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님께 써드리기로 했던 후루사와인데 너무 늦어서 면목이 없네요.. 헣허허헣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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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는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다가 칼칼해진 목에 큼큼 헛기침을 했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일어서서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유도 물병을 찾으러 몸을 숙였을 때였다. 경기장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는 여기가 어디인지 옆에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순간 떠올리지 못할 정도였다. 마운드에 올라선 것도 아닌데 자꾸만 손에 땀이 차서 미끄러지는 손을 바지춤에 슥슥 문질러 닦는데, 그 손을 덥석 잡아오는 손길에야 사와무라는 펜스 너머에서 의식을 떼어낼 수 있었다.

 

사와무라, 앉아. 안 보여.”

, 어어.”

 

탁하게 잠긴 목소리에 조금 놀란 사와무라가 주섬주섬 자리에 앉자 후루야는 손을 놓는 것도 잊어버리고 다시 그라운드에 집중한다. 좌석 아래에 놓아 두었던 물병을 잡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더듬더듬 찾으며 사와무라는 후루야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끔 긴장 섞인 호흡으로 목울대를 울리는 것만 제외하면 후루야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경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와무라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곧은 시선이 경기장에 직구처럼 들어가 박힌다. 조용하게 불타고 있는 시선이 마치 한창 시합 중인 그와 마주하는 듯 했다. 사와무라의 오른손을 잡고 있는 손이 금방이라도 공을 던지고 싶은 것처럼 움찔움찔거릴 때마다 후루야를 바라보고 있던 사와무라도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곧이어 양 옆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사와무라 또한 황급히 시선을 경기장으로 돌렸다. 날아온 공에 후루야가 벌떡 일어섰다. 사와무라도 끌려가듯 몸을 일으켰다가 펜스를 아슬아슬하게 넘어온 공으로 얼른 손을 뻗었다.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로.

 

, 어억?!”

공을 받으려다가 순간 끌어당겨진 손에 중심을 잃은 사와무라가 비틀, 하고 후루야 쪽으로 엎어졌다. 다행히 후루야가 지탱하듯 잡고 있던 손 때문에 넘어지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지만 그사이에 홈런볼은 뒤쪽 줄에 앉아 있던 남자의 손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 좋은 기회였는데.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아쉬운 한숨이 입 밖으로 새어나갔다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순간에야 여전히 힘을 주어 잡고 있던 손을 알아차렸다. 슬그머니 부끄러움으로 달아오르려는 마음을 애써 모른 척 고개를 돌리면서 슬쩍 손을 놓으려는데 홈런볼을 잡은 남자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어이구, 하고 그를 타박했다.

 

그 공 애들 줘라. 홈런볼은 원래 애들 주는 거여.”

 

머쓱해진 남자가 가볍게 던진 공에 후루야와 사와무라 모두 몸을 돌려 팔을 내밀었다가 어정쩡하게 공을 사이에 두고 다시 손을 잡은 격이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 보던 할아버지가 껄껄 웃었다.

 

어지간히 욕심 많은 놈들이구만. 너희들, 투수지?”

!!”

.”

반으로 나눌 수는 없으니 알아서 정해라, 허허.”

 

예나 지금이나 투수들은 이기적이라니까. 흘리듯이 혼잣말을 남긴 할아버지는 홈런 장면을 되풀이하는 전광판으로 시선을 올렸다. 그의 시선을 따라 두 사람도 몸을 돌려 경기장을 향했다.

 

 

결국 그날 경기의 승패는 알 수 없었다. 한창 동점으로 따라붙은 6회 초에 걸려온 전화 때문이었다. 쿠라모치는 사와무라가 핸드폰 플립을 열자마자 야!!! 하고 소리질렀다.

 

너 지금 어디야!!!’

야구장인데요?”
지금 몇 시인지는 알아?!’

그러니까 일곱 시.”

점호 한 시간 남았으니까 얼른 돌아와라, ?’

 

너 때문에 기합 받으면 오늘밤은 내쫓을 거다. 협박조로 끝나는 말에 사와무라가 서둘러 플립을 닫았다. 그리고 경기에 여전히 집중한 듯한 후루야를 쿡쿡 찔렀다.

 

, 어쩌지? 들어가야겠는데.”
“….
좀 더 보고 싶은데.”
나도 보고 싶긴 한데늦었다간 운동장에서 자게 생겼다.”

 

후루야가 필드에 꽂혀 있던 시선을 스윽 사와무라에게로 옮겨 사와무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경기장을 바라본다. !! 사와무라가 소리치자 후루야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내 방에서 자면 되잖아.”

?”

선배들도 없고…”

 

후루야가 답지 않게 조금 머뭇거렸다.

 

내 침대에서 같이 자든가.”

!!!”

 

사와무라가 잔뜩 얼굴을 붉힌 채 버럭 소리치자 시끄럽다 이놈아! 하고 뒤에서 할아버지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자라목을 한 사와무라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네 방에서 자면 내일 연습 제대로 못하잖아.”

살살 하면 되잖아.”

뭘 살살 하는데?!!”

 

후루야가 냉큼 입을 다무는 걸 본 사와무라가 잔뜩 씩씩댔다. 벗어두었던 후드티를 주섬주섬 집어 들은 사와무라가 후루야의 주머니를 가리켰다. 부우웅, 아까부터 진동하던 핸드폰을 애써 가리려던 후루야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자리를 완전히 뜨려던 순간 6회 초가 더 이상의 득점 없이 끝이 났고, 그라운드 정비 후 이어지는 경기에 엉덩이만 띄운 채 경기를 지켜보던 후루야와 사와무라가 경기장을 나선 건 8시 반이 넘어가던 시각이었다.

 

 

결국 점호에 늦어 쿠라모치에게 밤새 달달 볶인 사와무라는 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만난 후루야에게 잔뜩 성질을 냈다. 휑하니 아침 런닝을 하러 사라지는 사와무라의 뒷모습에 하루이치가 후루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에이준 군이랑 더 가까워지겠다고 데이트하려던 거 아니었어?”
.”
근데 더 멀어진 것 같은데…”
“….
그런가?”

 

기껏 야구장 표를 구해줬더니 분명히 둘 다 야구만 보다 왔을 게 뻔했다. 하루이치는 앞으로 후루야가 고민이 있어 보이는 얼굴을 할 때는 먼저 말을 걸지 않기로 마음 속으로 결심했다. 나서서 도와줘 봤자 나아지는 게 없으니 도와준 사람도 허탈하다.

 

그래도 난 좋았는데.”

 

후루야는 트레이닝 바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손 안에 빠듯하게 잡히는 야구공의 감촉이 따끈하고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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