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엔님이 트위터 해시태그 #작품_속_최애들_한번에_맞추시는분_연성하나 를 단번에 맞히셔서 ㅋㅋㅋㅋ 드리는 글입니다~~
리퀘 키워드는 비밀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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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매미 소리가 아직 후덥지근한 초가을 저녁 공기를 갈랐다. 코 끝에 와 닿는 가쁜 숨결 위로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면 눈 앞의 사와무라가 붉어진 눈매로 따라 웃었다. 그 모습이 못내 사랑스러워서 코 끝 위에 한 번 더 키스를 남기자 사와무라가 간지럽다며 미유키를 밀어냈다. 다시 시선이 마주치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같은 템포로 느릿하게 눈이 감긴다. 한 뼘 더 가까워진 찰나, 바스락대는 소리에 사와무라가 화들짝 놀라더니 두 걸음 뒤로 멀어졌다. 한 번 심호흡할 시간이 지난 후에, 실내 연습장의 열린 문 사이로 카와카미가 나타났다.
“미유키, 감독님이 부르시던데?”
“10분 내로 갈게.”
“그리고 내일 투수진 배치도 전하라고 하셨어.”
카와카미가 손에 들려 있던 종이 한 장을 팔락였다. 고개를 끄덕인 미유키는 카와카미의 발걸음이 멀어지자 안도의 한숨을 푸욱 내쉬는 사와무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긴장해?”
“그, 저희 비밀 연애 중 아님까!”
“뭐, 그렇지.”
너의 일방적인 비밀 연애지만. 덧붙이고 싶은 말을 꿀꺽 삼키고 미유키가 대답했다. 사와무라가 큼큼, 헛기침을 했다.
“선배는 주장이고…. 일단 안 알려지는 게 좋다고 생각함다.”
제 딴에는 제법 진지하게 말한 건지 표정이 단단하게 굳어 있다. 그래, 너 좋을 대로 해라. 미유키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유키가 사와무라에게 고백한 건 여름방학 끝 무렵이었다. 좋아하는 감정을 확연하게 티 내면서도 고백하려는 시도조차 없길래 참다 못한 미유키가 슬쩍 찔러본 말 한 마디에 사와무라는 와르르 무너졌다. 달래기 위해 껴안은 몸이 잔뜩 굳어 있어서, 사와무라의 대답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대로 분위기 좋게 이마에라도 입 맞추려던 순간 펜스 너머 날아온 공만 아니었더라면 꽤나 청춘의 한 장면 같았을 것이라고 미유키는 생각했다. 어쨌든 아침 연습에 늦은 벌로 여름 이후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 제거를 맡은 사람과 그 감시를 명분으로 추가 연습에 빠져 있던 사람은 단번에 운동장 구석으로 향하는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공을 주우러 가볍게 뛰어 오는 발소리를 들은 사와무라가 흠칫, 몸을 떨었다가 바로 바닥에 널려 있는 잡초로 뻣뻣한 몸을 숙인다. 그리고 멈칫하더니 주저 앉아 풀을 뽑기 시작했다. 달려 온 후루야가 공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고 대강 후루야가 날린 홈런인 것을 알아챈 미유키가 공이 떨어진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에 떨어졌어.”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인 후루야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 보고, 미유키는 발 끝으로 등을 돌리고 쪼그려 앉은 사와무라의 엉덩이를 툭툭 건드렸다. 건드리지 마십쇼! 하고 외칠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사와무라는 말 없이 풀을 뽑고 있었다.
“와무라, 내외해?”
“…. 아뇨.....”
“그럼 뭐 하는 거야?”
“선배도 저도 남자니까…. 비밀로, 사귀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풀을 뽑던 손이 멈추었다. 발갛게 물든 뒷목덜미를 내려보면서 미유키는 웃음을 삼켰다. 좋아하는 것도 제대로 숨기지 못했는데, 과연 네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모든 야구부원이 알게 될 것을 확신했지만 미유키는 사와무라의 제안을 말리는 대신, ‘그래.’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사와무라는 그 이후, 근 한 달 동안 ‘비밀 연애’를 하는 중이었다. 연습장 문을 나선 미유키가 문을 닫자, 문의 그림자에 기대 있던 쿠라모치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다가왔다. 미유키는 예의 미소를 지었다. 쿠라모치의 얼굴이 급격히 못 볼 꼴을 봤다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무슨 일이야?”
“…. 그래, 무슨 일 있다.”
쿠라모치가 인상을 구겼다. 미유키는 고개를 돌려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한 번 확인하고 다시 쿠라모치로 시선을 향했다.
“너, 언제까지 그 비밀 연애할 거냐??”
“어, 나랑 사와무라랑 사귀는 거 어떻게 알았어?”
“숨길 걸 숨겨!!”
새삼스레 놀란 척 미유키가 일부러 눈을 크게 뜨자 쿠라모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도 다른 사람들이 닦달해서 총대 매듯 나온 자리라 불편하기만 했다.
“1학년 애들이 나한테 묻더라. 언제까지 미유키 선배랑 사와무라 닭털 날리는 꼴을 못 본 척 해야 하냐고.”
“우리가 그렇게 티가 났던가?”
“아오!!!”
저걸 한 대 때릴 수도 없고. 쿠라모치가 낮게 중얼거린 걸 들었는지 미유키가 절레절레 손을 저었다.
“안돼, 나 얼굴에 상처 나면 사와무라가 울어.”
“아…오……”
쿠라모치는 인내심의 심지에 불이 붙는 것을 느꼈다. 심지가 다 타면 주장이고 동료고 뭐고 한 대 때려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힘이 잔뜩 들어간 쿠라모치의 주먹을 본 미유키가 핫하 웃었다.
“야, 나는 비밀 연애 하자고 한 적 없어. 어차피 숨기지도 못하는 거 애써 봤자 귀찮고 힘만 들잖냐.”
“그럼 사와무라는 왜 저러는 건데?”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다나.”
다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내가 그럼 뭐라고 하겠어. 기특하기만 하지.
씨익 웃는 얼굴에 쿠라모치의 마음 속 심지가 타닥타닥 잘도 타 들어갔다.
“그래서 그냥 놔 두시겠다?”
“그것도 있고. 혼자 안절부절 못 하는 거 보면 귀엽기도 하고.”
“작작 좀 해라, 엉?!”
짧디 짧은 인내심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 쿠라모치가 결국 폭발했다. 미유키는 그런 쿠라모치에게 여자친구라도 소개해줄까? 하는 말로 속을 박박 긁어놓을 뿐이었다.
사와무라는 5호실 문을 열었다. 이 시간대면 쿠라모치가 게임기를 사와무라에게 집어 던지며 여태까지 뭘 하고 있었냐고 물을 텐데, 어쩐지 조용하다 싶더니 아무도 없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카와카미 때문에 놀랐던 가슴이 아직도 한 구석에서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사와무라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그 때, 똑똑 하는 노크 소리와 함께 ‘에이준 군, 자?’ 하는 하루이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와무라는 침대에 누운 채 아니!! 하고 크게 대답했다. 하루이치가 머뭇머뭇 문을 열고 들어 왔다.
“저기, 에이준 군….”
“응?”
“내가 할 말이 있는데….”
평소보다 더욱 더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사와무라는 몸을 바로 일으켜 앉았다. 연애 상담이라도? 하고 짓궂게 되묻자 붉은 기가 감돌던 하루이치의 얼굴에 완전히 홍조가 올랐다. 사와무라는 침대를 팡팡 치며 호기롭게 외쳤다.
“그래 하룻치!! 그래서 상대는 누구야??”
“아니, 그게 아니라….”
고개를 저어 자리에 앉는 걸 사양한 하루이치가 숨을 골랐다. 오늘따라 따라 주지 않는 제비 뽑기 운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거의 악귀처럼 변했던 쿠라모치의 얼굴을 떠올리며 하루이치는 잘 떼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그, 에이준 군이…. 미유키 선배랑 사귀는 거 아니까, 이제 안 숨기려고 해도 돼.”
“…… 응?”
“나, 난 말했어!! 잘 자!!”
다다다 한 달음에 말을 쏟아낸 하루이치가 급히 5호실을 벗어났다. 사와무라는 닫히는 5호실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던져진 말을 다시 곱씹었다. 머리가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부끄러움에 반응해 얼굴에 뜨겁게 열이 쏠렸다.
“으아아아!!!!!!”
“아오, 저 바보…..”
미유키 카즈야!!!!!!
복도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 소리에 복도 끝에서 5호실을 바라보던 쿠라모치가 머리를 짚었다. 그 뒤에 서 있던 카와카미가 난처한 미소를 지은 채 애써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5호실 바깥 벽에 붙어 있듯이 기대 있던 하루이치는 속으로 에이준 군, 미안해…! 라는 말을 수십 번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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