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2월 12일에 짤막하게 썼던 글입니당... 

첫번째 꺼는 탐라에서 징징댔더니 아거님이 아트를 ㅠㅠㅠ 그려주셔서 ㅠㅠㅠㅠ 감사해서...

두번째는 공부하기 싫어서 탐라 관음하다가 졍님 그림이 넘 좋아서....


1.


사와무라는 노을을 뒤로 하고 적막이 깔린 도서실을 찾았다.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닥치는 대로 읽어댄 것까지는 좋았는데, 돌려줘야 하는 것을 잊어 반납기한을 훨씬 넘긴 고란쇼를 든 채로 살금살금 반납대로 항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못했다. 아직도 불안한 마음이 두근두근, 가슴께를 뻐근하게 눌러왔다. 

문을 닫기 직전이어서 그런가, 도서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너무 늦게 반납하는 것 같아서 조금 죄송한 마음을 담아 조심스레 반납대장에 이름을 쓰고 사와무라는 책장으로 향했다. 책등에 적힌 숫자를 따라 989 로 시작하는 책장 칸을 찾는데, 억센 팔이 강하게 사와무라를 돌려 세웠다. 상황을 파악할 여유조차 주지 않은 채 그대로 가까이 다가온 시선이 순간 눈을 깜빡인 사이에 사와무라의 숨을 앗았다. 거칠게 붙들린 것과는 달리 온 정신을 부드럽게 사로잡는 키스에 사와무라의 시선이 몽롱해질 무렵, 붉은 얼굴을 한 채 떨어진 미유키가 사와무라를 끌어 안았다.

"괜찮아."
"......"
"다 괜찮아."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던 불안감이 온 몸을 잠식해, 사와무라는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콧잔등에 내려 앉았던 미유키의 입술이 다시 다가왔다.



2.


여유 있는 미소를 보고 있자니 도리어 부글부글 속에서 열이 끓는 느낌이다. 사와무라는 하고 있던 목도리도 확 풀어 헤쳐 버리려다가 싱글 싱글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는 카디건 자락을 단단히 여몄다. 길을 걷다가 불어닥친 한풍에 춥다고 한 마디 뱉은 게 원인이라면 원인이었다. 그 말에 대뜸 멈춰 선 미유키가 주섬 주섬 코트 단추를 풀더니 들어오지 그러냐♡ 하고 코트 자락을 들어 올렸다. 당황해서 미쳤슴까!! 하고 화내듯 소리를 질렀는데 그 이후로 미유키는 아무 말 없이 계속 아저씨 같은 미소만 지은 채 사와무라의 옆에서 걷고 있다.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인데, 좀 매정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와무라는 입술을 깨물다가 결국 이번에도 자신의 패배란 것을 어렴풋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선배."
"왜~?"
"손 시림다."
"그래서?"

미유키가 모르는 척 말꼬리를 잔뜩 늘인다. 이 상황을 즐기는 모습이 명백해서 사와무라는 확 장갑을 다시 꺼낼까 싶다가 이왕 진 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기로 했다.

"손 잡아달라고요!!"
"나도 손 시린데."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은 양 손을 빼지 않은 채 미유키 답했다. 이 사람이 진짜...!! 사와무라는 고개를 홱 돌렸다. 손 끝이 이미 차가워지고 있었다. 거절당한 것도 슬픈데, 카디건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끼는 것도 모양 빠져서 사와무라는 그냥 카디건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으려고 했다.

"근데 이렇게 하면 너랑 나, 둘 다 따뜻하지?"
"......"

미유키가 사와무라의 왼손을 잡아 채 코트 주머니 안으로 끌어 당겼다. 따뜻한 기운이 얼어가던 손 끝부터 사르륵 녹인다. 미유키는 사와무라의 오른손을 흘낏 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쪽 손도 잡아줄까?"
"돼, 됐거든요!!"
"예약한 가게 여기 근처니까 얼른 들어가자. 오른손은 내가 못 잡아주잖아."

곧이어 속도를 붙여 걷기 시작하는 미유키의 보폭에 발걸음을 맞추며 사와무라는 칭칭 두른 목도리에 얼굴을 묻었다. 손 끝에서부터 전해진 온기가 머리까지 어떻게 한 건지 얼굴 표정까지 잔뜩 풀어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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