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썼던 글에 이어서! 이번에는 에이준 시점입니다.
(201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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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교내는 다들 조금씩 들떠서 산만했다. 졸업식 연습 이전에 담당 구역 청소를 끝내야 한다는 말에 반 아이들 전체가 달려 들어 맡은 구역을 쓸고 닦았다. 나는 야구부라는 명목으로 따로 담당한 구역이 없었기에 카네마루와 함께 교실 밖으로 내쫓겼다. 청소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시계를 보니 3학년들이 강당에 모여 있을 시간이었다. 마침 강당 쪽에서 취악대의 공연 소리가 흘러 나온다. 나는 바지자락에 잔뜩 땀이 찬 손을 닦았다.
그렇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를 한 번 더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쪽지에 적어 두었던 시간에 맞추어 학교 뒤편으로 향했다. 메마른 가지에 겨우 매달린 꽃봉오리가 바람에 흔들린다. 이제 새로운 봄이 시작된다. 그가 없는 팀과 함께. 잔뜩 긴장한 마음을 끌어안고 바닥만 보고 있었던 순간, 내 앞에 멈춰서는 기척이 났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을 한 채, 그가 내 앞에 서 있었다. 한동안 아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배를 좋아해요.”
“…..”
“받아주지 않으셔도 됨다.”
오랜만에 내는 목소리에 입 안이 거슬거슬하다. 그의 대답이 없어 재빨리 한 마디를 덧붙였지만 그는 여전히 조용했다. 조그만 기대와 그보다 큰 불안이 손 끝에서부터 어깨까지 슬금슬금 타고 올라오는 기분에 나는 떨리기 시작한 손을 꽈악 쥐었다.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힘을 준 손을 바라보던 그가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의 눈빛 또한 내 손처럼 떨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나는 잠시 숨을 들이켰다.
“그러면?”
“그냥, 선배의 넥타이를 받고 싶슴다.”
“넥타이?”
“네, 기념으로 받고 싶슴다. 여긴 가쿠란이 아니니까 두번째 단추를 받을 수 없잖아요.”
그쵸? 일부러 가볍게, 농담처럼 던지려던 말 끝이 잔뜩 떨린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손 끝에서, 말 끝에서 시작된 떨림이 온 몸에 퍼지는 감각이 낯설다. 차마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숙인 시선에 그의 손이 보였다.목 아래를 부드럽게 오가는 손이 단정하게 넥타이를 매주었다.
“…… 감사함다.”
“나도, 사와무라 널 좋아했어.”
“……”
“앞으로도 응원하마.”
“선배도, 미국에서 잘 할 거라 믿슴다.”
그가 나를 지나쳐간다. 내 곁을 스치는 그 순간, 고마워. 하는 그의 말 한 마디에 나는 떨리는 마음을 그대로 붙잡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계속 그 한 마디만이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억지로 발걸음을 옮겨 학교로 향하는 내 팔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그 넥타이, 누구 꺼야?”
“…… 미유키 선배.”
“누구 꺼냐고.”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선배가 내 셔츠 아래에 매여 있던 넥타이를 풀었다. 그리고 선배가 매고 있던 넥타이를 풀더니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선배, 뭐하는 검까!!!”
“내 꺼 써.”
“네?”
“내 꺼 쓰라고. 이거 말고.”
선배가 소각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내가 매고 있던, 그의 넥타이를 집어 던졌다. 나는 다시 이를 악물고 새어 나오려는 비명을 참았다.
“기숙사 가면 네 넥타이 나한테 줘.”
“…… 선배.”
“안 그러면 내일 학년 주임한테 걸린단 말야♡”
“……”
“이따 연습 시간에 보자.”
선배가 소각장 옆에 놓여 있던 쓰레기통을 들고 학교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다. 내 마음을, 그리고 그의 마음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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