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와] 갈증

연성/글 2014. 2. 4. 07:43

출국 준비로 바쁘고 여기 와서는 일정이 바빠서.... 도 있지만 요즘 소비하고 싶어서 ㅠㅁㅠ 안 썼는데 리카르한테 영업한 게 넘 미안해섴ㅋㅋㅋㅋㅋㅋ 써 봤습니다 미안해 리카르님~~~ 

(현지시간 2014. 0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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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타자가 망설이는 게 보였슴다그래서 따악 결정구를 넣어줬죠!!”

 

그 때 그 타자 얼굴을 선배가 봤었어야 하는 건데!!

사와무라의 앞에 놓인 맥주잔은 여전히 툭 치면 쏟아질 정도로 가득 차 있었다거품이 조금 사그라들어 찰랑거리지 않을 뿐이었다빈 잔을 테이블 구석으로 밀어낸 미유키는 대강 대답해주며 앞에 앉은 사와무라의 맥주잔을 슬쩍 가져가 마셨다사와무라는 미유키가 자신의 잔을 가져간 줄도 모르는 듯 여전히 신나게 자신이 어떻게 다음 타자를 아웃시켰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취했나 싶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떠드는 건 사와무라인데 오히려 듣는 미유키 쪽이 목이 말랐다아니솔직히 말해서는 부글 부글 끓는 감정으로 목이 탔다일부러 맥주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아도 술 대신 이야기에 취한 사와무라는 이제 4회 말에 이루어낸 득점 – 사와무라의 번트가 큰 역할을 했다 – 로 주제를 옮겼다미유키는 다시 맥주잔을 잡았다.

 

대학 졸업 후 프로 선수 대신 취직을 선택한 지 일 년본격적으로 야구만 하던 시절을 버린 지도 이제 곧 이 년 즈음에 접어들은 미유키였다프로의 세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대학 시절에 깨닫고타자 대신 소비자를 쥐락 펴락하는 마케팅으로 시선을 돌린 건 미유키 자신이 생각해도 꽤 괜찮은 것이었고 적성에도 맞았다.그 대신프로 진출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와무라와의 배터리를 공식전에서 이룰 기회를 영영 잃는다는 말과 같았다운명의 장난인지 미유키와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게 된 사와무라는 매년 여름 꼭 한 번씩 미유키와 경기장에서 만나게 되었다배터리가 아니라 타자와 투수혹은 포수와 타자의 관계로처음 붙었을 때는 미유키의 학교가 이겼고그 다음 해에는 사와무라의 학교가 이겼다미유키는 그 해 이후로는 선수로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둘의 승패는 동점이었다미유키는 사와무라가 이겼던 그 날 밤확실히 자신이 이겼던 침대 위를 잠시 생각했다가 사와무라가 듣고 있냐며 떽떽거리는 바람에 상념에서 벗어났다.

 

지금 선배 안 듣고 있죠!!”

응응듣고 있어~”

전혀 듣고 있는 얼굴이 아니거든!!!!”

 

아직도 욱하면 말이 짧아지는 버릇은 여전하군미유키는 물방울이 맺힌 맥주잔을 만지작거리며 화제를 자연스럽게 돌렸다.

 

그래서 그 번트가 통산 몇 번째 번트냐?”

…. 잠시만요… 한 번 세어 보게.”

 

왈칵 화를 낸 걸 그새 잊어버리고 기억을 곱씹어가며 손가락을 접는 사와무라 몰래 씨익 웃은 미유키는 우우웅울리는 진동 소리에 슬쩍 테이블 밑으로 휴대폰을 꺼냈다다섯…. 여섯…. 진지하게 번트를 헤아리는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잦아들기 전 메일을 보낸 미유키는 언제 그랬냐는 듯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고 다시금 타들어가는 목을 맥주로 축였다… 열하나…. 손가락 대신 기본 안주로 나온 과자를 티슈 위에 올려 놓고 세던 사와무라의 휴대폰이 울린 건 미유키가 사와무라의 맥주를 절반도 넘게 비웠을 때였다.

 

실례하겠슴다.”

 

휴대폰을 들고 재빨리 일어선 사와무라가 잰 걸음으로 가게 밖을 향한다미유키는 외투도 챙기지 않고 나간 사와무라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와무라가 티슈 위에 올려둔 과자를 집어 들어 와작와작 씹었다싸하게 퍼지는 와사비 향이 코 끝을 찡하게 울렸다열 개 남짓 있던 과자가 모두 사라졌을 때 쿵 쿵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미유키!!!!”

 

사와무라의 고함 소리는 시끄러운 술집 안의 소음에 파묻혔다하지만 명백히 화난 얼굴은 미유키가 씨익 웃으며 누구야하고 물어도 사그러들지 않았다.

 

크리스 선배 일본에 온 거 알고 있었어?!!”

일단 내가 동창회장을 맡고 있으니까~”

그럼 이제 막 떠나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 전에 한 번 만나자고 하셨으니까~”

그럼 나한테는 왜 말 안 했어!!!”

 

이상한 존대도 선배라는 호칭도 집어 치운 채 거칠게 미유키의 앞에 서서 씩씩대는 사와무라를 흘끗 바라본 미유키는 과자 때문에 꺼끌한 입 안을 맥주로 넘겼다그리고 턱을 괸 채 대답했다.

 

알려줬으면 넌 크리스 선배 만나러 갔을 거 아냐.”

당연하지!!”

근데 난 네가 선배랑 만나는 게 싫거든.”

 

할 말을 잃은 사와무라가 미유키 앞에 선 채로 굳었다칸막이너머로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점원들이 서빙으로 바쁜 것을 확인한 미유키는 그대로 사와무라의 허리를 가볍게 껴안았다뒤늦게 반항하는 몸을 억지로 옆자리에 앉히고포옹했던 왼팔만 풀어내어 오른팔로는 단단한 허리를 휘감는다.

 

아까부터는 계속 다른 포수랑 잡은 아웃 얘기만 하고.”

아니그게….”

나더러 얼른 질투하라는 거야뭐야.”

 

뒷덜미가 붉어진 사와무라가 애써 시선을 피하다가 미유키가 맨투맨 안으로 손을 넣은 순간 빼액 소리질렀다.

 

그러는 미유키 너야 말로 여자들한테 쓸 데 없이 웃고 다니잖아!”

쓸 데 없이?”

가게 들어와서도!! 여자 직원한테 괜히 웃어주고!! 뭐하자는 거야!!”

 

슬금 슬금 배꼽 주위를 타고 올라오는 미유키의 손을 사와무라가 잡아채서 빼냈다아깝네하고 순순히 물러나는 척한 미유키는 사와무라의 어깨로 팔을 올렸다.

 

쓸 데 없는 거 아닌데?”

그럼 뭔데!!”

너 질투하라고 하는 거.”

 

이번엔 정확하게 스트라이크다고개를 푹 숙인 사와무라의 귓가가 빨갛게 열이 올라 있다가볍게 어깨에 걸쳐 두었던 팔을 들어 뜨끈한 귓가를 지분거리자 아무 말도 못하고 으으으…. 하는 소리만 입술 사이로 내뱉는다미유키는 사와무라의 어깨에 걸쳤던 오른팔에 좀 더 힘을 주었다완전히 힘이 빠진 듯 사와무라가 아까와는 달리 순순히 안긴다.

 

완전 유치해…”

유치하게 만든 게 누군데?”

진짜 싫어.”

왜 사와무라는 좋다는 말을 못할까~”

시끄럽거든!!”

 

 

대답 대신 볼에 와 닿는 입술에 미유키는 갈증이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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