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와] 영고모

연성/글 2014. 3. 7. 16:16

영원히 고통 받는 쿠라모치... 사랑해 모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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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폰을 어디에 뒀더라.

귓가에 들릴락 말락 속삭이는 소리들을 무시하기 위해 쿠라모치는 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교과서와 노트, 글러브와 야구공 등이 잔뜩 뒤섞인 책상에서 조그만 이어폰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서랍에서 한쪽이 망가진 헤드폰을 꺼낸 쿠라모치는 들고 있던 게임기 윗부분에 이어폰 잭을 꽂았다. 그나마 오른쪽 귀만이라도 평화를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게임기에 꽂힌 시선과 안 들리는 헤드폰 안쪽의 왼쪽 귀가 자꾸 게임기 바깥으로 향하려고 하는 바람에, 결국 쿠라모치는 침대로 다시 돌아갔다.

 

아씨, 좀 저리 가!!”
공부 가르쳐주겠다는데 불만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여튼 좀 떨어지라고! 왜 이렇게 달라붙는 건데!!”
이래야 교과서를 같이 볼 수 있잖아.”

언제는 교과서 내용 다 외웠다며!!”
누가 그래? 내가?”

 

벽 쪽을 향해 돌아 누웠지만 방 저쪽에서 속살대는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간다. 쿠라모치는 게임에 집중하기로 했다. 벌써 한 판 져서 이번 판에는 꼭 이겨야 했다.

 

됐으니까 당신 방으로 돌아가!”
?”
쿠라모치 선배가 이번 판 지면 분명히 화풀이는 내가 당한다고!!”

사와무라, 좀 섭섭하다? 쿠라모치는 선배고 나는 그냥 너야?”

 

상대 캐릭터가 필살기 준비 자세를 취한다. 쿠라모치는 재빨리 회피 버튼을 눌렀지만 미유키의 목소리에 손이 미끄러져서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쿠구궁, 하는 효과음과 함께 상대방의 발차기가 쿠라모치의 캐릭터를 가격한다.

 

, 그럼 뭔데.”

뭐겠어?”

“… 몰라.”

진짜 몰라?”

“……..”

다행히 두 번째 판 초반이라, HP가 많이 남아 있었다. 절반 가량 줄어든 게임기 화면 상단의 체력 바를 확인하고 쿠라모치는 심기일전했다. 이 캐릭터만 이기면 이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오늘 두 시간이나 들여가며 거의 끝까지 왔는데 여기에서 패해서 다시 시작하는 건 죽어도 싫었다. , 쉬익! 위협적인 연속 발차기 공격을 성공적으로 피하고, 쿠라모치는 화면 속으로 빠져들 정도로 집중했다. 벽 쪽으로 돌아 누워 있던 몸을 일으키고 침대에 앉아 여태 맞은 것의 카운터 공격으로 상대 캐릭터를 한 방에 날리려는 순간.

 

게임기 너머로 게이 커플 절친한 친구와 룸메이트 후배 의 키스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헤드폰 오른쪽에서 나오는 엄숙한 효과음과 함께 게임기 화면을 가득 채우는 K.O 글자를 본 쿠라모치는 한 번 심호흡을 한 후, 평소 사와무라가 빠뜨린 공을 주워 홈으로 백업하듯 침착하고 재빠르게 게임기를 던졌다. 게임기에 머리를 맞은 미유키가 뭐야, 있었어? 하고 대답한 순간 쿠라모치는 조용히 넘어가려던 1분 전의 자신을 포기했다.

 

당장 나가, 이 호모 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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