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붕을 뿌셔뿌셔 팝핀뿌셔!!!!! 예아ㅏㅏ!!!
아포님이 ㅇ ㄸㄹ ㅇㅎㄴ 에이준이랑 고딩 미유키를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 음... 어... 여튼 캐붕!! 캐붕 쩌러여!!!! 이에아아아ㅏ!!!


---------------------------------------------------------------------------------------------------------



-. 초인종 소리에 잠이 깬 사와무라는 늘어난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배를 벅벅 긁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마셨다고 생각했는데, 침대 위에서 꼼짝도 할 수 없는 걸 보니 예전에 비해 확 떨어진 체력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띵동, 띵동. 끊임 없이 울리는 초인종 소리를 들으며, 사와무라는 주말 늦은 아침대인 이 시간에 찾아올 법한 사람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신문은 일요일에 안 오고, 우유 배달은 월 수 금이다. 맨션 주인은 돈 문제가 아닌 이상은 아예 맨션 근처에 나타나지도 않으며 이번 달 월세는 지난 주에 자동 이체로 빠져나갔을 것이다.

사와무라가 멍하니 누워 생각하는 사이에 초인종 소리는 어느새 노크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똑똑똑보다는 쾅쾅쾅에 가까운 소음이 맨션 복도까지 울린다. 이 정도면 신경질적인 옆집 여자가 나와서 빽빽 소리 지를 때도 됐는데. 쓸 데 없는 일로도 집 주인과 언성을 높여 가며 싸우던 까칠한 목소리가 어서 빨리 나타나 저 소음을 없애주기만을 기다렸지만 끝내 옆집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노트 소리는 십 여분 가까이 더 이어지다가 멎었다. 아쉽게도 그녀는 지금 집에 없는 모양이었다. 필요하면 없다니까. 사와무라는 옆으로 돌아 누웠다. 아직 일요일은 한참 남아 있었고 오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재킷을 대충 걸치고 구두를 꺾어 신은 채로 사와무라는 급히 현관문을 잠갔다. 일찍 잘 생각이었는데, 늦은 저녁에 받은 카네마루의 연락에 평소보다 더 늦게 잠들게 되었다. 또 차였다는 레퍼토리를 안주 삼아 마시기 시작한 게 새벽이 넘어서야 마무리가 되어서 오늘은 알람도 듣지 못하고 한참 늦게 일어난 것이었다. 재킷 주머니의 핸드폰과 지갑을 확인하고, 구두를 제대로 신으려고 허리를 숙이는데 옆집 현관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썩 좋아하는 이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인사는 해야겠지 싶은 마음에 왼쪽 구두 뒤축에 손을 넣어 세우며 사와무라가 인사를 건넸다.

 

나카무라 씨, 좋은 아침임다.”

안녕하세요.”

 

나카무라 씨는 아니지만요. 확연히 낮은 남자 목소리에 사와무라가 번쩍 몸을 일으켰다. 짙은 남색의 교복 블레이저가 시야를 꽉 채웠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201호 앞에 서 있었다.

 

미유키 카즈야입니다.”

사와무라… 에이준임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OL인 게 분명한 이웃의 새 애인이 고등학생이었단 말인가. 사와무라는 자신과 별 차이가 없는 눈높이를 흘낏 흘낏 곁눈질로 보다가 미유키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얼른 고개를 틀었다. 잘못한 건 없지만 괜히 가슴 한 구석이 찔렸다. 사와무라는 머뭇머뭇 미유키에게 말을 건넸다.

 

저기, , 미유키 군? 그럼 나카무라 씨와는 관계가…?”

나카무라 씨요? 그게 누군데요?”

?”

, 혹시 전에 살던 여자분 성함인가지난주에 여기 새로 이사 왔어요.”

 

앞으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미유키가 갑자기 꾸벅 인사를 해서 사와무라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만. 하고 인사를 건네고 가방을 고쳐 맨 미유키가 계단으로 향했다가 갑자기 몸을 확 틀었다. 지난주쯤에 맨션 앞에 가구가 많이 나와 있어서 뭔 일인가 싶었었는데, 하고 기억을 되새기던 사와무라가 갑자기 자신에게로 향한 그림자에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근데 사와무라 씨.”

“… ?”

출근 안 하세요? 벌써 8시인데.”

 

손목에 찬 시계를 흔들어 보인 미유키가 의아한 듯 물었다. 사와무라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말없이 미유키를 스쳐 지나 우당탕탕 달려나갔다. 주차장으로 달리는 사와무라의 뒷모습을 미유키가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지각해서 상사에게 잔뜩 깨지고, 오늘 업무 시간 내내 골치 아픈 상대에게 걸려서 허둥댔다. 제대로 끝마치지 못한 업무를 내버려두고 일찍 퇴근하던 사와무라는 신호에 걸려 차를 세웠다가 보도를 걷고 있는 미유키를 발견했다. 보도 쪽으로 슬슬 차를 붙이고 창문을 내린 그는 미유키를 불렀다.

 

저기!!!”

, 사와무라 씨.”

 

뒤에서 외친 소리에 미유키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다가 사와무라를 발견하고 반색했다. 이미 어두운 기색이 완연한 시간대는 고등학생의 하교 시간대와는 좀 거리가 있었다. 맨션까지는 꽤 멀었기에 일단 사와무라는 미유키를 차에 태웠다.

 

지금 가는 거야?”

, 사와무라 씨는 퇴근하신 거에요?”
….. 근데 고등학생이 지금 하교한다니 좀 늦네.”

야구부라서요.”

 

야구부. 몇 년 만에 듣는 추억 어린 단어에 사와무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조수석에 앉은 미유키가 오늘 연습은 일찍 끝난 편이에요, 하고 덧붙였다. 하긴, 연습이 끝나면 어둑어둑해지곤 했었다. 옛 기억을 떠올린 사와무라는 한결 친근해진 마음으로 핸들을 꺾었다.

 

나도 야구했었는데, 고등학생 때!”
진짜요? 어디 고등학교 나오셨는데요?”

세이도라고 알아?”

저 지금 세이도 다녀요.”

 

, 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한결 높아졌다. 아직도 감독님은 무섭냐, 그라운드 관리는 어떻냐, 하는 이야기를 주절 주절 늘어 놓자 오늘 하루 있었던 스트레스가 좀 풀어지는 것도 같았다.

 

이렇게 늦게 끝내주시는 거 보면 여전히 많이 무서우신 것 같네.”

그만큼 선수들을 사랑하시는 것 같으니까요.”

맞는 말이야. , 어머니가 기다리는 거 아냐?”

 

사와무라가 인사차 건넨 말에 미유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 자취해요.”

? 여기서 혼자?”

, 원래는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부모님 사이가 요즘 많이 안 좋아지셔서요.”

 

어머니가, 도피처가 필요하시대요. 무덤덤하게 말한 미유키가 확 변한 사와무라의 안색을 보고는 손을 절레 절레 흔들었다.

 

아직 심각한 건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렇긴 한데 그게….”

늘 그러셨으니까요, 두 분은.”

, 그래, 그럼 네 포지션은 뭔데?”

 

사와무라가 애써 화제를 바꾸었다. 그 노력에 부응하듯 미유키도 오늘 있었던 연습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약간씩 굳어진 표정과 시선은, 두 사람 모두 부자연스러웠다.

 

 

 

새 프로젝트의 시작과 함께 사와무라는 한동안 죽을 듯이 바빴다. 새벽에 퇴근해서 새벽에 출근하길 일주일, 겨우 숨 돌 릴 틈이 생겼다. 2주 만에 정시 퇴근을 했지만 사와무라의 머리 속은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할 뿐이었다. 마지막 정신력으로 주차를 하고 201호 앞에서 주섬 주섬 열쇠를 꺼내는 사와무라의 뒤로, 복도 불빛을 받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에이준.”

… 오랜만이네.”

.”

 

문고리를 잡은 채로, 사와무라는 대답했다. 여자 또한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사와무라에게서 두 걸음 떨어진 거리에 멈춰 섰다. 입 안이 모래를 삼킨 것처럼 껄끄러웠다. 갈라지려는 목소리에 일부러 몇 번 헛기침을 한 사와무라가 입을 간신히 열었다.

 

잘 지냈어?”

대충.”

“……”

오늘은 할 말이 있어서 온 거야.”

 

여자가 어깨에 매고 있던 핸드백에서 종이 서너 장을 꺼내어 내밀었다. 하지만 사와무라는 받아. 하는 여자의 목소리에도 뒤로 돌지 못했다. 한숨을 한 번 쉰 여자가 종이를 바닥에 던졌다.

 

양육권이랑 친권, 네 밑으로 옮겼어.”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때문에 생긴 애고, 너 때문에 생긴 장애물이야. 이젠 네가 키워.”

이혼할 때는 네가 데려가겠다고 했잖아!”

 

나 같은 인간한테는 못 맡긴다며. 그랬잖아! 사와무라가 현관문에 머리를 박은 채 외쳤다. 여자는 그런 사와무라에게 눈길조차 주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돌렸다.

 

나 결혼할 남자 생겼어. 근데 그 사람이 내가 이혼한 것까지는 괜찮아도, 남의 애 키울 자신은 없대.”

“……”

나도 네가 그랬다는 걸 알았다면 결혼 안 했어. 그러니까 이젠 네가 책임져.”

“…..”

가 볼게. 조만간 변호사가 연락할 거야.”

“….”

이제 다시는 보지 말자.”

 

여자가 가 버린 한참 후에야 사와무라는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꺼져 있던 복도의 전등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사와무라에 반응해 반짝 불이 켜졌다. 문이 쾅,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 초인종 소리에 사와무라는 눈을 떴다. 컴컴한 거실, 쇼파에 불편한 자세로 파묻혀 있던 몸이 고통을 호소했다. 머릿속이 멍했다.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 띵동, 띵동. 끊임없이 울리는 초인종 소리를 들으며, 사와무라는 이 시간에 올 법한 사람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그녀는 아마 평생 다시 볼 일이 없을 것이었다. 관리인은 이미 퇴근하고 없다.

사와무라가 멍하니 누워 생각하는 사이에 초인종 소리는 어느새 노크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똑똑똑보다는 쾅쾅쾅에 가까운 소음이 맨션 복도까지 울린다. 이 정도면 신경질적인 옆집 여자가 나와서 빽빽 소리 지를 때도 됐는데. 여기까지 생각하던 사와무라는 더 이상 나카무라가 옆집에 살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한 달 전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을 떠올렸다. 그리고 때마침 문 너머에서 미유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와무라 씨!!’

 

고함에 가까운 목소리에, 사와무라는 벌떡 일어났다. 최근 이 근방에 도둑이 출몰한다는 얘기가 문득 생각이 났다. 다급하게 현관문을 열자, 굳은 얼굴의 미유키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야?!”

, 오늘밤만 재워주시면 안될까요?”

?”

 

사와무라가 다짜고짜 본론부터 이야기한 미유키의 시선 끝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아챈 것은 당황해서 되물은 직후였다. 미유키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입을 열었다. 다 말리지 못하고 그라운드에서 돌아온 것인지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교복 셔츠 위에 동그랗게 떨어진다.

 

부모님께서 이혼하신대요. 어머니께서 오늘밤 여기서 주무시고 가신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하룻밤만 재워주세요, 선배.”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망설이던 사와무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좋아. 대신 오늘밤 내 술 상대 좀 해줘.”

저 미성년자인데요?”

그냥, 상대만 해달라는 거야.”

 

곧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 사와무라를 미유키가 뒤따랐다.

 

 

 

거실 테이블에 더 놓을 자리가 없어서, 미유키는 냉장고에서 갓 꺼내온 맥주 캔을 일단 쇼파 빈자리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던 정종 병과 맥주병을 집어 들어 바닥으로 옮겼다. 그 사이 사와무라가 맥주 캔을 하나 잡아 땄다.

 

그래서. , 이혼하시는 건데?”

아버지가 숨겼던 게 있으셨나 봐요. 그걸 어머니가 알게 되면서 사이가 안 좋아지셨죠.”

 

사와무라는 대답 대신 맥주 캔을 입에 가져다 대고 마셨다. 단숨에 절반 이상을 비워 내고, 가벼워진 캔을 쇼파 팔걸이에 내려놨다. 미유키도 목이 타는지 자신의 몫으로 따라 두었던 주스 잔을 잡았다. 사와무라는 자꾸만 꼬이려는 혀를 가볍게 찼다.

 

이혼, 그거 나쁜 거야.”

“…..”

아이한테도 나쁘고, 부부한테도 나쁘고.”

“…..”

근데…. 숨기는 게 더 나쁘지.”

 

남은 맥주를 한 번에 다 마신 사와무라가 빈 캔을 바닥에 내려 놓고 다른 캔을 들었다. 미유키는 그런 사와무라를 말 없이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 안 좋은 일 있으셨어요, 선배?”

안 좋다면 안 좋은 거고, 좋다면 좋은 거고….”

 

사와무라는 그대로 벌러덩 쇼파에 누웠다. 맥주 거품이 조금 흘러 손바닥을 적셨다.

 

선배는 결혼하실 분 있으세요?”

? 아니.”

 

젖은 손바닥도 찝찝하고 잔뜩 엉킨 감정도 찝찝했다. 사와무라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캔 안에서 톡톡 튀는 탄산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내 아내가, 결혼할 사람이 생겼지.”

“……”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미유키는 앉아 있던 거실 바닥에서 일어나 쇼파로 다가갔다. 그리고 누워 있는 사와무라를 내려다 보았다. 터질 듯이 쥐고 있는 맥주 캔을 잡아 테이블에 내려놓고, 미유키는 조용히 쇼파에 앉았다.

 

왜 이혼하셨는데요?”

내가 그녀를 속였어.”

왜요?”

….. 시험해보고 싶었어.”

 

사와무라가 손을 올려 그대로 얼굴을 가렸다. 미유키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 속이셨어요?”

내가 게이라는 거.”

“……”

처음 할 때, 딱 알았어. 난 어쩔 수 없다고. 여자를, 사랑할 수 없다고.”

 

말소리에 점차 흐느낌이 섞여 간다. 한껏 부풀어 오른 감정을 입 안에 잔뜩 물고 사와무라가 웅얼거렸다.

 

근데, 아이가생겼어.”

“…..”

그래서 결혼했는데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사와무라가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미유키는 그런 사와무라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사와무라의 팔을 부드럽게 잡았다. 사와무라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감긴 눈 아래로 흐르다 만 눈물이 방울 방울 맺혀 있었다. 잠든 사와무라를 들쳐 업은 미유키는 침실 문을 조용히 열고 침대 위에 그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였다.

 

선배, 푹 주무세요.”

 

저는 쇼파에서 잘게요. 들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할,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그는 이마에 짧게 입맞춤을 남겼다. 그리고 침묵 같은 발걸음으로 침실을 벗어나서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사와무라가 누웠던 바로 그 자리에 누운 미유키는 스르륵 입가가 올라가려는 것을 가까스로 저지하고 눈을 감았다. 처음 만난 날 흘낏 쳐다보던 시선에 섞인 감정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 기회가 생겼다는 만족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그날 밤, 202호의 문이 열리는 소리는 결국 나지 않았다.

'연성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루사와] safety  (0) 2014.03.02
[미사와] 선생님의 입장  (0) 2014.03.02
[미사와]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  (0) 2014.02.22
[미사와] 첫 연애  (1) 2014.02.18
[미사와] 데이트  (1) 2014.02.18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