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키가 한 살 어리다는 설정으로!! 

(201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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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안으로 뜨거운 환성이 쏟아졌다마운드 위에 선 투수가 한 번 심호흡을 하더니 곧 팔을 휘둘렀다그 순간 미유키 카즈야는 고민하던 것을 내던졌다.

 

미안하게 됐다메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랑 배터리 못 짤 것 같아.”

 

저 선수가 있는 팀으로 갈 생각이거든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난 미유키는 먼저 간다는 말 한 마디와 함께 사라졌다혼자 남겨진 나루미야 메이는 영문을 모른 채 사라지는 그의 등을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

 

 

 

그렇게 밟게 된 세이도 고등학교 야구부의 그라운드는 시니어 시절과 비교해서 썩 나쁘지 않았다미유키는 견학 차 잠깐 들린 세이도의 분위기를 살폈다실전을 상정해서 진행하는 듯 연습 내내 긴장감이 그라운드를 가득 채운 것이 인상적이었다미유키의 옆에서 학교를 안내하던 타카시마는 이리 저리 둘러보는 미유키의 반응에 내심 안심했다다른 강호교도 그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차라 조금 서둘렀을 뿐인데 대뜸 학교에 가 봐도 되냐고 묻는 그의 말에 냉큼 데리고 와 버렸다그라운드에서 연습하던 선수들에게서 시선을 뗀 미유키가 저기질문이 있는데요하고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지금 투수가 몇 명이죠?”

전체?”

아뇨, 1군에 한해서요.”

“3학년 에이스였던 탄바 군은 제외하고, 2학년 구원투수 카와카미 군, 1학년 에이스 후루야 군이렇게 총 두 명이야.”

 

미유키는 경기장에서 어렴풋이 들었던 이름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구속이나 구위가 전에 던졌던 선수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는 걸로 보아 에이스는 아니었고그렇다고 이름에 ’ 가 들어갔던 것 같진 않았는데

 

그러면 지난 번 시합에서 마지막 이닝을 던졌던 선수는요?”

사와무라 군사와무라 군은 2군이야.”

 

용케 아네하지만 미유키 군은 입부 즉시 1군으로 선발될 텐데타카시마는 1군용 그라운드를 가리켰다.

 

“1학년에서부터 1군으로 선발되는 기회는 몇 없어그만큼 미유키 군의 재능을 높이 산다는 거야.”

…. 근데 그 사람은 왜 그 시합에서 던진 거죠?”

우리는 아직 절대적인 에이스가 없는 상황이야카와카미 군을 구원 투수로 쓰고 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는 카와카미 군보다는 사와무라 군에게 기대는 편이고.”

 

감독님도나도 그가 가진 재능의 뿌리는 굉장하다고 생각하니까타카시마의 말에서 묻어 나오는 일말의 아쉬움에 미유키는 대강 눈치챘다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하지만 봉오리만으로도 이 꽃밭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내보이는 꽃이라두근거리기 시작하는 심장을 억누르며 미유키는 타카시마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2군의 연습은 끝났을 텐데 누군가가 2군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었다타카시마가 2군 그라운드가 잘 보이는 벤치에 앉기를 권했다.

 

올해 우리 주전 포수가 졸업해.”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 말이군요.”

그가 다 키워 내지 못한 재능을미유키 군이 피워 내 줬으면 좋겠어.”

왜죠?”

미유키 군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선망하던 대상이 미처 다 키우지 못한 꽃자신의 손으로 아직 아무에게도 보인 적 없는 그 꽃을 피워 낸다.벌써 드리우는 노을을 배경으로 아직도 그라운드에서는 누군가가 뛰고 있다타카시마와 미유키가 앉은 벤치와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미유키는 푸하핫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핫지금 저거 타이어에요?”

보다시피.”

누가 요즘도 타이어를 끄나 했는데하하하하!”

 

타카시마는 미유키가 마음껏 웃도록 내버려두었다타이어가 그라운드 반 바퀴를 돌았을 쯤에야 가까스로 웃음을 멈춘 미유키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그래서 미유키 군의 대답은?”

제가 말 안 했던가요이 학교로 정했다고.”

 

미유키는 기대감을 꿀꺽 삼켰다.

 

타이어만 끄는 미련한 선배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노을에 비친 그림자가 그라운드에 길게 늘어진다.

 

 

저도 기대하고 싶어지는 꽃봉오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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