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사와 짧은 글

연성/SS 2014. 2. 24. 12:10

아포님이 쓰셨던 베타 쿠라모치x오메가 에이준 글에 짧게 이어봤습니다 (14.02.19)


-----------------------------------------------------------------------------------------------------------


쿠라모치는 오늘 오후까지만 해도 그 날 있었던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시합이 끝나고 강타선을 잘 틀어막은 사와무라가 아싸! 소리 치며 마운드를 내려 와 쿠라모치에게 덥석 안기는 순간, 그 날 방에서 맡았던 그 기묘한 냄새가 강한 땀 냄새 사이에 섞여 후각을 자극했다. 왠지 모르게 순간 굳어버린 몸으로 어떻게든 사와무라의 어깨를 두드려주는데, 얼굴 보호구를 벗은 미유키가 절그럭대며 홈에서 다가왔다. 사와무라 근처에 온 그는 순간 얼굴을 굳혔다가, 다시 평소의 얄미운 미소로 가까스로 표정을 바꿨다. 사와무라가 품 안에 안겨 있어 그런 미유키의 표정을 본 건 쿠라모치뿐이었다. 

"여, 바보무라. 오늘은 잘 했어."
"헤헹, 이제야 에이스답지 않슴까!"
"늘 하던 실수는 여전하지만. 이따 반성회 잊지 마라."

다른쪽 어깨를 투닥여준 미유키는 그대로 사와무라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대더니 뭐라 속삭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사와무라가 후닥닥 쿠라모치에게서 떨어지더니 먼지 묻은 모자를 푹 눌러 썼다.

"그, 오늘 덥네요! 얼른 샤워하고 싶슴다!! 땀냄새도 많이 나는 것 같고!!!"
"그래, 쿠라모치 너도 목마르지 않아? 매니저들이 드링크 준비해둔 것 같던데."

은연 중에 미유키가 억지로 화제를 돌리는 것을 알아챈 쿠라모치는 이 뻔히 보이는 수작을 받아 들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모자를 눌러 쓴 채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사와무라를 보고 어울려주기로 마음 먹었다.

"사와무라 너는 아이싱하러 가라. 가자, 미유키!"
"약 잊지 말고."
"뭐?"
"요즘 감기 기운 있다 그래서."

멀어지는 시선 너머 사와무라가 떨고 있었다. 쿠라모치는 강제성이 느껴지는 미유키의 발걸음에 맞춰, 서두르다시피 그라운드를 떠났다.



'연성 > 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사와로 주종  (1) 2014.02.27
미사와 짧은 글  (0) 2014.02.24
미사와 짧은 글 두 개  (0) 2014.02.17
크리사와 짧은 글  (2) 2014.02.12
미사와 짧은 글  (0) 2014.02.10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