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제가 썼던 세 커플 중에 가장 어리면서 (?) 가장 진도를 빨리 나가는 (?) 후루사와입니다... 후루야랑 사와무라 얼른 키스해!! (짝) 키스해!! (짝)
(201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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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들이 뒤늦은 수학여행을 떠난 야구부 연습은 점차 추워지는 날씨와 짧아지는 해를 고려해서 일찍 끝났다. 사와무라는 개인 연습을 끝낸 후에야 수건과 갈아입을 옷가지를 챙겨 공용 목욕탕으로 향했다. 지나치는 기숙사 방마다 조용한 것을 보니, 1학년들은 어느 방에 모여서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았다. 땀에 젖은 티셔츠와 바지를 락커에 던져 두고, 오래간만에 혼자 여유롭게 목욕할 생각에 사와무라는 즐겁게 욕실 문을 열어 젖혔다.
“연습 후에 하는 목욕이야 말로 최고지!”
“추우니까 문 닫아.”
“엑?!!”
출입구 바로 근처에서 비눗기를 씻어 내리던 후루야가 빨리 문 닫으라고, 하고 한 번 더 재촉했다. 깜짝 놀란 가슴을 일단 한 번 심호흡해서 진정시키고, 사와무라는 후다닥 뒤로 돌아 문을 닫았다.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수건도 두르지 않고 온전히 맨 몸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뭐해? 안 씻어?”
“씨, 씻을 거야!!”
사와무라는 후루야가 씻고 있는 샤워기 쪽으로 등을 돌린 채 어설프게 옆 걸음으로 걸어가 대각선 방향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샤워기 앞에 자리를 잡았다. 후루야 쪽을 슬쩍 건너다 보고, 사와무라는 얼른 온수 방향으로 샤워기 헤드를 돌렸다. 그새 조금 차가워진 몸에 따뜻한 물이 닿자 기분 좋은 나른함이 몸을 감싸 안는다.후우. 사와무라는 온수로 머리를 적시며 잠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가져 온 샴푸에 손을 뻗었다.
“기분 좋아?”
“….!!”
등 뒤에서 바로 들리는 후루야의 목소리에 섞인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퍼뜩 놀란 사와무라가 샴푸를 놓치자 친절하게도 주워주기까지 한다. 사와무라는 샴푸를 건네 받으려다 후루야를 보고 빽 소리질렀다. 물기를 대강 닦은 후루야는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다.
“너, 수건으로 좀 가려!”
“왜?”
“넌 부끄럽지도 않냐!!”
남의 몸을 이렇게나 가까운 거리에서 보게 될 줄은. 후루야에게서 급히 시선을 돌리면서도 사와무라는 흘깃 흘깃 눈길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에이스 자리를 놓고 싸우는 라이벌이다. 벌써 근육이 완성되어 가는 듯, 균형 잡힌 몸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사와무라는 내심 자신의 몸과 비교해보았다. 최근 체력이 꽤 붙었다고 느꼈는데, 거짓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체격에서 지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깨달은 사와무라는 입을 삐죽이며 머리를 완전히 적시기 위해 눈을 감았다.
“사와무라.”
“왜.”
“아까 들어 왔을 때.”
후루야의 손이 샤워기 헤드로 향하더니 물을 껐다. 사와무라가 끊어진 물줄기에 눈을 떴다가 후루야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사납게 시선을 올렸다. 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후루야가 사와무라의 귓가로 손을 옮겼다.
“뭐야, 다 씻었으면 방해 말고 나가!”
“귀가 빨갰어.”
“…….!!!”
“아, 또 빨개진다.”
화르륵, 불타는 얼굴에 사와무라는 고개를 숙이려고 했지만 투수의 악력은 쉽게 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 후루야는 다른쪽 손도 마저 올려 이번에는 사와무라의 볼에 가볍게 얹었다. 흔들리는 사와무라의 시선이 미유키의 미트를 볼 때와는 전혀 달라서 후루야는 내심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나한테 널 보여주는 게 부끄러워?”
“…너, 이 손 당장…!”
볼을 타고 내려온 손이 사와무라의 입술가를 매만졌다.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후루야는 사와무라와 눈을 맞추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사와무라가 뒷걸음치다가 등에 닿는 목욕탕 벽의 차가운 감촉에 파르르 떨었다.
“에이준, 나 지금 키스하고 싶은데.”
“…..”
“해도 돼?”
시선을 잠시 내리깔았다가 올리며 묻자, 사와무라의 얼굴이 폭발할 듯 완전히 붉어지더니 후루야를 노려본다. 그러기를 잠시, 입술을 깨문 채 스르륵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