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사와] 감기

연성/글 2014. 4. 12. 09:58

부추님은 쿠라사와가 보고 싶으다 하셨어~~ 예이예이예에ㅔㅔ~~~ (feat.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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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아파?

 

시야가 부옇게 흐리다. 분명히 귀는 막은 적이 없었는데 와닿는 목소리도 희뿌연한 시야처럼 흐릿하게 들렸다. 느릿하게 눈을 끔뻑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쿠ㄹ…”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만 가문 날 길바닥처럼 쩍쩍 갈라진 목이 고통을 호소했다. 나는 몇 번이고 침을 삼켜 가며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터져 나오는 기침에 결국 입을 다물었다.

 

거 봐, 그러니까 어제 일찍 자라고 했잖아.”

 

꼭 말 안 듣고 제 고집 부리다가선배가 나더러 들으라는 듯 툴툴대다가, 내 눈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큼큼 헛기침을 했다. 몸이 침대에 녹아 달라붙은 것처럼 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이불이 목 끝까지 덮여 있어서 더웠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사지를 허우적거리면서 이불 밖으로 벗어나려고 했더니 선배가 이마를 꾸욱 눌러 저지했다.

 

열도 이렇게 끓으면서 뛰긴 뭘 뛴다고.”

“…..”

 

그게 아니라 덥단 말이에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메마른 목은 다시 기침만 할 뿐이었다.

 

가만히 있어.”

 

선배가 이마를 누르던 손을 바르게 폈다. 차가운 손바닥이 닿자 온통 뜨거웠던 몸이 조금 식는 것도 같았다. 선배가 손을 떼더니 잔뜩 화난 얼굴로 나를 본다. 나는 입만 뻐끔대서 대답했다.

 

왜요???’

왜긴 왜야, 이 지경이 되도록 혼자 끙끙 앓았냐?”

?’

자기 컨디션은 자기가 관리하는 거다, 이 바보야.”

 

선배의 손이 주먹을 쥔다. 나는 다가올 아픔을 예상하며 눈을 감았다. 딱 소리 나게 내 이마를 강타한 꿀밤 이후에 평소라면 관절기 공격이 이어졌을 텐데, 그대신 차가운 것이 볼에 닿았다.

 

, 나도 아픈 사람은 안 괴롭히거든?”

그럴 것 같았는데요.’

뭐래. 일어날 수 있겠어?”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침대와 하나가 된 듯한 몸뚱어리는 바르작대는 게 고작이었다. 어이구, 엄청 부려 먹네. 하소연을 하듯 투덜대던 선배가 내 등과 침대 사이로 팔을 집어 넣어 나를 일으켰다. 침대와 맞닿은 벽에 몸을 기댈 수 있게 되자 뚜껑을 딴 이온음료를 건넨다.

 

마셔. 온통 축축한 거 보니까 탈수 오겠다.”

“…..”

 

손을 뻗고 싶었지만 그것마저 힘들었다. 바둥거리는 몸짓으로 내 상태를 대강 파악한 듯 선배가 팍 인상을 썼다.

 

알았으니까 가만히 좀 있어!”

 

고개를 끄덕이자 팍팍 한숨을 쉬며 선배가 침대 위로 올라와 앉았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나 대신 침대 스프링이 잔뜩 삐걱거렸다. 선배가 한쪽 팔을 뻗어 내 등을 단단하게 받치고 그대로 나를 품 안에 반쯤 안듯이 지탱한다. 놀란 내가 벗어나려고 움직이자 등을 받치던 손이 내 등을 꼬집었다.

 

“!!!”
, 마셔.”

 

입가에 와 닿는 음료수 방울방울에 잊고 있던 갈증이 되살아났다. 나는 선배가 대주는 음료수를 그대로 꼴깍 꼴깍 삼켰다. 단번에 음료수의 절반 정도를 비우자 꺼끌했던 목 안이 조금 편안해졌다. 삼키지 못한 음료수가 턱을 따라 흘러내리는 걸 본 선배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내가 입고 있던 티셔츠를 끌어 올려 닦아냈다. 나는 눈빛으로 항의했다.

 

그럼 내 옷으로 닦아?”

“…..”

아주머니께 죽 만들어 달라고 부탁 드렸어.”

 

침대에서 일어난 선배가 나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틱틱대는 말과는 달리 손 끝에서 다정함이 묻어 나와 나는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어쭈, 웃을 기운도 있어?”

 

대답 대신 다시 한 번 웃었다. 그랬더니 선배의 차가운 양 손이 내 뺨을 가볍게 쥐었다 놓았다.

 

너 그대로 누워 있어. 자지 말고!!”

 

자연스럽게 눈이 감겨와 스르륵 눈을 감으니 불호령이 떨어진다. 하지만 어느새 선배의 발소리가 의식 저 너머로 멀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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