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와] 데이트

연성/글 2014. 2. 18. 11:03

미사와 합작 http://lemonpot.wix.com/218project 에 제출한 글입니다!

미사와 행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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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토요일에 시간 비워 놔. 보충이나 추가 숙제 걸리지 말고♡’


그 말 한마디에 사와무라의 2주는 바쁘게 흘러갔다. 훈련으로 쌓인 피로 때문에 졸기 일쑤였던 수업 시간에도 가까스로 교과서를 부여잡았으며 차마 알아볼 수 없는 글씨긴 했지만 필기까지 하는 정성을 들였다. 카네마루가 진지하게 사와무라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어쨌든 그렇게 2주 동안 선생님들의 의심 어린 눈길과 감동한 시선, 그리고 진심 어린 격려를 받으며 쪽지 시험에서까지 낙제를 면한 사와무라는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기숙사 정문에 기대어 서서 미유키를 기다렸다. 좀 신경 써서 입을 걸 그랬나, 하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지만 약속 시간이 다 된 이젠 별수가 없었다. 괜히 티셔츠에 주름이 지는 것 같아 사와무라는 기대어 있던 자세를 곧게 폈다. 그리고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미유키가 비니를 눌러 쓴 채 나타났다. 평소와 별 다를 것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자신의 얼굴이 헤실헤실 풀리는 건 아마 오늘이 데이트이기 때문이라고 사와무라는 생각했다.


“자, 그럼 갈까?”

‘네, 넵!!“


잔뜩 긴장한 티가 역력한 사와무라와는 달리 미유키는 여유롭게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쫓는 사와무라의 발걸음이 가볍게 통통 튀어 올랐다.

버스에서 내려서 조금 걷자 곧 학교 같은 건물이 보였다. 미유키는 교문을 통과하고 교정을 가로지르는 대신, 학교 건물 왼편 넓은 운동장 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곧 뒤에서 따라오던 발걸음이 멈춘 것을 알아챘다.


“사와무라!! 뭐해!!”

“여기... 학교 아님까?”

“당연히 학교지. 〇〇고등학교.”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학교 현판과 미유키를 한 번씩 쳐다 본 사와무라가 물었다.


“왜 온 건데요?”


사와무라의 질문에 오히려 미유키의 얼굴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왜긴, 오늘 여기서 연습 시합 있잖아.”

“....?”

“나베가 오늘 일이 있어서 못 온다고 해서 내가 온 거고.”

“....??”

“여기 투수가 독특한 공을 던져서 너한테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감독님이 그러셔서.”


내가 설명 안 했던가? 하는 미유키의 말에 사와무라는 긴장과 설렘으로 뒤섞였던 마음이 여름날 아이스크림 녹듯 스르륵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긴 미유키는 데이트라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2주 전부터 잔뜩 기대했던 게 단순히 착각이었다니. 잘못 생각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혼자 들떴다는 게 슬프기도 해서 사와무라는 ‘안 했슴다!’ 하고 대답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미유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보 수집으로 온 거라면 시합만 보고 돌아가면 된다. 독특한 투수라고 하니 관전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재미는 있겠지. 사와무라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기숙사에 돌아가면, 침대에 파묻혀서 울자.’


입술을 꾹 깨무는 사와무라가 묵묵히 뒤를 따라오는 것을 보던 미유키는 걸음을 조금 늦췄다. 사와무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때까지 천천히 걷다가 같은 보폭으로 걷게 된 순간, 점퍼 속에 있던 미유키의 오른손이 걸음걸이에 맞춰 달랑이던 사와무라의 왼손을 꼭 잡았다.


“서, 선배?!”

“이러니까 꼭 데이트 같다, 그치?”


당황한 듯 목소리가 뒤집힌 사와무라의 손을 한 번 힘을 주어 잡고 씩 웃자 그에 답하듯 사와무라가 손을 마주 잡아 왔다. 슬쩍 곁눈질로 본 눈가에 약간 물기가 어려 있어 미유키는 소리 높여 웃고 싶은 것을 다시 한 번 사와무라의 손을 잡는 것으로 겨우 참아 냈다.


‘바보, 누가 너같이 시끄러운 후배를 시합 정찰에 데려 오냐?’


웃었다가는 사와무라가 엉엉 울어버릴 것 같아 참았지만 정말 끝까지 눈치라고는 없는 녀석이다. 나베가 사정이 생겨 오늘 정찰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사실이었지만, 자료 수집에 지원한 건 미유키였다. 안 가도 뻔히 다 아는 선수들인데 왜 가냐는 감독의 물음에 사와무라를 언급하며 최근 이것저것 고민하는 것 같으니 다른 투수의 시합을 보여주고 싶다고 대답한 것도 미유키였다.


‘애초에 내가 간다는 점에서 자료 수집보다는 압력 쪽이 맞는 얘기지만.’


돌아가는 길엔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려서 저녁을 먹고 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이 모든 게 계획이었다고 말하면 분명히 놀라고 화내겠지. 그 때를 틈타 키스할 것까지 짜놓으며 미유키는 경쾌하게 시합이 진행되고 있는 구장으로 향했다. 매달리듯 잡은 사와무라의 손을 놓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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