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사와] 함께

연성/글 2014. 2. 4. 07:29

크리사와 AU. 크리스가 에이준보다 아홉 살 많습니다! 아마도 더 이어질 수도 있고...?

아마도 키잡 목표....?? 서니님과 얘기하던 크리사와에서 멋대로 이것 저것 더 넣어봤습니다.

(201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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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작은 어깨에 매달린 란도셀이 흔들리며 경쾌한 소리가 난다골목길 코너를 바로 돌자낯익은 얼굴이 불쑥 나타나 에이준을 덥썩 안아 올렸다.

 

잘 지냈어에이준?”

유우 형!!”

 

다정한 목소리와 따뜻하고 넓은 품에 매달려 에이준은 오랜만에 한껏 온기를 즐겼다품 안으로 파고든 에이준을 단단하게 끌어 안아 주며크리스는 부모님이 기다리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 있잖아오늘 학교에서 야구했어!”

에이준이 야구를?”

투수했어!!”

포수는 누구였는데?”

옆 반 오노근데 카네마루가…”

 

끊임없이 재잘대는 에이준의 말에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여주는 크리스의 얼굴에도 곧 미소가 번져갔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앉은 식탁은 평소보다도 활기가 넘쳤다아니시끄러웠다에이준은 저녁을 먹는 것도 잊은 채 한 달 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하려 들었고 결국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나서야 숟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에이준의 이야기를 들으며 식사를 끝낸 크리스와 아버지는 최근 코시엔 현황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에이준이 마지막 남은 브로콜리 조각을 반 억지로 다 먹어 치우자어머니는 크리스가 집에 오는 길 디저트 가게에 들러 사온 딸기 케이크를 한 조각씩 잘라서 내어주었다.

 

그럼 오늘은 자고 가는 거니?”

외박계 받아서 나왔어요.”

나랑 자자!”

 

입가에 크림을 묻힌 채 케이크를 먹던 에이준이 그새 크리스가 도망가기라도 한 듯 퍼뜩 고개를 들고 외쳤다.

 

에이준형이 먹을 때는 어떻게 하라고 했지?”

다 먹고 나서 얘기할 것소리 지르지 않을 것!”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

금새 풀이 죽어 케이크를 포크로 뒤적이는 모습에 크리스의 부모님과 크리스는 에이준 머리 위로 웃음기 담긴 시선을 교환했다이제 아홉 살이 된 에이준은 또래 아이들보다 활발한 편이었다그것도 아주 많이커피 좀 더 가져올게요하고 어머니가 부엌 쪽으로 걸음을 옮기셨다말 없이 포크로 케이크를 푹푹 쑤시는 에이준의 접시 위로딸기가 하나 나타났다.

 

?!”

이건 형이 주는 상오늘 집에 오자마자 손 깨끗이 씻었지?”

근데 형은 딸기 안 먹어?”

에이준이 맛있게 먹으면 그걸로 괜찮아.”

 

접시 위에 딸기가 둘딸기와 크리스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에이준이 이윽고 큰 결심을 했는지 자기 케이크 위에 있던 딸기를 조심스레 포크로 들어올렸다그리고 크리스의 케이크 위에 딸기를 내려놓는다.

 

이건 형이 먹어!”

네 딸기잖아?”
한 달 동안 수고했다고 내가 주는 상이야!”

 

아홉 살 어린 동생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보며 크리스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쟁반에 커피 두 잔을 들고 돌아온 어머니가 무슨 일이니하고 물었지만 웃느라 정신 없던 크리스와 그런 크리스를 흘겨보는 에이준 대신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은 아버지가 나중에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자신의 팔을 베고 곤히 잠든 에이준을 내려다보는 크리스는 에이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잠결에도 그것을 느꼈는지혀엉… 하는 잠꼬대가 대답으로 돌아왔다.

 

크리스와 에이준이 처음 만난 것은 크리스가 열 다섯에이준이 여섯 살이던 삼 년 전이었다에이준의 조부모는 크리스의 아버지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옆집에 살았던 이웃으로아직 일본어가 서툴던 그를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었다크리스의 어머니를 그에게 소개해준 은인이기도 했다크리스의 부모가 먼저 이사를 가게 되면서 한동안 연락이 끊겼었지만 에이준의 조부 장례식에서 오랜만에 만나면서 에이준의 부모와는 가끔 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다하지만 그랬던 에이준의 부모마저 어느 저녁 퇴근길에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여섯 살 에이준은 세상에 혼자 남게 되었다남겨진 재산도 거의 없는 아이의 운명이 그렇듯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다가 고아원에 맡겨지는 것이었지만 뒤늦게 소식을 접한 크리스의 아버지가 에이준을 데려오면서 그날부터 사와무라 에이준은 타키가와의 새로운 식구가 되었다.

중학생이었던 크리스의 학교가 결승전에서 패퇴한 날이었다열정을 못다한 설움을 품고 해가 질 때까지 우울하게 학교 그라운드에서 주저 앉아 있다가 돌아온 집에서 크리스는 에이준을 만났다정확히 말해선 에이준의 울음소리를 들었던 게 맞지만.

분함과 부족함에 잠이 오지 않아 간단히 겉옷을 걸치고 산책이라도 하려던 참이었다방문을 열고 1층으로 내려오려는데살짝 열린 옆방 문 사이로 훌쩍이는 흐느낌이 들려왔다들여다보니 아이는 큰 싱글 침대 위,이불 안에서 소리를 죽이고 울고 있었다그제서야 크리스는 일주일 전부터 이 집에서 같이 살게 된 아이가 있다는 것을 머리 한 구석에서 기억해냈다합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가 왔던 모양이었다.

부모를 잃고 친척 집을 떠돌다가 도착한 전혀 모르는 사람의 집부모님은 아이가 활발하게 웃고 떠든다며,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크리스에게 말했지만 크리스는 중학교 1학년 때의 첫 합숙 기억을 떠올렸다부모님 곁을 떠나와 낯선 곳에서 자는 그 느낌은 잊을 수 없었다저 아이는지금 시합에 진 나보다 얼마나 더 슬프고 괴로울까 하는 생각이 이어졌다.

크리스는 발소리를 죽이고 침대 맡으로 다가갔다그리고 침대에 살며시 앉았다스프링이 한 번 삐걱였다.그리고 아이가 놀란 듯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도 들렸다크리스는 이불째로 아이를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

 

안녕?”

“…..”
내 이름은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편하게 불러.”

“…..”

앞으로네 형이 될 사람이야.”

 

이불이 조용히 들썩였다크리스는 아이의 머리로 짐작 가는 부분을 쓰다듬었다.

 

형 얼굴 보고 싶지 않아형은 네 얼굴 보고 싶은데.”

“…..”

괜찮아앞으로는 형이 있으니까.”

 

조용 조용 이르던 크리스의 말이 끝나자아이가 조심스레 이불을 끌어 당겨 내렸다눈물범벅에 새빨갛게 충혈된 두 눈이 크리스를 빤히 올려다 보았다크리스가 조용히 눈을 맞추자히끅 하고 한 번 딸꾹질을 한다시합에 진 이후 처음으로부드러운 미소가 크리스의 입가에 걸렸다.

 

“….…”

?”

내 이름사와무라 에이준이야.”

에이준.”

 

조그만 소리로 흘러나온 이름을 다정한 목소리로 되풀이하자 아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날 밤 에이준은 그대로 크리스의 품 안에서 잠들었다나중에 어머니에게 듣고 보니에이준은 일주일 내내 밤마다 울면서 거의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고 한다알고 계셨어요하고 되묻자 크리스의 어머니는 너도 네 나름대로의 위로가 필요해 보였단다하고 알쏭달쏭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 넘기자 혈색 좋은 이마가 드러난다가지런히 감긴 두 눈과 달리 꿈 속에서 무언가 하고 있는지 양 손은 이리 저리 움직이며 난리다에이준의 이마에 한 번 입맞춤을 남긴 채 크리스는 처음 만났던 날 밤처럼 속삭였다.

 

잘 자에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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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깊이

연성/글 2014. 2. 4. 07:28


진단 메이커에서 미유사와 :: 배경은 학교이며 ˝그만 따라와˝ 대사와 음료수를 마시는 행동이 들어간 연성을 해주세요! KW-다혈질,돈 이라는 걸 줘서 써 봄.... 

(201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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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일 내내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마다 따라붙는 시선에 질릴 대로 질린 미유키는 쓰레기통을 들고 소각장으로 향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리고 3일 동안 참았던 말을 내뱉었다.

 

그만 좀 따라와.”

“!!!”

거기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와라~”

 

복도 모퉁이에서 쭈뼛쭈뼛잔뜩 굳은 표정의 사와무라가 걸어 나왔다누가 보면 내가 널 잡아 먹으려고 하는 줄 알겠다이 녀석아안경 너머로 바라보자 파드득 몸을 떤다.

 

하고 싶은 말 있어?”

아니선배그게….”

없으면 너희 반으로 돌아가든가.”

….”

 

우물쭈물하던 사와무라가 덥썩 미유키가 들고 있던 쓰레기통을 들었다그리고 그대로 소각장으로 달려간다.

 

이건 또 예상치 못한 전개인데…”

 

복도에 덩그러니 남겨진 미유키는 헛웃음을 흘렸다습관적으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동전 몇 개가 만져진다교실 열쇠가 동전과 부딪혀 가볍게 짤그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가을 대회를 무사히 우승으로 마무리 짓고봄부터 이어진 끝없는 훈련에도 조금 숨통이 트일 시기가 시작되었다벌써부터 늘어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카타오카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쉬어가는 템포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았다그 점에 있어선 미유키도 동의하는 바였고일단 그 연습 바보들도 어깨를 가만히 내버려둬야 할 필요가 있었다그리고 그동안 야구에 모든 것을 바치느라 잠시 미뤄두었던 연애에도미유키는 조금 신경을 쓰고 싶었다그래서 약간의 흑심을 섞어 사와무라의 투구 연습을 조금 줄였다아니조금 많이… 줄이긴 했다.

그리고 그날 밤 쿠라모치와 방을 바꾸고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어간 5호실은 텅 비어 있었다.

 

소각장 입구가 잘 보이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미유키는 뽑아온 음료의 뚜껑을 땄다사와무라의 몫으로 뽑아온 이온음료는 벤치 옆에 두었다.

방이 비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미유키는 멍해졌다벌써 10시가 지난 이 시간에어딜 간 거지그리고 그 의문에 답하듯 열린 기숙사 방문 너머로 실내연습장의 불빛이 보였다미유키는 갑자기 끓어오르는 속에 영문을 몰라 당황하면서도침착하게 사와무라의 책상 위에 있는 노트를 한 장 부욱 찢어내 짧게 메모를 남겼다그리고 원래 방으로 돌아와 애꿎은 쿠라모치를 내쫓았다.

사와무라는 미유키가 남긴 메모를 읽은 것이 틀림 없었다그날 이후로 쉬는 시간마다 미유키의 반에 찾아와서 슬쩍 슬쩍 눈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일부러 냉전으로 끌고 갈 생각은 미유키도 없었다그 다음날부터 야구 때문에 미뤄놨던 과제와 쪽지시험을 해결하느라 쉬는 시간 짬짬이 교무실에서 급히 추가 시험을 치느라 교실에 없었을 뿐이었다.

 

차가운 탄산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뜨거워지는 속을 달래주는 듯 했다저 멀리서 사와무라가 쓰레기통을 들고 오는 게 보였다.

메모를 남기고 온 그날 밤 미유키는 끝없이 자학했다아니내가애도 아니고유치하게 그런 말을 써놓고!!애초에 미유키는 사와무라가 관련되면 평소보다 초조해지곤 했었다하지만 그게 그렇게 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기… 미유키 선배….?”

앉아.”

!!!”

 

벤치에 차려 자세로 앉는 사와무라를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나올 뻔 했다표정을 급히 갈무리하고 음료수를 건네자 빳빳하게 긴장한 게 역력한 포즈로 캔을 딴다.

 

… 제가 정말 죄송했슴다!!!!!”

?”
제가그날 밤에 몰래 연습한 거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있슴다!!!!!!”

 

사와무라가 대뜸 소리치듯 사과했다미유키가 아무 대답이 없자 조금 부끄러운 듯뒤늦게 얼굴이 붉어졌다.

 

더 할 말은 없어?”

앞으로 다시는 몰래 연습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절대 선배를 공 받아주는 기계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
선배 그래서 화나신 거 아님까… 제가 연습하지 말라는 말 어기고 연습해서…”

 

순간 허를 찔린 미유키는 벙찐 표정이 되었다아니그게 맞긴 하지만… 그게원인은 아니었는데.

사와무라는 눈을 꼭 감고 미유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꿀꺽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교정이 조용했다.

아직은사와무라의 마음이 자신과 같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면서도 고백해오는 사와무라에게 멋대로 기대했던 건 자신이었다그 사실을 문득 깨달은 미유키는 사와무라 앞에서 아닌 척해도 초조해했던 이유를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눈 앞의 작은 연인은 아직도 눈을 꼭 감고 있다언제쯤이면 너는 나와 같은 마음이 되어줄까괜히 심술을 부리고 싶어졌다.

 

진짜 사과하고 싶어?”

!”

나한테 키스해주면 용서해주지~”

???!!”

 

경악으로 치뜬 사와무라의 눈이 빙긋 미소 지은 미유키의 얼굴을 확인하고 빨갛게 물든다.

 

하지만 선배 여기 학교임다!!!”

싫음 말고~.”

으으…”

뭐야배짱도 없잖아?”

아님다!!!!”

 

사와무라가 사나이 사와무라 에이준이 정도는 할 수 있슴다!! 하고 기세 좋게 외쳤다설마 진짜 해 줄 생각인 건가기대하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했던 마음 한 구석이 슬며시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아 미유키는 큼큼헛기침을 했다.

 

선배.. 눈 좀 감아주십쇼.”

?”

아씨… 부끄럽단 말임다!!”

 

미유키가 눈을 데굴굴리자 귀까지 새빨개진 사와무라가 자신의 손으로 미유키의 눈을 가렸다그리고 따뜻한 숨결이 미유키의 입술 위를 간질인다 싶더니부드러운 입술이 그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됐죠!!! 이제 꽁하게 있기 없김다!!!”

저기사와무라…”

그걸로 만족해주십쇼!!!”

 

할 말을 마친 사와무라가 쌩하니 사라졌다.

 

이건키스가 아니라 뽀뽀인데하고 다음 번에 또 뜯어낼 생각을 하는 미유키를 생각하지 못하고.

 

 

 

   사족을 달자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러니까 에이준은 존경심이랑 애정이 뒤섞여서??? 미유키가 얘는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든가... 사실은 존경심도 애정에서 우러난 감정이어서 에이준도 미유키도 모를 뿐이지 둘 다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은 사실 동일...하다고... 해...ㅇ.. 하나ㅏ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아ㅏ아ㅏ 진짜 어렵네요 이거 아 존못이라 슬프다 존잘님들 연성 좀 해주세요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깊이...는 감정으 ㅣ깊이 차이를 뜻하고 싶었습니다 허ㅏㅁ아ㅓ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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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사와] 몰래

연성/글 2014. 2. 4. 07:27

크리사와의 턴!!!!!!!!!!!!!!! 다이에 애니에서 얼른 크리스 선배가 죽은 눈을 버리시길 바라며...

(201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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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걸렸다.

사와무라 에이준이리 저리 사고도 많이 쳤지만 오늘 같이 후회한 적은 없었다.

 

사와무라지금 뭐하는…”

죄송합니다선배!!!”

 

사와무라는 당황한 듯한 크리스의 곁을 쏜살같이 지나쳐 가며 평소에 런닝을 거르지 않은 자신을 잠시 칭찬하고 싶어졌다본인이 뭘 하고 있었는지도 까먹고.

 

 

 

그러니까그건솔직히 말해서 조그만 호기심이었다재활운동 후 다시 그라운드에 들려 따로 사와무라의 연습을 봐주던 크리스가 오늘은 급히 나가면서 평소 챙겨가던 가방을 놓고 간 까닭도 있었다늘 하던 족자 세트를 끝마치고 몸이 식지 않도록 스트레칭을 하던 사와무라에게 다른 3학년 선배가 찾아와 크리스의 가방을 맡기지 않았다면 사와무라 또한 크리스가 가방을 놓고 갔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그리고 아까같이 위험한 시도 또한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숙사 옆 실내연습장 구석까지 뛰어들어온 사와무라는 문을 닫고 쓰러지듯 앉았다그리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으려던 찰나에야 자기 손에 들린 것을 발견했다.

 

으아아아아!!!!!! 들고 와버렸어!!!!!!!!!!!!!”

 

손에 들린 크리스의 유니폼은 이미 잔뜩 주름이 져 있었다.

 

 

 

크리스의 가방을 벤치에 두고 스트레칭을 끝낸 사와무라는 벤치 위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봤다슬슬 크리스가 도착할 시간이었다읏샤!! 하고 기합을 넣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가방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평범하게 생긴 가방은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때 멈췄다면 좋았을 것이다또 평소에도 크리스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던 건 사실이었다살짝 들어보니 생각보다 가방이 무거웠다선배는 가방에 뭘 넣어 다니시길래 이렇게 무거운 걸까하고 생각하던 중열려 있던 가방의 지퍼 사이로 소지품이 와르르 쏟아졌다.

 

우와아앗!!”

 

뒤늦게 알아차린 사와무라가 가방을 닫으려 허둥지둥했지만 이미 몇 가지는 바닥에 떨어진 후였다다행히 높은 곳에서 떨어진 건 아니라 깨지거나 상한 물건은 없는 것 같았지만 사와무라는 왠지 남의 것을 엿본 기분에 후다닥 바닥으로 몸을 숙여 주워 들었다달마다 발행되는 야구 잡지 한 권늘 들고 다니던 초록색 표지의 메모 노트와 그 사이에 끼워진 펜그리고

 

이건….”

 

잘 개어진 1군 유니폼 한 벌이 떨어져 있었다흙이 묻거나 더러워지지 않은 걸 보아하니 깨끗하게 세탁된 것 같았다그리고세탁한 이후에도 입은 적이 없는 듯 했다사와무라는 크리스의 유니폼을 손에 꽉 쥐었다. 2군에서 사와무라를 가르치면서도늘 입는 유니폼이 아닌 등번호가 달린 1군 유니폼을 항상 지니고 다닌다는 점에서 크리스의 각오가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그런데도사와무라는 그런 크리스의 마음을 몰라준 채 그의 상처를 헤집고 반항했다.

순간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비어져 나오려는 그것을 꾹 참고입술을 깨문 채 사와무라는 유니폼에 묻은 먼지를 잘 털었다펼친 유니폼은 사와무라의 예상보다 좀 더 컸다문득 사와무라는 같은 1군 유니폼을 입은 자신과 크리스를 상상해보았다번호를 등에 지고 웃는 크리스의 모습은 선뜻 그려졌지만 1군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모습은 잘 느낌이 오지 않았다한 번입어봐도 될까하는 조그만 욕심이 살살 피어 올랐다입어봐도 되는 걸까하고 마음 한 구석의 양심이 속삭였지만 같은 그라운드에 선 크리스와 자신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조금 더 컸다유니폼을 펼쳐 왼팔부터 꿰어 넣고나머지 오른팔도 소매에 넣은 다음 차근히 단추를 채웠다.

 

생각보다 더 큰 것 같네….”

 

허벅지를 약간 덮는 길이가 양심을 짓누르고 등에 단 번호가 무능력함을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져 사와무라는 후다닥 단추를 풀고 크리스의 유니폼을 벗었다그리고그 때.

 

사와무라...?”

 

본인과 마주쳤다.

 

 

 

사와무라는 고개를 박은 채 열이 오르려는 얼굴을 간신히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나란 자식!! 입어보려고 했던 걸까!!”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두근두근긴장이 되어서 그런지 아무도 없는 실내연습장에 고동소리가 울리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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