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즈가 모두 유치원생이고 미유키랑 쿠라모치가 유치원 선생님입니당

이 글은 제가 다섯 살 때 동네 골목대장에게 선빵을 날린 경험과 3개월 동안 유치원에서 일한 경험을 모두 담아 썼습니다.... 

(201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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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전쟁 아닌 전쟁을 마치고미유키 카즈야는 겨우 개나리 반에 들어섰다의자에 앉자마자 한껏 긴장해 있던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그는 그대로 책상에 엎드리려다가 다 식어 빠진 커피 잔을 엎을 뻔 해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그가 지끈 지끈 울리는 두통에 결국 버리려던 커피를 마시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복도를 뛰듯이 걷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개나리 반 문 앞에서 멈추더니 달칵 하고 조그만 얼굴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그리고 다급하게 외쳤다.

 

선생님!! 에이준이랑 사토루가…!”

.”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상황에 미유키는 영혼 없이 머그잔을 책상 위에 내려 놓고 실내화를 고쳐 신었다.한숨 한 번으로 다시 몸 안의 긴장을 되살리고 그는 침착하게 뛸 준비를 했다그 녀석들이 관련되는 일에는 재빨리 반응하는 것이 좋다그것이 그가 개나리 반 담임을 두 달 째 맡으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하루이치어디지?”

놀이터요!”

그래….”

 

늘 고마워하루이치눈이 보이지 않는 분홍색 머리카락을 한 번 쓰다듬어 준 미유키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복도에서는 뛰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과는 반대로 복도를 뛰어 나가 유치원 놀이터로 향했다이번엔 또 무슨 일일까모래놀이용 삽이 부족했나아니면 모래성을 무너뜨렸나가능한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하면서 미유키는 유치원 현관문을 열었다.

 

 

 

이미 원생들이 대부분 하교한 후라서 놀이터에는 사와무라와 후루야뿐이었다미유키는 놀이터가 보이기 시작하자 천천히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살폈다그 때우아앙 하고 울음 소리가 놀이터 그네 쪽에서 터져 나왔다.

 

에이준?!”

… 우아앙!!”

에이준무슨 일이야.”

 

놀이터 가운데에 설치된 간이 그네 앞에서 울고 있는 사와무라와 넘어져 있는 후루야를 발견한 미유키가 급히 사와무라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혔다등을 토닥거리자 히끅이면서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미유키는 후루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뒤로 넘어진 듯 손바닥이 약간 까진 채로 모래밭에 주저 앉아 있던 후루야의 눈가에 조금씩 눈물이 고이다가 곧 울음을 터뜨렸다.

 

사토루??!”

… 에이준이… ,….”

에이준사토루둘 다 그만 울고….”

 

한 손으로는 사와무라를 달래면서 다른 한 손으로 후루야를 일으킨 미유키는 난처했다일단 둘 다 안은 채로 달래보았지만 사와무라가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는데다가 평소 울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던 후루야까지 눈물을 글썽이고 있어서 어쩐지 일이 자꾸 커지는 것 같았다그 때 미유키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사와무라가 고개를 들더니 후루야의 손을 자기 손으로 붙잡았다.

 

흐읍… … … 미안해….”

?”

… 미안끄윽사토루….”

 

그대로 후루야에게 매달리나 싶더니 후루야의 품에 파고든 사와무라가 꽉 껴안은 채 미안하다고 반복하며 훌쩍이기 시작했다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일단 두 아이를 안고 있던 팔을 풀자 후루야도 눈물 방울을 글썽인 채로 괜찮다며 사와무라를 꼬옥 안아준다.

 

이게 무슨 일이야…”

선생님…!”

 

뒤늦게 미유키를 따라 나온 해바라기 반의 코미나토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거칠어진 호흡을 갈무리하며 미유키의 바지자락을 쥐었다이 상황을 처음부터 확실히 목격했을 유일한 목격자에게 미유키는 당혹감을 감추고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니?”

그게….”

 

코미나토가 설명한 상황은 이랬다후루야와 코미나토는 이웃집에 살기 때문에 코미나토의 큰 형이 고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원에 들릴 때까지 유치원에서 기다리곤 했었다그와 달리 사와무라는 평소 유치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에 돌아갔다하지만 오늘은 양친이 모두 일이 있어 늦는다는 연락을 했었고그래서 부모님이 데리러 올 때까지 원에 머무르게 되었다모든 문제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다같은 개나리 반이지만 반장 자리를 놓고 늘 티격태격하는 두 아이가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 없이 자유로워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뻔한 결과였다.

 

사토루가 먼저 그네에 앉았는데모래놀이를 하던 에이준이 갑자기 자기도 그네 탈 거라면서…”

후우우….”

 

그러니까 먼저 시비를 건 것은 사와무라였다당연히 평소 사와무라를 좋아하지 않았던 후루야가 쉽사리 그네를 양보할 리가 없었고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 – 후루야가 사와무라를 건드려서 열심히 색칠하던 그림이 선 밖으로 삐죽 튀어나왔다 – 과 그저께 점심 시간에 있었던 일 – 젓가락질이 서툰 사와무라가 후루야의 자리에 반찬을 흘렸다 – 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싸우게 된 모양이었다코미나토는 사와무라와 함께 모래성을 만들다가 말다툼이 점점 심해지자 개나리 반 담임 선생님인 미유키를 다급하게 찾아온 것이었다.

 

그럼 에이준이 왜 우는지는 모르는 거니?”

…”

 

어느새 둘 다 울음을 그쳤는지 놀이터에는 코를 훌쩍이는 소리만 가득했다후우다시 한숨을 내쉰 미유키는 사와무라와 후루야를 덥썩 안아 들어 원으로 데려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선생님?! 하고 둘 다 놀란 듯 동그래진 눈을 미유키에게 향해온다이렇게만 있으면 참 귀여운 아이들인데다시 나오려는 한숨을 어떻게든 틀어 막은 미유키는 개나리 반에 두 아이를 내려 놓았다코미나토가 쪼르르 쫓아와 개나리 반 밖에서 안을 내다 보았다먼저 살짝 까진 후루야의 손바닥에 펭귄이 그려진 밴드를 붙여준 미유키는 두 아이를 책상 옆에 세웠다.

 

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한테 말해봐.”

 

두 아이 모두 서로의 눈치를 살필 뿐 말을 선뜻 꺼내지 못한다머뭇대던 후루야가 입을 연 순간조그만 사탕이 입 안에 쏙 들어왔다해바라기 반 담임 선생님 쿠라모치 요이치가 사탕 포장지를 들고 책상 옆에서 씩 웃고 있었다얼떨떨한 채 입을 벌린 사와무라의 입 안에도 사탕을 하나 넣어준 그가 큼큼헛기침을 했다.

 

내가 지나가다가 다 봤지!”

“….. 그러면 네가 좀 해결하지 그랬냐.”

원장님 심부름 때문에 좀 바빠서~”

바쁘긴 개뿔그래서 무슨 일이었는데?”

 

쿠라모치가 장난스레 웃더니 사와무라를 사탕 포장지로 가리킨다.

 

에이준에이준이 사토루를 밀었지?”

“…..”

?”

“….. ….”

에이준이 잘못한 건 알지?”

“…. .”

사과했어?”

!”

그래그럼 사토루는 에이준 사과 받아줬어?”

.”

 

그럼 오케이외치고 슬쩍 나가려는 쿠라모치의 뒷덜미를 잡은 미유키가 목소리를 낮췄다에이준이 밀고 에이준이 울었다고코미나토가 쪼르르 개나리 반으로 들어와 사와무라와 후루야에게 다가갔다동갑인데도 어른스러운 편인 코미나토가 뭐라뭐라 말을 하자 사와무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후루야는 작게 응하고 대답한다쿠라모치는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한 것을 확인하고 말을 이었다.

 

에이준이 먼저 밀었어.”

근데 왜 울어?”

아마 밀려고 해서 민 게 아니라… 흥분해서 이야기하다가 밀어버린 게 아닐까넘어져 있는 사토루 보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덜컥 겁이 나기도 해서 울었겠지.”

아하.”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꺼낸 사와무라가 적당히 셋으로 나누더니 후루야와 코미나토에게 각자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후루야는 자기 사물함 쪽으로 가더니 모래놀이용 삽과 플라스틱 양동이를 꺼낸다그리고 언제 의기투합한 것인지 아이 셋이 쪼르르 개나리 반 밖으로 나갔다뛰어가는 두 아이와 빨리 걷는 한 아이 뒤로 미유키가 외쳤다.

 

복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걸어야 해요!”

에이준뛰지 마!”

사토루가 먼저 뛰었어요!”

아닌데.”

맞잖아!”

 

타다닥 발걸음 소리와 다시 시작된 말싸움이 조용한 복도를 울린다미유키는 개나리 반 문을 닫고 살금살금 아이들 뒤로 따라 걷다가 우왁하고 소리쳤다아이들이 흠칫하고 놀란다애써 놀라지 않은 척 하는 후루야와 뒤돌아서 쌤!! 하고 화내는 사와무라의 머리를 각각 쓰다듬은 미유키가 목소리를 깐 채 다시 물었다.

 

복도에서는 어떻게 하라고 했지?”

“…..걸어요.”

손은?”

“…..허리에.”

 

 

누가 잘 하나 보자하는 미유키의 말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후루야와 사와무라 둘 다 재빨리 허리에 손을 올리고 사뿐사뿐 걷는다후루야의 손바닥에 붙은 밴드가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다내일 아침엔 둘 다 칭찬 스티커를 하나씩 줄까미유키 카즈야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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