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 타는 걸로 장난하는 미유키는 당해봐야!! 성반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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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을 끝내고 씻고 나와서 옷을 갈아입을 때에야 미유키는 유니폼 바지 무릎 부근 솔기가 뜯어져 있는 것을 알아챘다. 며칠 전 시합에서 찢어진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할까. 새 유니폼을 꺼내기엔 별 크지 않은 흠집이었지만 그냥 두었다가는 더 벌어져서 결국 완전히 찢어질 게 뻔했다.

 

직접 꿰매는 건 귀찮고….’

 

머리의 물기를 털면서 욕실을 나서는데, 그라운드 언저리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오케이. 미유키는 유니폼 바지를 한 손에 덜렁 덜렁 들고 씨익 웃으며 운동장 쪽으로 향했다. 내일 시합 준비를 위해 매니저들이 좀 늦게까지 남아 있을 거라고, 매니저들 일이 끝나면 역까지라도 데려다 주라고 타카시마가 슬쩍 언질을 주었던 게 생각이 났다. 목소리가 완전히 들릴 만큼 가까이 가자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매니저들은 이미 다 돌아간 모양이었다. 나야 좋지.

 

이것 좀 꿰매어 달라고 하고, 데려다 준다고 하면 좋으면서 아닌 척 해주겠지.’

 

근처까지 다가가 사와무라! 하고 그녀를 놀라게 하려던 미유키는 사와무라의 목소리에 이어서 흘러나오는 다른 목소리 때문에 순간 입을 닫았다. 발소리를 조금 낮춰서 운동장 벤치 옆 코너까지 갔을 때였다.

 

좀 해주세요, 선배.”

내가 네 보모냐?”
보모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전 선배가 달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가장 많이 도와주신 분이니까요.

한 학년 어린 후배의 말에 사와무라가 잠시 멍해졌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더니 코슈가 줄곧 내밀고 있던 것을 낚아챘다.

 

“…. 이번만이야.”

감사합니다.”

 

툴툴대는 듯한 목소리가 수긍의 뜻을 내어놓자 코슈의 얼굴에 확 생기가 돈다. 미유키는 바지를 들고 있던 손에 꾸욱 힘을 주었다. 벤치 앞에 서 있는 코슈를 한 번 흘낏 본 사와무라가 뭐해, 앉아. 하고 오른쪽에 놓여 있던 반짇고리를 벤치 밑으로 내려 놓았다.

 

“1군 올라가서도 열심히 해라.”
안 그래도 더 열심히 할 거에요.”

너 같은 놈이 꼭 건방져져서는 나태해지더라.”

안 그럴 거에요.”

 

주고 받는 대화 한 마디마다 사와무라의 손가락이 코슈의 등 번호 위를 한 땀씩, 정성스럽게 바느질했다. 시침 핀을 꽂아둔 번호판과 유니폼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손가락을 한참 동안 조용히 내려다 보던 코슈가, 윗면과 오른쪽 면이 완전히 고정되었을 즈음 다시 입을 열었다.

 

선배, 지금 사귀는 사람 없죠.”
그건 왜 물어.”

 

사와무라가 퉁명스레 대답하며 바삐 손을 움직였다. 벌써 9시가 넘었다. 슬슬 돌아가야 내일 아침 시합 시간에 맞춰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사와무라의 손에 시선을 집중하던 코슈가 고개를 들어 사와무라를 빤히 바라봤다.

 

근데 좋아하는 사람은 야구부에 있죠?”
“………..”

 

침묵을 고수하던 사와무라가 앗, 하고 조그맣게 신음 소리를 냈다. 바늘이 유니폼을 붙잡고 있던 오른손 검지를 찔러 방울 방울 피가 솟았다. 코슈는 사와무라의 손목을 잡았다.

 

그 사람 대신이라도 좋으니까 저랑 사귀어요.”

???”
저 선배 좋아해요.”

놀리지마.”

장난 아니에요. 그래서 선배한테 부탁 드린 거에요.”

 

손을 빼내려던 사와무라는 억센 악력에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핏방울이 동그랗게 손 끝에 맺혀 있었다. 그 손가락을 자신의 유니폼으로 닦으며 지혈하기 시작한 코슈가 말을 이었다.

 

선배가 등 번호 달아주시면, 어떤 시합이든지 거뜬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입술을 달싹이던 사와무라가 그대로 멈추었다. 코슈는 사와무라의 손을 감쌌던 유니폼을 걷어냈다. 어느새 피가 멎어 흔적도 남지 않은 손 끝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사와무라가 살짝 몸을 떨었다.

 

대답은 내일 시합 끝나고 해주세요. 늦었으니까.”

“……”

오늘은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사와무라의 손을 잡고 코슈가 몸을 일으켰다. 맥없이 딸려간 팔을 지켜보던 사와무라는 입술을 깨물다가 곧이어 일어섰다. 사와무라가 내려놓았던 반짇고리를 챙기고, 코슈는 벤치에 걸쳐 두었던 자신의 카디건을 사와무라에게 입혔다. 그리고 앉아 있느라 구겨져 있던 사와무라의 옷매무새를 대강 다듬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카디건 단추를 다 채운 코슈가 사와무라의 손을 다시 잡았다.

 

안 춥죠?”
“……
…”

 

조용히 흘러나온 대답에 코슈가 잡고 있던 사와무라의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두 사람은 그대로 그라운드를 가로 질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미유키는 발걸음을 돌려 기숙사로 향했다. 유니폼을 힘주어 쥐고 있던 손은 아까부터 피가 통하지 않아 저렸다. 내일이 저 건방진 후배가 1군으로 참가하는 첫 시합이다. 언제부터 깨물고 있었는지 모를 입술을 다시금 짓씹었다. 머리 속과 마음 속이 모두 시꺼멓게 활활 타오르는 감각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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