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와 짧은 글

연성/SS 2014. 2. 24. 12:12

학생 미유키 선생님 에이준 au

(1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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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였던 고개를 들고, 미유키 카즈야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더듬거렸다. 다행히 어제인가 역 앞에서 받은 티슈가 손에 잡혔다. 한 손으로 어찌저찌 티슈를 꺼내든 미유키는 티슈를 펼친 손에 입에 머금었던 것을 퉤, 뱉었다. 입 안에 남은 씁쓸한 맛이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이번엔 재킷 주머니를 뒤져봤지만 나오는 건 사탕 껍질뿐이었다. 점심을 먹은 직후에 입가심으로 먹었던 딸기맛 사탕을 아쉬워 하며, 미유키는 그대로 시선을 올렸다. 거의 벗다시피해서 걸쳐지기만 한 트레이닝복 상의를 잔뜩 움켜 쥔 그 사람의 멍한 눈이 시선 한 가운데 들어와 박혔다.

"선생님."

미유키의 부름에, 조각처럼 남은 쾌락의 잔재에 몸을 맡겼던 그가 파드득 몸을 떨었다.

"저 몇 점이에요?"

질문을 받은 그의 얼굴에 점차 경악이 서려 가는 것을 보며 미유키는 티슈 한 장을 더 꺼내서 축 늘어진 그것을 잘 닦아냈다. 정강이까지 내려와 있던 트레이닝복 바지를 올려주려는데, 그가 거친 발걸질로 미유키를 떼어냈다.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미유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복 바지 무릎에 잔뜩 엉겨붙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뜀틀에 걸쳐 두었던 재킷을 입고, 바닥에 던져 두었던 가방을 집어 들었다.

"내일 기말 고사 치러 올게요."

닫혀가는 체육 창고 문 사이로 그의 몸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미유키 카즈야는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대답은 없었지만 중간 고사는 만 점인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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