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사와 영업한 모 존잘님이 잘못하셨네 

항의는 존잘님께 하시는 걸로....

(2014.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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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체인지업 던질 수 있다며.”

던질 수 있거든!!”

 

나루미야는 그대로 열다섯 걸음 뒤로 멀어졌다대강 홈에서 마운드까지의 거리를 계산한 듯 했다사와무라가 당장이라도 던질 듯이 씩씩댔다투수 주제에 얼굴에 감정이 다 드러난다니까나루미야는 글러브를 팡팡 쳤다.

 

그럼 한 번 던져 보든가.”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 사와무라의 투지를 완전히 건드린 듯 했다으아아!!! 잡기만 해 봐!!! 사와무라가 외치는 소리가 작은 공원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거 왠지 연인들끼리 해변가에서 나눌 애기 같은데.’

폭투하는 거 아냐?”

 

애써 마음에 없는 말로 도발하며 피식 웃자 사와무라가 고양이 눈을 치뜬다그리고 예고 없이 공이 날아왔다쭉 뻗다가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며 꺾이는 공에 나루미야가 시선을 빼앗긴 사이 공은 나루미야를 스쳐 지나가 옆으로 데구르르 구른다배트를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게 아쉬운 공이었다.

 

헤헹못 잡았지?”

 

자신만만한 얼굴이 모자 밑에서 빛난다이것도 카즈야 녀석이 가르친 건가기분 나쁘게 웃는 얼굴이 떠올라 나루미야는 표정을 구겼다.

 

오케이한 번 더!”

카즈야 녀석이 잘 해주나 보네~”

?!”

 

자기 혼자 불타서 한 번 더 던지겠다고 포즈를 취하는 사와무라의 등 뒤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아 괜히 던진 말에 사와무라가 잔뜩 허둥댄다포즈가 무너진 채 뭐선배가나한테를 반복하는 얼굴이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느낌이다나루미야는 묵직한 직구를 던지기로 했다.

 

둘이 사귀는 거 아니었어?”

???”

하긴 사귄다고 치기엔 케어가 부족한 느낌이었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주억거리는 나루미야를 바라보는 얼굴이 잠시 물음표를 띄우다가 의미를 알아 듣고 시뻘겋게 변한다스트라이크네나루미야는 사와무라를 살살 꼬여내 공원으로 향할 때의 미유키의 표정을 떠올렸다자식을 물가에 내놓은 것 마냥 안절부절 못하던 모습에 그냥 확 사와무라의 팔을 끌고 나왔다물론 사와무라도 변화구 얘기를 꺼내자마자 벌떡 일어나긴 했지만.

 

카즈야 그 자식스트라이크는 잘 만들더니 정작 본인이 스트라이크 존에 못 넣잖아?’

 

나루미야는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공을 꺼내어 던졌다반사적으로 날아오는 공에 반응해 손을 뻗는 사와무라에게 가벼운 변화구를 던져 본다.

 

그럼 나는 어때?”

네가 뭐?”

카즈야 말고 나랑 사귀는 거 어떻냐고.”

 

 

뭐어어어!!!! 나루미야는 마운드에서 짓곤 하던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웠다이번에도 스트라이크 존에 제대로 들어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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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전에 썼던 글에 이어서! 이번에는 에이준 시점입니다.

(201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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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교내는 다들 조금씩 들떠서 산만했다졸업식 연습 이전에 담당 구역 청소를 끝내야 한다는 말에 반 아이들 전체가 달려 들어 맡은 구역을 쓸고 닦았다나는 야구부라는 명목으로 따로 담당한 구역이 없었기에 카네마루와 함께 교실 밖으로 내쫓겼다청소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시계를 보니 3학년들이 강당에 모여 있을 시간이었다마침 강당 쪽에서 취악대의 공연 소리가 흘러 나온다나는 바지자락에 잔뜩 땀이 찬 손을 닦았다.

 

그렇다나는 마지막으로 그를 한 번 더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쪽지에 적어 두었던 시간에 맞추어 학교 뒤편으로 향했다메마른 가지에 겨우 매달린 꽃봉오리가 바람에 흔들린다이제 새로운 봄이 시작된다그가 없는 팀과 함께잔뜩 긴장한 마음을 끌어안고 바닥만 보고 있었던 순간내 앞에 멈춰서는 기척이 났다나는 고개를 들었다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을 한 채그가 내 앞에 서 있었다한동안 아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배를 좋아해요.”

“…..”

받아주지 않으셔도 됨다.”

 

오랜만에 내는 목소리에 입 안이 거슬거슬하다그의 대답이 없어 재빨리 한 마디를 덧붙였지만 그는 여전히 조용했다조그만 기대와 그보다 큰 불안이 손 끝에서부터 어깨까지 슬금슬금 타고 올라오는 기분에 나는 떨리기 시작한 손을 꽈악 쥐었다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힘을 준 손을 바라보던 그가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의 눈빛 또한 내 손처럼 떨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나는 잠시 숨을 들이켰다.

 

그러면?”

그냥선배의 넥타이를 받고 싶슴다.”

넥타이?”

기념으로 받고 싶슴다여긴 가쿠란이 아니니까 두번째 단추를 받을 수 없잖아요.”

 

그쵸일부러 가볍게농담처럼 던지려던 말 끝이 잔뜩 떨린다나는 고개를 숙였다손 끝에서말 끝에서 시작된 떨림이 온 몸에 퍼지는 감각이 낯설다차마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숙인 시선에 그의 손이 보였다.목 아래를 부드럽게 오가는 손이 단정하게 넥타이를 매주었다.

 

“…… 감사함다.”

나도사와무라 널 좋아했어.”

“……”

앞으로도 응원하마.”

선배도미국에서 잘 할 거라 믿슴다.”

 

그가 나를 지나쳐간다내 곁을 스치는 그 순간고마워하는 그의 말 한 마디에 나는 떨리는 마음을 그대로 붙잡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계속 그 한 마디만이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억지로 발걸음을 옮겨 학교로 향하는 내 팔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그 넥타이누구 꺼야?”

“…… 미유키 선배.”

누구 꺼냐고.”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선배가 내 셔츠 아래에 매여 있던 넥타이를 풀었다그리고 선배가 매고 있던 넥타이를 풀더니 내 손에 쥐어주었다나는 이를 악물었다.

 

선배뭐하는 검까!!!”

내 꺼 써.”

?”

내 꺼 쓰라고이거 말고.”

 

선배가 소각장으로 향한다그리고 내가 매고 있던그의 넥타이를 집어 던졌다나는 다시 이를 악물고 새어 나오려는 비명을 참았다.

 

기숙사 가면 네 넥타이 나한테 줘.”

“…… 선배.”

안 그러면 내일 학년 주임한테 걸린단 말야♡

“……”

이따 연습 시간에 보자.”

 

선배가 소각장 옆에 놓여 있던 쓰레기통을 들고 학교 쪽으로 사라졌다나는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다내 마음을그리고 그의 마음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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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속도 답답하고 덕심도 사그라들고 했었는데 로투스 스프레드 퍼먹고 기운 내서 급히 쓴 글! 15분짜리에요 다시 안 읽어봤어요 미안해 크리스 에이준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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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그 장면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교내는 차분하게 정돈된 느낌이었다졸업식 식순을 익히느라 예행식도 해보고취악대와 합창단이 각각 리허설 삼아 공연도 했다재학생 대표로 선발된 녀석이 쭈뼛쭈뼛하느라 예행식이 조금 길어져 모두가 야유하곤 했다. 3학년들은 이미 돌아간 듯 했고다른 학년 학생들도 평소보다 일찍 끝난 수업에 다들 삼삼오오 모여 하교하던 중이었다나는 담임이 모아오라고 한 과제물을 모아 교무실에 들렀다어머,수고했어미유키 군미안한데 이 쓰레기통도 좀 비워줄 수 있을까부탁할게하고 말하는 담임의 책상엔 공문이 잔뜩 쌓여 있어서나는 하루쯤 좋은 일을 한다는 심정으로 쓰레기통을 들고 나갔던 것 같다.

 

그렇다나는 결코 그 장면을 보고자 해서 본 것이 아니다.

 

별로 무겁지 않은 쓰레기통을 대강 비우고나는 담임이 주머니에 넣어 주었던 드링크를 비웠다아직 피지 않은 벚꽃이 바람에 흔들린다이제 새로운 봄이 시작된다새로운 팀과 함께빈 드링크 병을 힘 주어 잡고 유리 분리수거 함으로 던지려던 찰나였다소각장 근처벚꽃나무가 잔뜩 심어진 곳에서 인기척이 났다이 시즌 그런 장소는 모두 특정한 목적을 위해 쓰이곤 하지나는 혹시나 분위기를 깰 까봐 빈 병을 조심스레 통에 넣고 돌아서던 찰나에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선배를 좋아해요.

…….

받아주지 않으셔도 됨다.

 

당장 오늘 아침도 공을 받아 달라 조르던 목소리가 낮게 깔린 채로 담담히 마음을 고백하고 있었다그 녀석답지 않게 부끄러움도 없이 조용하다 싶었다그리고 나는 그 녀석이 좋아한다 말하는 선배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사심이 섞이지 않았다고 부정할 수는 없었다요즘 그 녀석을 멍하니 바라볼 때가 늘었다는 건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지적할 정도였으니.

 

모퉁이를 슬그머니 돌려던 나는 이어지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면?

그냥선배의 넥타이를 받고 싶슴다.

넥타이?

기념으로 간직하고 싶슴다여긴 가쿠란이 아니니까 두번째 단추를 받을 수 없잖아요.

 

그쵸하고 애써 묻는 말 끝이 잔뜩 떨리고 있었다고개를 숙인 녀석의 등이 작게 떨린다나를 등지고 있어서 선배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곧 부스럭하는 소리와 함께 넥타이 없이 맨 셔츠였던 그 녀석의 셔츠 칼라 밑으로 천천히 넥타이가 매어졌다.

 

……. 감사함다.

나도사와무라 널 좋아했어.

……..

앞으로도 응원하마.

선배도미국에서도 잘 할 거라 믿슴다.

 

선배가 그 녀석을 지나쳐간다나는 선배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꼈다한동안 그 자리에 굳어 있던 녀석이 모퉁이를 돌아 나왔다나는 녀석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그 넥타이누구 꺼야?

….. 미유키 선배.

누구 꺼냐고.

 

녀석은 대답이 없다나는 녀석이 매고 있던 넥타이를 거칠게 풀었다그리고 내 자켓 아래에서 달랑이던 넥타이를 풀어내 녀석에 손에 확 쥐어줬다.

 

선배뭐하는 검까!!!

내 꺼 써.

?

내 꺼 쓰라고이거 말고.

 

녀석을 지나쳐 소각장으로 걸어 갔다아까 쓰레기통을 비웠던 자리에 녀석의 목에 매어 있었던 넥타이를 집어 던졌다.

 

기숙사 가면 네 넥타이 나한테 줘.

….. 선배.

안 그러면 내일 학년 주임한테 걸린단 말야♡

…….

이따 연습 시간에 보자.

 

쓰레기통을 들고 소각장을 빠져 나왔다남겨진 녀석의 얼굴이 어떤지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나는 결코 그런 장면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녀석의 얼굴도버려진 넥타이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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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영업에 성공한 원후님이 주신 글 http://twishort.com/jkwec 을 이어보았습니다

원후님 글은 미유사와후루로 끝났는데 나는 왜 거기에 코슈와 크리스를 끼얹었는가...


(2013.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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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는 청심관 5호실 문 앞에 서 있었다한 번 심호흡을 크게 하고똑똑 두드린다.

들어오슈! 쿠라모치의 대답이 들려와 미유키는 망설이던 마음을 다시 한 번 접어 넣고 문을 열었다.

 

뭐야주장이잖아.”

불만스러운 목소리다?”

노크 소리가 너무 다소곳하길래 혹시나 매니저인가 싶었다!”

 

쿠라모치가 게임기를 쥐고 있던 그 상태 그대로 뒤로 돌아 불평을 쏟아냈다자연스레 사와무라의 침대에 앉으며 미유키는 말을 받았다.

 

코슈는?”

아까 사와무라랑 같이 나갔어.”

“……”

사와무라 일로 온 거지코슈 찾아서 데리고 나갈까?”

 

미유키는 첫날부터 기세 등등하던 1학년 후배를 생각했다그리고 그의 손에 이끌려 나갔을 사와무라 또한 떠올렸다쿠라모치는 곁눈질로 흘낏 미유키를 보더니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아냐없으면 됐다.”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인데.”

지금 그 녀석 포수는 내가 아니라 코슈니까.”

“….”

 

주머니 속에 있던 쪽지를 그대로 사와무라의 배게 밑에 둔 채로 미유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동시에 GAME OVER! 라는 글씨가 TV 화면을 꽉 채웠다쿠라모치는 게임기를 밀어두고 방을 나서려는 미유키 쪽으로 아예 몸을 돌려 앉았다.

 

.”

.”

작년의 크리스 선배라면 방금 너처럼 말했을까?”

“… 크리스 선배는 관련 없는 얘기잖아.”

그러셔?”

잘 자라.”

 

미유키가 문을 닫고 나서야 쿠라모치는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을 꾸욱 삼킬 수 있었다.

 

 

지금 너작년의 너를 바라보던 크리스 선배랑 똑같은 얼굴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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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힝님의 초딩 미유키 x 고딩 에이준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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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만!!!!”

 

숨까지 헐떡이며 외친 소리는 매정하게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를 넘지 못했다. 사와무라는 급하게 나오느라 꺾어 신은 운동화를 고쳐 신고 서둘러 계단으로 향했다. 사와무라의 집은 아파트 10, 걸어 내려가기엔 조금 힘들다 싶은 층이었지만 등교 시간을 맞이한 엘리베이터가 다시 올라오는 걸 기다리는 것보다는 러닝으로 다져진 다리를 믿어보는 게 완전한 지각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두 칸씩, 막판에는 세 칸씩 뛰어가며 도착한 1층 로비에서 잠시 숨을 고르려고 허리를 숙인 채 헥헥거리는데, 눈 앞에 조그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침부터 수고가 많아, .”

, 이 자식….”

, 벌써 여덟 시네.”

?!?!”

 

거친 숨을 흐읍! 하는 심호흡으로 정리하고, 사와무라는 벌떡 고개를 들었다. 아침 연습에 늦으면 불펜에 서는 것은 고사하고 하루종일 또 그라운드를 뛸 게 뻔하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한 사와무라를 올려다 본 맹랑한 꼬맹이가 다시 손목시계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 미안해.”

, 나중에 두고 보자!! 지금은 내가 바빠서 그런데, !!!”

지금 7 40분이야.”

!!!!!!!!!!!!!”

 

아직 시계를 잘 못 봐서~ 하고 웃는 얼굴이 명백히 의도적인 임을 내포하고 있어서 사와무라는 크게 소리친 것과는 달리 온 몸에서 힘이 주르륵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서둘러 나오느라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넥타이를 꺼내 주섬주섬 매는 손길이 분주하다. 미유키는 사와무라를 빤히 보다가 사와무라 앞에 무릎을 살짝 굽혔다.

 

.”

형 지금 바쁘다.”

운동화 끈은 묶고 다니지 그래?”

 

안 그럼 다쳐. 씨익 웃어 보인 미유키가 몸을 일으키고 아무렇지도 않게 사와무라의 손을 덥석 잡았다.

 

, 손 놔라!!
끈 매줬으니까 학교까지 데려다 줘.”
싫어!! 나 늦었다고!!”

길 잃은 어린이를 도와주느라 늦었다고 해.”

우리 감독님은 그런 변명 안 통하거든??!!”

그러지 말고~”

 

따끈한 체온이 강하게 잡아 끄는 것을 뿌리칠 수가 없어서 사와무라는 입술을 깨물며 미유키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어야 했다. 그리고 그날 하루 종일 그라운드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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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불현듯 내 앞에 떨어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나는 내 손바닥 정 중앙에 떨어진 그 말을 붙잡아 저 멀리 던져버렸다. 그리고 너를 바라보았다. 잡고 있던 손이 언젠가부터 떨어져 있었다는 걸 깨달은 건 그 순간이었다. 싫다. 꽉 붙잡았던 손이 이제 나를 놓아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싫어.”

사토루.”

싫다고.”

 

굳은 얼굴의 네가 나를 바라보았다. 차갑게 놓인 네 손에 내 손을 뻗었다. 너는 손을 거둬 들여서 자켓 주머니에 푹 찔러 넣었다. 여태 억눌러왔던 너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만하자고!!”

싫어.”

난 이제 너 안 좋아해.”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너는 입술을 깨물고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그대로 계속 걷는다. 나는 달려나가 너의 팔을 붙잡았다. 어깨 위에 조금 쌓인 눈이 바닥으로 흩어졌다.

 

너 안 좋아한다니까!!”

거짓말.”

거짓말 아냐!!”

 

내게 붙잡혀 있으면서도 끝까지 내 시선을 피하는 네 모습에 문득 속이 부글 부글 끓었다. 너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거짓말이잖아.”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헤어지자고!!”

싫어.”

 

네가 잡히지 않은 손으로 나를 밀어냈다. 나는 밀어내는 그 손까지 함께 붙잡았다. 그리고 걷기 시작했다.

 

이거 놔!!!”

싫어.”

놓으라고!!!”

싫어.”

 

잔뜩 반항하는 너를 껴안았다. 한참 몸부림 치던 네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헤어지기 싫어.”

“……”

너는?”

“.…..”

그것 봐, 거짓말이잖아.”

 

네가 갑자기 내게 손을 뻗었다. 얼굴에 와 닿는 차가운 감촉에 나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미안해.”

.”

헤어지자.”

 

눈을 떴을 때, 너는 내 앞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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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헤어짐

연성/SS 2014. 2. 4. 03:16

사와무라는 오늘도 약속에 늦는다. 미유키는 차갑게 식은 커피 잔을 매만졌다. 먼저 만나자고 해놓고 5분씩 늦는 것은 예사에 핸드폰 연락은 또 제대로 받지도 않는다. 그래서 미유키는 사와무라와 만나기로 한 날이면 습관적으로 책을 한 권씩 챙기곤 했다. 주로 만나는 장소가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 등, 시간 때우기엔 마땅치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특이하게 사와무라가 전에 가보고 싶다고 한 카페에서 보자고 먼저 말을 꺼냈다. 책을 덮은 미유키는 카페 벽에 걸린 시계로 시선을 올렸다. 3 6. 이 곳이 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슬슬 사와무라가 올 때도 됐다. 미유키는 직원을 불러 오렌지 주스를 한 잔 시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꽤 되었건만 사와무라는 여전히 커피가 쓰다며 카페에 오면 주스 종류를 시키곤 했다. 역에서부터 여기까지 뛰어오면 꽤 목이 마를 테다. 주문을 받던 직원이 뒤늦게 미유키를 알아보고는, 주스와 함께 시키지도 않은 케이크 한 조각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지난 결승전도 잘 봤어요! , 이건 별 건 아니지만 서비스에요.”

감사합니다.”

어머 뭘요~ 경기장에서 볼 때 보다 직접 보니까 훨씬 미남이신 걸요!!”

핫핫하,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미유키 씨도 참. , 혹시 괜찮다면 사인 한 장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남편이 미유키 씨 팬이거든요~”

 

직원이 내려놓은 종이에 기계적으로 사인을 하며 미유키는 창가 너머로 힐끗 시선을 주었다. 사와무라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만날 장소를 바꾸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날짜가 적힌 사인지를 돌려 받은 직원이 활짝 웃으며 카운터 뒤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미유키가 핸드폰을 집어 든 순간이었다. 가게 문을 급히 연 남자가 성큼 성큼 큰 걸음으로 다가와 미유키 앞의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꾹 눌러 쓴 모자 아래로 성근 땀방울이 맺혀 얼굴을 타고 또르륵 흐른다. 미유키는 주스가 담긴 잔을 남자 앞으로 밀었다. 거친 숨을 깊은 호흡 한 번으로 정리한 사와무라가 고개를 들었다.

 

늦었잖아.”

미안해요.”

 

오다가 지하철을 잘못 타서.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대답했다. 미유키는 테이블 위에 두었던 책을 가방에 집어 넣었다. 사와무라가 목을 좀 축이면 다른 곳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와무라는 주스를 응시하다가 미유키의 의아한 시선을 느끼고 나서야 눈을 올려 미유키를 마주 보았다. 미유키는 새로운 손님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매장 안쪽으로 사라지는 직원을 곁눈질로 보고 아무 말 없는 사와무라를 재촉했다.

 

빨리 마셔. 여기 직원이 나 알아봤어.”

선배.”

주스 값은 내가 낼 테니까 다른 데 가자.”

선배.”

 

여전히 메마른 목소리가 듣기 거북하다. 미유키는 계산서와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이번에는 사와무라가 재촉하듯 미유키를 불렀다.

 

선배.”

“….. .”

 

연이은 부름에 결국 미유키는 대답했다. 내려다 보는 미유키의 시선을 그대로 담은 사와무라의 눈이 약간 흔들리다가 곧 잠잠해졌다. 가라 앉은 눈에 그대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미유키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멈췄다.

 

“….. 헤어져요, 우리.”

“……”

미안해요.”

“……”

“…. 가볼게요.”

 

사와무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굳은 미유키의 시선이 말 없이 뒤따랐다.

 

미안해요.”

 

도망치듯 마지막 말 한 마디만을 남겨놓고 사와무라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가게에 들어왔을 때와 같이 성큼성큼 사라졌다.

 

직원이 다시 나온 건 사와무라가 가게 문을 나서며 울린 종소리 때문이었다. 미유키는 카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산 도와드릴까요?”

.”

아까 오셨던 분은 그새 가셨네요?”

바쁜 일이 있다고 해서요.”

어머, 케이크도 안 드셨네.”

관리 중이라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카드를 건네고 직원이 가리킨 곳에 기계적으로 사인을 하며 미유키는 앉아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주스 잔에 맺힌 물방울이 또르륵 잔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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