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와] 캐치볼

연성/글 2014. 2. 4. 07:35

너 누구 좋아해? 너 야 아니 장난 치지 말고 너 좋아해 아 진짜 좋아하는 사람 말하라니까 너 좋아한다니까 미친넘아 언제까지 장난 칠건데 제대로 대답을 하라고 니가 나도 라고 말할 때까지

를 트위터에서 보고!! 미사와 느낌이 너무 강하게 와서!!!! ㅠㅠㅠ 얘들아 왜 이브에도 야구하니... 엉엉엉

(2013.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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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까지도 훈련이라니노을이 지는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해산하기 시작한 몇몇 부원들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사와무라는 개의치 않고 공을 던졌다파앙-! 글러브를 울리는 소리가 썩 마음에 든다.

 

지금 공 어땠슴까!!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자세가 흐트러졌어다시!”

 

휘익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글러브 안으로 공이 돌아왔다사와무라는 자세를 바로 잡고 심호흡을 한 번 했다캐치볼한다고 하지 않았냐… 배트를 정리하던 카네마루는 지적해주고 싶은 사실을 꾹 참았다사와무라가 신난 듯이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대강 가방을 챙긴 카네마루는 신난 동기와 웬일인지 묵묵히 공을 받아주는 선배를 바라보고 외쳤다.

 

사와무라 너 이따가 저녁에 나 부르면 죽는다?”

!”

크리스마스 이브잖아넌 가족도 애인도 없냐여튼 선배사와무라저는 갑니다!”

 

네 연습에 어울려 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어야지…. 툴툴거리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간다애인공 던지기에만 열중하던 사와무라의 머리 속에 물음표가 하나 떠올랐다.

 

미유키 선배는 애인 없슴까저랑 연습하고 있게.”

신경 쓰여?”

~전혀!!”

 

야구공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속도감 있게 날아가 미유키의 글러브 안으로 안착한다미유키가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 다시 던졌다.

 

너야말로 애인이 있다고 하면 놀라겠지만!”

뭐 하시는 검까!!”

 

사와무라를 지나쳐 간 공이 그라운드 근처까지 날아갔다갑자기 왜 힘 넣어서 던짐까!! 저도 제 진심을 보여드릴까요!! 공을 주우러 쪼르르 뛰어가며 사와무라가 투덜거렸다.

 

네 진심이 뭔데?”

뭐라구요?? 안 들림다!!!”
됐다얼른 던져!”

그것 참 멀리도 던지셨네…”

 

미유키가 하는 말까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거리를 다시 돌아온 사와무라가 가볍게 공을 던졌다 놓아 받기를 반복했다꼭 마운드 위에 서 있을 때와 같은 모습에 미유키도 베이스에 있을 때와 같이 자세를 낮추었다.

 

그러는 선배는 좋아하는 사람 있슴까!”

 

얼핏 힘을 주어 던지나 싶더니 곧 속도가 느려지는 공을 여유롭게 잡아낸 미유키가 씨익 웃었다두번째로 만났던 날지각한 것을 걸리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웃던 얼굴과 흡사한 모습에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폭투를 예상하고 슬그머니 세 걸음 정도 물러났다.

 

넌데?”

 

직구로 날아온 공이 언제 멀리 날아가기라도 했냐는 듯 입을 벌린 사와무라의 글러브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사와무라는 헉 하고 굳었던 몸을 얼른 풀고공을 던지며 대답했다.

 

장난 치지 마십쇼!!!”

 

힘이 들어가지 못한 공은 미유키가 있는 곳까지 다다르지 못하고 힘없이 중간에 떨어져 굴렀다굴러오는 공을 앞으로 몇 걸음 나와 받은 미유키가 반사적으로 글러브를 벌린 사와무라 쪽으로 부드럽게 던졌다.

 

너 좋아해.”

 

이번에도 부드럽게 글러브에 들어온 공을 잡고 부들부들 떨던 사와무라가 폭발하듯 붉어진 얼굴로 거세게 팔을 휘둘렸다.

 

아 진짜!! 좋아하는 사람 말하라니까요!!!”

 

미유키는 자신을 지나쳐 날아가려는 공을 팔을 뻗어 가볍게 잡아냈다이런사와무라폭투잖아그렇게 부끄러워직접 말했다간 그대로 사와무라가 글러브를 던지고 도망칠 것 같아 꿀꺽 하고 싶은 말을 삼킨 미유키는 두 걸음 앞으로 걸었다그리고 다시 사와무라의 글러브를 향해 공을 던졌다.

 

너 좋아한다니까.”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결국 사와무라가 글러브를 벗어 던졌다미유키도 글러브를 벗고 사와무라 쪽으로 세 걸음걸었다그라운드 위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공이 데구르르 굴러 갔다.

 

미친 놈아 언제까지 장난 칠 건데!! 제대로 대답을 하라고!!!”

 

미유키는 한 걸음 앞에서 잔뜩 흥분해 선배고 뭐고 잊어버린 채 소리치는 사와무라에게 다가갔다붉어진 얼굴이 추운 날씨 속에 김이라도 나올 것 같다미유키는 사와무라를 와락 껴안았다.

 

네가 나도 라고 말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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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미유키와 그 담당 편집자인 사와무라로 AU!

에이준 괴롭히는 거 너무 재밌어욬ㅋㅋㅋㅋㅋㅋ 1차 벨인 ㅅㅜㄴ정ㄹㅗ맨티카와 세ㄱㅖ 제일의 ㅊㅓㅅ사랑이 생각나신다면 맞습니다 ㅋㅋㅋㅋㅋ 

(2013.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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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제 슬슬 원고 좀 주십쇼!!”

나도 주고 싶은데바람에 날아갔다니까?”

선생님….!!”

 

기어코 이를 빠드득 가는 소리가 시계 초침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작업실을 울렸다사와무라 에이준(26,출판사 입사 2년차)은 자꾸만 올라가려고 하는 손과 자꾸만 커지려는 목소리를 애써 참아 눌렀다상대는 회사에서도 꽤나 인지도 있는 작가다언젠가 경기장에서처럼 한 방 크게 날리고 싶은 마음을 반 강제적인 자기 최면으로 참아 가며 사와무라는 말 한 마디씩을 천천히 내뱉었다.

 

최종 마감은 지난주였슴다선생님…”

알아근데 쓰다 보니까 결말이 마음에 안 들더라구♡ 그래서 싹 다 뜯어 고쳤지.”

수정본도 그저께까지였을 텐데요…”

그래서 다 썼는데정전이 돼서 다 날아갔어급히 쓰기는 했는데늦어지는 게 미안해서 내가 직접 퀵서비스로 부치려고 했지♡ 근데 하필이면 집 앞에서 돌풍이 불어서.”

그럼 원본 파일은 어딨슴까…”

다시 쓸 땐 원고지에 써서 컴퓨터로 저장된 건 없어♡

 

핫핫하펜으로 쓰다 보니 예전 추억도 생각나고 좋더라고.

부서 최말단 담당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감을 어기고 파일을 날린 작가는 담당이 사 온 오렌지 주스를 꼴깍 꼴깍 들이켰다사와무라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못해 폭발하기 시작한 감정을 결국 억누르지 못했다.

 

미유키 카즈야!!!!!!!!!!!!!! 당장 원고 내놔!!!!!!!!!!!!!!!!!!!!!!”

 

 

 

억지로 노트북 앞에 앉은 미유키는 간이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는 사와무라를 흘낏 쳐다보았다이를 악문 채 원두를 갈던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시선을 눈치챈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던졌다.

 

에이준 군막 던지면 위험하잖아~”

플라스틱임다!!!!”

플라스틱 컵에 뜨거운 거 부으면 안 되는데설마 녹인 플라스틱을 먹여서 날 죽이려고?”

“….원고나 하십쇼제발!!!!”

 

자신에게 곧장 날아온 컵을 가뿐하게 받아낸 미유키가 한다니까하고 컵을 받아낼 때만큼 가볍게 사와무라의 외침을 받아 쳤다타닥타다닥 하고 경쾌한 타자 소리가 한동안 작업실을 가득 채웠다사와무라는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한 방울한 방울 커피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노려보았다마감은 제멋대로 어기는 주제에 취향은 또 확고해서 카페라떼가 아니면 안 마시겠다이래선 글을 쓸 수가 없다고 선생님께서 깽판을 부리던 세 달 전 사건 이후사와무라는 속성 커피 교실에 등록해서 커피를 배웠다덕분에 지금은 웬만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못지 않게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사와무라는 커피를 만들고 싶어서 출판사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그가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소설 한 권이 야구만 보고 살던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자전적 성격이 강한 그 소설은 한 소년과 한 소녀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였다당시 부상으로 인해 야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그에게 팀메이트가 추천해준 책이기도 했다그 책을 읽고이런 책을 쓸 수 없다면 책을 만드는 걸 돕고 싶다는 생각이 야구를 잃은 사와무라의 또 다른 마음 속 기둥이 되었다칠전팔기 정신으로 기어코 취업에 성공한 이 출판사는 좌절했던 시절 그가 읽었던 책을 출판한 곳이었다반 년 가량 제작부 밑에서 구르던 사와무라는 첫 작가를 담당하게 되었고슬럼프를 겪던 그의 밑에서 편집의 기초와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을 배웠다그가 다시 성공적으로 재기하게 된 후담당이 바뀌어 맡게 된 현재의 작가가 바로 미유키 카즈야바로 지금 쇼파에 앉아 노트북 자판 위에서 재빠르게 타자를 치는 저 사람이었다선배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로 들어서는 마감을 딱딱 지키고까다로울 것이 없는데다가 쓰는 작품마다 히트를 치는 작가라고 했다입사 동기들에게는 미유키 선생님을 맡게 되다니 부럽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형편이었다출판사 내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작가미유키 선생님의 작업실로 첫 출근을 하던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사와무라는 단단히 긴장한 상태였다.

또로로록 흐르던 커피 소리가 멎은 것을 뒤늦게 깨달은 사와무라는 우유를 데울 준비를 했다까다로울 것이 하나 없다던 선생님께서는 우유 거품이 너무 많이 났다며 퇴짜를 놓는 사람이었다집중해서 우유를 데우는 사와무라의 뒷모습을 미유키는 쇼파에 늘어진 채 바라보았다타자 소리가 멈춘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우유 데우기에 열심인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아내고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 안에서 고이 잠자고 있는 USB를 만지작거렸다.

 

 

 

사와무라는 탁자 위에 거칠게 라떼를 담은 머그를 내려놓았다하는 소리와 함께 우유 거품이 조금 튀어 사와무라의 손등에 묻었다날카로운 눈초리로 미유키의 거동을 살피던 그는 아예 의자를 하나 빼서 미유키가 앉은 쇼파 근처로 가져와 앉았다.

 

원고 진행도는 어떻슴까.”

오늘 내로 다 될 것 같아아 근데 라떼 아트는하트로 해달라고 했잖아!”

마감을 두 번이나 어긴 사람이 할 말임까!!!!!!!!!!”

 

또 폭발했다활활 불타는 사와무라의 얼굴을 본 미유키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막기 위해 얼른 머그를 들어 입에 댔다가까이에서 보니 평소 혈색 좋고 체력 좋기로 유명한 사와무라의 얼굴도 꽤나 수척하게 변해 있었다더 이상 놀리는 건 사와무라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다미유키는 머그잔을 내려놓고 노트북을 소리 나게 덮었다그새 가볍게 졸았던 건지 멍해 있던 사와무라의 눈에 빛이 돌아온다.

 

뭐 하시는 검까??”

에이준 군정말 원고 받아가고 싶어?”

지금 말장난할 시간 없슴다!!”

그럼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말야…”

 

씨익 웃는 미유키의 눈이 안광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사와무라는 입술을 깨물었다또 어떤 기상천외한 요구가 나올 지 모른다하지만 오늘까지 원고를 받아가야 하는 건 사실이었다고민하던 사와무라는 말해보십쇼들어드릴 테니까!! 하고 외치고 말았다.

 

내 허벅지 위에 앉아 봐♡

지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는 검까!!!!!!!!”

얼른내 마음 바뀌기 전에 하는 게 좋을 걸?”

….”

 

자신의 허벅지를 살짝 손으로 두드리는 모습에 다시 폭발했던 사와무라지만금새 웃음기를 지우는 미유키 때문에 결국 어쩔 수 없이 의자에서 일어났다인쇄소에서 제시한 최종 마감 기한은 오늘 저녁 6시다이미 시간은 오후 2시를 지났고미유키의 속도를 믿더라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착하지~”

“……”

눈 감아.”

이상한 짓 하면 죽일 검다.”

 

사와무라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조심스레 눈을 감았다불퉁하게 나온 입술에 한동안 시선을 두던 미유키는 고개를 한 번 흔들고 사와무라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그리고 고개를 내려 손등에 묻은 우유 거품을 핥았다손등에 와 닿는 뜨거운 감촉에 사와무라가 퍼뜩 눈을 떴다.

 

지금 뭐하신 검까!!!!!!”

원고 준 건데?”

무슨 헛소리를…..!!”

손바닥 펴 봐~”

 

사와무라는 그대로 미유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다가턱짓으로 자신의 손을 가리키는 미유키를 보고 나서야 쥐어진 주먹에 힘을 풀었다. 64기가 바이트짜리 USB가 마침 창으로 들어온 햇빛을 받고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원고!!!!”

으악!!”

 

아프잖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사와무라 때문에 그의 머리에 턱을 맞은 미유키가 신음했다하지만 사와무라는 그런 미유키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의자에 놓여 있던 가방과 겉옷을 챙겨 달리다시피 현관으로 향했다.수고하셨습니다다음 번에도 감사합니다 하는 의례적인 인사도 없이 신발을 신은 그가 쾅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

 

 

 1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사라지는 사와무라의 모습을 바라보던 미유키는 그동안 참았던 웃음을 한꺼번에 터뜨렸다원고만 받으면 쏜살같이 사라지는 그 모습이 괜히 원고를 주기 싫어지게 만드는 건 알고 있는 걸까.

 

그리고 분명히 그 소설의 작가가 나인 것도 모르겠지.”

 

미유키는 사와무라가 그의 전 담당 작가였던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와의 첫 마감을 끝내고 나서 가진 술자리에 불려갔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술에 취한 사와무라가 뭐라 뭐라 떠들고 있는 걸 들어보니 미유키의 대학 시절 데뷔작이라는 걸 알게 된 크리스가 연락해서 가게 된 자리였다.

 

저는 그런 책을 만드는 게 꿈임다!!!’

 

술집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소리에 크리스가 쉬잇하고 주의를 주었다장난기가 돈 미유키는 큼큼하고 헛기침을 해서 사와무라의 주의를 끌고 질문했다.

 

그럼 그 소설을 쓴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어?’

그건 당연하죠!!!! 그 분과 함께 일한다니 진짜 영광임다!!! 제가 제 인생을 다 바쳐서라도 담당할 검다!!!’

 

열정적인 고백을 쏟아낸 사와무라는 그대로 술집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고 미유키는 허리를 굽혀가면서 웃었다그래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줘야겠지미유키는 다음날 아침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다크리스 작가님을 담당했던 그 애송이제 담당으로 한 번 바꿔주시죠마침 출판사 쪽도 크리스의 재기를 도운 사와무라를 높게 평가한 듯 했다그 날 이후로 삼 개월 동안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뮤즈 노릇을 톡톡히 했다본인은 잘 모르고 있겠지만.

 

미유키는 그새 식어버린 커피를 한 번에 비웠다다음부턴 드립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해볼까그럼 또 진짜 배워올까내심 떠난 온기가 아쉬워 미유키는 빈 머그를 한 번 손으로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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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속도 답답하고 덕심도 사그라들고 했었는데 로투스 스프레드 퍼먹고 기운 내서 급히 쓴 글! 15분짜리에요 다시 안 읽어봤어요 미안해 크리스 에이준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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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그 장면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교내는 차분하게 정돈된 느낌이었다졸업식 식순을 익히느라 예행식도 해보고취악대와 합창단이 각각 리허설 삼아 공연도 했다재학생 대표로 선발된 녀석이 쭈뼛쭈뼛하느라 예행식이 조금 길어져 모두가 야유하곤 했다. 3학년들은 이미 돌아간 듯 했고다른 학년 학생들도 평소보다 일찍 끝난 수업에 다들 삼삼오오 모여 하교하던 중이었다나는 담임이 모아오라고 한 과제물을 모아 교무실에 들렀다어머,수고했어미유키 군미안한데 이 쓰레기통도 좀 비워줄 수 있을까부탁할게하고 말하는 담임의 책상엔 공문이 잔뜩 쌓여 있어서나는 하루쯤 좋은 일을 한다는 심정으로 쓰레기통을 들고 나갔던 것 같다.

 

그렇다나는 결코 그 장면을 보고자 해서 본 것이 아니다.

 

별로 무겁지 않은 쓰레기통을 대강 비우고나는 담임이 주머니에 넣어 주었던 드링크를 비웠다아직 피지 않은 벚꽃이 바람에 흔들린다이제 새로운 봄이 시작된다새로운 팀과 함께빈 드링크 병을 힘 주어 잡고 유리 분리수거 함으로 던지려던 찰나였다소각장 근처벚꽃나무가 잔뜩 심어진 곳에서 인기척이 났다이 시즌 그런 장소는 모두 특정한 목적을 위해 쓰이곤 하지나는 혹시나 분위기를 깰 까봐 빈 병을 조심스레 통에 넣고 돌아서던 찰나에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선배를 좋아해요.

…….

받아주지 않으셔도 됨다.

 

당장 오늘 아침도 공을 받아 달라 조르던 목소리가 낮게 깔린 채로 담담히 마음을 고백하고 있었다그 녀석답지 않게 부끄러움도 없이 조용하다 싶었다그리고 나는 그 녀석이 좋아한다 말하는 선배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사심이 섞이지 않았다고 부정할 수는 없었다요즘 그 녀석을 멍하니 바라볼 때가 늘었다는 건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지적할 정도였으니.

 

모퉁이를 슬그머니 돌려던 나는 이어지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면?

그냥선배의 넥타이를 받고 싶슴다.

넥타이?

기념으로 간직하고 싶슴다여긴 가쿠란이 아니니까 두번째 단추를 받을 수 없잖아요.

 

그쵸하고 애써 묻는 말 끝이 잔뜩 떨리고 있었다고개를 숙인 녀석의 등이 작게 떨린다나를 등지고 있어서 선배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곧 부스럭하는 소리와 함께 넥타이 없이 맨 셔츠였던 그 녀석의 셔츠 칼라 밑으로 천천히 넥타이가 매어졌다.

 

……. 감사함다.

나도사와무라 널 좋아했어.

……..

앞으로도 응원하마.

선배도미국에서도 잘 할 거라 믿슴다.

 

선배가 그 녀석을 지나쳐간다나는 선배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꼈다한동안 그 자리에 굳어 있던 녀석이 모퉁이를 돌아 나왔다나는 녀석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그 넥타이누구 꺼야?

….. 미유키 선배.

누구 꺼냐고.

 

녀석은 대답이 없다나는 녀석이 매고 있던 넥타이를 거칠게 풀었다그리고 내 자켓 아래에서 달랑이던 넥타이를 풀어내 녀석에 손에 확 쥐어줬다.

 

선배뭐하는 검까!!!

내 꺼 써.

?

내 꺼 쓰라고이거 말고.

 

녀석을 지나쳐 소각장으로 걸어 갔다아까 쓰레기통을 비웠던 자리에 녀석의 목에 매어 있었던 넥타이를 집어 던졌다.

 

기숙사 가면 네 넥타이 나한테 줘.

….. 선배.

안 그러면 내일 학년 주임한테 걸린단 말야♡

…….

이따 연습 시간에 보자.

 

쓰레기통을 들고 소각장을 빠져 나왔다남겨진 녀석의 얼굴이 어떤지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나는 결코 그런 장면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녀석의 얼굴도버려진 넥타이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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