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즈가 모두 유치원생이고 미유키랑 쿠라모치가 유치원 선생님입니당

이 글은 제가 다섯 살 때 동네 골목대장에게 선빵을 날린 경험과 3개월 동안 유치원에서 일한 경험을 모두 담아 썼습니다.... 

(2013. 12. 27)

 

------------------------------------------------------------------------------------------

 

한바탕 전쟁 아닌 전쟁을 마치고미유키 카즈야는 겨우 개나리 반에 들어섰다의자에 앉자마자 한껏 긴장해 있던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그는 그대로 책상에 엎드리려다가 다 식어 빠진 커피 잔을 엎을 뻔 해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그가 지끈 지끈 울리는 두통에 결국 버리려던 커피를 마시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복도를 뛰듯이 걷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개나리 반 문 앞에서 멈추더니 달칵 하고 조그만 얼굴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그리고 다급하게 외쳤다.

 

선생님!! 에이준이랑 사토루가…!”

.”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상황에 미유키는 영혼 없이 머그잔을 책상 위에 내려 놓고 실내화를 고쳐 신었다.한숨 한 번으로 다시 몸 안의 긴장을 되살리고 그는 침착하게 뛸 준비를 했다그 녀석들이 관련되는 일에는 재빨리 반응하는 것이 좋다그것이 그가 개나리 반 담임을 두 달 째 맡으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하루이치어디지?”

놀이터요!”

그래….”

 

늘 고마워하루이치눈이 보이지 않는 분홍색 머리카락을 한 번 쓰다듬어 준 미유키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복도에서는 뛰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과는 반대로 복도를 뛰어 나가 유치원 놀이터로 향했다이번엔 또 무슨 일일까모래놀이용 삽이 부족했나아니면 모래성을 무너뜨렸나가능한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하면서 미유키는 유치원 현관문을 열었다.

 

 

 

이미 원생들이 대부분 하교한 후라서 놀이터에는 사와무라와 후루야뿐이었다미유키는 놀이터가 보이기 시작하자 천천히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살폈다그 때우아앙 하고 울음 소리가 놀이터 그네 쪽에서 터져 나왔다.

 

에이준?!”

… 우아앙!!”

에이준무슨 일이야.”

 

놀이터 가운데에 설치된 간이 그네 앞에서 울고 있는 사와무라와 넘어져 있는 후루야를 발견한 미유키가 급히 사와무라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혔다등을 토닥거리자 히끅이면서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미유키는 후루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뒤로 넘어진 듯 손바닥이 약간 까진 채로 모래밭에 주저 앉아 있던 후루야의 눈가에 조금씩 눈물이 고이다가 곧 울음을 터뜨렸다.

 

사토루??!”

… 에이준이… ,….”

에이준사토루둘 다 그만 울고….”

 

한 손으로는 사와무라를 달래면서 다른 한 손으로 후루야를 일으킨 미유키는 난처했다일단 둘 다 안은 채로 달래보았지만 사와무라가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는데다가 평소 울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던 후루야까지 눈물을 글썽이고 있어서 어쩐지 일이 자꾸 커지는 것 같았다그 때 미유키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사와무라가 고개를 들더니 후루야의 손을 자기 손으로 붙잡았다.

 

흐읍… … … 미안해….”

?”

… 미안끄윽사토루….”

 

그대로 후루야에게 매달리나 싶더니 후루야의 품에 파고든 사와무라가 꽉 껴안은 채 미안하다고 반복하며 훌쩍이기 시작했다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일단 두 아이를 안고 있던 팔을 풀자 후루야도 눈물 방울을 글썽인 채로 괜찮다며 사와무라를 꼬옥 안아준다.

 

이게 무슨 일이야…”

선생님…!”

 

뒤늦게 미유키를 따라 나온 해바라기 반의 코미나토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거칠어진 호흡을 갈무리하며 미유키의 바지자락을 쥐었다이 상황을 처음부터 확실히 목격했을 유일한 목격자에게 미유키는 당혹감을 감추고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니?”

그게….”

 

코미나토가 설명한 상황은 이랬다후루야와 코미나토는 이웃집에 살기 때문에 코미나토의 큰 형이 고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원에 들릴 때까지 유치원에서 기다리곤 했었다그와 달리 사와무라는 평소 유치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에 돌아갔다하지만 오늘은 양친이 모두 일이 있어 늦는다는 연락을 했었고그래서 부모님이 데리러 올 때까지 원에 머무르게 되었다모든 문제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다같은 개나리 반이지만 반장 자리를 놓고 늘 티격태격하는 두 아이가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 없이 자유로워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뻔한 결과였다.

 

사토루가 먼저 그네에 앉았는데모래놀이를 하던 에이준이 갑자기 자기도 그네 탈 거라면서…”

후우우….”

 

그러니까 먼저 시비를 건 것은 사와무라였다당연히 평소 사와무라를 좋아하지 않았던 후루야가 쉽사리 그네를 양보할 리가 없었고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 – 후루야가 사와무라를 건드려서 열심히 색칠하던 그림이 선 밖으로 삐죽 튀어나왔다 – 과 그저께 점심 시간에 있었던 일 – 젓가락질이 서툰 사와무라가 후루야의 자리에 반찬을 흘렸다 – 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싸우게 된 모양이었다코미나토는 사와무라와 함께 모래성을 만들다가 말다툼이 점점 심해지자 개나리 반 담임 선생님인 미유키를 다급하게 찾아온 것이었다.

 

그럼 에이준이 왜 우는지는 모르는 거니?”

…”

 

어느새 둘 다 울음을 그쳤는지 놀이터에는 코를 훌쩍이는 소리만 가득했다후우다시 한숨을 내쉰 미유키는 사와무라와 후루야를 덥썩 안아 들어 원으로 데려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선생님?! 하고 둘 다 놀란 듯 동그래진 눈을 미유키에게 향해온다이렇게만 있으면 참 귀여운 아이들인데다시 나오려는 한숨을 어떻게든 틀어 막은 미유키는 개나리 반에 두 아이를 내려 놓았다코미나토가 쪼르르 쫓아와 개나리 반 밖에서 안을 내다 보았다먼저 살짝 까진 후루야의 손바닥에 펭귄이 그려진 밴드를 붙여준 미유키는 두 아이를 책상 옆에 세웠다.

 

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한테 말해봐.”

 

두 아이 모두 서로의 눈치를 살필 뿐 말을 선뜻 꺼내지 못한다머뭇대던 후루야가 입을 연 순간조그만 사탕이 입 안에 쏙 들어왔다해바라기 반 담임 선생님 쿠라모치 요이치가 사탕 포장지를 들고 책상 옆에서 씩 웃고 있었다얼떨떨한 채 입을 벌린 사와무라의 입 안에도 사탕을 하나 넣어준 그가 큼큼헛기침을 했다.

 

내가 지나가다가 다 봤지!”

“….. 그러면 네가 좀 해결하지 그랬냐.”

원장님 심부름 때문에 좀 바빠서~”

바쁘긴 개뿔그래서 무슨 일이었는데?”

 

쿠라모치가 장난스레 웃더니 사와무라를 사탕 포장지로 가리킨다.

 

에이준에이준이 사토루를 밀었지?”

“…..”

?”

“….. ….”

에이준이 잘못한 건 알지?”

“…. .”

사과했어?”

!”

그래그럼 사토루는 에이준 사과 받아줬어?”

.”

 

그럼 오케이외치고 슬쩍 나가려는 쿠라모치의 뒷덜미를 잡은 미유키가 목소리를 낮췄다에이준이 밀고 에이준이 울었다고코미나토가 쪼르르 개나리 반으로 들어와 사와무라와 후루야에게 다가갔다동갑인데도 어른스러운 편인 코미나토가 뭐라뭐라 말을 하자 사와무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후루야는 작게 응하고 대답한다쿠라모치는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한 것을 확인하고 말을 이었다.

 

에이준이 먼저 밀었어.”

근데 왜 울어?”

아마 밀려고 해서 민 게 아니라… 흥분해서 이야기하다가 밀어버린 게 아닐까넘어져 있는 사토루 보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덜컥 겁이 나기도 해서 울었겠지.”

아하.”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꺼낸 사와무라가 적당히 셋으로 나누더니 후루야와 코미나토에게 각자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후루야는 자기 사물함 쪽으로 가더니 모래놀이용 삽과 플라스틱 양동이를 꺼낸다그리고 언제 의기투합한 것인지 아이 셋이 쪼르르 개나리 반 밖으로 나갔다뛰어가는 두 아이와 빨리 걷는 한 아이 뒤로 미유키가 외쳤다.

 

복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걸어야 해요!”

에이준뛰지 마!”

사토루가 먼저 뛰었어요!”

아닌데.”

맞잖아!”

 

타다닥 발걸음 소리와 다시 시작된 말싸움이 조용한 복도를 울린다미유키는 개나리 반 문을 닫고 살금살금 아이들 뒤로 따라 걷다가 우왁하고 소리쳤다아이들이 흠칫하고 놀란다애써 놀라지 않은 척 하는 후루야와 뒤돌아서 쌤!! 하고 화내는 사와무라의 머리를 각각 쓰다듬은 미유키가 목소리를 깐 채 다시 물었다.

 

복도에서는 어떻게 하라고 했지?”

“…..걸어요.”

손은?”

“…..허리에.”

 

 

누가 잘 하나 보자하는 미유키의 말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후루야와 사와무라 둘 다 재빨리 허리에 손을 올리고 사뿐사뿐 걷는다후루야의 손바닥에 붙은 밴드가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다내일 아침엔 둘 다 칭찬 스티커를 하나씩 줄까미유키 카즈야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로 향했다.


'연성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사와] 고백은 이렇게  (1) 2014.02.04
[미사와] 애프터 서비스  (0) 2014.02.04
[미사와] 선배와 후배  (1) 2014.02.04
[크리사와] 크리스마스  (1) 2014.02.04
[미사와] 캐치볼  (1) 2014.02.04
AND

미유키가 한 살 어리다는 설정으로!! 

(2013. 12. 26) 


------------------------------------------------------------------------------------------

 

경기장 안으로 뜨거운 환성이 쏟아졌다마운드 위에 선 투수가 한 번 심호흡을 하더니 곧 팔을 휘둘렀다그 순간 미유키 카즈야는 고민하던 것을 내던졌다.

 

미안하게 됐다메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랑 배터리 못 짤 것 같아.”

 

저 선수가 있는 팀으로 갈 생각이거든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난 미유키는 먼저 간다는 말 한 마디와 함께 사라졌다혼자 남겨진 나루미야 메이는 영문을 모른 채 사라지는 그의 등을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

 

 

 

그렇게 밟게 된 세이도 고등학교 야구부의 그라운드는 시니어 시절과 비교해서 썩 나쁘지 않았다미유키는 견학 차 잠깐 들린 세이도의 분위기를 살폈다실전을 상정해서 진행하는 듯 연습 내내 긴장감이 그라운드를 가득 채운 것이 인상적이었다미유키의 옆에서 학교를 안내하던 타카시마는 이리 저리 둘러보는 미유키의 반응에 내심 안심했다다른 강호교도 그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차라 조금 서둘렀을 뿐인데 대뜸 학교에 가 봐도 되냐고 묻는 그의 말에 냉큼 데리고 와 버렸다그라운드에서 연습하던 선수들에게서 시선을 뗀 미유키가 저기질문이 있는데요하고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지금 투수가 몇 명이죠?”

전체?”

아뇨, 1군에 한해서요.”

“3학년 에이스였던 탄바 군은 제외하고, 2학년 구원투수 카와카미 군, 1학년 에이스 후루야 군이렇게 총 두 명이야.”

 

미유키는 경기장에서 어렴풋이 들었던 이름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구속이나 구위가 전에 던졌던 선수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는 걸로 보아 에이스는 아니었고그렇다고 이름에 ’ 가 들어갔던 것 같진 않았는데

 

그러면 지난 번 시합에서 마지막 이닝을 던졌던 선수는요?”

사와무라 군사와무라 군은 2군이야.”

 

용케 아네하지만 미유키 군은 입부 즉시 1군으로 선발될 텐데타카시마는 1군용 그라운드를 가리켰다.

 

“1학년에서부터 1군으로 선발되는 기회는 몇 없어그만큼 미유키 군의 재능을 높이 산다는 거야.”

…. 근데 그 사람은 왜 그 시합에서 던진 거죠?”

우리는 아직 절대적인 에이스가 없는 상황이야카와카미 군을 구원 투수로 쓰고 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는 카와카미 군보다는 사와무라 군에게 기대는 편이고.”

 

감독님도나도 그가 가진 재능의 뿌리는 굉장하다고 생각하니까타카시마의 말에서 묻어 나오는 일말의 아쉬움에 미유키는 대강 눈치챘다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하지만 봉오리만으로도 이 꽃밭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내보이는 꽃이라두근거리기 시작하는 심장을 억누르며 미유키는 타카시마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2군의 연습은 끝났을 텐데 누군가가 2군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었다타카시마가 2군 그라운드가 잘 보이는 벤치에 앉기를 권했다.

 

올해 우리 주전 포수가 졸업해.”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 말이군요.”

그가 다 키워 내지 못한 재능을미유키 군이 피워 내 줬으면 좋겠어.”

왜죠?”

미유키 군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선망하던 대상이 미처 다 키우지 못한 꽃자신의 손으로 아직 아무에게도 보인 적 없는 그 꽃을 피워 낸다.벌써 드리우는 노을을 배경으로 아직도 그라운드에서는 누군가가 뛰고 있다타카시마와 미유키가 앉은 벤치와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미유키는 푸하핫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핫지금 저거 타이어에요?”

보다시피.”

누가 요즘도 타이어를 끄나 했는데하하하하!”

 

타카시마는 미유키가 마음껏 웃도록 내버려두었다타이어가 그라운드 반 바퀴를 돌았을 쯤에야 가까스로 웃음을 멈춘 미유키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그래서 미유키 군의 대답은?”

제가 말 안 했던가요이 학교로 정했다고.”

 

미유키는 기대감을 꿀꺽 삼켰다.

 

타이어만 끄는 미련한 선배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노을에 비친 그림자가 그라운드에 길게 늘어진다.

 

 

저도 기대하고 싶어지는 꽃봉오리니까요.”


'연성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사와] 애프터 서비스  (0) 2014.02.04
[후루사와] 세이도 원생들의 나날  (0) 2014.02.04
[크리사와] 크리스마스  (1) 2014.02.04
[미사와] 캐치볼  (1) 2014.02.04
[미사와] 선생님과 나  (1) 2014.02.04
AND

오늘도 우려 먹는 au 설정!!! 나이를 조금 더 먹어서 17살 크리스랑 9살 에이준이에요!! 

메리 크리스마스!!!

(2013. 12. 25)

 

------------------------------------------------------------------------------------------

 

크리스마스를 맞아 짧은 휴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원들이 휘두르는 배트가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연습장에 가득했다크리스는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한 번 둘러보고벤치에 놓아 두었던 가방을 챙겼다도내에 집이 있어 가까운 편이라고는 하지만 집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편히 쉬기 위해서는 기숙사에 머무르는 쪽이 나았다그런 이유에서 크리스처럼 집이 가까운 부원들도 휴일을 받아도 집에 가기 보다는 연습을 좀 더 하고 기숙사에서 쉬기를 선택했다하지만 크리스는 그들과 달리 휴일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두르곤 했다그라운드를 나서는 크리스의 등 뒤로 목소리가 쏟아졌다.

 

선배!!”

크리스!!”

 

후배와 동기의 목소리에 크리스가 발걸음을 잠시 멈춘 사이쿠라모치와 코미나토가 재빨리 다가왔다.

 

또 나가세요?”

내일 저녁까지는 돌아올 거야.”

크리스수상해~”

 

코미나토의 눈매가 가늘게 휘어진다코미나토의 표정을 슬쩍 본 쿠라모치가 역시나하는 얼굴로 말을 받았다.

 

선배 진짜 한 번도 안 빠지고 매번 집에 가시네요.”

“1학년 때도 맨날 집에 갔는데 말이지~”

 

두 사람의 얼굴이 심술궂은 미소를 띤다크리스는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무슨 얘기야하고 재촉했다.

 

여친 있으신 거 아니에요?”

여자친구라든가있는 거야?”

?”

휴일마다 급히 정리하시고.”

나갈 때마다 케이크에푸딩에.”

결정적으로 아까 연습 쉬는 시간에 선배랑 저랑 봤다구요!”

 

갑자기 만담처럼 이어지는 대화에 크리스가 무슨 소리야하고 되묻기도 전에 숨을 죽인 두 사람이 잔뜩 기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휴대폰 보면서 미소 짓던 거!”

“… 내가 그랬나?”

저 선배 그런 얼굴 처음 봤어요!”

나도 작년에 코시엔 나간 이후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고.”

내가 정말 웃었어?”

그렇다니까요!”

그렇다니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크리스와는 반대로 코미나토와 쿠라모치는 이제야 증거를 잡았다며 신나게 떠들었다.

 

역시 그랬다니까요!”

그래서 여자 친구는 미인이야?”

너희가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질문을 쏟아내는 두 사람을 말리던 크리스는 결국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었다몇 번 버튼을 누른 크리스는 하아한 번 한숨을 쉬고 휴대폰에 사진을 띄워 두 사람에게 보이도록 고쳐 잡았다.

 

난 그 때 이걸 보고 웃었던 것뿐이야.”

“….?!”

 

휴대폰 액정에는 산타 모자를 쓰고 반쯤 감긴 눈을 한 채 선물이 잔뜩 쌓인 트리 밑에서 졸고 있는 한 남자 아이가 찍힌 사진이 떠 있었다.

 

누군데요….?”

뭐야여자 친구가 아니었잖아.”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본 쿠라모치가 잔뜩 궁금한 듯 물어왔다반대로 코미나토는 흥미가 떨어진 듯 맥 빠진 얼굴을 한 채 뒤통수를 긁을 뿐이었다.

 

동생이야.”

동생요이제 초등학생인 것 같은데?”

늦둥이인가 보지.”

 

멋대로 대답한 코미나토가 에이김 샜어하고 말을 덧붙였다아까부터 서두르는 기색이던 크리스를 살핀 그가 슬슬 크리스를 놔주자고 말하려던 찰나였다.

 

.”

코미나토 선배?”

“… 아니다가자쿠라모치오늘밤은 루돌프처럼 뺑뺑이를 돌려야겠어.”

“…. 선배!”

크리스마스 잘 보내크리스!”

메리 크리스마스.”

 

코미나토는 충격적인 발언에 잔뜩 몸을 굳힌 쿠라모치의 뒷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 기숙사로 향했다크리스에게서 그런 표정을 보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마치 바로 눈 앞에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는 듯 부드럽게 풀어지는 표정과 가볍게 호선을 그리는 입가살짝 이채가 도는 눈동자가 얼마나 크리스가 그 아이에게 애정을 주고 있는 지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런 표정을 보고 여자 친구라고 착각하다니나도 한 물 갔어.”

?”

아니오늘 밤 열심히 배트를 휘둘러 보자는 뜻이야.”

선배살려주세요…”

 

 

 

크리스는 늘 들리던 케이크 가게 앞에서 잠깐 주춤했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쿠라모치와 코미나토에게 붙잡혀 있느라 시간을 꽤 보냈다내려 앉기 시작한 겨울 저녁 노을을 등지고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그는 눈에 보이는 가게 간판에 완전히 걸음을 멈추었다.

 

이걸로크리스마스 선물을 할까.”

 

어느새 부드러운 미소를 띤 그는 가벼운 걸음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어스름이 깔린 저녁이었다대문 위에 약간 쌓인 눈을 털어 내고,크리스는 노크 대신 오랜만에 초인종을 눌렀다곧이어 우당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활짝 열리고조그만 온기가 펄쩍 뛰어 올라 크리스에게 안겼다.

 

!”

에이준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은은히 울리는 캐롤과 따스히 퍼져나가는 온기가 크리스를 맞았다혹시나 아이가 찬 공기를 쐴까 봐 크리스는 서둘러 현관문을 닫고 사와무라를 내려 놓았다어느새 허리 즈음에 닿도록 자란 사와무라가 산타 모자를 벗어 크리스의 손에 쥐어 주었다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주려던 크리스의 손은 사와무라가 방금 생각났다는 듯 요란하게 위층으로 올라가버리는 바람에 허공을 갈랐다.

 

에이준…?”

나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했어!”

 

잠시만 기다려!! 계단 참에서 외친 사와무라는 그대로 두다닷소리와 함께 계단 위로 사라졌다.

멍해진 크리스를부엌에서 나온 어머니가 맞아주었다.

 

그런데 가져온 건 뭐니?”

에이준 선물이에요.”

사실 우리도 에이준 선물을 준비하긴 했는데….”

 

약간 부끄러운 듯 어머니가 한 번 헛기침을 큼큼 했다.

 

에이준이 산타 할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오늘 아침에서야 찾았지 뭐니갖고 싶어 했던 선물과 전혀 다른 건 준비했더라구.”

그래서요?”

다행히 이것도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은데… 설마 편지를 걸어둔 양말 속에 넣어놨을 줄이야.”

 

너희 아버지가 에이준 학교 간 사이에 샅샅이 뒤졌는데 안 나왔거든하고 말을 덧붙인 어머니가 혹시나 에이준이 들을까 싶어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물었다.

 

그런데그건 뭐니?”

… 에이준이 야구를 시작한 지도 좀 된 것 같아서…”

 

선물 포장지 사이로 언뜻 갈색 가죽이 보였다어머니는 그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더욱 활짝 웃었다.

 

너희는 정말 형제구나.”

무슨 말씀이세요?”

!!!”

 

쪼르르 달려온 사와무라가 거실에 서 있는 크리스에게 손에 쥐고 있던 상자를 건네 주었다잘 묶인 붉은 색 리본을 풀고 상자를 열자가죽 향기가 물씬 나는 새 글러브가 나왔다.

 

메리 크리스마스!”

“….. 고마워에이준.”

?”

 

순간 먹먹해지는 가슴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꺼낸 말 한 마디는 잔뜩 갈라져 있었다기대하던 반응이 아닌지 사와무라가 고개를 갸웃했다크리스는 가방과 함께 쇼파에 내려 놓았던 선물을 집어 들어 에이준에게 건네었다.

 

에이준메리 크리스마스.”

우와!! 나 이거 뜯어봐도 돼?”

그러렴.”

 

그대로 쇼파에 앉은 사와무라가 신나게 선물 포장을 풀었다포장지 안에서 크리스가 받은 것과 사이즈만 다를 뿐 똑 같은 글러브와 야구공이 굴러 나왔다.

 

!! 선물이 나랑 똑같아!!”

그러게마음이 통했나 보다.”

나 이거 진짜 갖고 싶었는데고마워!!”

 

 

씨익 웃는 사와무라의 얼굴을 보며 크리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 얼굴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연성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루사와] 세이도 원생들의 나날  (0) 2014.02.04
[미사와] 선배와 후배  (1) 2014.02.04
[미사와] 캐치볼  (1) 2014.02.04
[미사와] 선생님과 나  (1) 2014.02.04
[크리사와] 함께, 그리고  (1) 2014.02.04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