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려 먹는 au 설정!!! 나이를 조금 더 먹어서 17살 크리스랑 9살 에이준이에요!! 

메리 크리스마스!!!

(2013.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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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맞아 짧은 휴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원들이 휘두르는 배트가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연습장에 가득했다크리스는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한 번 둘러보고벤치에 놓아 두었던 가방을 챙겼다도내에 집이 있어 가까운 편이라고는 하지만 집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편히 쉬기 위해서는 기숙사에 머무르는 쪽이 나았다그런 이유에서 크리스처럼 집이 가까운 부원들도 휴일을 받아도 집에 가기 보다는 연습을 좀 더 하고 기숙사에서 쉬기를 선택했다하지만 크리스는 그들과 달리 휴일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두르곤 했다그라운드를 나서는 크리스의 등 뒤로 목소리가 쏟아졌다.

 

선배!!”

크리스!!”

 

후배와 동기의 목소리에 크리스가 발걸음을 잠시 멈춘 사이쿠라모치와 코미나토가 재빨리 다가왔다.

 

또 나가세요?”

내일 저녁까지는 돌아올 거야.”

크리스수상해~”

 

코미나토의 눈매가 가늘게 휘어진다코미나토의 표정을 슬쩍 본 쿠라모치가 역시나하는 얼굴로 말을 받았다.

 

선배 진짜 한 번도 안 빠지고 매번 집에 가시네요.”

“1학년 때도 맨날 집에 갔는데 말이지~”

 

두 사람의 얼굴이 심술궂은 미소를 띤다크리스는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무슨 얘기야하고 재촉했다.

 

여친 있으신 거 아니에요?”

여자친구라든가있는 거야?”

?”

휴일마다 급히 정리하시고.”

나갈 때마다 케이크에푸딩에.”

결정적으로 아까 연습 쉬는 시간에 선배랑 저랑 봤다구요!”

 

갑자기 만담처럼 이어지는 대화에 크리스가 무슨 소리야하고 되묻기도 전에 숨을 죽인 두 사람이 잔뜩 기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휴대폰 보면서 미소 짓던 거!”

“… 내가 그랬나?”

저 선배 그런 얼굴 처음 봤어요!”

나도 작년에 코시엔 나간 이후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고.”

내가 정말 웃었어?”

그렇다니까요!”

그렇다니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크리스와는 반대로 코미나토와 쿠라모치는 이제야 증거를 잡았다며 신나게 떠들었다.

 

역시 그랬다니까요!”

그래서 여자 친구는 미인이야?”

너희가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질문을 쏟아내는 두 사람을 말리던 크리스는 결국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었다몇 번 버튼을 누른 크리스는 하아한 번 한숨을 쉬고 휴대폰에 사진을 띄워 두 사람에게 보이도록 고쳐 잡았다.

 

난 그 때 이걸 보고 웃었던 것뿐이야.”

“….?!”

 

휴대폰 액정에는 산타 모자를 쓰고 반쯤 감긴 눈을 한 채 선물이 잔뜩 쌓인 트리 밑에서 졸고 있는 한 남자 아이가 찍힌 사진이 떠 있었다.

 

누군데요….?”

뭐야여자 친구가 아니었잖아.”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본 쿠라모치가 잔뜩 궁금한 듯 물어왔다반대로 코미나토는 흥미가 떨어진 듯 맥 빠진 얼굴을 한 채 뒤통수를 긁을 뿐이었다.

 

동생이야.”

동생요이제 초등학생인 것 같은데?”

늦둥이인가 보지.”

 

멋대로 대답한 코미나토가 에이김 샜어하고 말을 덧붙였다아까부터 서두르는 기색이던 크리스를 살핀 그가 슬슬 크리스를 놔주자고 말하려던 찰나였다.

 

.”

코미나토 선배?”

“… 아니다가자쿠라모치오늘밤은 루돌프처럼 뺑뺑이를 돌려야겠어.”

“…. 선배!”

크리스마스 잘 보내크리스!”

메리 크리스마스.”

 

코미나토는 충격적인 발언에 잔뜩 몸을 굳힌 쿠라모치의 뒷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 기숙사로 향했다크리스에게서 그런 표정을 보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마치 바로 눈 앞에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는 듯 부드럽게 풀어지는 표정과 가볍게 호선을 그리는 입가살짝 이채가 도는 눈동자가 얼마나 크리스가 그 아이에게 애정을 주고 있는 지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런 표정을 보고 여자 친구라고 착각하다니나도 한 물 갔어.”

?”

아니오늘 밤 열심히 배트를 휘둘러 보자는 뜻이야.”

선배살려주세요…”

 

 

 

크리스는 늘 들리던 케이크 가게 앞에서 잠깐 주춤했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쿠라모치와 코미나토에게 붙잡혀 있느라 시간을 꽤 보냈다내려 앉기 시작한 겨울 저녁 노을을 등지고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그는 눈에 보이는 가게 간판에 완전히 걸음을 멈추었다.

 

이걸로크리스마스 선물을 할까.”

 

어느새 부드러운 미소를 띤 그는 가벼운 걸음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어스름이 깔린 저녁이었다대문 위에 약간 쌓인 눈을 털어 내고,크리스는 노크 대신 오랜만에 초인종을 눌렀다곧이어 우당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활짝 열리고조그만 온기가 펄쩍 뛰어 올라 크리스에게 안겼다.

 

!”

에이준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은은히 울리는 캐롤과 따스히 퍼져나가는 온기가 크리스를 맞았다혹시나 아이가 찬 공기를 쐴까 봐 크리스는 서둘러 현관문을 닫고 사와무라를 내려 놓았다어느새 허리 즈음에 닿도록 자란 사와무라가 산타 모자를 벗어 크리스의 손에 쥐어 주었다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주려던 크리스의 손은 사와무라가 방금 생각났다는 듯 요란하게 위층으로 올라가버리는 바람에 허공을 갈랐다.

 

에이준…?”

나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했어!”

 

잠시만 기다려!! 계단 참에서 외친 사와무라는 그대로 두다닷소리와 함께 계단 위로 사라졌다.

멍해진 크리스를부엌에서 나온 어머니가 맞아주었다.

 

그런데 가져온 건 뭐니?”

에이준 선물이에요.”

사실 우리도 에이준 선물을 준비하긴 했는데….”

 

약간 부끄러운 듯 어머니가 한 번 헛기침을 큼큼 했다.

 

에이준이 산타 할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오늘 아침에서야 찾았지 뭐니갖고 싶어 했던 선물과 전혀 다른 건 준비했더라구.”

그래서요?”

다행히 이것도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은데… 설마 편지를 걸어둔 양말 속에 넣어놨을 줄이야.”

 

너희 아버지가 에이준 학교 간 사이에 샅샅이 뒤졌는데 안 나왔거든하고 말을 덧붙인 어머니가 혹시나 에이준이 들을까 싶어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물었다.

 

그런데그건 뭐니?”

… 에이준이 야구를 시작한 지도 좀 된 것 같아서…”

 

선물 포장지 사이로 언뜻 갈색 가죽이 보였다어머니는 그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더욱 활짝 웃었다.

 

너희는 정말 형제구나.”

무슨 말씀이세요?”

!!!”

 

쪼르르 달려온 사와무라가 거실에 서 있는 크리스에게 손에 쥐고 있던 상자를 건네 주었다잘 묶인 붉은 색 리본을 풀고 상자를 열자가죽 향기가 물씬 나는 새 글러브가 나왔다.

 

메리 크리스마스!”

“….. 고마워에이준.”

?”

 

순간 먹먹해지는 가슴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꺼낸 말 한 마디는 잔뜩 갈라져 있었다기대하던 반응이 아닌지 사와무라가 고개를 갸웃했다크리스는 가방과 함께 쇼파에 내려 놓았던 선물을 집어 들어 에이준에게 건네었다.

 

에이준메리 크리스마스.”

우와!! 나 이거 뜯어봐도 돼?”

그러렴.”

 

그대로 쇼파에 앉은 사와무라가 신나게 선물 포장을 풀었다포장지 안에서 크리스가 받은 것과 사이즈만 다를 뿐 똑 같은 글러브와 야구공이 굴러 나왔다.

 

!! 선물이 나랑 똑같아!!”

그러게마음이 통했나 보다.”

나 이거 진짜 갖고 싶었는데고마워!!”

 

 

씨익 웃는 사와무라의 얼굴을 보며 크리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 얼굴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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