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장갑

연성/글 2014. 2. 4. 07:44


장갑 잃어버린 기념 ㅠㅠㅠ 포근한 후루사와

(현지시간 2014. 0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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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에 장바구니가 들려 있어서 사와무라는 왼손에 꼈던 장갑 끄트머리를 입술로 물고 고개를 들어 장갑을 벗었다그리고 점퍼 주머니 안에서 그새 차가워진 열쇠를 꺼내 들었다움직임에 반응해 반짝 불이 들어오는 현관등 밑에서 한쪽 발로 다른 신발 뒤축을 꾸욱 밟아 벗고그대로 다리를 흔들어 운동화를 아무렇게나 현관에 내던지듯 벗었다겨울 내음이 한껏 묻어나는 집은 어둠에 묻혀 있었다현관등의 불빛에 의존해서 복도를 걸으며 사와무라는 여전히 장갑을 문 채 입술을 움직였다그냥 습관적인 일이었다.

 

다녀왔슴다.”

“…… 늦었어.”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막 깬 듯 낮게 잠긴 목소리가 어두운 거실에서 흘러나와 사와무라는 무심코 입을 헤 벌렸다투둑장갑이 방바닥에 떨어졌다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방바닥을 가볍게 딛는 발걸음이 고요한 집 안을 울렸다후아아암늘어지게 하품을 한 후루야가 까치집이 된 머리를 벅벅 긁으며 현관 복도로 다가왔다더 이상 아무런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한 현관등이 막 꺼진 순간이었다따뜻한 기운을 품은 몸이 매달리듯 사와무라에게 안겨왔다응석을 부리듯 꽉 끌어안은 후루야는 그대로 찬 공기가 가닥 가닥 감겨 든 사와무라의 머리 위로 고개를 파묻었다.

 

왜 네가 여기 있어?!?”

우리 집이잖아.”

그게 아니라!!”

 

고개를 들려고 하던 사와무라는 꾸우욱 누르는 힘에 눌려 어쩔 수 없이 후루야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그제야 만족한 듯 후루야가 머리카락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었다그 사이를 틈 타 사와무라가 파드득 얼굴을 올렸다.

 

너 왜 여기 있냐니까!!!”

훈련이 일찍 끝나서.”

그래서?”

얼굴 보려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등 뒤로 둘러진 팔이 더욱 강하게 온 몸을 감싼다잠자코 있던 사와무라는 일단 계란이 깨지지 않도록 장바구니를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았다그리고 후루야의 등으로 팔을 둘러 마주 안았다등을 토닥이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길에 후루야가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쉰다.

 

보자마자 끌어안는 건 뭐하는 거야.”

누가 집에 돌아오면 이렇게 해주라고 하던데…”

누가.”

팀 선배가…. 이게 아닌 거야?”

 

후루야와 사와무라가 표면적으로는 라이벌 팀의 투수이자 서로에게 투지를 불태우는 사이지만 실제로는 동거하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후루야의 팀 선수들을 머리 속으로 생각해보다가사와무라는 곧 포기했다다 기억도 나지 않을뿐더러 누가 알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사와무라는 얼핏 입이 무거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입이 가벼운 후루야를 속으로 탓했다.

 

됐다됐어…..”

.”

근데 후루야.”

 

억지로 몸을 떼어놓자 후루야의 불만스러운 시선이 사와무라에게로 향한다벌써부터 벌개지려는 볼을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하며 사와무라는 근질거리는 목 때문에 한 번 큼큼헛기침을 했다.

 

얼굴을 보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약간 거칠어진 입술이 그대로 볼에 닿았다가 떨어졌다빤히 사와무라를 보던 후루야가 천천히 손을 올려 사와무라의 입술이 닿았던 볼을 쓰다듬는다왠지 그걸 보고 있자니 더욱 부끄러워져서 사와무라는 시선을 후루야의 발치로 돌렸다.

 

마운드 위에서든어디서든 너한테는 질 생각 없으니까!!”

“……”

여튼 알아 두라고!!!”

 

사와무라는 완전히 녹은 손으로 재빨리 바닥에 내려두었던 장바구니를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후루야는 잠시 그대로 서서 그런 사와무라를 눈으로 쫓다가 안 도와줄 거면 넌 저녁 먹지 마!!’ 하는 일갈에 슬쩍 몸을 숙여 떨어진 장갑을 주웠다장갑 테두리에 수놓아진 K.H 글씨가 불이 들어온 현관등의 빛을 받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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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갈증

연성/글 2014. 2. 4. 07:43

출국 준비로 바쁘고 여기 와서는 일정이 바빠서.... 도 있지만 요즘 소비하고 싶어서 ㅠㅁㅠ 안 썼는데 리카르한테 영업한 게 넘 미안해섴ㅋㅋㅋㅋㅋㅋ 써 봤습니다 미안해 리카르님~~~ 

(현지시간 2014. 0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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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타자가 망설이는 게 보였슴다그래서 따악 결정구를 넣어줬죠!!”

 

그 때 그 타자 얼굴을 선배가 봤었어야 하는 건데!!

사와무라의 앞에 놓인 맥주잔은 여전히 툭 치면 쏟아질 정도로 가득 차 있었다거품이 조금 사그라들어 찰랑거리지 않을 뿐이었다빈 잔을 테이블 구석으로 밀어낸 미유키는 대강 대답해주며 앞에 앉은 사와무라의 맥주잔을 슬쩍 가져가 마셨다사와무라는 미유키가 자신의 잔을 가져간 줄도 모르는 듯 여전히 신나게 자신이 어떻게 다음 타자를 아웃시켰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취했나 싶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떠드는 건 사와무라인데 오히려 듣는 미유키 쪽이 목이 말랐다아니솔직히 말해서는 부글 부글 끓는 감정으로 목이 탔다일부러 맥주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아도 술 대신 이야기에 취한 사와무라는 이제 4회 말에 이루어낸 득점 – 사와무라의 번트가 큰 역할을 했다 – 로 주제를 옮겼다미유키는 다시 맥주잔을 잡았다.

 

대학 졸업 후 프로 선수 대신 취직을 선택한 지 일 년본격적으로 야구만 하던 시절을 버린 지도 이제 곧 이 년 즈음에 접어들은 미유키였다프로의 세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대학 시절에 깨닫고타자 대신 소비자를 쥐락 펴락하는 마케팅으로 시선을 돌린 건 미유키 자신이 생각해도 꽤 괜찮은 것이었고 적성에도 맞았다.그 대신프로 진출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와무라와의 배터리를 공식전에서 이룰 기회를 영영 잃는다는 말과 같았다운명의 장난인지 미유키와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게 된 사와무라는 매년 여름 꼭 한 번씩 미유키와 경기장에서 만나게 되었다배터리가 아니라 타자와 투수혹은 포수와 타자의 관계로처음 붙었을 때는 미유키의 학교가 이겼고그 다음 해에는 사와무라의 학교가 이겼다미유키는 그 해 이후로는 선수로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둘의 승패는 동점이었다미유키는 사와무라가 이겼던 그 날 밤확실히 자신이 이겼던 침대 위를 잠시 생각했다가 사와무라가 듣고 있냐며 떽떽거리는 바람에 상념에서 벗어났다.

 

지금 선배 안 듣고 있죠!!”

응응듣고 있어~”

전혀 듣고 있는 얼굴이 아니거든!!!!”

 

아직도 욱하면 말이 짧아지는 버릇은 여전하군미유키는 물방울이 맺힌 맥주잔을 만지작거리며 화제를 자연스럽게 돌렸다.

 

그래서 그 번트가 통산 몇 번째 번트냐?”

…. 잠시만요… 한 번 세어 보게.”

 

왈칵 화를 낸 걸 그새 잊어버리고 기억을 곱씹어가며 손가락을 접는 사와무라 몰래 씨익 웃은 미유키는 우우웅울리는 진동 소리에 슬쩍 테이블 밑으로 휴대폰을 꺼냈다다섯…. 여섯…. 진지하게 번트를 헤아리는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잦아들기 전 메일을 보낸 미유키는 언제 그랬냐는 듯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고 다시금 타들어가는 목을 맥주로 축였다… 열하나…. 손가락 대신 기본 안주로 나온 과자를 티슈 위에 올려 놓고 세던 사와무라의 휴대폰이 울린 건 미유키가 사와무라의 맥주를 절반도 넘게 비웠을 때였다.

 

실례하겠슴다.”

 

휴대폰을 들고 재빨리 일어선 사와무라가 잰 걸음으로 가게 밖을 향한다미유키는 외투도 챙기지 않고 나간 사와무라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와무라가 티슈 위에 올려둔 과자를 집어 들어 와작와작 씹었다싸하게 퍼지는 와사비 향이 코 끝을 찡하게 울렸다열 개 남짓 있던 과자가 모두 사라졌을 때 쿵 쿵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미유키!!!!”

 

사와무라의 고함 소리는 시끄러운 술집 안의 소음에 파묻혔다하지만 명백히 화난 얼굴은 미유키가 씨익 웃으며 누구야하고 물어도 사그러들지 않았다.

 

크리스 선배 일본에 온 거 알고 있었어?!!”

일단 내가 동창회장을 맡고 있으니까~”

그럼 이제 막 떠나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 전에 한 번 만나자고 하셨으니까~”

그럼 나한테는 왜 말 안 했어!!!”

 

이상한 존대도 선배라는 호칭도 집어 치운 채 거칠게 미유키의 앞에 서서 씩씩대는 사와무라를 흘끗 바라본 미유키는 과자 때문에 꺼끌한 입 안을 맥주로 넘겼다그리고 턱을 괸 채 대답했다.

 

알려줬으면 넌 크리스 선배 만나러 갔을 거 아냐.”

당연하지!!”

근데 난 네가 선배랑 만나는 게 싫거든.”

 

할 말을 잃은 사와무라가 미유키 앞에 선 채로 굳었다칸막이너머로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점원들이 서빙으로 바쁜 것을 확인한 미유키는 그대로 사와무라의 허리를 가볍게 껴안았다뒤늦게 반항하는 몸을 억지로 옆자리에 앉히고포옹했던 왼팔만 풀어내어 오른팔로는 단단한 허리를 휘감는다.

 

아까부터는 계속 다른 포수랑 잡은 아웃 얘기만 하고.”

아니그게….”

나더러 얼른 질투하라는 거야뭐야.”

 

뒷덜미가 붉어진 사와무라가 애써 시선을 피하다가 미유키가 맨투맨 안으로 손을 넣은 순간 빼액 소리질렀다.

 

그러는 미유키 너야 말로 여자들한테 쓸 데 없이 웃고 다니잖아!”

쓸 데 없이?”

가게 들어와서도!! 여자 직원한테 괜히 웃어주고!! 뭐하자는 거야!!”

 

슬금 슬금 배꼽 주위를 타고 올라오는 미유키의 손을 사와무라가 잡아채서 빼냈다아깝네하고 순순히 물러나는 척한 미유키는 사와무라의 어깨로 팔을 올렸다.

 

쓸 데 없는 거 아닌데?”

그럼 뭔데!!”

너 질투하라고 하는 거.”

 

이번엔 정확하게 스트라이크다고개를 푹 숙인 사와무라의 귓가가 빨갛게 열이 올라 있다가볍게 어깨에 걸쳐 두었던 팔을 들어 뜨끈한 귓가를 지분거리자 아무 말도 못하고 으으으…. 하는 소리만 입술 사이로 내뱉는다미유키는 사와무라의 어깨에 걸쳤던 오른팔에 좀 더 힘을 주었다완전히 힘이 빠진 듯 사와무라가 아까와는 달리 순순히 안긴다.

 

완전 유치해…”

유치하게 만든 게 누군데?”

진짜 싫어.”

왜 사와무라는 좋다는 말을 못할까~”

시끄럽거든!!”

 

 

대답 대신 볼에 와 닿는 입술에 미유키는 갈증이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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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존잘 ㅇㄱ님이 미사와 연성을 던져 주셔서 저도 막 던지고 셜록 보러 간 글(?)

(2014. 0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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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잠깐 멈추고 연필을 내려놓은 사와무라는 잔뜩 써내려 가던 종이를 구겼다그리고 단단히 뭉친 종이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졌다아니 종이는 깨끗한 포물선을 그리며 쓰레기통을 향했지만 쓰레기통 테두리에 맞고 튀어나와 쓰레기통 주변을 데구르르 굴렀다.

 

아오!!”

 

사와무라는 짜증 섞인 소리를 한 번 지르고 의자에서 내려와 몸을 굽혀 종이를 주웠다너무 힘 줘서 썼던 걸까뭉친 종이 뒷면으로도 글자가 적혀 있을 부분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것이 느껴졌다그대로 방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사와무라는 구겼던 종이를 슬그머니 펴 보았다핑크색 하트 무늬가 여러 크기로 흩뿌려진 편지지는 건장한 남자 고교생이 손에 쥐고 있기에는 너무 화려했다입술을 깨문 채로 다시 종이를 와구와구 구긴 사와무라는 그대로 누워 버렸다.

 

이게 무슨 고생이야….”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빌렸던 만화책을 돌려주려고 향한 같은 반 여자아이의 자리는 꺅꺅대는 비명 소리로 가득했다다른 여자아이들까지 잔뜩 몰려 있는 모습에 만화책을 내려 놓으며 뭐야하고 묻자 사와무라 바로 옆에 서 있던 아이가 책상 위에 놓인 잡지를 가리켰다.

 

이번 달 잡지가 고백 특집이거든!’

 

마침 잡지를 가져온 여자아이가 페이지를 넘겼다별자리에 따라 한 달 운세를 이야기해주는 듯, ‘별들에게 물어봐’ 라고 적힌 코너가 책상 반대편에 서 있는 사와무라에게도 비록 거꾸로 된 글씨였지만 잘 보였다그리고 사와무라의 별자리가 가장 위쪽별 모양의 박스에 화려한 색으로 적혀 있었다그러니까 그건 절대로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었다다른 여자 아이들이 이 잡지의 운세는 잘 맞는다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좀 거슬렸던 것뿐이었고사와무라의 별자리에 해당하는 것이 크게 써 있었던 것뿐이었다.

 

[오늘 당신의 연애운은 최고사랑하는 그이에게 편지로 고백한다면 달콤한 사랑은 꿈이 아닐지도?! 럭키 컬러는 핑크색♡]

 

 

 

 

사와무라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보 같아…”

 

연습을 끝내고 씻고 돌아와 다른 방에 놀러 간 쿠라모치가 돌아 오기 전 다 쓰겠다는 일념으로 연필을 집어 들었던 게 벌써 30분 전이었고 쓰레기통에 들어간 분홍색 편지지가 세 장이었다사와무라는 손에 들린 구겨진 종이를 빤히 바라보았다어차피 편지지는 이제 딸랑 한 장이 남았다모가 되든도가 되든 써 보고 마지막 한 장조차 마음에 안 들면….

 

그냥말하지 말자.”

 

사와무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에는 신중하게 쓰레기통 앞에서 종이를 던져 넣었다쓰레기통 안이 핑크색으로 넘실거리는 꼴이 꼭 지금 자기 모습을 비웃는 것만 같아 속이 쓰렸다의자에 앉아 힘이 들어가려는 손을 몇 번 접었다 펴서 억지로 힘을 뺐다그래도 자꾸처음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졌던 때처럼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만 같다사와무라는 연필을 쥐고 최대한 또박 또박, To. 부터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편지지 중반을 채울 때쯤 사와무라는 숙였던 고개를 조금 들고 뻐근한 어깨를 주물렀다입 속으로 여태까지 쓴 내용을 한 번 훑어 읽어본다네 번의 실패가 좀 도움이 된 것 같긴 했다힘을 주어 쓰다 보니 발갛게 손톱 자국이 남은 손바닥을 문지르며 사와무라는 한숨을 쉬었다.

 

편지로 고백하면 좀 더 쉬울 줄 알았는데…”

뭘 고백해?”

미 미유키!!!”

선배 붙이랬지.”

 

미유키가 사와무라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사와무라는 아야야소리를 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 사이를 틈 타 미유키는 사와무라가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던 책상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길래 문 열리는 소리도 못 듣고 하고 있어?”

미유키가… 아니 미유키 선배가 알 바 아냐!!”

여친한테 편지 쓰고 있던 거구만~”

 

잔뜩 당황한 얼굴인 사와무라가 책상을 가리려고 들었지만 미유키의 손이 더 빨랐다.

 

핑크색 편지지라… 의외로 소녀 같은 부분도 있네.”

그거 돌려줘!!”

선배한테 자꾸 반말 쓴다 이거지?”

 

홱 낚아챈 손에 들린 편지지를 잡으러 사와무라가 벌컥 일어섰다하지만 미유키는 이미 편지지를 읽기 시작한 후였다.

 

“To. 미유키 선배….”

그거 내놔!!!”

 

사와무라의 손이 편지지를 스쳐 지나가 미유키의 안경에 닿았다얼결에 안경을 벗겨낸 사와무라는 미유키가 첫 부분을 반복해서 읽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갑자기 눈 앞이 흐려져 초점을 맞추기 위해 잔뜩 인상을 쓰던 미유키도 그제서야 상황을 깨달았다흐릿한 시야 너머고개를 숙인 사와무라가 보였다귀 끝이 새빨갛게 불타고 있다.

 

여자친구한테 편지 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손에 들린 편지지를 빼앗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굳어 있는 모습이 딱 사와무라답게 바보 같아서 미유키는 편지지를 접어 슬쩍 주머니에 넣었다그리고 사와무라에게 다가갔다.

 

저기사와무라?”

“…..”

나는 말로 고백해주는 게 더 좋은데.”

 

슬그머니 사와무라의 손에 잡힌 안경을 빼내고손에 닿는 감촉에 놀라 고개를 든 사와무라에게 여유 있게 웃어 보인다.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을게내일.”

 

 

점심 같이 먹자고안경을 제대로 쓴 미유키는 그대로 5호실을 나갔다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에야 번쩍 고개를 든 사와무라는 그제서야 미유키가 한 말을 곱씹다가 얼굴이 시뻘겋게 된 채 빽 소리를 질렀다복도를 걷던 미유키는 으아아아악!! 하는 사와무라의 외침과 양 옆호실에서 시끄러워하고 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종이 뒤편으로도 글자의 요철이 느껴질 만큼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 분홍색처럼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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