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 미유키와 그 담당 편집자인 사와무라로 AU!

에이준 괴롭히는 거 너무 재밌어욬ㅋㅋㅋㅋㅋㅋ 1차 벨인 ㅅㅜㄴ정ㄹㅗ맨티카와 세ㄱㅖ 제일의 ㅊㅓㅅ사랑이 생각나신다면 맞습니다 ㅋㅋㅋㅋㅋ 

(2013.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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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제 슬슬 원고 좀 주십쇼!!”

나도 주고 싶은데바람에 날아갔다니까?”

선생님….!!”

 

기어코 이를 빠드득 가는 소리가 시계 초침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작업실을 울렸다사와무라 에이준(26,출판사 입사 2년차)은 자꾸만 올라가려고 하는 손과 자꾸만 커지려는 목소리를 애써 참아 눌렀다상대는 회사에서도 꽤나 인지도 있는 작가다언젠가 경기장에서처럼 한 방 크게 날리고 싶은 마음을 반 강제적인 자기 최면으로 참아 가며 사와무라는 말 한 마디씩을 천천히 내뱉었다.

 

최종 마감은 지난주였슴다선생님…”

알아근데 쓰다 보니까 결말이 마음에 안 들더라구♡ 그래서 싹 다 뜯어 고쳤지.”

수정본도 그저께까지였을 텐데요…”

그래서 다 썼는데정전이 돼서 다 날아갔어급히 쓰기는 했는데늦어지는 게 미안해서 내가 직접 퀵서비스로 부치려고 했지♡ 근데 하필이면 집 앞에서 돌풍이 불어서.”

그럼 원본 파일은 어딨슴까…”

다시 쓸 땐 원고지에 써서 컴퓨터로 저장된 건 없어♡

 

핫핫하펜으로 쓰다 보니 예전 추억도 생각나고 좋더라고.

부서 최말단 담당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감을 어기고 파일을 날린 작가는 담당이 사 온 오렌지 주스를 꼴깍 꼴깍 들이켰다사와무라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못해 폭발하기 시작한 감정을 결국 억누르지 못했다.

 

미유키 카즈야!!!!!!!!!!!!!! 당장 원고 내놔!!!!!!!!!!!!!!!!!!!!!!”

 

 

 

억지로 노트북 앞에 앉은 미유키는 간이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는 사와무라를 흘낏 쳐다보았다이를 악문 채 원두를 갈던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시선을 눈치챈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던졌다.

 

에이준 군막 던지면 위험하잖아~”

플라스틱임다!!!!”

플라스틱 컵에 뜨거운 거 부으면 안 되는데설마 녹인 플라스틱을 먹여서 날 죽이려고?”

“….원고나 하십쇼제발!!!!”

 

자신에게 곧장 날아온 컵을 가뿐하게 받아낸 미유키가 한다니까하고 컵을 받아낼 때만큼 가볍게 사와무라의 외침을 받아 쳤다타닥타다닥 하고 경쾌한 타자 소리가 한동안 작업실을 가득 채웠다사와무라는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한 방울한 방울 커피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노려보았다마감은 제멋대로 어기는 주제에 취향은 또 확고해서 카페라떼가 아니면 안 마시겠다이래선 글을 쓸 수가 없다고 선생님께서 깽판을 부리던 세 달 전 사건 이후사와무라는 속성 커피 교실에 등록해서 커피를 배웠다덕분에 지금은 웬만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못지 않게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사와무라는 커피를 만들고 싶어서 출판사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그가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소설 한 권이 야구만 보고 살던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자전적 성격이 강한 그 소설은 한 소년과 한 소녀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였다당시 부상으로 인해 야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그에게 팀메이트가 추천해준 책이기도 했다그 책을 읽고이런 책을 쓸 수 없다면 책을 만드는 걸 돕고 싶다는 생각이 야구를 잃은 사와무라의 또 다른 마음 속 기둥이 되었다칠전팔기 정신으로 기어코 취업에 성공한 이 출판사는 좌절했던 시절 그가 읽었던 책을 출판한 곳이었다반 년 가량 제작부 밑에서 구르던 사와무라는 첫 작가를 담당하게 되었고슬럼프를 겪던 그의 밑에서 편집의 기초와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을 배웠다그가 다시 성공적으로 재기하게 된 후담당이 바뀌어 맡게 된 현재의 작가가 바로 미유키 카즈야바로 지금 쇼파에 앉아 노트북 자판 위에서 재빠르게 타자를 치는 저 사람이었다선배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로 들어서는 마감을 딱딱 지키고까다로울 것이 없는데다가 쓰는 작품마다 히트를 치는 작가라고 했다입사 동기들에게는 미유키 선생님을 맡게 되다니 부럽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형편이었다출판사 내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작가미유키 선생님의 작업실로 첫 출근을 하던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사와무라는 단단히 긴장한 상태였다.

또로로록 흐르던 커피 소리가 멎은 것을 뒤늦게 깨달은 사와무라는 우유를 데울 준비를 했다까다로울 것이 하나 없다던 선생님께서는 우유 거품이 너무 많이 났다며 퇴짜를 놓는 사람이었다집중해서 우유를 데우는 사와무라의 뒷모습을 미유키는 쇼파에 늘어진 채 바라보았다타자 소리가 멈춘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우유 데우기에 열심인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아내고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 안에서 고이 잠자고 있는 USB를 만지작거렸다.

 

 

 

사와무라는 탁자 위에 거칠게 라떼를 담은 머그를 내려놓았다하는 소리와 함께 우유 거품이 조금 튀어 사와무라의 손등에 묻었다날카로운 눈초리로 미유키의 거동을 살피던 그는 아예 의자를 하나 빼서 미유키가 앉은 쇼파 근처로 가져와 앉았다.

 

원고 진행도는 어떻슴까.”

오늘 내로 다 될 것 같아아 근데 라떼 아트는하트로 해달라고 했잖아!”

마감을 두 번이나 어긴 사람이 할 말임까!!!!!!!!!!”

 

또 폭발했다활활 불타는 사와무라의 얼굴을 본 미유키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막기 위해 얼른 머그를 들어 입에 댔다가까이에서 보니 평소 혈색 좋고 체력 좋기로 유명한 사와무라의 얼굴도 꽤나 수척하게 변해 있었다더 이상 놀리는 건 사와무라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다미유키는 머그잔을 내려놓고 노트북을 소리 나게 덮었다그새 가볍게 졸았던 건지 멍해 있던 사와무라의 눈에 빛이 돌아온다.

 

뭐 하시는 검까??”

에이준 군정말 원고 받아가고 싶어?”

지금 말장난할 시간 없슴다!!”

그럼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말야…”

 

씨익 웃는 미유키의 눈이 안광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사와무라는 입술을 깨물었다또 어떤 기상천외한 요구가 나올 지 모른다하지만 오늘까지 원고를 받아가야 하는 건 사실이었다고민하던 사와무라는 말해보십쇼들어드릴 테니까!! 하고 외치고 말았다.

 

내 허벅지 위에 앉아 봐♡

지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는 검까!!!!!!!!”

얼른내 마음 바뀌기 전에 하는 게 좋을 걸?”

….”

 

자신의 허벅지를 살짝 손으로 두드리는 모습에 다시 폭발했던 사와무라지만금새 웃음기를 지우는 미유키 때문에 결국 어쩔 수 없이 의자에서 일어났다인쇄소에서 제시한 최종 마감 기한은 오늘 저녁 6시다이미 시간은 오후 2시를 지났고미유키의 속도를 믿더라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착하지~”

“……”

눈 감아.”

이상한 짓 하면 죽일 검다.”

 

사와무라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조심스레 눈을 감았다불퉁하게 나온 입술에 한동안 시선을 두던 미유키는 고개를 한 번 흔들고 사와무라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그리고 고개를 내려 손등에 묻은 우유 거품을 핥았다손등에 와 닿는 뜨거운 감촉에 사와무라가 퍼뜩 눈을 떴다.

 

지금 뭐하신 검까!!!!!!”

원고 준 건데?”

무슨 헛소리를…..!!”

손바닥 펴 봐~”

 

사와무라는 그대로 미유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다가턱짓으로 자신의 손을 가리키는 미유키를 보고 나서야 쥐어진 주먹에 힘을 풀었다. 64기가 바이트짜리 USB가 마침 창으로 들어온 햇빛을 받고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원고!!!!”

으악!!”

 

아프잖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사와무라 때문에 그의 머리에 턱을 맞은 미유키가 신음했다하지만 사와무라는 그런 미유키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의자에 놓여 있던 가방과 겉옷을 챙겨 달리다시피 현관으로 향했다.수고하셨습니다다음 번에도 감사합니다 하는 의례적인 인사도 없이 신발을 신은 그가 쾅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

 

 

 1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사라지는 사와무라의 모습을 바라보던 미유키는 그동안 참았던 웃음을 한꺼번에 터뜨렸다원고만 받으면 쏜살같이 사라지는 그 모습이 괜히 원고를 주기 싫어지게 만드는 건 알고 있는 걸까.

 

그리고 분명히 그 소설의 작가가 나인 것도 모르겠지.”

 

미유키는 사와무라가 그의 전 담당 작가였던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와의 첫 마감을 끝내고 나서 가진 술자리에 불려갔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술에 취한 사와무라가 뭐라 뭐라 떠들고 있는 걸 들어보니 미유키의 대학 시절 데뷔작이라는 걸 알게 된 크리스가 연락해서 가게 된 자리였다.

 

저는 그런 책을 만드는 게 꿈임다!!!’

 

술집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소리에 크리스가 쉬잇하고 주의를 주었다장난기가 돈 미유키는 큼큼하고 헛기침을 해서 사와무라의 주의를 끌고 질문했다.

 

그럼 그 소설을 쓴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어?’

그건 당연하죠!!!! 그 분과 함께 일한다니 진짜 영광임다!!! 제가 제 인생을 다 바쳐서라도 담당할 검다!!!’

 

열정적인 고백을 쏟아낸 사와무라는 그대로 술집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고 미유키는 허리를 굽혀가면서 웃었다그래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줘야겠지미유키는 다음날 아침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다크리스 작가님을 담당했던 그 애송이제 담당으로 한 번 바꿔주시죠마침 출판사 쪽도 크리스의 재기를 도운 사와무라를 높게 평가한 듯 했다그 날 이후로 삼 개월 동안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뮤즈 노릇을 톡톡히 했다본인은 잘 모르고 있겠지만.

 

미유키는 그새 식어버린 커피를 한 번에 비웠다다음부턴 드립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해볼까그럼 또 진짜 배워올까내심 떠난 온기가 아쉬워 미유키는 빈 머그를 한 번 손으로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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