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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급습

연성/글 2014. 6. 3. 00:10

킁님께 써드리기로 했던 미사와... 인데 역시나 한달 늦은 뒷북잼 ㅠㅠㅠㅠㅠㅠ

사랑합니다 킁님.... 파스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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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는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깼다. 어제 연습 후에 다같이 몰려 가서 마셨던 기억이 늦은 주말 아침 침대 위를 둥둥 채우고 있었다. 안경도 벗지 않고 잠에 들었는지 콧잔등이 시큰하게 아프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다잡고 슬리퍼를 직직 끌며 방문을 열자 평소에 거실에서 마주쳐도 인사만 주고 받던 룸메이트가 서 있다. 무슨 일이냐 묻는 미유키에게 그는 머쓱한 미소를 아침 인사 대신 되돌려주었다. 그러고는 애인이 온다면 미리 말을 해주지 그랬냐며 웃고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어 보이더니 좋은 하루 보내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현관문 너머로 후닥닥 사라진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아파트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것을 들으며 멍하니 서 있던 미유키는 급한 일인가보다 하고 멋대로 짐작했다.

 

아침부터 난리야…”

 

뒤통수를 벅벅 긁은 미유키는 거실 구석 군청색 담요가 걸쳐진 소파에 다가가 앉았다. 먼지가 풀썩 이는 걸 보니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축축 늘어지는 몸은 오늘치 기초 훈련량을 끝내면 완전히 녹아버릴 만큼 지칠 게 뻔했다. 룸메가 없다는 걸 변명 삼아 은근슬쩍 청소를 다음주 주말로 미루며, 미유키는 파트너 어쩌고저쩌고 횡설수설하던 룸메의 말을 떠올렸다. 반사적으로 지금쯤 잠자리에 들었을 일본의 누군가가 생각에 꼬리를 물고 머리 속으로 떠오른다. 매일 아침, 자기 전에 꼭 좋은 아침이라고 연락이 오긴 했었는데아직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어젯밤의 미유키처럼 그도 친구들과 한 잔 하고 있는 거겠지. 담요를 끌어 내려 슬슬 덮으며 미유키가 다시 눈을 감으려던 찰나였다.

 

사람이 왔는데 자는 검까!!”

“…… 술이 덜 깼나... 헛소리가 들리네.”

눈 감지 마!!”

 

곧 멱살이 붙잡히듯 상체가 번쩍 기대있던 방향과는 반대로 쏠렸다. 그제서야 느릿하게 눈을 끔뻑이던 미유키는 눈 앞을 잠시 의심했다. 소파 앞에 선 사와무라가 정신 차리십쇼!! 하고 소리치고 있었다. 칼칼하게 마른 목으로 몇 번 목소리를 고른 미유키가, 여전히 멍한 시선으로 물었다.

 

사와무라?”

그럼 내가 누구겠슴까!!”

여기 미국 맞지?”

아까 당신 룸메 봤잖아!!”

 

씩씩대던 사와무라가 제 풀에 지쳤는지 미유키의 티셔츠를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소파에 몸을 기댄 미유키가 빤히 사와무라를 올려 보다가 안경을 벗어 옷자락에 쓱쓱 닦는다.

 

아직도 꿈 같슴까?”
아니왜 그렇게 새까매졌나 싶어서.”

당신도 까맣게 탔거든!!”

그리고 키도 큰 것 같아서.”

 

이어지는 말에 사와무라가 그, 그쵸? 하고 어색하게 되물었다. , 조금 정도는. 하고 수긍하자 사와무라가 이제 내가 선배보다 클 검다! 하고 호기롭게 외쳤다. 그건 아닐 것 같은데, 하고 대답하고 싶은 것을 일단 꾹 눌러 삼키고 미유키는 두 팔을 느슨히 벌렸다.

 

이리와.”

 

사와무라는 말없이 미유키에게 다가가 안겼다. 얇은 티셔츠 너머로 쿵쾅대는 소리가 듣기 좋다. 미유키는 그대로 가만히 팔을 두르는 사와무라의 등을 토닥였다.

 

? 보고 싶어서 죽을 뻔 했다고?”
-.”

연락도 없어서 서운했다고?”
아니라니까요.”

핫핫, 근데 그럼 왜 온 거야, 여기까지는.”

 

달래듯이 건네는 말에 사와무라가 미유키에게 몸을 기대었다. 겹쳐진 체온이 오랜만이라는 감각을 일깨우듯 조금 뜨겁다. 사와무라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얘기해주기 싫은데요.”

이야, 이제 튕길 줄도 알아?”

예쁜 구석이 있어야 얘기를 해주든 말든 하지 않겠슴까.”

 

불만을 잔뜩 품고 주욱 나온 볼 위에 뽀뽀하자 사와무라가 팩 고개를 돌렸다.

 

이래도 안 예뻐?”

전혀 안 예쁨다.”

 

사와무라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미유키는 핫핫 웃고는 사와무라의 어깨로 손을 옮겼다. 전보다 꽤나 단단해진 어깨가 만져졌다. 반팔 셔츠의 소매 아래로 보이는 뽀얀 팔뚝이 건강하게 탄 다른 곳과는 선연한 대비를 이루었다. 실내 연습장보다는 그라운드를 선호하는 성향은 아직도 그대로인 듯 했다.

 

내 말은 죽어도 안 듣더니 요즘은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나 보네.”
, 그렇슴다.”

지금 포수가 마음에 드나 봐?”

 

허리를 쓰다듬던 손이 옷 아래로 느껴지는 근육을 마음껏 주물거리기 시작한다. 몸을 체크하는 것이 아닌 명백하게 다른 의도를 띄는 손길을 거부하지 않으며 사와무라는 안경 너머 눈빛 속 날카로움을 읽어냈다.

 

선배랑 다시 배터리 하려면 이것도 부족함다.”

 

미유키가 잠시 말문이 막힌 사이에 사와무라가 왼손을 올려 미유키의 안경을 벗겨냈다. 그리고 미유키의 입술 위로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가볍게 오고 가던 입맞춤이 조금 깊어지려는 순간 사와무라가 고개를 살짝 돌려 입술을 떼어냈다. 갑작스레 끊긴 키스에 뚫어져라 내려바도는 미유키의 시선을 헤헹 하는 미소로 맞받아친 사와무라가 입술을 핥으며 씨익 웃었다.

 

이 정도는 해야 예쁜 짓 아니겠슴까.”
핫핫하, 내가 졌어.”

 

미유키는 사와무라를 강하게 끌어 안았다.

 

보고 싶었어, 사와무라.”

나도 보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사와무라의 허리를 쓰다듬던 미유키의 손이 바지 속으로 스윽 들어갔다.

 

여기까지 온 거, 아깝지 않게 예쁜 짓 잔뜩 해줄게♡

“… 적당히 해주셨음 좋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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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님께 써드리기로 했던 후루사와인데 너무 늦어서 면목이 없네요.. 헣허허헣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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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는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다가 칼칼해진 목에 큼큼 헛기침을 했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일어서서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유도 물병을 찾으러 몸을 숙였을 때였다. 경기장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는 여기가 어디인지 옆에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순간 떠올리지 못할 정도였다. 마운드에 올라선 것도 아닌데 자꾸만 손에 땀이 차서 미끄러지는 손을 바지춤에 슥슥 문질러 닦는데, 그 손을 덥석 잡아오는 손길에야 사와무라는 펜스 너머에서 의식을 떼어낼 수 있었다.

 

사와무라, 앉아. 안 보여.”

, 어어.”

 

탁하게 잠긴 목소리에 조금 놀란 사와무라가 주섬주섬 자리에 앉자 후루야는 손을 놓는 것도 잊어버리고 다시 그라운드에 집중한다. 좌석 아래에 놓아 두었던 물병을 잡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더듬더듬 찾으며 사와무라는 후루야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끔 긴장 섞인 호흡으로 목울대를 울리는 것만 제외하면 후루야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경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와무라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곧은 시선이 경기장에 직구처럼 들어가 박힌다. 조용하게 불타고 있는 시선이 마치 한창 시합 중인 그와 마주하는 듯 했다. 사와무라의 오른손을 잡고 있는 손이 금방이라도 공을 던지고 싶은 것처럼 움찔움찔거릴 때마다 후루야를 바라보고 있던 사와무라도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곧이어 양 옆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사와무라 또한 황급히 시선을 경기장으로 돌렸다. 날아온 공에 후루야가 벌떡 일어섰다. 사와무라도 끌려가듯 몸을 일으켰다가 펜스를 아슬아슬하게 넘어온 공으로 얼른 손을 뻗었다.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로.

 

, 어억?!”

공을 받으려다가 순간 끌어당겨진 손에 중심을 잃은 사와무라가 비틀, 하고 후루야 쪽으로 엎어졌다. 다행히 후루야가 지탱하듯 잡고 있던 손 때문에 넘어지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지만 그사이에 홈런볼은 뒤쪽 줄에 앉아 있던 남자의 손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 좋은 기회였는데.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아쉬운 한숨이 입 밖으로 새어나갔다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순간에야 여전히 힘을 주어 잡고 있던 손을 알아차렸다. 슬그머니 부끄러움으로 달아오르려는 마음을 애써 모른 척 고개를 돌리면서 슬쩍 손을 놓으려는데 홈런볼을 잡은 남자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어이구, 하고 그를 타박했다.

 

그 공 애들 줘라. 홈런볼은 원래 애들 주는 거여.”

 

머쓱해진 남자가 가볍게 던진 공에 후루야와 사와무라 모두 몸을 돌려 팔을 내밀었다가 어정쩡하게 공을 사이에 두고 다시 손을 잡은 격이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 보던 할아버지가 껄껄 웃었다.

 

어지간히 욕심 많은 놈들이구만. 너희들, 투수지?”

!!”

.”

반으로 나눌 수는 없으니 알아서 정해라, 허허.”

 

예나 지금이나 투수들은 이기적이라니까. 흘리듯이 혼잣말을 남긴 할아버지는 홈런 장면을 되풀이하는 전광판으로 시선을 올렸다. 그의 시선을 따라 두 사람도 몸을 돌려 경기장을 향했다.

 

 

결국 그날 경기의 승패는 알 수 없었다. 한창 동점으로 따라붙은 6회 초에 걸려온 전화 때문이었다. 쿠라모치는 사와무라가 핸드폰 플립을 열자마자 야!!! 하고 소리질렀다.

 

너 지금 어디야!!!’

야구장인데요?”
지금 몇 시인지는 알아?!’

그러니까 일곱 시.”

점호 한 시간 남았으니까 얼른 돌아와라, ?’

 

너 때문에 기합 받으면 오늘밤은 내쫓을 거다. 협박조로 끝나는 말에 사와무라가 서둘러 플립을 닫았다. 그리고 경기에 여전히 집중한 듯한 후루야를 쿡쿡 찔렀다.

 

, 어쩌지? 들어가야겠는데.”
“….
좀 더 보고 싶은데.”
나도 보고 싶긴 한데늦었다간 운동장에서 자게 생겼다.”

 

후루야가 필드에 꽂혀 있던 시선을 스윽 사와무라에게로 옮겨 사와무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경기장을 바라본다. !! 사와무라가 소리치자 후루야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내 방에서 자면 되잖아.”

?”

선배들도 없고…”

 

후루야가 답지 않게 조금 머뭇거렸다.

 

내 침대에서 같이 자든가.”

!!!”

 

사와무라가 잔뜩 얼굴을 붉힌 채 버럭 소리치자 시끄럽다 이놈아! 하고 뒤에서 할아버지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자라목을 한 사와무라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네 방에서 자면 내일 연습 제대로 못하잖아.”

살살 하면 되잖아.”

뭘 살살 하는데?!!”

 

후루야가 냉큼 입을 다무는 걸 본 사와무라가 잔뜩 씩씩댔다. 벗어두었던 후드티를 주섬주섬 집어 들은 사와무라가 후루야의 주머니를 가리켰다. 부우웅, 아까부터 진동하던 핸드폰을 애써 가리려던 후루야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자리를 완전히 뜨려던 순간 6회 초가 더 이상의 득점 없이 끝이 났고, 그라운드 정비 후 이어지는 경기에 엉덩이만 띄운 채 경기를 지켜보던 후루야와 사와무라가 경기장을 나선 건 8시 반이 넘어가던 시각이었다.

 

 

결국 점호에 늦어 쿠라모치에게 밤새 달달 볶인 사와무라는 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만난 후루야에게 잔뜩 성질을 냈다. 휑하니 아침 런닝을 하러 사라지는 사와무라의 뒷모습에 하루이치가 후루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에이준 군이랑 더 가까워지겠다고 데이트하려던 거 아니었어?”
.”
근데 더 멀어진 것 같은데…”
“….
그런가?”

 

기껏 야구장 표를 구해줬더니 분명히 둘 다 야구만 보다 왔을 게 뻔했다. 하루이치는 앞으로 후루야가 고민이 있어 보이는 얼굴을 할 때는 먼저 말을 걸지 않기로 마음 속으로 결심했다. 나서서 도와줘 봤자 나아지는 게 없으니 도와준 사람도 허탈하다.

 

그래도 난 좋았는데.”

 

후루야는 트레이닝 바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손 안에 빠듯하게 잡히는 야구공의 감촉이 따끈하고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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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 타는 걸로 장난하는 미유키는 당해봐야!! 성반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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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을 끝내고 씻고 나와서 옷을 갈아입을 때에야 미유키는 유니폼 바지 무릎 부근 솔기가 뜯어져 있는 것을 알아챘다. 며칠 전 시합에서 찢어진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할까. 새 유니폼을 꺼내기엔 별 크지 않은 흠집이었지만 그냥 두었다가는 더 벌어져서 결국 완전히 찢어질 게 뻔했다.

 

직접 꿰매는 건 귀찮고….’

 

머리의 물기를 털면서 욕실을 나서는데, 그라운드 언저리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오케이. 미유키는 유니폼 바지를 한 손에 덜렁 덜렁 들고 씨익 웃으며 운동장 쪽으로 향했다. 내일 시합 준비를 위해 매니저들이 좀 늦게까지 남아 있을 거라고, 매니저들 일이 끝나면 역까지라도 데려다 주라고 타카시마가 슬쩍 언질을 주었던 게 생각이 났다. 목소리가 완전히 들릴 만큼 가까이 가자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매니저들은 이미 다 돌아간 모양이었다. 나야 좋지.

 

이것 좀 꿰매어 달라고 하고, 데려다 준다고 하면 좋으면서 아닌 척 해주겠지.’

 

근처까지 다가가 사와무라! 하고 그녀를 놀라게 하려던 미유키는 사와무라의 목소리에 이어서 흘러나오는 다른 목소리 때문에 순간 입을 닫았다. 발소리를 조금 낮춰서 운동장 벤치 옆 코너까지 갔을 때였다.

 

좀 해주세요, 선배.”

내가 네 보모냐?”
보모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전 선배가 달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가장 많이 도와주신 분이니까요.

한 학년 어린 후배의 말에 사와무라가 잠시 멍해졌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더니 코슈가 줄곧 내밀고 있던 것을 낚아챘다.

 

“…. 이번만이야.”

감사합니다.”

 

툴툴대는 듯한 목소리가 수긍의 뜻을 내어놓자 코슈의 얼굴에 확 생기가 돈다. 미유키는 바지를 들고 있던 손에 꾸욱 힘을 주었다. 벤치 앞에 서 있는 코슈를 한 번 흘낏 본 사와무라가 뭐해, 앉아. 하고 오른쪽에 놓여 있던 반짇고리를 벤치 밑으로 내려 놓았다.

 

“1군 올라가서도 열심히 해라.”
안 그래도 더 열심히 할 거에요.”

너 같은 놈이 꼭 건방져져서는 나태해지더라.”

안 그럴 거에요.”

 

주고 받는 대화 한 마디마다 사와무라의 손가락이 코슈의 등 번호 위를 한 땀씩, 정성스럽게 바느질했다. 시침 핀을 꽂아둔 번호판과 유니폼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손가락을 한참 동안 조용히 내려다 보던 코슈가, 윗면과 오른쪽 면이 완전히 고정되었을 즈음 다시 입을 열었다.

 

선배, 지금 사귀는 사람 없죠.”
그건 왜 물어.”

 

사와무라가 퉁명스레 대답하며 바삐 손을 움직였다. 벌써 9시가 넘었다. 슬슬 돌아가야 내일 아침 시합 시간에 맞춰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사와무라의 손에 시선을 집중하던 코슈가 고개를 들어 사와무라를 빤히 바라봤다.

 

근데 좋아하는 사람은 야구부에 있죠?”
“………..”

 

침묵을 고수하던 사와무라가 앗, 하고 조그맣게 신음 소리를 냈다. 바늘이 유니폼을 붙잡고 있던 오른손 검지를 찔러 방울 방울 피가 솟았다. 코슈는 사와무라의 손목을 잡았다.

 

그 사람 대신이라도 좋으니까 저랑 사귀어요.”

???”
저 선배 좋아해요.”

놀리지마.”

장난 아니에요. 그래서 선배한테 부탁 드린 거에요.”

 

손을 빼내려던 사와무라는 억센 악력에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핏방울이 동그랗게 손 끝에 맺혀 있었다. 그 손가락을 자신의 유니폼으로 닦으며 지혈하기 시작한 코슈가 말을 이었다.

 

선배가 등 번호 달아주시면, 어떤 시합이든지 거뜬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입술을 달싹이던 사와무라가 그대로 멈추었다. 코슈는 사와무라의 손을 감쌌던 유니폼을 걷어냈다. 어느새 피가 멎어 흔적도 남지 않은 손 끝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사와무라가 살짝 몸을 떨었다.

 

대답은 내일 시합 끝나고 해주세요. 늦었으니까.”

“……”

오늘은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사와무라의 손을 잡고 코슈가 몸을 일으켰다. 맥없이 딸려간 팔을 지켜보던 사와무라는 입술을 깨물다가 곧이어 일어섰다. 사와무라가 내려놓았던 반짇고리를 챙기고, 코슈는 벤치에 걸쳐 두었던 자신의 카디건을 사와무라에게 입혔다. 그리고 앉아 있느라 구겨져 있던 사와무라의 옷매무새를 대강 다듬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카디건 단추를 다 채운 코슈가 사와무라의 손을 다시 잡았다.

 

안 춥죠?”
“……
…”

 

조용히 흘러나온 대답에 코슈가 잡고 있던 사와무라의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두 사람은 그대로 그라운드를 가로 질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미유키는 발걸음을 돌려 기숙사로 향했다. 유니폼을 힘주어 쥐고 있던 손은 아까부터 피가 통하지 않아 저렸다. 내일이 저 건방진 후배가 1군으로 참가하는 첫 시합이다. 언제부터 깨물고 있었는지 모를 입술을 다시금 짓씹었다. 머리 속과 마음 속이 모두 시꺼멓게 활활 타오르는 감각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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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반전 다이슦끼데스..ㅠㅠㅠㅠ 코슈->사와->미유키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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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데?”

선크림도 안 바르고 다니죠? 피부 관리 안 해요?”

네가 뭔 상관이야.”

선배 여자 아니에요?”

 

코슈가 기어이 사와무라의 손에 선크림을 쥐어 줬다. 한창 드링크를 옮기던 중이라 평소보다 손이 조금 차가웠다. 쨍쨍한 햇볕 아래에서 익어가던 코슈는 그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이런 거 발라도 어차피 타.”

그래도 좀 발라요, 여자가 시꺼매서는.”

 

별 흥미 없다는 눈빛의 사와무라에게 코슈가 덧붙였다.

 

선배 남자친구분도 안 좋아할 걸요, 피부 타는 거.”

“… , 네가 어떻게 알아??!!”

그냥 선배 같은 여자친구가 있다면 저도 화날 것 같으니까요.”

 

언제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던 시선이 흔들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코슈는 어깨를 으쓱했다. 옷을 갈아 입는 선수들 맨 몸을 보면서도 홍조를 띄우는 일이 없던 사와무라의 얼굴이 시뻘개지는 걸 보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그냥 던진 말이었는데, 그래서 남친이 있으시겠다? 코슈는 좀 더 떠보기로 했다.

 

남자친구는 선배가 매니저 일 하는 거 알아요?”

, 당연히 알지!!!!”

-.”

 

사와무라가 급히 대답했다. 얼른 대화를 끝내고 마저 드링크를 만들러 가고 싶었다. 혹시나 코슈와 대화하는 걸 보고 오해하기라도 한다면. 초조해하는 사와무라의 기색도 상관 않고 코슈는 씨익 웃었다.

 

야구부인가 보네요.”

, 뭐 아냐!!!”
아님 말고요.”

 

코슈!!! 당장 안 튀어 오냐!!!!!!

카네마루의 외침이 쩌렁쩌렁하게 그라운드를 울렸다. ‘선크림 꼭 발라요.’ 코슈는 말을 남기고 후닥닥 뛰어갔다. 그라운드 가장자리에 남겨진 사와무라는 손에 들린 플라스틱 튜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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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님 생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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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싱글 웃고 있는 저 낯짝이 가증스럽다. 어쩌다가 내가 이 선생님 편집자를 맡게 되어선. 사와무라는 들고 있던 피크닉 바구니 손잡이를 힘주어 잡았다. 사와무라의 시선을 눈치챈 미유키가 사와무라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었다.


"왜? 새삼스레 반했어?"

"입 좀 다물어 주십쇼, 선생님."

"한 대 치게?"


미소만큼 짜증나는 목소리에 사와무라가 입을 다물었다. 애초에 미유키를 말로 이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미유키의 말에 사와무라는 바구니를 들고 있지 않았더라면 진심으로 미유키에게 한 방 날릴 뻔 했다.


"난 에이준 군한테라면 맞아도 좋은데."

"그만 좀 놀리십쇼!!!!!"


미유키의 말에 일일히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사와무라는 이를 갈며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에게 미유키가 목적지를 말하는 것을 들으며 사와무라는 잠시 눈을 감았다. 



갈 곳이 있다고 아침까지 자신이 말하는 것들을 준비해서 작업실로 오라던 미유키의 말에 새벽부터 일어나느라 피곤했다. 시간을 맞춰서 갔더니 선생님께서는 숙면 중. 멱살을 잡고 싶은 마음을 꾸욱 참고 흔들어 깨우자 갑자기 껴안으려고 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었다. 어찌저찌 깨워 놓자 아침밥은? 하고 태연하게 묻는 얼굴에 이를 갈며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커피까지 마신 후에야 미유키는 느적느적 씻으러 갔고, 그제서야 사와무라는 쇼파에 잠시 앉을 수 있었다. 가볍게 입은 미유키가 사와무라가 늘어져 있는 쇼파 앞에 섰다.


"다 챙겨 왔지?"

"네..."

"오케이, 가자!"

 

평소의 나른한 분위기와는 달리 꽤 설레어하는 듯한 얼굴에 의외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뭐 타고 가시게요? 하고 사와무라가 묻자 미유키는 '난 새벽까지 마감해서 운전하기 싫은데.' 하고 속이 터질 만한 대답을 내어 놓았다. 결국 사와무라는 여태까지 쌓인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 마감, 저도 같이 했지 말임다!!"


 

아침에 있었던 일을 생각할 수록 속이 쓰려오는 것만 같아서, 사와무라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눈을 떴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온통 푸르고 파랗다. 계절은 어느새 봄을 지나쳐 여름으로 달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조잘조잘 말이 많았던 미유키는 언제 가지고 나온 건지, 묵묵히 책을 읽고 있다. 따스한 날씨, 나지막히 흘러 나오는 클래식, 그리고 요람처럼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차 안에서 사와무라는 다시 스르륵 눈을 감았다.



도착한 곳은 평일 아침이라 한적한 어느 공원이었다. 공원 한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하천 위로 늘어진 벚나무 가지가 아침 햇빛을 받아 파르랗게 빛났다.


"뒤늦은 꽃구경임까..."

"뭐, 겸사 겸사."


미유키는 사와무라보다 한 걸음 앞서 걸어나갔다. 미유키를 먼저 스친 봄바람이 연한 벚꽃 향을 풍겼다. 두 사람은 말없이 하천 위로 놓인 돌다리를 건넜다. 벚나무 사이로 난 계단을 올라가 그 옆에 조금 도톰하게 쌓인 둔덕 위에 돗자리를 펼친 미유키가 사와무라에게 눈짓을 했다.


"여기 앉자."

"꽃도 다 졌지 않슴까."

"그래도 운치 있지 않아? 생기도 느껴지고."


돗자리에 누워 벚나무를 바라보며 미유키가 씨익 웃었다. 사와무라는 조용히 바구니를 내려놓고, 미유키의 옆에 앉았다.


"에이준 군도 누워봐. 되게 편한데."

"어떤 분 덕분에 누우면 바로 잘 것 같아서 말임다."

"핫핫하, 미안해."


골이 난 사와무라의 말에 웃음기 섞인 사과로 대답하며, 미유키는 사와무라의 몸을 뒤에서 끌어 안아 눕혔다. 


"뭐하시는 검까!!"

"자도 되니까 같이 눕자~"


생각보다 미유키의 팔 힘이 의외로 강해서, 사와무라는 꼼짝없이 안겨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끊어 놓고 시간이 없어서 다니지 못한 헬스장 회원권이 갑자기 눈 앞에 아른거렸다. 예전보다 체력이 좀 떨어진 것 같긴 했었는데... 팔 근육을 만져보는 사와무라에게 미유키가 말했다. 


"그 상태로 저기 나무들 한 번 봐봐."

"뭐가 보인다고 아까부터...!!"


사와무라가 그대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놀란 표정의 사와무라를 힐끗 본 미유키는 베고 있던 책을 꺼내어들고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목소리를 가다 듬더니 누운 채로 책을 읽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책이 미유키의 얼굴 위로 그림자를 남겼다.


"'그는 벤치에 앉았다. 그녀도 따라와 앉았다. 꽃은 이미 다 지고 없었다. 그 대신 새싹이 꽃자리마다 움 터 있었다.'"

"......"

"'소녀가 말했다. 우리는 꽃이었던 게 아닐까. 소년은 말없이 소녀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


미유키가 놀라 굳어진 사와무라의 손을 잡았다. 사와무라는 풍경을 내려다보던 시선을 가까스로 미유키에게로 옮겼다. 안경 너머로 사와무라와 한 번 눈빛을 주고 받고, 미유키는 다시 책을 보았다.


"'소년이 말했다. 내년 봄에 이 곳에서, 다시 만나자.'"

"... 당신이 어떻게 그 책을..."


책을 덮은 미유키가 씨익 웃었다.


"원래 이 자리에 벤치가 있었는데, 재작년 여름 태풍 때문에 부서졌어."

"그럼 당신이...!!"

"수업 땡땡이치고 여기 누워 있다가 갑자기 그 장면이 딱 떠오르더라고."


책 표지는 아무 글씨도 없이 온통 까맸다. 자세히 보니 책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원고 묶음에 가까웠지만 사와무라는 책의 제목을 아무 어려움 없이 떠올릴 수 있었다. 


"봄."

"원제는 청춘이었는데 그때 담당자가 너무 촌스럽다고 바꾸래서."


미유키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 대신 원고 묶음을 사와무라에게 내밀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담당 편집자?"

"어떻게 생각하냐니..."

"여름을 내는 게 좋을까?"


사와무라는 멍하니 미유키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미유키는 마음 한 구석이 잔뜩 간질간질해지는 것만 같았다. 8년 전 네가 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방금 전 같은 표정을 지었을까?


"그 안에 '여름' 원고도 들어 있어. 그걸 읽은 네 의견을 듣고 싶어."

"그게, 무슨... 저, 저는 아직 햇병아리고...!!"

"어려운 건 아냐. 그냥 읽고 난 후의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은 것 뿐이니까."


미유키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사와무라의 뒤에 놓여 있던 바구니를 끌어 당겼다. 


"일단 밥부터 먹자."


원고 값은 에이준 군의 정성 어린 도시락으로 받을게.

미유키의 장난스런 목소리에야 사와무라는 퍼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멋대로 도시락을 꺼내 펼치기 시작하는 미유키에게 신간 하나로 퉁칠 수는 없슴다!! 하고 외쳤다. 이미 샌드위치를 하나 꺼내어 한 입 물은 미유키가 웅얼거리며 키스라도 해주리? 하며 빵부스러기가 묻은 입술을 내밀었고 사와무라는 더럽다며 얼른 피했다. 사와무라의 무릎 위에 놓인 '봄' 위로 때늦은 벚꽃잎이 팔랑이며 내려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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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엔님이 트위터 해시태그   를 단번에 맞히셔서 ㅋㅋㅋㅋ 드리는 글입니다~~

리퀘 키워드는 비밀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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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매미 소리가 아직 후덥지근한 초가을 저녁 공기를 갈랐다. 코 끝에 와 닿는 가쁜 숨결 위로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면 눈 앞의 사와무라가 붉어진 눈매로 따라 웃었다. 그 모습이 못내 사랑스러워서 코 끝 위에 한 번 더 키스를 남기자 사와무라가 간지럽다며 미유키를 밀어냈다. 다시 시선이 마주치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같은 템포로 느릿하게 눈이 감긴다. 한 뼘 더 가까워진 찰나, 바스락대는 소리에 사와무라가 화들짝 놀라더니 두 걸음 뒤로 멀어졌다. 한 번 심호흡할 시간이 지난 후에, 실내 연습장의 열린 문 사이로 카와카미가 나타났다.

 

미유키, 감독님이 부르시던데?”

“10분 내로 갈게.”

그리고 내일 투수진 배치도 전하라고 하셨어.”

 

카와카미가 손에 들려 있던 종이 한 장을 팔락였다. 고개를 끄덕인 미유키는 카와카미의 발걸음이 멀어지자 안도의 한숨을 푸욱 내쉬는 사와무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긴장해?”

, 저희 비밀 연애 중 아님까!”

, 그렇지.”

 

너의 일방적인 비밀 연애지만. 덧붙이고 싶은 말을 꿀꺽 삼키고 미유키가 대답했다. 사와무라가 큼큼, 헛기침을 했다.

 

선배는 주장이고…. 일단 안 알려지는 게 좋다고 생각함다.”

 

제 딴에는 제법 진지하게 말한 건지 표정이 단단하게 굳어 있다. 그래, 너 좋을 대로 해라. 미유키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유키가 사와무라에게 고백한 건 여름방학 끝 무렵이었다. 좋아하는 감정을 확연하게 티 내면서도 고백하려는 시도조차 없길래 참다 못한 미유키가 슬쩍 찔러본 말 한 마디에 사와무라는 와르르 무너졌다. 달래기 위해 껴안은 몸이 잔뜩 굳어 있어서, 사와무라의 대답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대로 분위기 좋게 이마에라도 입 맞추려던 순간 펜스 너머 날아온 공만 아니었더라면 꽤나 청춘의 한 장면 같았을 것이라고 미유키는 생각했다. 어쨌든 아침 연습에 늦은 벌로 여름 이후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 제거를 맡은 사람과 그 감시를 명분으로 추가 연습에 빠져 있던 사람은 단번에 운동장 구석으로 향하는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공을 주우러 가볍게 뛰어 오는 발소리를 들은 사와무라가 흠칫, 몸을 떨었다가 바로 바닥에 널려 있는 잡초로 뻣뻣한 몸을 숙인다. 그리고 멈칫하더니 주저 앉아 풀을 뽑기 시작했다. 달려 온 후루야가 공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고 대강 후루야가 날린 홈런인 것을 알아챈 미유키가 공이 떨어진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에 떨어졌어.”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인 후루야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 보고, 미유키는 발 끝으로 등을 돌리고 쪼그려 앉은 사와무라의 엉덩이를 툭툭 건드렸다. 건드리지 마십쇼! 하고 외칠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사와무라는 말 없이 풀을 뽑고 있었다.

 

와무라, 내외해?”

“…. 아뇨.....”

그럼 뭐 하는 거야?”

선배도 저도 남자니까…. 비밀로, 사귀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풀을 뽑던 손이 멈추었다. 발갛게 물든 뒷목덜미를 내려보면서 미유키는 웃음을 삼켰다. 좋아하는 것도 제대로 숨기지 못했는데, 과연 네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모든 야구부원이 알게 될 것을 확신했지만 미유키는 사와무라의 제안을 말리는 대신, ‘그래.’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사와무라는 그 이후, 근 한 달 동안 비밀 연애를 하는 중이었다. 연습장 문을 나선 미유키가 문을 닫자, 문의 그림자에 기대 있던 쿠라모치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다가왔다. 미유키는 예의 미소를 지었다. 쿠라모치의 얼굴이 급격히 못 볼 꼴을 봤다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무슨 일이야?”

“…. 그래, 무슨 일 있다.”

 

쿠라모치가 인상을 구겼다. 미유키는 고개를 돌려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한 번 확인하고 다시 쿠라모치로 시선을 향했다.

 

, 언제까지 그 비밀 연애할 거냐??”

, 나랑 사와무라랑 사귀는 거 어떻게 알았어?”

숨길 걸 숨겨!!”

 

새삼스레 놀란 척 미유키가 일부러 눈을 크게 뜨자 쿠라모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도 다른 사람들이 닦달해서 총대 매듯 나온 자리라 불편하기만 했다.

 

“1학년 애들이 나한테 묻더라. 언제까지 미유키 선배랑 사와무라 닭털 날리는 꼴을 못 본 척 해야 하냐고.”

우리가 그렇게 티가 났던가?”

아오!!!”

 

저걸 한 대 때릴 수도 없고. 쿠라모치가 낮게 중얼거린 걸 들었는지 미유키가 절레절레 손을 저었다.

 

안돼, 나 얼굴에 상처 나면 사와무라가 울어.”

……”

쿠라모치는 인내심의 심지에 불이 붙는 것을 느꼈다. 심지가 다 타면 주장이고 동료고 뭐고 한 대 때려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힘이 잔뜩 들어간 쿠라모치의 주먹을 본 미유키가 핫하 웃었다.

 

, 나는 비밀 연애 하자고 한 적 없어. 어차피 숨기지도 못하는 거 애써 봤자 귀찮고 힘만 들잖냐.”

그럼 사와무라는 왜 저러는 건데?”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다나.”

 

다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내가 그럼 뭐라고 하겠어. 기특하기만 하지.

씨익 웃는 얼굴에 쿠라모치의 마음 속 심지가 타닥타닥 잘도 타 들어갔다.

 

그래서 그냥 놔 두시겠다?”

그것도 있고. 혼자 안절부절 못 하는 거 보면 귀엽기도 하고.”

작작 좀 해라, ?!”

 

짧디 짧은 인내심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 쿠라모치가 결국 폭발했다. 미유키는 그런 쿠라모치에게 여자친구라도 소개해줄까? 하는 말로 속을 박박 긁어놓을 뿐이었다.

 

 

 

사와무라는 5호실 문을 열었다. 이 시간대면 쿠라모치가 게임기를 사와무라에게 집어 던지며 여태까지 뭘 하고 있었냐고 물을 텐데, 어쩐지 조용하다 싶더니 아무도 없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카와카미 때문에 놀랐던 가슴이 아직도 한 구석에서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사와무라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그 때, 똑똑 하는 노크 소리와 함께 에이준 군, ?’ 하는 하루이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와무라는 침대에 누운 채 아니!! 하고 크게 대답했다. 하루이치가 머뭇머뭇 문을 열고 들어 왔다.

 

저기, 에이준 군….”

?”

내가 할 말이 있는데….”

 

평소보다 더욱 더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사와무라는 몸을 바로 일으켜 앉았다. 연애 상담이라도? 하고 짓궂게 되묻자 붉은 기가 감돌던 하루이치의 얼굴에 완전히 홍조가 올랐다. 사와무라는 침대를 팡팡 치며 호기롭게 외쳤다.

 

그래 하룻치!! 그래서 상대는 누구야??”

아니, 그게 아니라….”

 

고개를 저어 자리에 앉는 걸 사양한 하루이치가 숨을 골랐다. 오늘따라 따라 주지 않는 제비 뽑기 운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거의 악귀처럼 변했던 쿠라모치의 얼굴을 떠올리며 하루이치는 잘 떼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 에이준 군이…. 미유키 선배랑 사귀는 거 아니까, 이제 안 숨기려고 해도 돼.”

“…… ?”

, 난 말했어!! 잘 자!!”

 

다다다 한 달음에 말을 쏟아낸 하루이치가 급히 5호실을 벗어났다. 사와무라는 닫히는 5호실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던져진 말을 다시 곱씹었다. 머리가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부끄러움에 반응해 얼굴에 뜨겁게 열이 쏠렸다.

 

으아아아!!!!!!”

아오, 저 바보…..”

 

미유키 카즈야!!!!!!

복도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 소리에 복도 끝에서 5호실을 바라보던 쿠라모치가 머리를 짚었다. 그 뒤에 서 있던 카와카미가 난처한 미소를 지은 채 애써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5호실 바깥 벽에 붙어 있듯이 기대 있던 하루이치는 속으로 에이준 군, 미안해…! 라는 말을 수십 번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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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장면 비슷한 구도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 글 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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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님 원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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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미유키는 두꺼운 자료집 너머 빠끔히 보이는 발을 바라보았다. 머뭇대던 목소리가 큼,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숨을 고른다. 자료집을 책상에 소리 나게 내려놓자 두 사람 사이를 가로 막는 것은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미유키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연습이 끝난 후에도 계속된 회의와 분석으로 한창 피곤했다. 지나가는 고양이한테라도 한바탕 스트레스를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피로한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어 미유키를 내려다 보았다.

 

선배.”

용건만 간단히.”

“….. 헤어져요.”

?”

“…. 진짜 몰라서 묻는 검까.”

 

공기 중을 흔드는 목소리 끝자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큼큼, 다시 헛기침을 한 사와무라가 입술이 바짝 마르는지 한 번 혀를 내어 핥았다.

 

나까지 신경 쓸 여유 없는 거 암다.”

그리고?”

전력에도 도움 안 되는 투수 같은 거 안 챙겨도 되고요.”

그래서?”

선배를 위해서 헤어지자는 검다!!”

 

미유키는 손을 까딱였다. 머뭇대던 사와무라가 미유키의 갈라진 목소리를 한 번 듣고서야 겨우 발걸음을 떼었다. 다섯 걸음 거리가 이렇게 길었던가. 미유키는 눈 앞에 닿은 사와무라의 티셔츠 자락을 확인하고, 그대로 사와무라를 강하게 껴안았다.

 

놓는 건 내가 한다고 했었지.”
“…..
, …..”

안 놔줄 거니까 먼저 그런 말 하지 마.”

 

결국 와앙 울음을 터뜨린 사와무라의 고개를 끌어 당겨 입맞추면서, 미유키도 사와무라의 품 안에 기대었다.





-

졍님이 모카님께 그려달라고 한 미사와를 보고...

-

 

살금살금 뒤로 다가간 사와무라는 곧 자신의 손목을 덥석 잡는 손에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레 큰 소음 때문에 귀가 멍멍하다. 뒤늦게 손을 떼어내고 귀를 막았지만 이미 찌르르한 아픔이 느껴지는 귀를 붙잡고, 미유키가 고개를 젖힌 채 물었다.

 

“뭘 꾸미길래 조용히 다가오는 거야?”

“뭐, 별 거 아님다!!”

 

미유키 선배님은 그대로 푹 쉬십쇼!! 평소에는 절대 붙이지 않던 존대어에 미유키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대로 한 걸음, 두 걸음 물러난 사와무라가 하하하 하고 작위적인 웃음을 흘린다. 일단 미유키는 다시 눈을 감았다. 분명히 저 바보 같은 후배는 똑 같은 방법으로 접근해 올 게 뻔했다. 예상대로 한동안 조용히 물러나 있던 사와무라가 전보다 더 조심조심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미유키는 사와무라의 손이 고글에 와 닿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번에는 양 손으로 사와무라의 양 손목을 잡아챘다. 완전히 놀란 건지, 동그래진 눈동자가 고글 속 미유키의 시선과 맞닿았다가 떨어지면서 히끅 히끅 딸꾹질을 한다.

 

“뭐 하는 거야?”

“그, , 선배 맨 눈을 보, 히윽, 고 싶어서….”

“그래서 고글을 벗기려고 한 거야?”

 

사와무라가 대답 대신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할 수 없지. 미유키는 놀란 채로 굳어져 있는 사와무라의 뒷목을 끌어당겼다. 목덜미에서 놀라서 거칠게 뛰는 맥동이 느껴진다. 미유키는 고글 너머로 씨익 웃었다.

 

“이렇게 가까이 오면 보이지?”

“………”

 

미유키의 이마에 사와무라의 입술이 닿았다. 말이 없던 사와무라가 잠시 멈췄던 딸꾹질을 다시 시작했다. 후다닥 물러나는 사와무라를 내버려두고 몸을 일으킨 미유키가 바닥에 두었던 물병을 집어 들어 가볍게 던졌다.

 

“마시고 진정해, 에이준.”

“……. 히끅!”

“핫핫하, 진짜 놀리는 보람이 있다니까!!”

 

사와무라가 물병 뚜껑을 열며 거친 시선으로 쏘아보는 것도 무시하고 미유키는 신나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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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ts사와] 시구

연성/글 2014. 4. 19. 03:59

※TS 주의!!

성반전 주의!!! 프로 선수 미유키와 아이돌 에이쨩 이야기!

 http://stemofdia.tistory.com/58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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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정확히 미트에 박혀 들어가는 공을 보며 선수들은 감탄했고 힘껏 공을 던진 순간 출렁이는 가슴에 관중석은 환호했다. 정작 시구를 던진 본인은 미유키가 제대로 받아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귀여운 미소로 마무리한 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잔뜩 부루퉁한 얼굴로 에이는 탈의실로 향했다. XX리 유니폼을 벗어 던지는데, 등판에 박힌 번호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2?”

 

순간 에이의 머리 속에 씨익 얄밉게 웃고 뒤돌아서던 남자의 등이 떠올랐다. 정확히 적혀 있던 2라는 숫자. 유니폼을 쥐고 있던 손이 들끓는 감정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에이가 들고 있던 유니폼을 확 내팽개치려던 그 때, 똑똑 하고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잔뜩 주름이 간 유니폼을 의자에 던지고, 입고 왔던 요XX리 점퍼를 급히 걸친 에이가 네~ 하는 대답과 함께 문을 열었다.

 

핫핫, 누구냐고 묻지도 않고 열어주네요?”

“…. .”

그렇게 얼굴 안 굳혀도."

 

에이 씨가 한X 팬인 건 알고 있어요.

방금 전 떠올렸던 모습과 완전히 같은 미소로, 미유키가 말을 이었다. 에이는 억지로 미소를 띄우려고 했지만 놀란 마음에 쉽사리 굳은 얼굴을 풀지 못했다. 아이돌 데뷔 3년 차, 웃는 얼굴이라면 얼마든지 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 에이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유키는 들고 온 것을 내밀었다. 에이가 입었었던 한X 티셔츠였다. 티셔츠를 알아본 에이가 급히 손을 내밀었지만 미유키는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돌려드린다는 건 아니고.”

그럼 뭐하자는 거에요.”

말했잖아요, 에이 씨 팬이라고.”

 

뻗었던 손을 아무렇지 않은 척 내린 에이가 고개를 숙이고 입을 꽉 다물었다. 눈 앞의 남자가 뭘 원하는 지 대강 감이 왔다. 이미지 깨지는 걸 막아줄 테니 뭔가 해달라는 거겠지. 팬이라고 말하는 남자들은 모두 같은 의도를 품곤 했었다. 이를 악문 에이가 점퍼 자락을 꽉 쥐었다가 놓았다. 경기장과 멀리 떨어진 탈의실을 배정 받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의도적이었던 걸까. 에이는 점퍼를 벗어 들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시선을 올리자 드물게 놀란 얼굴의 미유키가 어? ? 하는 소리를 냈다. 미유키의 손에 들린 펜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 , 에이 씨, 더워요?”

…. , . , 땀을 흘렸더니, 좀 더워서….”

, 그러시구나…”

 

미유키가 놀란 얼굴로 허둥지둥 화제를 돌렸다. 탑만 입은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지만 에이도 황급히 손부채질을 하며 부끄러움으로 붉어지는 얼굴을 살짝 돌렸다. 약올리는 듯한 미소 대신 부드러운 얼굴을 한 미유키가 티셔츠와 펜을 에이에게 건넸다.

 

싸인 부탁드려요.”

“… 여기에요?”

. 에이 씨 우리 팀 안 좋아하는 거 안다니까요.”

 

티셔츠와 펜을 받아 들고 미유키를 한참 올려다 보던 에이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몸을 숙여 집어 던졌던 요XX리 유니폼을 들어 올렸다유니폼 등판을 한 손으로 받치고 펜 뚜껑을 입으로 잡아 뺀 다음 등번호 아래에 싸인을 휘갈겼다. TO. 미유키 카즈야. 까지 한 번에 써내려 간 에이가 유니폼을 건넸다. 미유키가 놀란 듯 지켜보다 반사적으로 유니폼을 받아 든 걸 확인한 에이가 뚜껑을 꾸욱 닫았다. 펜을 던지자 미유키가 후다닥 받았다. X 티셔츠를 입고, 점퍼를 손에 든 채로 탈의실 문 앞에 선 에이가 뒤를 돌았다.

 

, 미유키 씨.”

?”

그거, 사이즈 안 맞아서 못 입겠던데요.”

 

가슴이 끼더라구요.

미유키의 얼굴에 멍한 표정이 번져나가는 것을 보며 에이는 경쾌하게 탈의실을 나섰다. 평소와는 달리 입까지 벌린 미유키의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XX리 점퍼를 걸치고, 포니테일을 찰랑이며 사라지는 에이의 뒷모습을 뒤늦게 따라 나온 미유키가 황망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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