선을 거두고 얌전히 침대 위로 발을 올렸다.
“넌 언제 방으로 돌아갈 건데?”
“…어? 오늘 여기서 밤 샐 건데. 선배들끼리 얘기 길어질 것 같다고 아예 방 바꿨어.”
“그럼 어디서 자?”
“아마 바닥?”
사와무라가 아까 들고 온 베개를 품 안에 한 번 꽉 껴안았다가 고개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후루야는 벽 쪽으로 조금 몸을 옮겨 누웠다.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야, 너 잔다며!! 뭐하는….?!”
“같이 자.”
사와무라의 손목을 잡아 침대로 끌고 갔다. 아까 잡혔던 손의 악력은 그렇게나 셌는데, 막상 잡아 끌면 쉽게 몸이 딸려와 후루야는 내심 조금 놀랐다. 사와무라를 침대에 던지듯 벽 쪽으로 밀어 넣고 후루야는 그냥 그 옆에 누워버렸다. 얼결에 베개를 껴안은 상태로 침대에 앉혀진 사와무라가 뭐하는 거야!! 하고 빼액 소리 질렀다.
“게다가 좁잖아!!”
“내가 크니까.”
“아, 씨 진짜!! 나 나갈 거야!!!”
“시끄럽네… 그냥 닥치고 거기서 자.”
“후루야!!!!”
옆에서 뭐라 소리를 지르든 상관 않고 후루야는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발목의 통증이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손목이 기분 좋게 욱신거렸다. 불평하던 사와무라가 부스럭거리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싱글 침대가 조금 작게 느껴졌지만 별로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까 잡았던 손목을 다시 잡아 채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후루야는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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