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썼던 작가 미유키 x 편집부 사와무라 AU!

시간적으로는 그 소설보다 앞 내용입니다~


----------------------------------------------------------------------------------------------------------



사와무라, 이제…”

“…..”

사와무라 군?”

 

한 번 더 불러봤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어서, 미유키는 바쁘게 타자를 치던 손을 잠시 멈추고 앉아 있던 의자를 돌려 뒤를 향했다. 원고 뭉치를 쥔 채로 사와무라는 잠들어 있었다. 쇼파에 몸을 완전히 기대고 깊은 잠에 빠진 것을 보아하니 잠든 지 꽤 지난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대화했던 게 언제였더라, 생각하며 미유키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새벽 3 51. 1시 반쯤에 사와무라가 커피를 가져왔던 이후로 완전히 집중해서 시간이 흐르는 것도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미유키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래 앉아 있어서 뻐근해진 근육을 살살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며 조심스럽게 사와무라의 옆자리에 앉았다.

 

, 편집자가 작가보다 먼저 자냐?”

 

고른 숨소리가 대답을 대신한다. 가까이에서 본 얼굴이 좀 핼쑥해져 있어서 미유키는 새삼 사와무라가 편집부에서 일한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 하는 행동거지로 봐서는 아무리 봐도 운동하게 생겼는데.

 

잘 거면 편하게 자던가.”

 

지난 번 사와무라가 낑낑대고 1층에서부터 들고 왔던 접이식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한 번 시작하면 웬만해선 끝날 때까지 잠들지 않는 편인 미유키는 필요 없다고 손을 내저었지만 편집부에서 선물로 들어온 거고 밤 샐 때마다 자기가 여기서 자겠다며 큰소리친 사와무라였다. 그래놓고선 쇼파에 불편하게 기대어 자는 모습이, 미유키는 괜히 귀여웠다.

 

나 끝나는 거 안 기다리고 그냥 잔다면서.”

 

얼굴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가자 고롱대는 숨결이 얼굴과 함께 마음 한 구석도 간질인다. 사실 미유키는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다. 이 전에 미유키를 맡았던 편집자들도 미유키가 끝났다고 연락하기 전까지는 작업실 방문을 삼가는 쪽이었다. 내 영역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끼는 미유키의 성격을 알고 난 후에는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오늘은. 미유키는 사와무라가 쇼파에 앉아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글을 써내려 갔었다.

 

그렇게 안 잡고 자도 누가 안 훔쳐 가는데 말야.”

 

왼손에 잡혀 있던 펜은 살짝 힘을 주는 것으로 빼낼 수 있었는데,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원고는 아무리 잡아 당겨도 쉽사리 놓지 않았다. 결국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내어 원고를 빼낸 미유키는 헛웃음을 흘렸다. 잔뜩 구겨진 원고지가 급히 흘린 글씨로 가득했다. 아이디어는 자꾸 떠오르는데 밀려오는 잠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나도 이렇게 좋아해주면 얼마나 좋아, 그치 에이준 군?”

 

여전히 대답 없는 사와무라에게 혼잣말을 하듯 말을 건넨 미유키는 쇼파 등받이에 기대 있는 사와무라의 고개를 슬쩍 자신의 어깨로 당겨 안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는다. 귓가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숨결을 들으며 미유키도 눈을 감았다. 아침이 되어 완성된 원고를 본 사와무라가 왜 안 깨웠냐고 빽빽댈 것을 알람 삼아 일어날 생각이었다

'연성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사와] 영고모  (1) 2014.03.07
[후루사와] safety  (0) 2014.03.02
[미사와] 제목 구해요  (2) 2014.02.24
[미사와]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  (0) 2014.02.22
[미사와] 첫 연애  (1) 2014.02.18
AND

[미사와] 잔디밭

연성/SS 2014. 2. 27. 10:48

엔솔 메인 그림이 넘 좋더라구요ㅠㅠ 짧게 짧게...



그라운드 너머 잔뜩 풀숲이 우거진 길에서 녀석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풋풋한 풀내음이 공기 중을 떠돌았다. 나는 발걸음을 크게 옮겼다

"
, 와무라!!
"
사와무라임다!!"

툴툴대던 목소리가 내 얼굴을 확인하고 조금 기쁜 기색을 담는다. 나는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교복 너머로 비누향이 언뜻 풍긴다. 씻고 나온 듯 했다

"
기록표는 챙겨왔지?"
"
당연하죠!!"

어깨를 으쓱이는 녀석에게 오케이. 하고 대답해주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OB 친선 경기가 벌어지는 구장은 옆 동네에 위치해있었다. 그라운드 정비가 늦어지는 통에 학교 구장을 쓸 수 없게 되어 장소를 옮긴 것까지는 좋았는데, 경기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그곳까지 날라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다른 선후배들은 모두 이미 하나둘씩 배트와 공을 들고 구장으로 향했고, 병원에 다녀와야 해서 반조퇴 형식으로 빠졌던 녀석과 진로 상담이 있었던 나만 조금 늦게 합류하게 된 것이었다. 매니저가 깜빡한 점수 기록표는 녀석이 챙기기로 했고, 나는 선배들 몫의 드링크가 담긴 비닐 봉지를 품에 안았다

"OB
들끼리 시합... 대단한 것 같슴다."
"
, 나도 좀 있음 OB인데."

가볍게 대꾸하며 몇 걸음 걸었는데, 녀석의 얼굴이 놀란 기색으로 변했다가 울상으로 바뀌더니 결국엔 딱딱하게 굳어진다

"....
선배 학교는요...?"
"
? 오늘 상담했는데."
"
..."

그대로 녀석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진동을 멈추지 않는다. 어디냐고 묻는 연락일 것이다. 나는 녀석을 재촉했다.

"
와무라, 뭐해."

어느새 골똘히 생각에 빠진 듯 바닥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사와무라가 고개를 들었다.

"
, 선배."
"...
?"
"
, 그게........!!"

갑작스레 변한 분위기에 대답하던 내 목소리도 살짝 어긋났지만 별명으로 부른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듯한 녀석이 그걸 알 리가 없었다. 녀석이 더듬대다가 대뜸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깁스를 해서 팔을 고정시킨 상태라는 걸 잊은 채로. 갑작스레 중심을 잃은 녀석이 크게 비틀거렸고, 곧 왼쪽으로 쓰러지려고 했다. 나는 들고 있던 드링크를 바닥에 던지고 팔을 뻗었다

감싸 안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나 또한 발을 헛디뎌 비탈길 왼쪽 풀숲으로 함께 넘어졌다. 한바퀴 굴러 떨어진 셔츠 자락에 풀물이 배였다. 코 끝에 풍기는 풀내음만큼 풋풋한 눈빛이 흔들리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소리가, 와닿은 품 속에서 쿵쿵 울린다. 질문도 대답도 없이 시선과 고동만 남았다. 시선이 섞이는 순간, 나의 숨결과 녀석의 숨결 또한 섞이었다.

'연성 > 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사와 짧은 글 두 개  (0) 2014.04.19
미사와 짧은 글  (0) 2014.04.12
크리사와로 주종  (1) 2014.02.27
미사와 짧은 글  (0) 2014.02.24
쿠라사와 짧은 글  (1) 2014.02.24
AND

크리사와로 주종

연성/SS 2014. 2. 27. 10:44

열 살 정도 차이나는 기사 크리스랑 소년왕 에이준이 보고 싶어서 짧게 짧게!



1.



아이는 여러 겹 껴 입은 옷이 갑갑한지 자꾸만 몸을 뒤틀었다. 크리스는 높은 왕좌에 앉아있는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
조금만 참으면 내일은 하루종일 공 받아 줄게."
"
으으...."

아이는 앉아 있던 자세를 바로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다리를 까딱이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연회장 저 너머에 서 있는 유우키에게 시선을 주었다. 줄곧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그가 신호를 알아채고 연회장 밖으로 향한다
곧이어 우렁찬 트럼펫 소리가 교황의 행렬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북적이던 연회장 안의 사람들이 모두 막 열리기 시작한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다가온 교황은 영문도 모르는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낯선 손에 주춤하던 그는 크리스가 부드럽게 등을 미는 손길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
폐하, 홀을 잡으소서."
"
? ?"
"
왕국에 평화 있으라. 그리고 왕께 영광을!"

엉겁결에 크리스가 내민 홀을 집어 든 아이의 머리 위로 교황이 왕관을 씌우며 큰 소리로 외쳤다. 연회장에 모인 모든 사람이 합창했다.

"
왕국에 평화 있으라!"
"
그리고 왕께 영광을!"

모두가 새로운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동안 크리스는 다른 마음을 버렸다. 이제 에이준은 더 이상 돌봐주어야 할 아버지 친구의 아들이 아니다. 받들어야 할 왕이다. 울려퍼지는 맹세의 말을 입모양으로 따라하며 크리스는 왕좌에서 천천히 멀어졌다.



 

2.


 

에이준이 던지는 공은 아직 약하다. 크리스는 공이 에이준의 손 끝을 떠난 직후 재빨리 앞으로 다섯 걸음 걸어 나와 공을 받아냈다. 혹여나 놓치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크리스는 에이준과의 거리를 계산해서 적당히 힘을 빼고 던졌다. 흐물흐물한 궤적을 그린 공이 에이준의 글러브 앞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
뭐야, 크리스! 힘이 없잖아!"
"
오늘 훈련을 많이 해서 그래."
"
거짓말!"

있는 힘껏 담아 에이준이 던진 공을 크리스가 가볍게 받아냈다

"
크리스, 크리스는 기사야?"
"
아직 훈련 중이야."
"
그럼 기사 하지 마."

에이준이 쪼르르 달려와 크리스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어린 후계자가 이번엔 무슨 떼를 쓰려고 그러는 걸까. 크리스는 에이준을 안아 들었다

"
이미 견습 기사인데?"
"
나 클 때까지 하지 마!"
"
에이준?"
"
내가 왕이 되면."

가벼운 운동 직후라 따끈하게 온기가 오른 작은 몸이 품에 안겨 온다

"
그 때 크리스를 기사로 만들 거니까." 

그 때 기사단장 시켜줄 테니까 아직 기사 하지 마
기사 서임이라는 단어도 모르는 어린 왕자가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것을 느끼며, 크리스는 에이준을 안은 채 성으로 향했다

"
아직 열 번 밖에 못 던졌는데!"
"
저녁 식사 시간이야."

바둥거려봤지만 자신보다 열 살 더 많은 크리스의 힘을 이길 수 없었던 에이준이 치사해! 하고 투덜거렸다. 나중에 크리스보다 더 커질 거야! 하고 외치는 이 왕국의 후계자를 잘 달래면서 성으로 향하는 크리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연성 > 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사와 짧은 글  (0) 2014.04.12
[미사와] 잔디밭  (0) 2014.02.27
미사와 짧은 글  (0) 2014.02.24
쿠라사와 짧은 글  (1) 2014.02.24
미사와 짧은 글 두 개  (0) 2014.02.17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