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 존잘 ㅇㄱ님이 미사와 연성을 던져 주셔서 저도 막 던지고 셜록 보러 간 글(?)

(2014. 0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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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잠깐 멈추고 연필을 내려놓은 사와무라는 잔뜩 써내려 가던 종이를 구겼다그리고 단단히 뭉친 종이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졌다아니 종이는 깨끗한 포물선을 그리며 쓰레기통을 향했지만 쓰레기통 테두리에 맞고 튀어나와 쓰레기통 주변을 데구르르 굴렀다.

 

아오!!”

 

사와무라는 짜증 섞인 소리를 한 번 지르고 의자에서 내려와 몸을 굽혀 종이를 주웠다너무 힘 줘서 썼던 걸까뭉친 종이 뒷면으로도 글자가 적혀 있을 부분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것이 느껴졌다그대로 방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사와무라는 구겼던 종이를 슬그머니 펴 보았다핑크색 하트 무늬가 여러 크기로 흩뿌려진 편지지는 건장한 남자 고교생이 손에 쥐고 있기에는 너무 화려했다입술을 깨문 채로 다시 종이를 와구와구 구긴 사와무라는 그대로 누워 버렸다.

 

이게 무슨 고생이야….”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빌렸던 만화책을 돌려주려고 향한 같은 반 여자아이의 자리는 꺅꺅대는 비명 소리로 가득했다다른 여자아이들까지 잔뜩 몰려 있는 모습에 만화책을 내려 놓으며 뭐야하고 묻자 사와무라 바로 옆에 서 있던 아이가 책상 위에 놓인 잡지를 가리켰다.

 

이번 달 잡지가 고백 특집이거든!’

 

마침 잡지를 가져온 여자아이가 페이지를 넘겼다별자리에 따라 한 달 운세를 이야기해주는 듯, ‘별들에게 물어봐’ 라고 적힌 코너가 책상 반대편에 서 있는 사와무라에게도 비록 거꾸로 된 글씨였지만 잘 보였다그리고 사와무라의 별자리가 가장 위쪽별 모양의 박스에 화려한 색으로 적혀 있었다그러니까 그건 절대로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었다다른 여자 아이들이 이 잡지의 운세는 잘 맞는다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좀 거슬렸던 것뿐이었고사와무라의 별자리에 해당하는 것이 크게 써 있었던 것뿐이었다.

 

[오늘 당신의 연애운은 최고사랑하는 그이에게 편지로 고백한다면 달콤한 사랑은 꿈이 아닐지도?! 럭키 컬러는 핑크색♡]

 

 

 

 

사와무라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보 같아…”

 

연습을 끝내고 씻고 돌아와 다른 방에 놀러 간 쿠라모치가 돌아 오기 전 다 쓰겠다는 일념으로 연필을 집어 들었던 게 벌써 30분 전이었고 쓰레기통에 들어간 분홍색 편지지가 세 장이었다사와무라는 손에 들린 구겨진 종이를 빤히 바라보았다어차피 편지지는 이제 딸랑 한 장이 남았다모가 되든도가 되든 써 보고 마지막 한 장조차 마음에 안 들면….

 

그냥말하지 말자.”

 

사와무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에는 신중하게 쓰레기통 앞에서 종이를 던져 넣었다쓰레기통 안이 핑크색으로 넘실거리는 꼴이 꼭 지금 자기 모습을 비웃는 것만 같아 속이 쓰렸다의자에 앉아 힘이 들어가려는 손을 몇 번 접었다 펴서 억지로 힘을 뺐다그래도 자꾸처음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졌던 때처럼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만 같다사와무라는 연필을 쥐고 최대한 또박 또박, To. 부터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편지지 중반을 채울 때쯤 사와무라는 숙였던 고개를 조금 들고 뻐근한 어깨를 주물렀다입 속으로 여태까지 쓴 내용을 한 번 훑어 읽어본다네 번의 실패가 좀 도움이 된 것 같긴 했다힘을 주어 쓰다 보니 발갛게 손톱 자국이 남은 손바닥을 문지르며 사와무라는 한숨을 쉬었다.

 

편지로 고백하면 좀 더 쉬울 줄 알았는데…”

뭘 고백해?”

미 미유키!!!”

선배 붙이랬지.”

 

미유키가 사와무라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사와무라는 아야야소리를 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 사이를 틈 타 미유키는 사와무라가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던 책상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길래 문 열리는 소리도 못 듣고 하고 있어?”

미유키가… 아니 미유키 선배가 알 바 아냐!!”

여친한테 편지 쓰고 있던 거구만~”

 

잔뜩 당황한 얼굴인 사와무라가 책상을 가리려고 들었지만 미유키의 손이 더 빨랐다.

 

핑크색 편지지라… 의외로 소녀 같은 부분도 있네.”

그거 돌려줘!!”

선배한테 자꾸 반말 쓴다 이거지?”

 

홱 낚아챈 손에 들린 편지지를 잡으러 사와무라가 벌컥 일어섰다하지만 미유키는 이미 편지지를 읽기 시작한 후였다.

 

“To. 미유키 선배….”

그거 내놔!!!”

 

사와무라의 손이 편지지를 스쳐 지나가 미유키의 안경에 닿았다얼결에 안경을 벗겨낸 사와무라는 미유키가 첫 부분을 반복해서 읽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갑자기 눈 앞이 흐려져 초점을 맞추기 위해 잔뜩 인상을 쓰던 미유키도 그제서야 상황을 깨달았다흐릿한 시야 너머고개를 숙인 사와무라가 보였다귀 끝이 새빨갛게 불타고 있다.

 

여자친구한테 편지 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손에 들린 편지지를 빼앗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굳어 있는 모습이 딱 사와무라답게 바보 같아서 미유키는 편지지를 접어 슬쩍 주머니에 넣었다그리고 사와무라에게 다가갔다.

 

저기사와무라?”

“…..”

나는 말로 고백해주는 게 더 좋은데.”

 

슬그머니 사와무라의 손에 잡힌 안경을 빼내고손에 닿는 감촉에 놀라 고개를 든 사와무라에게 여유 있게 웃어 보인다.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을게내일.”

 

 

점심 같이 먹자고안경을 제대로 쓴 미유키는 그대로 5호실을 나갔다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에야 번쩍 고개를 든 사와무라는 그제서야 미유키가 한 말을 곱씹다가 얼굴이 시뻘겋게 된 채 빽 소리를 질렀다복도를 걷던 미유키는 으아아아악!! 하는 사와무라의 외침과 양 옆호실에서 시끄러워하고 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종이 뒤편으로도 글자의 요철이 느껴질 만큼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 분홍색처럼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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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존잘 ㅎ모님께 주섬주섬 써서 바칩니다... 둘은 뭘 했을까요...

(2014.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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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가 씻고 나왔을 때엔사와무라는 몸을 대강 웅크린 채 이불도 덮지 않고 잠들어 있었다다행히 히터를 틀어둔 방 안은 훈훈한 기운이 감돌아 근육통이라면 모를까 내일 아침 감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었다.

흠흠흠오늘 집에 오는 길에 거리에서 들었던 노래를 어설프게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미유키는 침대 가에 최대한 소리를 죽여 앉았다동그랗게 웅크린 등을 따뜻한 손으로 살살 쓸어주자 불편하게 굳어 있던 몸이 자세를 바꿔간다.

 

이거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

 

말을 알아 들은 것인지 그냥 잠투정인지 우으…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진짜 자냐?”

 

베개 위에 늘어진 오른쪽 볼 대신 왼쪽 얼굴을 쿡 찌르자 사와무라의 얼굴이 팍 인상을 썼다미유키는 킥킥킥 소리 죽여 웃으며 검지와 중지로 주름을 쭈우욱 폈다평소보다 더 바보같이 풀어진 얼굴에 결국 미유키는 침대 구석에 있던 이불로 입을 막은 채 한참 웃었다.

 

후우우미유키는 진정하기 위해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씻는 김에 만들어 온 물수건을 그릇에서 들어올렸다.일부러 좀 뜨겁게 데워온 것이 그사이 조금 식어 딱 좋은 온도가 되어 있었다물을 한 번 짜내고 무방비하게 누운 몸에 수건을 조심스레 갖다 대자 사와무라가 물기에 놀란 듯 퍼드득 몸을 뒤틀었다.

 

물 싫어하는 거 보면 진짜 고양이라니까.”

 

공 좋아하는 거 보면 개과인데침대맡 선반에 떡하니 놓인 사인볼을 흘낏 보고시선을 다시 사와무라에게로 내렸다악몽을 꾸는지 연신 얼굴이 구겨져 있다.

 

이번엔 안 놀라게 살살할게.”

 

고양이를 달래듯 턱을 살살 간질이자 몸을 다시 웅크린다.

 

어허또 웅크린다.”

 

어느새 근육이 완전히 자리잡은 복부에 수건을 올리니 이번엔 상체를 확 펴는 대신 배를 둥글게 말았다.

 

여긴 닦아야 할 거 아냐!”

 

미유키는 사와무라의 몸을 다른 한쪽 팔로 살짝 붙잡고 말라붙기 시작하는 자국을 부드럽게 닦아냈다따스한 물수건의 감촉이 익숙해지자 나쁘지 않은지 웅크렸던 몸이 스르륵 풀어진다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말끔하게 닦아낸 미유키가 몸을 숙였다그리고 그대로 킁킁냄새를 맡는다.

 

땀냄새가 좀 나긴 하는데…”

 

방금 전 씻고 나온 자신과 안 씻고 잠들어버린 사와무라엉망이어서 벗겨내어 던져버린 시트와 손에 쥔 물수건을 한 번씩 바라본 미유키는 흠하고 고민하다가 물수건을 시트 위로 던졌다철퍽소리가 났다.

 

땀냄새야 질릴 만큼 맡아봤고사와무라 너도 귀찮지?”

 

흐음…. 잠꼬대를 대답으로 완벽하게 인식한 미유키가 침대에서 일어나 전등 스위치를 껐다시트를 피해 요리조리 침대로 다가와서는 안경을 벗어 침대 옆 작은 탁자에 두고 그냥 사와무라의 곁에 눕는다.

 

이렇게 애프터 서비스 해주는 게 쉬운 줄 아냐.”

 

오늘은 이 정도로 봐주라미유키는 한쪽 팔로는 사와무라를 꼬옥 안고다른 쪽 팔로는 침대 구석에 있던 이불을 끌어 올려 두 사람의 몸을 한 번에 덮었다고개를 파묻은 사와무라의 쇄골 근처에서 시큼한 향이 언뜻 코 끝을 스쳤지만 그대로 몇 번 잘근잘근 씹은 채로 미유키는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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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즈가 모두 유치원생이고 미유키랑 쿠라모치가 유치원 선생님입니당

이 글은 제가 다섯 살 때 동네 골목대장에게 선빵을 날린 경험과 3개월 동안 유치원에서 일한 경험을 모두 담아 썼습니다.... 

(201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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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전쟁 아닌 전쟁을 마치고미유키 카즈야는 겨우 개나리 반에 들어섰다의자에 앉자마자 한껏 긴장해 있던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그는 그대로 책상에 엎드리려다가 다 식어 빠진 커피 잔을 엎을 뻔 해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그가 지끈 지끈 울리는 두통에 결국 버리려던 커피를 마시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복도를 뛰듯이 걷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개나리 반 문 앞에서 멈추더니 달칵 하고 조그만 얼굴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그리고 다급하게 외쳤다.

 

선생님!! 에이준이랑 사토루가…!”

.”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상황에 미유키는 영혼 없이 머그잔을 책상 위에 내려 놓고 실내화를 고쳐 신었다.한숨 한 번으로 다시 몸 안의 긴장을 되살리고 그는 침착하게 뛸 준비를 했다그 녀석들이 관련되는 일에는 재빨리 반응하는 것이 좋다그것이 그가 개나리 반 담임을 두 달 째 맡으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하루이치어디지?”

놀이터요!”

그래….”

 

늘 고마워하루이치눈이 보이지 않는 분홍색 머리카락을 한 번 쓰다듬어 준 미유키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복도에서는 뛰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과는 반대로 복도를 뛰어 나가 유치원 놀이터로 향했다이번엔 또 무슨 일일까모래놀이용 삽이 부족했나아니면 모래성을 무너뜨렸나가능한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하면서 미유키는 유치원 현관문을 열었다.

 

 

 

이미 원생들이 대부분 하교한 후라서 놀이터에는 사와무라와 후루야뿐이었다미유키는 놀이터가 보이기 시작하자 천천히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살폈다그 때우아앙 하고 울음 소리가 놀이터 그네 쪽에서 터져 나왔다.

 

에이준?!”

… 우아앙!!”

에이준무슨 일이야.”

 

놀이터 가운데에 설치된 간이 그네 앞에서 울고 있는 사와무라와 넘어져 있는 후루야를 발견한 미유키가 급히 사와무라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혔다등을 토닥거리자 히끅이면서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미유키는 후루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뒤로 넘어진 듯 손바닥이 약간 까진 채로 모래밭에 주저 앉아 있던 후루야의 눈가에 조금씩 눈물이 고이다가 곧 울음을 터뜨렸다.

 

사토루??!”

… 에이준이… ,….”

에이준사토루둘 다 그만 울고….”

 

한 손으로는 사와무라를 달래면서 다른 한 손으로 후루야를 일으킨 미유키는 난처했다일단 둘 다 안은 채로 달래보았지만 사와무라가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는데다가 평소 울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던 후루야까지 눈물을 글썽이고 있어서 어쩐지 일이 자꾸 커지는 것 같았다그 때 미유키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사와무라가 고개를 들더니 후루야의 손을 자기 손으로 붙잡았다.

 

흐읍… … … 미안해….”

?”

… 미안끄윽사토루….”

 

그대로 후루야에게 매달리나 싶더니 후루야의 품에 파고든 사와무라가 꽉 껴안은 채 미안하다고 반복하며 훌쩍이기 시작했다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일단 두 아이를 안고 있던 팔을 풀자 후루야도 눈물 방울을 글썽인 채로 괜찮다며 사와무라를 꼬옥 안아준다.

 

이게 무슨 일이야…”

선생님…!”

 

뒤늦게 미유키를 따라 나온 해바라기 반의 코미나토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거칠어진 호흡을 갈무리하며 미유키의 바지자락을 쥐었다이 상황을 처음부터 확실히 목격했을 유일한 목격자에게 미유키는 당혹감을 감추고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니?”

그게….”

 

코미나토가 설명한 상황은 이랬다후루야와 코미나토는 이웃집에 살기 때문에 코미나토의 큰 형이 고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원에 들릴 때까지 유치원에서 기다리곤 했었다그와 달리 사와무라는 평소 유치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에 돌아갔다하지만 오늘은 양친이 모두 일이 있어 늦는다는 연락을 했었고그래서 부모님이 데리러 올 때까지 원에 머무르게 되었다모든 문제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다같은 개나리 반이지만 반장 자리를 놓고 늘 티격태격하는 두 아이가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 없이 자유로워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뻔한 결과였다.

 

사토루가 먼저 그네에 앉았는데모래놀이를 하던 에이준이 갑자기 자기도 그네 탈 거라면서…”

후우우….”

 

그러니까 먼저 시비를 건 것은 사와무라였다당연히 평소 사와무라를 좋아하지 않았던 후루야가 쉽사리 그네를 양보할 리가 없었고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 – 후루야가 사와무라를 건드려서 열심히 색칠하던 그림이 선 밖으로 삐죽 튀어나왔다 – 과 그저께 점심 시간에 있었던 일 – 젓가락질이 서툰 사와무라가 후루야의 자리에 반찬을 흘렸다 – 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싸우게 된 모양이었다코미나토는 사와무라와 함께 모래성을 만들다가 말다툼이 점점 심해지자 개나리 반 담임 선생님인 미유키를 다급하게 찾아온 것이었다.

 

그럼 에이준이 왜 우는지는 모르는 거니?”

…”

 

어느새 둘 다 울음을 그쳤는지 놀이터에는 코를 훌쩍이는 소리만 가득했다후우다시 한숨을 내쉰 미유키는 사와무라와 후루야를 덥썩 안아 들어 원으로 데려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선생님?! 하고 둘 다 놀란 듯 동그래진 눈을 미유키에게 향해온다이렇게만 있으면 참 귀여운 아이들인데다시 나오려는 한숨을 어떻게든 틀어 막은 미유키는 개나리 반에 두 아이를 내려 놓았다코미나토가 쪼르르 쫓아와 개나리 반 밖에서 안을 내다 보았다먼저 살짝 까진 후루야의 손바닥에 펭귄이 그려진 밴드를 붙여준 미유키는 두 아이를 책상 옆에 세웠다.

 

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한테 말해봐.”

 

두 아이 모두 서로의 눈치를 살필 뿐 말을 선뜻 꺼내지 못한다머뭇대던 후루야가 입을 연 순간조그만 사탕이 입 안에 쏙 들어왔다해바라기 반 담임 선생님 쿠라모치 요이치가 사탕 포장지를 들고 책상 옆에서 씩 웃고 있었다얼떨떨한 채 입을 벌린 사와무라의 입 안에도 사탕을 하나 넣어준 그가 큼큼헛기침을 했다.

 

내가 지나가다가 다 봤지!”

“….. 그러면 네가 좀 해결하지 그랬냐.”

원장님 심부름 때문에 좀 바빠서~”

바쁘긴 개뿔그래서 무슨 일이었는데?”

 

쿠라모치가 장난스레 웃더니 사와무라를 사탕 포장지로 가리킨다.

 

에이준에이준이 사토루를 밀었지?”

“…..”

?”

“….. ….”

에이준이 잘못한 건 알지?”

“…. .”

사과했어?”

!”

그래그럼 사토루는 에이준 사과 받아줬어?”

.”

 

그럼 오케이외치고 슬쩍 나가려는 쿠라모치의 뒷덜미를 잡은 미유키가 목소리를 낮췄다에이준이 밀고 에이준이 울었다고코미나토가 쪼르르 개나리 반으로 들어와 사와무라와 후루야에게 다가갔다동갑인데도 어른스러운 편인 코미나토가 뭐라뭐라 말을 하자 사와무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후루야는 작게 응하고 대답한다쿠라모치는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한 것을 확인하고 말을 이었다.

 

에이준이 먼저 밀었어.”

근데 왜 울어?”

아마 밀려고 해서 민 게 아니라… 흥분해서 이야기하다가 밀어버린 게 아닐까넘어져 있는 사토루 보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덜컥 겁이 나기도 해서 울었겠지.”

아하.”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꺼낸 사와무라가 적당히 셋으로 나누더니 후루야와 코미나토에게 각자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후루야는 자기 사물함 쪽으로 가더니 모래놀이용 삽과 플라스틱 양동이를 꺼낸다그리고 언제 의기투합한 것인지 아이 셋이 쪼르르 개나리 반 밖으로 나갔다뛰어가는 두 아이와 빨리 걷는 한 아이 뒤로 미유키가 외쳤다.

 

복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걸어야 해요!”

에이준뛰지 마!”

사토루가 먼저 뛰었어요!”

아닌데.”

맞잖아!”

 

타다닥 발걸음 소리와 다시 시작된 말싸움이 조용한 복도를 울린다미유키는 개나리 반 문을 닫고 살금살금 아이들 뒤로 따라 걷다가 우왁하고 소리쳤다아이들이 흠칫하고 놀란다애써 놀라지 않은 척 하는 후루야와 뒤돌아서 쌤!! 하고 화내는 사와무라의 머리를 각각 쓰다듬은 미유키가 목소리를 깐 채 다시 물었다.

 

복도에서는 어떻게 하라고 했지?”

“…..걸어요.”

손은?”

“…..허리에.”

 

 

누가 잘 하나 보자하는 미유키의 말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후루야와 사와무라 둘 다 재빨리 허리에 손을 올리고 사뿐사뿐 걷는다후루야의 손바닥에 붙은 밴드가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다내일 아침엔 둘 다 칭찬 스티커를 하나씩 줄까미유키 카즈야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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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미유키가 한 살 어리다는 설정으로!! 

(201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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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안으로 뜨거운 환성이 쏟아졌다마운드 위에 선 투수가 한 번 심호흡을 하더니 곧 팔을 휘둘렀다그 순간 미유키 카즈야는 고민하던 것을 내던졌다.

 

미안하게 됐다메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랑 배터리 못 짤 것 같아.”

 

저 선수가 있는 팀으로 갈 생각이거든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난 미유키는 먼저 간다는 말 한 마디와 함께 사라졌다혼자 남겨진 나루미야 메이는 영문을 모른 채 사라지는 그의 등을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

 

 

 

그렇게 밟게 된 세이도 고등학교 야구부의 그라운드는 시니어 시절과 비교해서 썩 나쁘지 않았다미유키는 견학 차 잠깐 들린 세이도의 분위기를 살폈다실전을 상정해서 진행하는 듯 연습 내내 긴장감이 그라운드를 가득 채운 것이 인상적이었다미유키의 옆에서 학교를 안내하던 타카시마는 이리 저리 둘러보는 미유키의 반응에 내심 안심했다다른 강호교도 그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차라 조금 서둘렀을 뿐인데 대뜸 학교에 가 봐도 되냐고 묻는 그의 말에 냉큼 데리고 와 버렸다그라운드에서 연습하던 선수들에게서 시선을 뗀 미유키가 저기질문이 있는데요하고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지금 투수가 몇 명이죠?”

전체?”

아뇨, 1군에 한해서요.”

“3학년 에이스였던 탄바 군은 제외하고, 2학년 구원투수 카와카미 군, 1학년 에이스 후루야 군이렇게 총 두 명이야.”

 

미유키는 경기장에서 어렴풋이 들었던 이름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구속이나 구위가 전에 던졌던 선수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는 걸로 보아 에이스는 아니었고그렇다고 이름에 ’ 가 들어갔던 것 같진 않았는데

 

그러면 지난 번 시합에서 마지막 이닝을 던졌던 선수는요?”

사와무라 군사와무라 군은 2군이야.”

 

용케 아네하지만 미유키 군은 입부 즉시 1군으로 선발될 텐데타카시마는 1군용 그라운드를 가리켰다.

 

“1학년에서부터 1군으로 선발되는 기회는 몇 없어그만큼 미유키 군의 재능을 높이 산다는 거야.”

…. 근데 그 사람은 왜 그 시합에서 던진 거죠?”

우리는 아직 절대적인 에이스가 없는 상황이야카와카미 군을 구원 투수로 쓰고 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는 카와카미 군보다는 사와무라 군에게 기대는 편이고.”

 

감독님도나도 그가 가진 재능의 뿌리는 굉장하다고 생각하니까타카시마의 말에서 묻어 나오는 일말의 아쉬움에 미유키는 대강 눈치챘다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하지만 봉오리만으로도 이 꽃밭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내보이는 꽃이라두근거리기 시작하는 심장을 억누르며 미유키는 타카시마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2군의 연습은 끝났을 텐데 누군가가 2군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었다타카시마가 2군 그라운드가 잘 보이는 벤치에 앉기를 권했다.

 

올해 우리 주전 포수가 졸업해.”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 말이군요.”

그가 다 키워 내지 못한 재능을미유키 군이 피워 내 줬으면 좋겠어.”

왜죠?”

미유키 군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선망하던 대상이 미처 다 키우지 못한 꽃자신의 손으로 아직 아무에게도 보인 적 없는 그 꽃을 피워 낸다.벌써 드리우는 노을을 배경으로 아직도 그라운드에서는 누군가가 뛰고 있다타카시마와 미유키가 앉은 벤치와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미유키는 푸하핫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핫지금 저거 타이어에요?”

보다시피.”

누가 요즘도 타이어를 끄나 했는데하하하하!”

 

타카시마는 미유키가 마음껏 웃도록 내버려두었다타이어가 그라운드 반 바퀴를 돌았을 쯤에야 가까스로 웃음을 멈춘 미유키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그래서 미유키 군의 대답은?”

제가 말 안 했던가요이 학교로 정했다고.”

 

미유키는 기대감을 꿀꺽 삼켰다.

 

타이어만 끄는 미련한 선배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노을에 비친 그림자가 그라운드에 길게 늘어진다.

 

 

저도 기대하고 싶어지는 꽃봉오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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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오늘도 우려 먹는 au 설정!!! 나이를 조금 더 먹어서 17살 크리스랑 9살 에이준이에요!! 

메리 크리스마스!!!

(2013. 12. 25)

 

------------------------------------------------------------------------------------------

 

크리스마스를 맞아 짧은 휴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원들이 휘두르는 배트가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연습장에 가득했다크리스는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한 번 둘러보고벤치에 놓아 두었던 가방을 챙겼다도내에 집이 있어 가까운 편이라고는 하지만 집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편히 쉬기 위해서는 기숙사에 머무르는 쪽이 나았다그런 이유에서 크리스처럼 집이 가까운 부원들도 휴일을 받아도 집에 가기 보다는 연습을 좀 더 하고 기숙사에서 쉬기를 선택했다하지만 크리스는 그들과 달리 휴일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두르곤 했다그라운드를 나서는 크리스의 등 뒤로 목소리가 쏟아졌다.

 

선배!!”

크리스!!”

 

후배와 동기의 목소리에 크리스가 발걸음을 잠시 멈춘 사이쿠라모치와 코미나토가 재빨리 다가왔다.

 

또 나가세요?”

내일 저녁까지는 돌아올 거야.”

크리스수상해~”

 

코미나토의 눈매가 가늘게 휘어진다코미나토의 표정을 슬쩍 본 쿠라모치가 역시나하는 얼굴로 말을 받았다.

 

선배 진짜 한 번도 안 빠지고 매번 집에 가시네요.”

“1학년 때도 맨날 집에 갔는데 말이지~”

 

두 사람의 얼굴이 심술궂은 미소를 띤다크리스는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무슨 얘기야하고 재촉했다.

 

여친 있으신 거 아니에요?”

여자친구라든가있는 거야?”

?”

휴일마다 급히 정리하시고.”

나갈 때마다 케이크에푸딩에.”

결정적으로 아까 연습 쉬는 시간에 선배랑 저랑 봤다구요!”

 

갑자기 만담처럼 이어지는 대화에 크리스가 무슨 소리야하고 되묻기도 전에 숨을 죽인 두 사람이 잔뜩 기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휴대폰 보면서 미소 짓던 거!”

“… 내가 그랬나?”

저 선배 그런 얼굴 처음 봤어요!”

나도 작년에 코시엔 나간 이후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고.”

내가 정말 웃었어?”

그렇다니까요!”

그렇다니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크리스와는 반대로 코미나토와 쿠라모치는 이제야 증거를 잡았다며 신나게 떠들었다.

 

역시 그랬다니까요!”

그래서 여자 친구는 미인이야?”

너희가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질문을 쏟아내는 두 사람을 말리던 크리스는 결국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었다몇 번 버튼을 누른 크리스는 하아한 번 한숨을 쉬고 휴대폰에 사진을 띄워 두 사람에게 보이도록 고쳐 잡았다.

 

난 그 때 이걸 보고 웃었던 것뿐이야.”

“….?!”

 

휴대폰 액정에는 산타 모자를 쓰고 반쯤 감긴 눈을 한 채 선물이 잔뜩 쌓인 트리 밑에서 졸고 있는 한 남자 아이가 찍힌 사진이 떠 있었다.

 

누군데요….?”

뭐야여자 친구가 아니었잖아.”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본 쿠라모치가 잔뜩 궁금한 듯 물어왔다반대로 코미나토는 흥미가 떨어진 듯 맥 빠진 얼굴을 한 채 뒤통수를 긁을 뿐이었다.

 

동생이야.”

동생요이제 초등학생인 것 같은데?”

늦둥이인가 보지.”

 

멋대로 대답한 코미나토가 에이김 샜어하고 말을 덧붙였다아까부터 서두르는 기색이던 크리스를 살핀 그가 슬슬 크리스를 놔주자고 말하려던 찰나였다.

 

.”

코미나토 선배?”

“… 아니다가자쿠라모치오늘밤은 루돌프처럼 뺑뺑이를 돌려야겠어.”

“…. 선배!”

크리스마스 잘 보내크리스!”

메리 크리스마스.”

 

코미나토는 충격적인 발언에 잔뜩 몸을 굳힌 쿠라모치의 뒷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 기숙사로 향했다크리스에게서 그런 표정을 보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마치 바로 눈 앞에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는 듯 부드럽게 풀어지는 표정과 가볍게 호선을 그리는 입가살짝 이채가 도는 눈동자가 얼마나 크리스가 그 아이에게 애정을 주고 있는 지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런 표정을 보고 여자 친구라고 착각하다니나도 한 물 갔어.”

?”

아니오늘 밤 열심히 배트를 휘둘러 보자는 뜻이야.”

선배살려주세요…”

 

 

 

크리스는 늘 들리던 케이크 가게 앞에서 잠깐 주춤했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쿠라모치와 코미나토에게 붙잡혀 있느라 시간을 꽤 보냈다내려 앉기 시작한 겨울 저녁 노을을 등지고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그는 눈에 보이는 가게 간판에 완전히 걸음을 멈추었다.

 

이걸로크리스마스 선물을 할까.”

 

어느새 부드러운 미소를 띤 그는 가벼운 걸음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어스름이 깔린 저녁이었다대문 위에 약간 쌓인 눈을 털어 내고,크리스는 노크 대신 오랜만에 초인종을 눌렀다곧이어 우당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활짝 열리고조그만 온기가 펄쩍 뛰어 올라 크리스에게 안겼다.

 

!”

에이준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은은히 울리는 캐롤과 따스히 퍼져나가는 온기가 크리스를 맞았다혹시나 아이가 찬 공기를 쐴까 봐 크리스는 서둘러 현관문을 닫고 사와무라를 내려 놓았다어느새 허리 즈음에 닿도록 자란 사와무라가 산타 모자를 벗어 크리스의 손에 쥐어 주었다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주려던 크리스의 손은 사와무라가 방금 생각났다는 듯 요란하게 위층으로 올라가버리는 바람에 허공을 갈랐다.

 

에이준…?”

나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했어!”

 

잠시만 기다려!! 계단 참에서 외친 사와무라는 그대로 두다닷소리와 함께 계단 위로 사라졌다.

멍해진 크리스를부엌에서 나온 어머니가 맞아주었다.

 

그런데 가져온 건 뭐니?”

에이준 선물이에요.”

사실 우리도 에이준 선물을 준비하긴 했는데….”

 

약간 부끄러운 듯 어머니가 한 번 헛기침을 큼큼 했다.

 

에이준이 산타 할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오늘 아침에서야 찾았지 뭐니갖고 싶어 했던 선물과 전혀 다른 건 준비했더라구.”

그래서요?”

다행히 이것도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은데… 설마 편지를 걸어둔 양말 속에 넣어놨을 줄이야.”

 

너희 아버지가 에이준 학교 간 사이에 샅샅이 뒤졌는데 안 나왔거든하고 말을 덧붙인 어머니가 혹시나 에이준이 들을까 싶어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물었다.

 

그런데그건 뭐니?”

… 에이준이 야구를 시작한 지도 좀 된 것 같아서…”

 

선물 포장지 사이로 언뜻 갈색 가죽이 보였다어머니는 그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더욱 활짝 웃었다.

 

너희는 정말 형제구나.”

무슨 말씀이세요?”

!!!”

 

쪼르르 달려온 사와무라가 거실에 서 있는 크리스에게 손에 쥐고 있던 상자를 건네 주었다잘 묶인 붉은 색 리본을 풀고 상자를 열자가죽 향기가 물씬 나는 새 글러브가 나왔다.

 

메리 크리스마스!”

“….. 고마워에이준.”

?”

 

순간 먹먹해지는 가슴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꺼낸 말 한 마디는 잔뜩 갈라져 있었다기대하던 반응이 아닌지 사와무라가 고개를 갸웃했다크리스는 가방과 함께 쇼파에 내려 놓았던 선물을 집어 들어 에이준에게 건네었다.

 

에이준메리 크리스마스.”

우와!! 나 이거 뜯어봐도 돼?”

그러렴.”

 

그대로 쇼파에 앉은 사와무라가 신나게 선물 포장을 풀었다포장지 안에서 크리스가 받은 것과 사이즈만 다를 뿐 똑 같은 글러브와 야구공이 굴러 나왔다.

 

!! 선물이 나랑 똑같아!!”

그러게마음이 통했나 보다.”

나 이거 진짜 갖고 싶었는데고마워!!”

 

 

씨익 웃는 사와무라의 얼굴을 보며 크리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 얼굴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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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캐치볼

연성/글 2014. 2. 4. 07:35

너 누구 좋아해? 너 야 아니 장난 치지 말고 너 좋아해 아 진짜 좋아하는 사람 말하라니까 너 좋아한다니까 미친넘아 언제까지 장난 칠건데 제대로 대답을 하라고 니가 나도 라고 말할 때까지

를 트위터에서 보고!! 미사와 느낌이 너무 강하게 와서!!!! ㅠㅠㅠ 얘들아 왜 이브에도 야구하니... 엉엉엉

(2013. 12. 24)

 

------------------------------------------------------------------------------------------

 

크리스마스 이브까지도 훈련이라니노을이 지는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해산하기 시작한 몇몇 부원들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사와무라는 개의치 않고 공을 던졌다파앙-! 글러브를 울리는 소리가 썩 마음에 든다.

 

지금 공 어땠슴까!!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자세가 흐트러졌어다시!”

 

휘익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글러브 안으로 공이 돌아왔다사와무라는 자세를 바로 잡고 심호흡을 한 번 했다캐치볼한다고 하지 않았냐… 배트를 정리하던 카네마루는 지적해주고 싶은 사실을 꾹 참았다사와무라가 신난 듯이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대강 가방을 챙긴 카네마루는 신난 동기와 웬일인지 묵묵히 공을 받아주는 선배를 바라보고 외쳤다.

 

사와무라 너 이따가 저녁에 나 부르면 죽는다?”

!”

크리스마스 이브잖아넌 가족도 애인도 없냐여튼 선배사와무라저는 갑니다!”

 

네 연습에 어울려 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어야지…. 툴툴거리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간다애인공 던지기에만 열중하던 사와무라의 머리 속에 물음표가 하나 떠올랐다.

 

미유키 선배는 애인 없슴까저랑 연습하고 있게.”

신경 쓰여?”

~전혀!!”

 

야구공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속도감 있게 날아가 미유키의 글러브 안으로 안착한다미유키가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 다시 던졌다.

 

너야말로 애인이 있다고 하면 놀라겠지만!”

뭐 하시는 검까!!”

 

사와무라를 지나쳐 간 공이 그라운드 근처까지 날아갔다갑자기 왜 힘 넣어서 던짐까!! 저도 제 진심을 보여드릴까요!! 공을 주우러 쪼르르 뛰어가며 사와무라가 투덜거렸다.

 

네 진심이 뭔데?”

뭐라구요?? 안 들림다!!!”
됐다얼른 던져!”

그것 참 멀리도 던지셨네…”

 

미유키가 하는 말까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거리를 다시 돌아온 사와무라가 가볍게 공을 던졌다 놓아 받기를 반복했다꼭 마운드 위에 서 있을 때와 같은 모습에 미유키도 베이스에 있을 때와 같이 자세를 낮추었다.

 

그러는 선배는 좋아하는 사람 있슴까!”

 

얼핏 힘을 주어 던지나 싶더니 곧 속도가 느려지는 공을 여유롭게 잡아낸 미유키가 씨익 웃었다두번째로 만났던 날지각한 것을 걸리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웃던 얼굴과 흡사한 모습에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폭투를 예상하고 슬그머니 세 걸음 정도 물러났다.

 

넌데?”

 

직구로 날아온 공이 언제 멀리 날아가기라도 했냐는 듯 입을 벌린 사와무라의 글러브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사와무라는 헉 하고 굳었던 몸을 얼른 풀고공을 던지며 대답했다.

 

장난 치지 마십쇼!!!”

 

힘이 들어가지 못한 공은 미유키가 있는 곳까지 다다르지 못하고 힘없이 중간에 떨어져 굴렀다굴러오는 공을 앞으로 몇 걸음 나와 받은 미유키가 반사적으로 글러브를 벌린 사와무라 쪽으로 부드럽게 던졌다.

 

너 좋아해.”

 

이번에도 부드럽게 글러브에 들어온 공을 잡고 부들부들 떨던 사와무라가 폭발하듯 붉어진 얼굴로 거세게 팔을 휘둘렸다.

 

아 진짜!! 좋아하는 사람 말하라니까요!!!”

 

미유키는 자신을 지나쳐 날아가려는 공을 팔을 뻗어 가볍게 잡아냈다이런사와무라폭투잖아그렇게 부끄러워직접 말했다간 그대로 사와무라가 글러브를 던지고 도망칠 것 같아 꿀꺽 하고 싶은 말을 삼킨 미유키는 두 걸음 앞으로 걸었다그리고 다시 사와무라의 글러브를 향해 공을 던졌다.

 

너 좋아한다니까.”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결국 사와무라가 글러브를 벗어 던졌다미유키도 글러브를 벗고 사와무라 쪽으로 세 걸음걸었다그라운드 위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공이 데구르르 굴러 갔다.

 

미친 놈아 언제까지 장난 칠 건데!! 제대로 대답을 하라고!!!”

 

미유키는 한 걸음 앞에서 잔뜩 흥분해 선배고 뭐고 잊어버린 채 소리치는 사와무라에게 다가갔다붉어진 얼굴이 추운 날씨 속에 김이라도 나올 것 같다미유키는 사와무라를 와락 껴안았다.

 

네가 나도 라고 말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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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미유키와 그 담당 편집자인 사와무라로 AU!

에이준 괴롭히는 거 너무 재밌어욬ㅋㅋㅋㅋㅋㅋ 1차 벨인 ㅅㅜㄴ정ㄹㅗ맨티카와 세ㄱㅖ 제일의 ㅊㅓㅅ사랑이 생각나신다면 맞습니다 ㅋㅋㅋㅋㅋ 

(2013. 12. 23)

 

-----------------------------------------------------------------------------------------

 

선생님이제 슬슬 원고 좀 주십쇼!!”

나도 주고 싶은데바람에 날아갔다니까?”

선생님….!!”

 

기어코 이를 빠드득 가는 소리가 시계 초침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작업실을 울렸다사와무라 에이준(26,출판사 입사 2년차)은 자꾸만 올라가려고 하는 손과 자꾸만 커지려는 목소리를 애써 참아 눌렀다상대는 회사에서도 꽤나 인지도 있는 작가다언젠가 경기장에서처럼 한 방 크게 날리고 싶은 마음을 반 강제적인 자기 최면으로 참아 가며 사와무라는 말 한 마디씩을 천천히 내뱉었다.

 

최종 마감은 지난주였슴다선생님…”

알아근데 쓰다 보니까 결말이 마음에 안 들더라구♡ 그래서 싹 다 뜯어 고쳤지.”

수정본도 그저께까지였을 텐데요…”

그래서 다 썼는데정전이 돼서 다 날아갔어급히 쓰기는 했는데늦어지는 게 미안해서 내가 직접 퀵서비스로 부치려고 했지♡ 근데 하필이면 집 앞에서 돌풍이 불어서.”

그럼 원본 파일은 어딨슴까…”

다시 쓸 땐 원고지에 써서 컴퓨터로 저장된 건 없어♡

 

핫핫하펜으로 쓰다 보니 예전 추억도 생각나고 좋더라고.

부서 최말단 담당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감을 어기고 파일을 날린 작가는 담당이 사 온 오렌지 주스를 꼴깍 꼴깍 들이켰다사와무라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못해 폭발하기 시작한 감정을 결국 억누르지 못했다.

 

미유키 카즈야!!!!!!!!!!!!!! 당장 원고 내놔!!!!!!!!!!!!!!!!!!!!!!”

 

 

 

억지로 노트북 앞에 앉은 미유키는 간이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는 사와무라를 흘낏 쳐다보았다이를 악문 채 원두를 갈던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시선을 눈치챈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던졌다.

 

에이준 군막 던지면 위험하잖아~”

플라스틱임다!!!!”

플라스틱 컵에 뜨거운 거 부으면 안 되는데설마 녹인 플라스틱을 먹여서 날 죽이려고?”

“….원고나 하십쇼제발!!!!”

 

자신에게 곧장 날아온 컵을 가뿐하게 받아낸 미유키가 한다니까하고 컵을 받아낼 때만큼 가볍게 사와무라의 외침을 받아 쳤다타닥타다닥 하고 경쾌한 타자 소리가 한동안 작업실을 가득 채웠다사와무라는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한 방울한 방울 커피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노려보았다마감은 제멋대로 어기는 주제에 취향은 또 확고해서 카페라떼가 아니면 안 마시겠다이래선 글을 쓸 수가 없다고 선생님께서 깽판을 부리던 세 달 전 사건 이후사와무라는 속성 커피 교실에 등록해서 커피를 배웠다덕분에 지금은 웬만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못지 않게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사와무라는 커피를 만들고 싶어서 출판사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그가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소설 한 권이 야구만 보고 살던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자전적 성격이 강한 그 소설은 한 소년과 한 소녀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였다당시 부상으로 인해 야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그에게 팀메이트가 추천해준 책이기도 했다그 책을 읽고이런 책을 쓸 수 없다면 책을 만드는 걸 돕고 싶다는 생각이 야구를 잃은 사와무라의 또 다른 마음 속 기둥이 되었다칠전팔기 정신으로 기어코 취업에 성공한 이 출판사는 좌절했던 시절 그가 읽었던 책을 출판한 곳이었다반 년 가량 제작부 밑에서 구르던 사와무라는 첫 작가를 담당하게 되었고슬럼프를 겪던 그의 밑에서 편집의 기초와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을 배웠다그가 다시 성공적으로 재기하게 된 후담당이 바뀌어 맡게 된 현재의 작가가 바로 미유키 카즈야바로 지금 쇼파에 앉아 노트북 자판 위에서 재빠르게 타자를 치는 저 사람이었다선배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로 들어서는 마감을 딱딱 지키고까다로울 것이 없는데다가 쓰는 작품마다 히트를 치는 작가라고 했다입사 동기들에게는 미유키 선생님을 맡게 되다니 부럽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형편이었다출판사 내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작가미유키 선생님의 작업실로 첫 출근을 하던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사와무라는 단단히 긴장한 상태였다.

또로로록 흐르던 커피 소리가 멎은 것을 뒤늦게 깨달은 사와무라는 우유를 데울 준비를 했다까다로울 것이 하나 없다던 선생님께서는 우유 거품이 너무 많이 났다며 퇴짜를 놓는 사람이었다집중해서 우유를 데우는 사와무라의 뒷모습을 미유키는 쇼파에 늘어진 채 바라보았다타자 소리가 멈춘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우유 데우기에 열심인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아내고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 안에서 고이 잠자고 있는 USB를 만지작거렸다.

 

 

 

사와무라는 탁자 위에 거칠게 라떼를 담은 머그를 내려놓았다하는 소리와 함께 우유 거품이 조금 튀어 사와무라의 손등에 묻었다날카로운 눈초리로 미유키의 거동을 살피던 그는 아예 의자를 하나 빼서 미유키가 앉은 쇼파 근처로 가져와 앉았다.

 

원고 진행도는 어떻슴까.”

오늘 내로 다 될 것 같아아 근데 라떼 아트는하트로 해달라고 했잖아!”

마감을 두 번이나 어긴 사람이 할 말임까!!!!!!!!!!”

 

또 폭발했다활활 불타는 사와무라의 얼굴을 본 미유키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막기 위해 얼른 머그를 들어 입에 댔다가까이에서 보니 평소 혈색 좋고 체력 좋기로 유명한 사와무라의 얼굴도 꽤나 수척하게 변해 있었다더 이상 놀리는 건 사와무라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다미유키는 머그잔을 내려놓고 노트북을 소리 나게 덮었다그새 가볍게 졸았던 건지 멍해 있던 사와무라의 눈에 빛이 돌아온다.

 

뭐 하시는 검까??”

에이준 군정말 원고 받아가고 싶어?”

지금 말장난할 시간 없슴다!!”

그럼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말야…”

 

씨익 웃는 미유키의 눈이 안광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사와무라는 입술을 깨물었다또 어떤 기상천외한 요구가 나올 지 모른다하지만 오늘까지 원고를 받아가야 하는 건 사실이었다고민하던 사와무라는 말해보십쇼들어드릴 테니까!! 하고 외치고 말았다.

 

내 허벅지 위에 앉아 봐♡

지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는 검까!!!!!!!!”

얼른내 마음 바뀌기 전에 하는 게 좋을 걸?”

….”

 

자신의 허벅지를 살짝 손으로 두드리는 모습에 다시 폭발했던 사와무라지만금새 웃음기를 지우는 미유키 때문에 결국 어쩔 수 없이 의자에서 일어났다인쇄소에서 제시한 최종 마감 기한은 오늘 저녁 6시다이미 시간은 오후 2시를 지났고미유키의 속도를 믿더라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착하지~”

“……”

눈 감아.”

이상한 짓 하면 죽일 검다.”

 

사와무라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조심스레 눈을 감았다불퉁하게 나온 입술에 한동안 시선을 두던 미유키는 고개를 한 번 흔들고 사와무라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그리고 고개를 내려 손등에 묻은 우유 거품을 핥았다손등에 와 닿는 뜨거운 감촉에 사와무라가 퍼뜩 눈을 떴다.

 

지금 뭐하신 검까!!!!!!”

원고 준 건데?”

무슨 헛소리를…..!!”

손바닥 펴 봐~”

 

사와무라는 그대로 미유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다가턱짓으로 자신의 손을 가리키는 미유키를 보고 나서야 쥐어진 주먹에 힘을 풀었다. 64기가 바이트짜리 USB가 마침 창으로 들어온 햇빛을 받고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원고!!!!”

으악!!”

 

아프잖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사와무라 때문에 그의 머리에 턱을 맞은 미유키가 신음했다하지만 사와무라는 그런 미유키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의자에 놓여 있던 가방과 겉옷을 챙겨 달리다시피 현관으로 향했다.수고하셨습니다다음 번에도 감사합니다 하는 의례적인 인사도 없이 신발을 신은 그가 쾅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

 

 

 1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사라지는 사와무라의 모습을 바라보던 미유키는 그동안 참았던 웃음을 한꺼번에 터뜨렸다원고만 받으면 쏜살같이 사라지는 그 모습이 괜히 원고를 주기 싫어지게 만드는 건 알고 있는 걸까.

 

그리고 분명히 그 소설의 작가가 나인 것도 모르겠지.”

 

미유키는 사와무라가 그의 전 담당 작가였던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와의 첫 마감을 끝내고 나서 가진 술자리에 불려갔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술에 취한 사와무라가 뭐라 뭐라 떠들고 있는 걸 들어보니 미유키의 대학 시절 데뷔작이라는 걸 알게 된 크리스가 연락해서 가게 된 자리였다.

 

저는 그런 책을 만드는 게 꿈임다!!!’

 

술집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소리에 크리스가 쉬잇하고 주의를 주었다장난기가 돈 미유키는 큼큼하고 헛기침을 해서 사와무라의 주의를 끌고 질문했다.

 

그럼 그 소설을 쓴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어?’

그건 당연하죠!!!! 그 분과 함께 일한다니 진짜 영광임다!!! 제가 제 인생을 다 바쳐서라도 담당할 검다!!!’

 

열정적인 고백을 쏟아낸 사와무라는 그대로 술집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고 미유키는 허리를 굽혀가면서 웃었다그래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줘야겠지미유키는 다음날 아침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다크리스 작가님을 담당했던 그 애송이제 담당으로 한 번 바꿔주시죠마침 출판사 쪽도 크리스의 재기를 도운 사와무라를 높게 평가한 듯 했다그 날 이후로 삼 개월 동안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뮤즈 노릇을 톡톡히 했다본인은 잘 모르고 있겠지만.

 

미유키는 그새 식어버린 커피를 한 번에 비웠다다음부턴 드립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해볼까그럼 또 진짜 배워올까내심 떠난 온기가 아쉬워 미유키는 빈 머그를 한 번 손으로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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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올렸던 크리사와 함께 에서 이어지는 글.

이후 에이준은 크리스가 다녔던 세이도에 입학하러 간다는 얘기입니다.... 아... 키잡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201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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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는 침대에 앉아 텅 빈 방을 한 번 둘러 보았다더 이상 챙길 짐은 없었다필요한 가구는 모두 기숙사에 있다고 했다당장 갈아입을 옷 몇 벌과 글러브만 챙긴 가방은 가벼웠다읏차가방을 매고 일어나는 사와무라의 뒤로 똑똑노크 소리가 들렸다문이 열려 있는데도 노크하는 사람은 이 집에서 오직 한 사람뿐이다장난기가 돈 사와무라는 큼큼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외쳤다.

 

들어오려면 세 바퀴 돌고 내 공 받기에요!”

지금 돌까?”

 

진지한 목소리에 푸하하하 웃어버린 사와무라가 대답 대신 문가로 다가가 노크한 남자를 꽉 안았다크리스는 매달리듯 안기는 사와무라의 머리를 몇 번 쓸어주었다사와무라의 얼굴이 봄볕 아래의 고양이처럼 나른하게 풀린다.

 

가방 무겁지이리 줘.”

아니에요이 정도도 못 들면 에이스는 꿈도 못 꾸는 걸!!”

그래…”

언제까지 날 애 취급 할 검까!”

 

사와무라가 불퉁한 표정을 지으며 떨어졌다어느새 크리스와 눈높이가 꽤 비슷해진 사와무라다크리스가 짜 준 프로그램대로 트레이닝한 결과근육도 어느 정도 균형 있게 잡혀 이제는 꽤 든든한 모습이다하지만 크리스의 눈에는 여전히 여섯 살 꼬맹이로만 보여서 무심코 아이처럼 대하게 되곤 했다슬슬 출발할 시간이다사와무라와 크리스는 방을 나섰다.

 

부모님 안 보고 싶겠어?”

아버지 어머니는 벌써 미국 가신 지 오래고…. 괜찮아!”

그럼 나는?”

…. 형은 안 보고 싶을 것 같은데코코아는 보고 싶을 것 같슴다!”

 

장난스레 웃어 보이는 사와무라가 슬쩍 식탁 의자를 끌어내어 앉는다그새 가방을 옆 자리에 올려 두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동생을 본 크리스도 피식웃었다시계를 보자 아직 여유가 좀 있다크리스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커피도 못 마시면서 어른인 척하기는.”

헤엥커피 마시면 아직 한창 클 나이인데 안 큰다고 협박했던 건 어디의 누구시더라?”

협박이 아니라…”

진짠 거 알아요그러니까 코코아!”

 

알 수 없는 노래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사와무라의 목소리를 배경 삼아 크리스는 우유를 팬에 쏟아 붓고 데웠다찬장에서 코코아 가루를 꺼내자 아 마시멜로우도 올려줘요하는 추임새가 들려왔다.

 

체중 관리한다며.”

당분간 못 먹는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요!”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말 끝을 흐리던 사와무라가 식탁에 그냥 엎어진다슬쩍 고개를 뒤로 돌리자,잔뜩 기대한 상을 받지 못한 강아지가 쳐진 귀를 한 채 올려다 보는 것 같아 크리스는 결국 찬장에서 마쉬멜로우가 담긴 통도 내렸다코코아 가루를 따끈하게 데워진 우유에 잘 풀고설탕과 계피 가루를 조금 넣는다.뜨거운 김이 모락 모락 올라오는 코코아를 사와무라 전용 머그 컵에 따르고 마시멜로우룰 하나 올린다자신의 몫으로는 아까 내렸던 커피를 따르는 크리스 뒤로 사와무라가 나타나 낼름 자기 몫의 코코아만 가지고 식탁으로 돌아갔다.

 

치사하네에이준.”

마시멜로우 하나만 올려준 형이 더 치사해.”

 

크리스는 따스한 커피를 호로록마셨다커피 향보다 진하게 감겨오는 코코아 향에 커피를 마시는 건지 코코아를 마시는 건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것 같다조심 조심 코코아를 한 모금 마신 사와무라가 풀어진 미소를 만면에 띠었다한동안 저렇게 웃는 사와무라를 보기 힘들 것이다사와무라와 그 옆에 놓인 가방을 함께 본 크리스는 다시 한 번 현실을 인식했다.

 

가서 잘 할 수 있겠어?”

천재 포수도 있다니까 내가 못 해도 거기서 알아서 해주겠지.”

에이준.”

고등학교 다시 다니자!! 나랑 같이!!”

 

어느새 예전에 쓰던 말투로 돌아온 사와무라가 투정 부리듯 말했다중학교에 입학한 봄 이후로 제대로 형 대접을 해주겠다며 쓰기 시작한 어설픈 존댓말이 마지막으로 마시는 코코아 앞에서 스르륵 녹아 사라진 모양이었다어느새 바닥을 보이는 코코아가 아쉬운 듯 사와무라가 입술을 핥았다띠로롱문자 착신음에 시간을 확인한 크리스가 사와무라가 내려놓은 코코아 잔과 자신의 커피 잔을 들고 개수대로 향했다사와무라가 매기 전에 슬쩍 가방을 든다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차 열쇠를 한 번 확인하고크리스는 가방을 빼앗으려는 사와무라의 머리를 눌러 막았다거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오늘의 마지막 햇살이 현관을 비춘다.

 

나중에 연습 보러 갈 테니까 열심히 해야 해.”

형이 공을 받고 싶어질 만한 에이스가 될 거니까기대하라구요!”

 

 

씨익 웃는 사와무라의 미소를 마지막으로 현관문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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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권 이후의 중요 전개 스포일러 주의해주세요! 읽고 나서 쭉 쓰고 싶었던 소재를 써봤는데 제 처음 생각보다 에이준이 덜 적극적으로 나왔네요.... 후루야 말투 어려워 엉엉 

(201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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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이 외치는 소리로 울린다마음 한 구석에서 울리는 고동 소리가 웅성대는 응원 소리와 합쳐서 시끄럽다이를 악문다쓸 데 없는 긴장이 팔을 타고 오른다손을 꽉 쥐었다가 편 순간이었다한껏 크기를 키운 웃음 소리가 소음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푸하하하!”

 

시선을 벤치로 돌렸다.

 

에이스 넘버를 짊어졌으면 앞으로 아웃 한 개 확실하게 잡아내 벤치로 돌아오라고!!”

 

시끄럽네…. 닥치고 거기서 보기나 해.

마음 속 속삭임과 함께 오른쪽 발목의 통증을 느끼며 후루야는 눈을 떴다내려 앉은 어두움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얼핏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하자 10에 걸쳐진 시계바늘이 보인다평소라면 이 시간까지 공을 던지고 있었을 텐데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킨 후루야는 최근 며칠 동안 자신을 감시하던 선배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저녁을 먹자마자 까닭 없이 우울해서 방에 돌아가는 길에 봤던 것이 마지막이다후루야는 벌떡 일어났다가 발목에 전해지는 충격에 인상을 찌푸렸다어쨌든지금이 기회였다아직 방을 같이 쓰는 선배들은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모두 모여 식당에서 다음 상태 팀의 비디오를 돌려보고 있을 것이었다조용히 후루야는 발을 옮겼다그리고 문 손잡이를 잡았다.

 

어이후루야….?!”

“….!!”

 

쿠당탕탕강하게 바깥 쪽으로 열린 문에 후루야는 순간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밑에 깔린 사와무라가 야!!! 하고 소리 질렀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내가 묻고 싶다!!!”

 

일단 위에서 내려가사와무라의 일갈에 후루야가 주섬주섬 일어났다부딪힌 충격으로 통증이 달리는 등을 천천히 일으킨 사와무라는 기숙사 복도에 떨어트린 것을 보고 다시 인상을 썼다.

 

너 때문에 떨어트렸잖아오늘 세탁한 건데…”

“….”

 

시선을 옮기자 기숙사 복도에 굴러 먼지투성이가 된 베개가 보였다잔뜩 울상을 한 사와무라가 몸을 급히 일으켜 베개를 주웠다이미 늦은 걸 알면서도 먼지를 털어내는 손길에서 문득 피곤함이 묻어 나온다.

 

근데 후루야너 지금 나가려고 한 거냐??.”

“…… 아닌데.”

내 눈은 속일 수 없지!!! 역시 선배님들 말이 맞았어!!”

무슨 소리야?”

엣헴오늘은 선배님들을 대신해서 내가 네 감시역이다!!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걸, 7실점.”

“……”

 

마지막에 덧붙인 말 한 마디에 후루야의 눈이 냉정하게 가라 앉았다날카롭게 빛나는 눈이 말 없는 분노뿐만이 아니라 여러 감정에 휩싸여 타오른다그리고 곧 예의 투기에 휩싸이려는 후루야의 손목을 덥석 잡은 사와무라가 기숙사 방 안으로 끌고 들어 갔다침대에 죽어도 눕지 않고 앉은 채로 버티는 후루야와 그 앞 방바닥에 앉은 사와무라가 한바탕 시선을 주고 받았다후루야는 끈질길 정도로 노려보는 사와무라의 시선을 약간 비껴나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얼른 자라.”

싫어.”

자라니까.”

던지고 싶어.”

아 진짜!! 자라고!!”

 

결국 끝 없이 반복되는 문답에 먼저 화를 낸 건 사와무라였다얼른 자고!! 얼른 회복하라고!!! 외치는 소리에 후루야가 갑자기 홱 시선을 올렸다.

 

!!!”
뭐라고 했어방금?”

얼른 자라고!!”

아니 그 다음에.”

.. 얼른 회복하라고.”

 

근데 그게 왜사와무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어투로 되묻는다갑자기 싸울 의욕이 사라지는 기분에 후루야는 시선을 거두고 얌전히 침대 위로 발을 올렸다.

 

넌 언제 방으로 돌아갈 건데?”

“…오늘 여기서 밤 샐 건데선배들끼리 얘기 길어질 것 같다고 아예 방 바꿨어.”

그럼 어디서 자?”

아마 바닥?”

 

사와무라가 아까 들고 온 베개를 품 안에 한 번 꽉 껴안았다가 고개를 으쓱하며 대답했다후루야는 벽 쪽으로 조금 몸을 옮겨 누웠다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너 잔다며!! 뭐하는….?!”

같이 자.”

 

사와무라의 손목을 잡아 침대로 끌고 갔다아까 잡혔던 손의 악력은 그렇게나 셌는데막상 잡아 끌면 쉽게 몸이 딸려와 후루야는 내심 조금 놀랐다사와무라를 침대에 던지듯 벽 쪽으로 밀어 넣고 후루야는 그냥 그 옆에 누워버렸다얼결에 베개를 껴안은 상태로 침대에 앉혀진 사와무라가 뭐하는 거야!! 하고 빼액 소리 질렀다.

 

게다가 좁잖아!!”

내가 크니까.”

씨 진짜!! 나 나갈 거야!!!”
시끄럽네… 그냥 닥치고 거기서 자.”

후루야!!!!”

 

 

옆에서 뭐라 소리를 지르든 상관 않고 후루야는 눈을 감았다더 이상 발목의 통증이 거슬리지 않았다오히려 손목이 기분 좋게 욱신거렸다불평하던 사와무라가 부스럭거리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싱글 침대가 조금 작게 느껴졌지만 별로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아까 잡았던 손목을 다시 잡아 채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후루야는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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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사와 오해와 고백에서 시간 부족해서 못 썼던 부분이에요~

17일은 비자 인터뷰 때문에 상경해있느라, 어제는 배송 온 다이에 35권까지 읽느라 쉬었습니다... 

그새 손이 굳은 느낌 ㅇ<-<

(201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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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가 고백을 했던 건 한 달 전 어느 날 밤이었다저녁 식사 후 추가 연습까지 끝내고사와무라는 개운하게 목욕 후 기숙사 방으로 향하던 중이었다하지만 미유키가 바깥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미유키는 내일 있을 연습 시합 팀에 대한 자료를 읽어 보고 있었다늦가을이라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옆자리에 앉아 자료를 흘낏 흘낏 바라보다가 에이스 선수 차례가 되자 시선을 떼지 못하는 사와무라의 질문에 답해주던 미유키는 사와무라의 머리카락이 아직 젖어 있는 걸 보고 뒤로 돌라고 재촉했다.

 

이 날씨에 머리도 안 말리고 나오다니너 내일 시합 등판 안 하려고?”

저 내일 시합 나가요?? 아싸!!!”

시간 늦었으니까 조용히 하고수건 이리 내봐.”

!”

선배를 드라이어기로 써먹다니 아주 대단한 후배네.”

하하하제가 원래 통이 크지 말입니다!”

 

애써 웃음으로 말을 끝맺는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귓속까지 울리는 고동 소리에 결국 사와무라는 항복했다물기를 털어내는 손길이 부드럽고 다정하다말해도 되지 않을까사와무라는 고민하다가 미유키가 자됐다하고 수건을 떼어 내는 순간 입을 열었다.

 

선배…”

?”

… 선배를… 좋아합니다…”

 

미유키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무심코 놓친 수건이 사와무라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 사와무라.”

네넷!!”

 

사와무라가 꿀꺽침을 삼켰다아까 전보다 더 커진 심장 소리가 미유키의 말을 뒤덮을 듯이 크게 들렸다.미유키가 사와무라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입을 열었다.

 

나는….”

미유키!!! 감독님이 부르신다!!”

 

그리고 마에조노의 목소리가 그 순간을 갈랐다괜히 놀란 사와무라가 히끅하고 딸꾹질을 했다미유키 또한 뭔가 들킨 것처럼 뒤집어지는 목소리를 애써 진정시키고 마에조노에게 대답했다.

 

어어곧 간다고 전해 드려!”

선배.”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금방 갔다 올게.”

 

미유키가 자료를 주섬 주섬 챙기는 기척이 느껴졌다그리고 곧 급히 뛰어가는 발소리가 벤치의 빈 자리에 내려 앉았다사와무라는 수건을 덮어 쓴 채로 벤치에 기대었다두근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자꾸만 귓가에서 울린다기대하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섞여 손이 조금 떨려 왔다.

 

 

 

카타오카 감독이 지시한 사항은 별 것 아니었다요즘 사와무라와 후루야가 몰래 추가 투구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 잘 지켜보라는 것과 내일은 후루야를 선발로카와카미와 사와무라를 연계해서 쓸 생각이라는 것이었다미유키는 자료를 챙겨 급히 나왔다짧은 내용이었지만 감독이 미유키의 생각을 듣고자 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생각 외로 길어졌다혹시 아직 기다리고 있을까날씨가 꽤 추워졌는데… 하는 생각에 발걸음이 조금씩 더 빨라진다벤치에 기대어 앉아 있는 그림자가 보여 미유키는 거의 뛰다시피 걸음을 옮겼다.

 

사와무라!”

 

다가가며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혹시 너무 늦어서 토라졌나 싶어 미유키가 사와무라의 어깨를 가볍게 잡은 순간이었다규칙적으로 들이 내쉬는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미유키는 팽팽하게 긴장했던 몸이 늘어지려는 것을 애써 붙잡고벤치로 돌아가 사와무라의 옆에 조용히 앉았다.

 

뭐야자는 거야…?”

“……”

나 참대답도 안 궁금해?”

 

가볍게 사와무라의 코를 쥐자 금새 인상을 찌푸린다아직 어린 이마에 주름살이 지는 게 웃겨서 미유키는 슬며시 손을 놓고 아직 솜털이 보송한 볼을 쓸었다.

 

갑자기 고백이라니네 사전에 변화구는 없는 거냐?”

“……”

그냥 쓰러져 잘 만큼 피곤하면서 강아지처럼 쫄래 쫄래 와서는.”

“……”

대답해도 기억도 못 하겠지?”

 

벤치에 불편하게 기대어 있던 사와무라의 고개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만들고미유키는 고개를 내려 고른 숨을 내뱉는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좋아해사와무라.”

 

이대로 확 자신의 방에 데려가 버릴까 한참 고민하던 미유키는 결국 사와무라를 들쳐 업고 5호실을 노크했다쿠라모치의 도움을 받아 사와무라를 침대에 눕히고 방을 나서는 미유키의 입가엔 이유 모를 미소가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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