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와] 칭찬

연성/글 2014. 2. 4. 07:24

달달한 미유사와도 쓰고 싶어서... 둘 다 성인이에요 

(2013. 1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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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는 마침 다 먹은 도시락 통과 맥주캔을 버리러 나가려던 참이었다덜컹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힘 없이 처진 발소리가 뒤를 이었다발소리는 닫힌 중문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이윽고 조용히 열린 문 사이로 쓱 들어온다.

 

왔어?”

… 다녀왔습니다.”

 

어깨에 매고 있던 크로스백을 대충 던져 두고 사와무라는 지친 표정으로 느릿느릿 걸어와 거실 쇼파에 푹 파묻혔다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집에 들어오는 김에 사와무라의 가방을 집어 들어 방에 가져다 놓고 온 미유키는 쇼파에서 그새 잠든 사와무라를 발견했다일부러 쇼파 쿠션이 출렁일 정도로 큰 움직임으로 사와무라의 옆에 앉았지만 곤히 잠들었는지 깨는 기척도 없다평소와 다르게 찌푸린 이마와 불규칙적으로 떨리는 속눈썹그리고 앙다문 입술이 오늘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오늘 사와무라가 만난 타자들은 하나같이 끈질긴 사람들이었다타자에 신경 쓰는 사이 주자가 도루를 시도한 것만이 벌써 두 손가락을 넘을 정도였다주자와 타자 견제를 동시에 하면서 포수가 지정해 준 곳으로 정확하게 공을 꽂아 넣는 일은 꽤나 정신력을 요했다눈이 좋은 타자 몇 몇은 포볼을 기다리며 사와무라의 커트볼을 유유히 넘겨 투구 수도 평소보다 열 다섯 구 가량 많았다아마 부상 때문에 정포수가 아닌 주전 포수가 나왔기 때문에 초래된 일이었을 것이다무더운 날씨와 정신적인 스트레스 속에서도 A팀의 에이스 사와무라 에이준은 완봉했고, 9회 초에 1점을 허락한 것 외엔 잘 버텼다. A팀은 오늘 4:1로 리그 3차전에서 승리했다.

 

미유키는 쇼파에 완전히 기댄 채 잠든 사와무라의 이마를 쓸어보았다햇빛 아래 오래 있다 보니 거뭇하게 탄 피부가 꺼끌한 느낌을 손 안에 남겼다다음번엔 피부 관리라도 예약해볼까생각을 하던 미유키는 곧 상념을 뿌리치고 사와무라를 부드럽게 흔들어 깨웠다.

 

에이준여기서 자면 몸 상해.”

…”
침대 가서 자자?”

선배…”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몇 년이나 되었건만 사와무라는 아직도 미유키를 선배라고 부른다이름으로 부르는 건 어때하고 물어보니 이름 부르는 건 침대에서만으로도 족하다며 얼굴이 시뻘개진 채로 외치듯이 대답했었다그날 밤 미유키가 침대 위에서 다시 묻자사와무라는 다시 시뻘개진 얼굴을 필사적으로 미유키의 품 속으로 숨기며

고등학교 때 선배랑 배터리한 걸 잊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라고 웅얼거렸다.

그 때의 기억을 다시 상기하며미유키는 잠투정을 부리듯 눈을 비비는 사와무라의 두 손을 잡아채고 그 손 위에 쪽하고 입맞춤을 남겼다그 감촉에 사와무라가 벌떡 일어나느라 잡은 손을 놓치긴 했지만.

 

서서서선배이거 뭐하는 짓임까!! 자는 사람한테!”

그럼 깨어 있는 사람한테는 해도 된다는 거야?”

그런 뜻이 아니잖슴까!!!”

잠든 공주님이 완전히 깨어났으니까 나는 이제 필요 없다 이건가?”

선배!!!”

 

또다또 그 때처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는 힘껏 열을 내는 사와무라를 미유키가 손짓으로 불렀다그 손짓에 쭈뼛쭈뼛사와무라가 다가오자 미유키는 그대로 사와무라를 안아 쇼파 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다.

 

오늘 수고했어.”

시합 봤어요?”

퇴근하자마자 보기 시작해서 4회부터 봤지만.”

그럼 내 활약을 제대로 못 본 거 아님까!”

녹화했으니까 나중에 볼 거야.”

 

품에 안긴 사와무라가 뭐라 웅얼댔다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웅얼거림은 곧 그쳤다.

 

칭찬받고 싶었지?”

내가 무슨 강아지임까.”

그래서 오늘 회식도 일찍 끝내고 온 거잖아에이스가.”

“….”

잘했어잘 버텼어.”

 

그러니까 내가 매번 당신한테 져 주는 검다… 사와무라가 미유키의 품 안에 얼굴을 묻은 채 투정을 부렸다.퍽퍽 때리려는 손길을 잡아채고 미유키는 시선을 올려 사와무라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래도내가 포수였다면 그 녀석만큼 많이 던지게 하진 않았을 거야.”

선배.”

손목 상태는 어때이렇게 때리려고 하는 거 보면 괜찮은 것 같긴 한데.”

“…. 괜찮슴다아이싱도 했고.”

 

미유키가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건네자 사와무라가 시선을 맞춰오며 중얼거렸다.

 

선배그래도 난.”

에이스님.”

난 선배가 내 공 받아주던 때가 제일 좋았어요.”

 

잠시간의 정적 후에미유키는 사와무라를 안은 채로 쇼파에서 일어났다졸지에 공중에 떠오르게 된 몸에 놀란 사와무라가 내려달라 외쳤다그 소리는 미유키의 손이 슬쩍 사와무라의 허리춤에 닿자 정점을 찍었다.

 

선배!!! 나 피곤해요!!!”

괜찮아스태미너는 짱짱하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가볍게 끝내자!”

 

선배!!!!!!!! 사와무라의 외침을 마지막으로 침실 문이 완전히 닫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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