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 존잘 ㅇㄱ님이 미사와 연성을 던져 주셔서 저도 막 던지고 셜록 보러 간 글(?)

(2014. 0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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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잠깐 멈추고 연필을 내려놓은 사와무라는 잔뜩 써내려 가던 종이를 구겼다그리고 단단히 뭉친 종이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졌다아니 종이는 깨끗한 포물선을 그리며 쓰레기통을 향했지만 쓰레기통 테두리에 맞고 튀어나와 쓰레기통 주변을 데구르르 굴렀다.

 

아오!!”

 

사와무라는 짜증 섞인 소리를 한 번 지르고 의자에서 내려와 몸을 굽혀 종이를 주웠다너무 힘 줘서 썼던 걸까뭉친 종이 뒷면으로도 글자가 적혀 있을 부분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것이 느껴졌다그대로 방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사와무라는 구겼던 종이를 슬그머니 펴 보았다핑크색 하트 무늬가 여러 크기로 흩뿌려진 편지지는 건장한 남자 고교생이 손에 쥐고 있기에는 너무 화려했다입술을 깨문 채로 다시 종이를 와구와구 구긴 사와무라는 그대로 누워 버렸다.

 

이게 무슨 고생이야….”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빌렸던 만화책을 돌려주려고 향한 같은 반 여자아이의 자리는 꺅꺅대는 비명 소리로 가득했다다른 여자아이들까지 잔뜩 몰려 있는 모습에 만화책을 내려 놓으며 뭐야하고 묻자 사와무라 바로 옆에 서 있던 아이가 책상 위에 놓인 잡지를 가리켰다.

 

이번 달 잡지가 고백 특집이거든!’

 

마침 잡지를 가져온 여자아이가 페이지를 넘겼다별자리에 따라 한 달 운세를 이야기해주는 듯, ‘별들에게 물어봐’ 라고 적힌 코너가 책상 반대편에 서 있는 사와무라에게도 비록 거꾸로 된 글씨였지만 잘 보였다그리고 사와무라의 별자리가 가장 위쪽별 모양의 박스에 화려한 색으로 적혀 있었다그러니까 그건 절대로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었다다른 여자 아이들이 이 잡지의 운세는 잘 맞는다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좀 거슬렸던 것뿐이었고사와무라의 별자리에 해당하는 것이 크게 써 있었던 것뿐이었다.

 

[오늘 당신의 연애운은 최고사랑하는 그이에게 편지로 고백한다면 달콤한 사랑은 꿈이 아닐지도?! 럭키 컬러는 핑크색♡]

 

 

 

 

사와무라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보 같아…”

 

연습을 끝내고 씻고 돌아와 다른 방에 놀러 간 쿠라모치가 돌아 오기 전 다 쓰겠다는 일념으로 연필을 집어 들었던 게 벌써 30분 전이었고 쓰레기통에 들어간 분홍색 편지지가 세 장이었다사와무라는 손에 들린 구겨진 종이를 빤히 바라보았다어차피 편지지는 이제 딸랑 한 장이 남았다모가 되든도가 되든 써 보고 마지막 한 장조차 마음에 안 들면….

 

그냥말하지 말자.”

 

사와무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에는 신중하게 쓰레기통 앞에서 종이를 던져 넣었다쓰레기통 안이 핑크색으로 넘실거리는 꼴이 꼭 지금 자기 모습을 비웃는 것만 같아 속이 쓰렸다의자에 앉아 힘이 들어가려는 손을 몇 번 접었다 펴서 억지로 힘을 뺐다그래도 자꾸처음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졌던 때처럼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만 같다사와무라는 연필을 쥐고 최대한 또박 또박, To. 부터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편지지 중반을 채울 때쯤 사와무라는 숙였던 고개를 조금 들고 뻐근한 어깨를 주물렀다입 속으로 여태까지 쓴 내용을 한 번 훑어 읽어본다네 번의 실패가 좀 도움이 된 것 같긴 했다힘을 주어 쓰다 보니 발갛게 손톱 자국이 남은 손바닥을 문지르며 사와무라는 한숨을 쉬었다.

 

편지로 고백하면 좀 더 쉬울 줄 알았는데…”

뭘 고백해?”

미 미유키!!!”

선배 붙이랬지.”

 

미유키가 사와무라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사와무라는 아야야소리를 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 사이를 틈 타 미유키는 사와무라가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던 책상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길래 문 열리는 소리도 못 듣고 하고 있어?”

미유키가… 아니 미유키 선배가 알 바 아냐!!”

여친한테 편지 쓰고 있던 거구만~”

 

잔뜩 당황한 얼굴인 사와무라가 책상을 가리려고 들었지만 미유키의 손이 더 빨랐다.

 

핑크색 편지지라… 의외로 소녀 같은 부분도 있네.”

그거 돌려줘!!”

선배한테 자꾸 반말 쓴다 이거지?”

 

홱 낚아챈 손에 들린 편지지를 잡으러 사와무라가 벌컥 일어섰다하지만 미유키는 이미 편지지를 읽기 시작한 후였다.

 

“To. 미유키 선배….”

그거 내놔!!!”

 

사와무라의 손이 편지지를 스쳐 지나가 미유키의 안경에 닿았다얼결에 안경을 벗겨낸 사와무라는 미유키가 첫 부분을 반복해서 읽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갑자기 눈 앞이 흐려져 초점을 맞추기 위해 잔뜩 인상을 쓰던 미유키도 그제서야 상황을 깨달았다흐릿한 시야 너머고개를 숙인 사와무라가 보였다귀 끝이 새빨갛게 불타고 있다.

 

여자친구한테 편지 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손에 들린 편지지를 빼앗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굳어 있는 모습이 딱 사와무라답게 바보 같아서 미유키는 편지지를 접어 슬쩍 주머니에 넣었다그리고 사와무라에게 다가갔다.

 

저기사와무라?”

“…..”

나는 말로 고백해주는 게 더 좋은데.”

 

슬그머니 사와무라의 손에 잡힌 안경을 빼내고손에 닿는 감촉에 놀라 고개를 든 사와무라에게 여유 있게 웃어 보인다.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을게내일.”

 

 

점심 같이 먹자고안경을 제대로 쓴 미유키는 그대로 5호실을 나갔다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에야 번쩍 고개를 든 사와무라는 그제서야 미유키가 한 말을 곱씹다가 얼굴이 시뻘겋게 된 채 빽 소리를 질렀다복도를 걷던 미유키는 으아아아악!! 하는 사와무라의 외침과 양 옆호실에서 시끄러워하고 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종이 뒤편으로도 글자의 요철이 느껴질 만큼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 분홍색처럼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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