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사와] 몰래

연성/글 2014. 2. 4. 07:27

크리사와의 턴!!!!!!!!!!!!!!! 다이에 애니에서 얼른 크리스 선배가 죽은 눈을 버리시길 바라며...

(201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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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걸렸다.

사와무라 에이준이리 저리 사고도 많이 쳤지만 오늘 같이 후회한 적은 없었다.

 

사와무라지금 뭐하는…”

죄송합니다선배!!!”

 

사와무라는 당황한 듯한 크리스의 곁을 쏜살같이 지나쳐 가며 평소에 런닝을 거르지 않은 자신을 잠시 칭찬하고 싶어졌다본인이 뭘 하고 있었는지도 까먹고.

 

 

 

그러니까그건솔직히 말해서 조그만 호기심이었다재활운동 후 다시 그라운드에 들려 따로 사와무라의 연습을 봐주던 크리스가 오늘은 급히 나가면서 평소 챙겨가던 가방을 놓고 간 까닭도 있었다늘 하던 족자 세트를 끝마치고 몸이 식지 않도록 스트레칭을 하던 사와무라에게 다른 3학년 선배가 찾아와 크리스의 가방을 맡기지 않았다면 사와무라 또한 크리스가 가방을 놓고 갔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그리고 아까같이 위험한 시도 또한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숙사 옆 실내연습장 구석까지 뛰어들어온 사와무라는 문을 닫고 쓰러지듯 앉았다그리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으려던 찰나에야 자기 손에 들린 것을 발견했다.

 

으아아아아!!!!!! 들고 와버렸어!!!!!!!!!!!!!”

 

손에 들린 크리스의 유니폼은 이미 잔뜩 주름이 져 있었다.

 

 

 

크리스의 가방을 벤치에 두고 스트레칭을 끝낸 사와무라는 벤치 위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봤다슬슬 크리스가 도착할 시간이었다읏샤!! 하고 기합을 넣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가방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평범하게 생긴 가방은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때 멈췄다면 좋았을 것이다또 평소에도 크리스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던 건 사실이었다살짝 들어보니 생각보다 가방이 무거웠다선배는 가방에 뭘 넣어 다니시길래 이렇게 무거운 걸까하고 생각하던 중열려 있던 가방의 지퍼 사이로 소지품이 와르르 쏟아졌다.

 

우와아앗!!”

 

뒤늦게 알아차린 사와무라가 가방을 닫으려 허둥지둥했지만 이미 몇 가지는 바닥에 떨어진 후였다다행히 높은 곳에서 떨어진 건 아니라 깨지거나 상한 물건은 없는 것 같았지만 사와무라는 왠지 남의 것을 엿본 기분에 후다닥 바닥으로 몸을 숙여 주워 들었다달마다 발행되는 야구 잡지 한 권늘 들고 다니던 초록색 표지의 메모 노트와 그 사이에 끼워진 펜그리고

 

이건….”

 

잘 개어진 1군 유니폼 한 벌이 떨어져 있었다흙이 묻거나 더러워지지 않은 걸 보아하니 깨끗하게 세탁된 것 같았다그리고세탁한 이후에도 입은 적이 없는 듯 했다사와무라는 크리스의 유니폼을 손에 꽉 쥐었다. 2군에서 사와무라를 가르치면서도늘 입는 유니폼이 아닌 등번호가 달린 1군 유니폼을 항상 지니고 다닌다는 점에서 크리스의 각오가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그런데도사와무라는 그런 크리스의 마음을 몰라준 채 그의 상처를 헤집고 반항했다.

순간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비어져 나오려는 그것을 꾹 참고입술을 깨문 채 사와무라는 유니폼에 묻은 먼지를 잘 털었다펼친 유니폼은 사와무라의 예상보다 좀 더 컸다문득 사와무라는 같은 1군 유니폼을 입은 자신과 크리스를 상상해보았다번호를 등에 지고 웃는 크리스의 모습은 선뜻 그려졌지만 1군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모습은 잘 느낌이 오지 않았다한 번입어봐도 될까하는 조그만 욕심이 살살 피어 올랐다입어봐도 되는 걸까하고 마음 한 구석의 양심이 속삭였지만 같은 그라운드에 선 크리스와 자신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조금 더 컸다유니폼을 펼쳐 왼팔부터 꿰어 넣고나머지 오른팔도 소매에 넣은 다음 차근히 단추를 채웠다.

 

생각보다 더 큰 것 같네….”

 

허벅지를 약간 덮는 길이가 양심을 짓누르고 등에 단 번호가 무능력함을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져 사와무라는 후다닥 단추를 풀고 크리스의 유니폼을 벗었다그리고그 때.

 

사와무라...?”

 

본인과 마주쳤다.

 

 

 

사와무라는 고개를 박은 채 열이 오르려는 얼굴을 간신히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나란 자식!! 입어보려고 했던 걸까!!”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두근두근긴장이 되어서 그런지 아무도 없는 실내연습장에 고동소리가 울리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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