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목욕 그 뒤

2014. 4. 19.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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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주의

프로선수 미유키랑 아이돌 에이준!으로...

아거님이 그리신 에이쨩이 너무 귀여워서ㅠㅠㅠ 시구하는 에이쨩을 보겠다고 조각조각 쓴 것이...




아직 입장도 하지 않은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단단하게 다져진 마운드를 밟고 올라서서 한 바퀴 둘러본 느낌은 마치 무대에 올라 최종 리허설을 준비하던 것과 같았다. 손에 묻어나는 송진 가루를 잘 털어냈다. 마지막으로 공을 던져 본 게 언제더라.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취미 삼아 했던 캐치볼이었던 것 같은데. 에이는 다부지게 마운드 위에 섰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데뷔할 때보다도 크게 고동치고 있었다. 모자를 고쳐 쓰고 베이스를 바라보았다. 햇빛에 고글이 번쩍 빛난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먼 베이스까지의 거리에 놀랐던 마음이 포수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확 식었다.

                        

하필이면 요XX리에서 부르다니.’

 

날씨가 조금 더웠지만 에이는 요XX리 구단 마크가 새겨진 야구 점퍼를 벗을 수 없었다. 매니저에게서 시구 스케쥴이 잡혔다는 얘기에 당연히 한X이려니 생각하고 입고 온 티셔츠 위로 땀이 배였다. 베이스에 앉아 있던 포수가 미트를 팡팡 치더니 미트의 입을 벌린다. 에이는 찌푸려진 인상을 고칠 생각도 않고 자세를 잡아 그대로 팔을 휘둘러 공을 던졌다.

 

휘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공이 베이스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포수가 두 걸음 물러나 급히 에이의 공을 받았다. 젠장, 제대로 던지려고 했는데. 매니저가 들었다면 이미지 관리! 하고 외쳤을 말을 입 속으로 중얼거린 에이는 표정을 고치고 베이스로 다가갔다.

 

죄송해요, 너무 오랜만에 던져봐서….”

, 아닙니다.”

많이 느리죠?”

 

다가오는 에이를 보고 포수가 천천히 일어났다. 에이는 한껏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보다 머리 두 개는 큰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고글을 벗던 남자가 에이와 시선이 마주치자 핫하, 웃었다.

 

에이 씨, 야구 좋아해요?”

? , 가끔 보는 정도에요.”

해 본 적은 없어요?”

캐치볼은 해봤어요.”

 

중학교 시절 남자아이들이 하는 야구팀에 들어가겠다고 기를 쓰다가 결국 캐치볼팀을 만든 전적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겁할 만 할 말을 애교 있게 입에 담은 에이가 의식적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많이 느려서요?”

에이 씨라면 괜찮은 투수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싶어서요.”

 

씨익 웃은 남자가 에이에게 공을 건네주었다. 공을 받은 에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시구 때도 이렇게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때맞춰 감독이 남자를 호출했고, 그는 에이에게 꾸벅 목례를 해 보이고는 덕아웃으로 몸을 돌렸다. 에이는 베이스를 밟고 있는 자신의 발로 시선을 내렸다. 새 운동화가 하얗게 빛났다. 운동화고 티셔츠고 모래범벅이 될 때까지 연습하던 날도 있었는데. 뿌득, 이를 간 에이가 고개를 들었다.

 

!! 미유키!!!!!”

“?!”

 

놀란 얼굴의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부들부들 분노 반, 부러움 반으로 몸을 떨던 에이가 크게 소리 질렀다.

 

시구 때는 더 세게 던질 거니까 알아서 받아!!!!!”

 

그리고 홱 몸을 돌려 반대편 덕아웃에 서 있던 매니저에게로 달려가버렸다. 갑자기 울려 퍼진 선전보고에 미유키가 황망한 얼굴을 했다가, 곧 미트에 닿아오던 공의 감촉을 느끼고는 크게 웃었다.

 

 

물병과 수건을 들고 있던 매니저는 에이가 가까이 오자마자 등짝을 철썩 때렸다.

 

!! 선수한테 반말하는 건 뭐야!!”

아 뭐 어때서!! 어차피 야구 볼 때마다 맨날 씹는 이름인 걸!!”

아오!!!”

 

답답한 듯 다시 한 번 손을 들어올렸다가 겨우 참고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는 매니저에게서 물병을 받아 든 에이가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오늘 진짜 제대로 던질 거야.”

너 야구하러 나왔냐? 앨범 홍보는?”

지금 그게 중요해?”
그게 중요하니까 온 거지!!”

 

눈을 부릅뜬 에이가 위협적인 시선으로 미유키가 서 있는 쪽을 바라 보았다. 시선을 느낀 미유키가 감독에게 이것 저것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도 등 뒤쪽으로 손을 한 번 흔들었다.

 

절대 못 받게 던져서 완전 창피 줄 거야…”

에이준!!!”

 

에이는 매니저에게 등짝 두 대를 더 맞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여차하면 야구 점퍼를 벗겠다는 말에 결국 매니저가 최후 통첩을 했다.


"너 진짜 어쩌려고!"
"
야구 좋아하는 게 뭐 어때서!"
"
당분간 야구 경기 생방으로 볼 생각은 꿈도 마. 그 시간에 죄다 스케쥴 잡아 둘 거야."
"......"

입을 부루퉁하게 내민 에이가 그대로 야구 점퍼를 벗더니 한X 티셔츠 끝자락에 손가락을 걸어 올렸다. 무슨 짓을 하나 보자 싶던 매니저가 에이가 그대로 손을 끌어 올려 티셔츠를 벗으려고 하자 기겁했다.

"
너 뭐해!!"
"
티셔츠 벗으면 되잖아!"
"
!!"
"
안에 어차피 탑 입었어. 이대로 시구하면 되죠?"

미유키 앞에서처럼 애교 있게 말꼬리를 올린 에이가 샐쭉한 시선으로 매니저를 노려봤다. 아이고 머리야. 매니저는 지끈거리기 시작하는 머리에 손을 올리고 항복 의사를 표시했다. 에이는 티셔츠를 곱게 개어 매니저에게 내밀었다. 그 순간, 중간에 끼어드는 손이 있었다.

"
이건 내가 받아갈게요."
"
왜 당신이...!"
"
초면에 반말 들은 값으로. 그대신 이거 입고 오늘 시구하세요."

미유키가 내민 유니폼에는 요XX리 로고가 떡하니 박혀 있었다. 순간 확 찌푸려지는 에이의 표정을 본 미유키가 핫핫 웃었다.

"
사이즈 안 맞을 것 같은데요."
"
정확하게 맞을 거에요."

왜냐면 제가 에이 씨 팬이거든요
입을 떡 벌린 매니저와 놀라서 굳은 에이를 뒤로 한 채 미유키는 한X 티셔츠를 들고 사라졌다. 뒤늦게 아끼는 티셔츠를 빼앗긴 걸 안 에이가 펄펄 날뛰었지만 격려 차 걸려온 전화 속 사장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는 바람에 그날 에이는 어쩔 수 없이 요XX리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이즈는, 에이에게 맞춘 것처럼 꼭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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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라사와] 감기

연성/글 2014. 4. 12. 09:58

부추님은 쿠라사와가 보고 싶으다 하셨어~~ 예이예이예에ㅔㅔ~~~ (feat.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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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아파?

 

시야가 부옇게 흐리다. 분명히 귀는 막은 적이 없었는데 와닿는 목소리도 희뿌연한 시야처럼 흐릿하게 들렸다. 느릿하게 눈을 끔뻑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쿠ㄹ…”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만 가문 날 길바닥처럼 쩍쩍 갈라진 목이 고통을 호소했다. 나는 몇 번이고 침을 삼켜 가며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터져 나오는 기침에 결국 입을 다물었다.

 

거 봐, 그러니까 어제 일찍 자라고 했잖아.”

 

꼭 말 안 듣고 제 고집 부리다가선배가 나더러 들으라는 듯 툴툴대다가, 내 눈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큼큼 헛기침을 했다. 몸이 침대에 녹아 달라붙은 것처럼 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이불이 목 끝까지 덮여 있어서 더웠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사지를 허우적거리면서 이불 밖으로 벗어나려고 했더니 선배가 이마를 꾸욱 눌러 저지했다.

 

열도 이렇게 끓으면서 뛰긴 뭘 뛴다고.”

“…..”

 

그게 아니라 덥단 말이에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메마른 목은 다시 기침만 할 뿐이었다.

 

가만히 있어.”

 

선배가 이마를 누르던 손을 바르게 폈다. 차가운 손바닥이 닿자 온통 뜨거웠던 몸이 조금 식는 것도 같았다. 선배가 손을 떼더니 잔뜩 화난 얼굴로 나를 본다. 나는 입만 뻐끔대서 대답했다.

 

왜요???’

왜긴 왜야, 이 지경이 되도록 혼자 끙끙 앓았냐?”

?’

자기 컨디션은 자기가 관리하는 거다, 이 바보야.”

 

선배의 손이 주먹을 쥔다. 나는 다가올 아픔을 예상하며 눈을 감았다. 딱 소리 나게 내 이마를 강타한 꿀밤 이후에 평소라면 관절기 공격이 이어졌을 텐데, 그대신 차가운 것이 볼에 닿았다.

 

, 나도 아픈 사람은 안 괴롭히거든?”

그럴 것 같았는데요.’

뭐래. 일어날 수 있겠어?”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침대와 하나가 된 듯한 몸뚱어리는 바르작대는 게 고작이었다. 어이구, 엄청 부려 먹네. 하소연을 하듯 투덜대던 선배가 내 등과 침대 사이로 팔을 집어 넣어 나를 일으켰다. 침대와 맞닿은 벽에 몸을 기댈 수 있게 되자 뚜껑을 딴 이온음료를 건넨다.

 

마셔. 온통 축축한 거 보니까 탈수 오겠다.”

“…..”

 

손을 뻗고 싶었지만 그것마저 힘들었다. 바둥거리는 몸짓으로 내 상태를 대강 파악한 듯 선배가 팍 인상을 썼다.

 

알았으니까 가만히 좀 있어!”

 

고개를 끄덕이자 팍팍 한숨을 쉬며 선배가 침대 위로 올라와 앉았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나 대신 침대 스프링이 잔뜩 삐걱거렸다. 선배가 한쪽 팔을 뻗어 내 등을 단단하게 받치고 그대로 나를 품 안에 반쯤 안듯이 지탱한다. 놀란 내가 벗어나려고 움직이자 등을 받치던 손이 내 등을 꼬집었다.

 

“!!!”
, 마셔.”

 

입가에 와 닿는 음료수 방울방울에 잊고 있던 갈증이 되살아났다. 나는 선배가 대주는 음료수를 그대로 꼴깍 꼴깍 삼켰다. 단번에 음료수의 절반 정도를 비우자 꺼끌했던 목 안이 조금 편안해졌다. 삼키지 못한 음료수가 턱을 따라 흘러내리는 걸 본 선배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내가 입고 있던 티셔츠를 끌어 올려 닦아냈다. 나는 눈빛으로 항의했다.

 

그럼 내 옷으로 닦아?”

“…..”

아주머니께 죽 만들어 달라고 부탁 드렸어.”

 

침대에서 일어난 선배가 나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틱틱대는 말과는 달리 손 끝에서 다정함이 묻어 나와 나는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어쭈, 웃을 기운도 있어?”

 

대답 대신 다시 한 번 웃었다. 그랬더니 선배의 차가운 양 손이 내 뺨을 가볍게 쥐었다 놓았다.

 

너 그대로 누워 있어. 자지 말고!!”

 

자연스럽게 눈이 감겨와 스르륵 눈을 감으니 불호령이 떨어진다. 하지만 어느새 선배의 발소리가 의식 저 너머로 멀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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