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와] 꽃

연성/글 2014. 3. 29. 14:23

연성 재활 훈련 중....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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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다. 사와무라.”

?”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오늘요?”

 

미유키가 자신작이라며 내놓은 가지 볶음을 맛보고 잔뜩 얼굴을 찌푸렸던 사와무라가 멍청하게 되물었다. 된장국을 한 모금 들이킨 미유키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식사를 계속했다.

 

고지서 내는 날임까?”
아니그런 거 말고.”

메이저 리그 개막식?”

야구도 아냐.”

그럼 뭔데요?”

 

젓가락까지 내려놓고 이어지는 사와무라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하며 식사를 대강 끝마친 미유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쩍 확인한 시간이 어느새 8시를 훌쩍 넘겨 있었다. 슬슬 나가지 않으면 지각이다. 미유키는 옆 의자에 걸쳐두었던 재킷을 집어 들었다.

 

, 모르겠으면 됐어.”

대답은 해주고 출근 해야 할 거 아님까!!”

너 오늘이랑 내일은 쉬지?”

복귀 전 마지막 휴가이긴 한데아니 질문에 대답을 하라고!!”
먼저 물어본 건 난데?”

 

현관으로 향하는 미유키의 뒤를 무의식적으로 쫓아 나왔던 사와무라가 얄미운 말에 한껏 인상을 썼다. 늘 모든지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저 성격을 좋아한 적도 없었지만, 오랜만에 같이 먹는 아침 식사 자리에서까지 그래야 하냐는 게 사와무라의 생각이었다. 가지런히 놓인 구두를 신고 가볍게 구두 코를 부딪혀 나갈 준비를 마친 미유키가 현관 앞에 서 있는 사와무라를 보고 장난스레 웃었다.

 

키스해주려고?”

, 아니거든!!!”
싫음 말고.”
아씨, 해주면 될 거 아냐!!”

 

눈이나 감아!!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얼굴에, 서로의 숨결이 스쳤다. 가볍게 섞이는 감촉이 조그마한 아쉬움을 남겼다. 다녀 올게. 눈 앞에서 들려온 인사가 코 끝을 간질이는 감각에 사와무라가 잠시 눈을 감았다 뜨자 미유키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가슴 한 구석이 둥글게 부푸는 느낌에 사와무라는 그대로 잠시 서 있었다. 그러나 조용한 집 안을 울리는 벨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핸드폰이 놓인 식탁으로 돌아간 그는 액정을 채우는 문자의 나열에 부풀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확 식어버린 것을 느꼈다.

 

[화장실 청소 좀 부탁해♡]

 

사와무라는 젓가락에 분노를 담아 가지를 쿡쿡 찔렀다.

 

 

점심을 먹으러 사무실을 나서는 동료 직원들의 무리에 합류하며 미유키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출근하려고 차에 시동을 걸면서 보냈던 메일의 회신은 없었다. 길길이 날뛰면서도 결국 집안 청소를 싹 했을 사와무라가 눈 앞에 선했다. 킥킥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자연스럽게 삼키며, 미유키는 자판을 두드렸다.

 

[오늘 퇴근하기 전까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내면 상 줄게. 잘 생각해 봐.]

 

회사 근처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시킨 즈음에 핸드폰이 몇 번 진동했다.

 

[일이나 하시지.]

 

미유키는 그대로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더 이상 줄 힌트는 남아 있지도 않았다.

 

 

평소보다 약간 업무가 늦게 끝났지만 사와무라에게서의 연락은 없었다. 미유키는 부드럽게 핸들을 꺾었다. 주차장을 벗어난 자동차는 곧 시내로 진입했다. 신호에 걸린 순간, 버릇처럼 조수석에 둔 핸드폰에 시선을 주었지만 핸드폰은 조용하다.

 

바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모르는 건가?”

 

한숨기가 섞인 혼잣말은 곧이어 습관처럼 틀어둔 라디오에 묻혔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정시 뉴스는 거의 끝나서 어느덧 기상 예보로 넘어가 있었다.

 

예년보다 조금 늦었지만 이번 주말, 드디어 완연한 봄이 시작되겠습니다. 내일 도쿄의 날씨는 오랜만에 맑겠습니다. 가까운 곳이라도 나들이를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라디오의 볼륨을 올리며 미유키는 가볍게 속도를 올렸다. 가지 볶음은 실패한 것 같지만, 가지 그라탕은 어떨까? 머리 속 요리책을 한 장씩 넘기며 미유키는 뉴스가 끝나고 이어지는 음악에 맞춰 왼손으로 핸들을 톡톡 두드렸다. 길은 좀 막히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마음은 그리 답답하지 않았다.

 

 

돌아온 집은 아침과는 다르게 꽤 조용했다. 거실에서 TV라도 보면서 노닥거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미유키는 구두를 대강 벗어 현관에 던져두고 불이 켜져 있는 부엌으로 향했다. 뭔가에 잔뜩 집중한 사와무라의 뒷모습이 보였다.

 

와무라, 답은 알아냈어?”

“……”

기억 안 나면 솔직하게 모르겠다고 해도 돼. 너 바보인 거 전부터 잘 알았으니까.”
“…..
내가 어떻게 잊겠어.”

 

약간 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미유키는 몇 걸음 더 다가가 사와무라를 뒤에서 껴안았다. 단단한 몸이 조용히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부드러운 향기가 풍기는 뒷목에 얼굴을 묻자 퍼뜩 한 번 몸을 떤 후에도 가만히 안겨 있는 사와무라를 다시 한 번 강하게 안고, 미유키는 그대로 입술을 움직였다.

 

내일은 꽃놀이 가자.”

“… .”

 

오븐이 삑삑거리며 요리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릴 때까지, 두 사람은 그렇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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