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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사와] 목욕

연성/글 2014. 2. 4. 07:29


어째 제가 썼던 세 커플 중에 가장 어리면서 (?) 가장 진도를 빨리 나가는 (?) 후루사와입니다... 후루야랑 사와무라 얼른 키스해!! (짝) 키스해!! (짝)

(201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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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들이 뒤늦은 수학여행을 떠난 야구부 연습은 점차 추워지는 날씨와 짧아지는 해를 고려해서 일찍 끝났다사와무라는 개인 연습을 끝낸 후에야 수건과 갈아입을 옷가지를 챙겨 공용 목욕탕으로 향했다지나치는 기숙사 방마다 조용한 것을 보니, 1학년들은 어느 방에 모여서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았다땀에 젖은 티셔츠와 바지를 락커에 던져 두고오래간만에 혼자 여유롭게 목욕할 생각에 사와무라는 즐겁게 욕실 문을 열어 젖혔다.

 

연습 후에 하는 목욕이야 말로 최고지!”
추우니까 문 닫아.”
?!!”

 

출입구 바로 근처에서 비눗기를 씻어 내리던 후루야가 빨리 문 닫으라고하고 한 번 더 재촉했다깜짝 놀란 가슴을 일단 한 번 심호흡해서 진정시키고사와무라는 후다닥 뒤로 돌아 문을 닫았다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수건도 두르지 않고 온전히 맨 몸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뭐해안 씻어?”

씻을 거야!!”

 

사와무라는 후루야가 씻고 있는 샤워기 쪽으로 등을 돌린 채 어설프게 옆 걸음으로 걸어가 대각선 방향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샤워기 앞에 자리를 잡았다후루야 쪽을 슬쩍 건너다 보고사와무라는 얼른 온수 방향으로 샤워기 헤드를 돌렸다그새 조금 차가워진 몸에 따뜻한 물이 닿자 기분 좋은 나른함이 몸을 감싸 안는다.후우사와무라는 온수로 머리를 적시며 잠깐 눈을 감았다그리고 가져 온 샴푸에 손을 뻗었다.

 

기분 좋아?”

“….!!”

 

등 뒤에서 바로 들리는 후루야의 목소리에 섞인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힌다퍼뜩 놀란 사와무라가 샴푸를 놓치자 친절하게도 주워주기까지 한다사와무라는 샴푸를 건네 받으려다 후루야를 보고 빽 소리질렀다물기를 대강 닦은 후루야는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다.

 

수건으로 좀 가려!”

?”

넌 부끄럽지도 않냐!!”

남의 몸을 이렇게나 가까운 거리에서 보게 될 줄은후루야에게서 급히 시선을 돌리면서도 사와무라는 흘깃 흘깃 눈길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에이스 자리를 놓고 싸우는 라이벌이다벌써 근육이 완성되어 가는 듯균형 잡힌 몸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사와무라는 내심 자신의 몸과 비교해보았다최근 체력이 꽤 붙었다고 느꼈는데거짓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체격에서 지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깨달은 사와무라는 입을 삐죽이며 머리를 완전히 적시기 위해 눈을 감았다.

 

사와무라.”

.”

아까 들어 왔을 때.”

 

후루야의 손이 샤워기 헤드로 향하더니 물을 껐다사와무라가 끊어진 물줄기에 눈을 떴다가 후루야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사납게 시선을 올렸다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후루야가 사와무라의 귓가로 손을 옮겼다.

 

뭐야다 씻었으면 방해 말고 나가!”

귀가 빨갰어.”

“…….!!!”

또 빨개진다.”

 

화르륵불타는 얼굴에 사와무라는 고개를 숙이려고 했지만 투수의 악력은 쉽게 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후루야는 다른쪽 손도 마저 올려 이번에는 사와무라의 볼에 가볍게 얹었다흔들리는 사와무라의 시선이 미유키의 미트를 볼 때와는 전혀 달라서 후루야는 내심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나한테 널 보여주는 게 부끄러워?”

“…이 손 당장…!”

 

볼을 타고 내려온 손이 사와무라의 입술가를 매만졌다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후루야는 사와무라와 눈을 맞추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사와무라가 뒷걸음치다가 등에 닿는 목욕탕 벽의 차가운 감촉에 파르르 떨었다.

 

에이준나 지금 키스하고 싶은데.”

“…..”

해도 돼?”

 

시선을 잠시 내리깔았다가 올리며 묻자사와무라의 얼굴이 폭발할 듯 완전히 붉어지더니 후루야를 노려본다그러기를 잠시입술을 깨문 채 스르륵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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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사와] 함께

연성/글 2014. 2. 4. 07:29

크리사와 AU. 크리스가 에이준보다 아홉 살 많습니다! 아마도 더 이어질 수도 있고...?

아마도 키잡 목표....?? 서니님과 얘기하던 크리사와에서 멋대로 이것 저것 더 넣어봤습니다.

(201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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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작은 어깨에 매달린 란도셀이 흔들리며 경쾌한 소리가 난다골목길 코너를 바로 돌자낯익은 얼굴이 불쑥 나타나 에이준을 덥썩 안아 올렸다.

 

잘 지냈어에이준?”

유우 형!!”

 

다정한 목소리와 따뜻하고 넓은 품에 매달려 에이준은 오랜만에 한껏 온기를 즐겼다품 안으로 파고든 에이준을 단단하게 끌어 안아 주며크리스는 부모님이 기다리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 있잖아오늘 학교에서 야구했어!”

에이준이 야구를?”

투수했어!!”

포수는 누구였는데?”

옆 반 오노근데 카네마루가…”

 

끊임없이 재잘대는 에이준의 말에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여주는 크리스의 얼굴에도 곧 미소가 번져갔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앉은 식탁은 평소보다도 활기가 넘쳤다아니시끄러웠다에이준은 저녁을 먹는 것도 잊은 채 한 달 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하려 들었고 결국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나서야 숟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에이준의 이야기를 들으며 식사를 끝낸 크리스와 아버지는 최근 코시엔 현황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에이준이 마지막 남은 브로콜리 조각을 반 억지로 다 먹어 치우자어머니는 크리스가 집에 오는 길 디저트 가게에 들러 사온 딸기 케이크를 한 조각씩 잘라서 내어주었다.

 

그럼 오늘은 자고 가는 거니?”

외박계 받아서 나왔어요.”

나랑 자자!”

 

입가에 크림을 묻힌 채 케이크를 먹던 에이준이 그새 크리스가 도망가기라도 한 듯 퍼뜩 고개를 들고 외쳤다.

 

에이준형이 먹을 때는 어떻게 하라고 했지?”

다 먹고 나서 얘기할 것소리 지르지 않을 것!”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

금새 풀이 죽어 케이크를 포크로 뒤적이는 모습에 크리스의 부모님과 크리스는 에이준 머리 위로 웃음기 담긴 시선을 교환했다이제 아홉 살이 된 에이준은 또래 아이들보다 활발한 편이었다그것도 아주 많이커피 좀 더 가져올게요하고 어머니가 부엌 쪽으로 걸음을 옮기셨다말 없이 포크로 케이크를 푹푹 쑤시는 에이준의 접시 위로딸기가 하나 나타났다.

 

?!”

이건 형이 주는 상오늘 집에 오자마자 손 깨끗이 씻었지?”

근데 형은 딸기 안 먹어?”

에이준이 맛있게 먹으면 그걸로 괜찮아.”

 

접시 위에 딸기가 둘딸기와 크리스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에이준이 이윽고 큰 결심을 했는지 자기 케이크 위에 있던 딸기를 조심스레 포크로 들어올렸다그리고 크리스의 케이크 위에 딸기를 내려놓는다.

 

이건 형이 먹어!”

네 딸기잖아?”
한 달 동안 수고했다고 내가 주는 상이야!”

 

아홉 살 어린 동생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보며 크리스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쟁반에 커피 두 잔을 들고 돌아온 어머니가 무슨 일이니하고 물었지만 웃느라 정신 없던 크리스와 그런 크리스를 흘겨보는 에이준 대신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은 아버지가 나중에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자신의 팔을 베고 곤히 잠든 에이준을 내려다보는 크리스는 에이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잠결에도 그것을 느꼈는지혀엉… 하는 잠꼬대가 대답으로 돌아왔다.

 

크리스와 에이준이 처음 만난 것은 크리스가 열 다섯에이준이 여섯 살이던 삼 년 전이었다에이준의 조부모는 크리스의 아버지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옆집에 살았던 이웃으로아직 일본어가 서툴던 그를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었다크리스의 어머니를 그에게 소개해준 은인이기도 했다크리스의 부모가 먼저 이사를 가게 되면서 한동안 연락이 끊겼었지만 에이준의 조부 장례식에서 오랜만에 만나면서 에이준의 부모와는 가끔 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다하지만 그랬던 에이준의 부모마저 어느 저녁 퇴근길에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여섯 살 에이준은 세상에 혼자 남게 되었다남겨진 재산도 거의 없는 아이의 운명이 그렇듯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다가 고아원에 맡겨지는 것이었지만 뒤늦게 소식을 접한 크리스의 아버지가 에이준을 데려오면서 그날부터 사와무라 에이준은 타키가와의 새로운 식구가 되었다.

중학생이었던 크리스의 학교가 결승전에서 패퇴한 날이었다열정을 못다한 설움을 품고 해가 질 때까지 우울하게 학교 그라운드에서 주저 앉아 있다가 돌아온 집에서 크리스는 에이준을 만났다정확히 말해선 에이준의 울음소리를 들었던 게 맞지만.

분함과 부족함에 잠이 오지 않아 간단히 겉옷을 걸치고 산책이라도 하려던 참이었다방문을 열고 1층으로 내려오려는데살짝 열린 옆방 문 사이로 훌쩍이는 흐느낌이 들려왔다들여다보니 아이는 큰 싱글 침대 위,이불 안에서 소리를 죽이고 울고 있었다그제서야 크리스는 일주일 전부터 이 집에서 같이 살게 된 아이가 있다는 것을 머리 한 구석에서 기억해냈다합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가 왔던 모양이었다.

부모를 잃고 친척 집을 떠돌다가 도착한 전혀 모르는 사람의 집부모님은 아이가 활발하게 웃고 떠든다며,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크리스에게 말했지만 크리스는 중학교 1학년 때의 첫 합숙 기억을 떠올렸다부모님 곁을 떠나와 낯선 곳에서 자는 그 느낌은 잊을 수 없었다저 아이는지금 시합에 진 나보다 얼마나 더 슬프고 괴로울까 하는 생각이 이어졌다.

크리스는 발소리를 죽이고 침대 맡으로 다가갔다그리고 침대에 살며시 앉았다스프링이 한 번 삐걱였다.그리고 아이가 놀란 듯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도 들렸다크리스는 이불째로 아이를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

 

안녕?”

“…..”
내 이름은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편하게 불러.”

“…..”

앞으로네 형이 될 사람이야.”

 

이불이 조용히 들썩였다크리스는 아이의 머리로 짐작 가는 부분을 쓰다듬었다.

 

형 얼굴 보고 싶지 않아형은 네 얼굴 보고 싶은데.”

“…..”

괜찮아앞으로는 형이 있으니까.”

 

조용 조용 이르던 크리스의 말이 끝나자아이가 조심스레 이불을 끌어 당겨 내렸다눈물범벅에 새빨갛게 충혈된 두 눈이 크리스를 빤히 올려다 보았다크리스가 조용히 눈을 맞추자히끅 하고 한 번 딸꾹질을 한다시합에 진 이후 처음으로부드러운 미소가 크리스의 입가에 걸렸다.

 

“….…”

?”

내 이름사와무라 에이준이야.”

에이준.”

 

조그만 소리로 흘러나온 이름을 다정한 목소리로 되풀이하자 아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날 밤 에이준은 그대로 크리스의 품 안에서 잠들었다나중에 어머니에게 듣고 보니에이준은 일주일 내내 밤마다 울면서 거의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고 한다알고 계셨어요하고 되묻자 크리스의 어머니는 너도 네 나름대로의 위로가 필요해 보였단다하고 알쏭달쏭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 넘기자 혈색 좋은 이마가 드러난다가지런히 감긴 두 눈과 달리 꿈 속에서 무언가 하고 있는지 양 손은 이리 저리 움직이며 난리다에이준의 이마에 한 번 입맞춤을 남긴 채 크리스는 처음 만났던 날 밤처럼 속삭였다.

 

잘 자에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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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깊이

연성/글 2014. 2. 4. 07:28


진단 메이커에서 미유사와 :: 배경은 학교이며 ˝그만 따라와˝ 대사와 음료수를 마시는 행동이 들어간 연성을 해주세요! KW-다혈질,돈 이라는 걸 줘서 써 봄.... 

(201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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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일 내내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마다 따라붙는 시선에 질릴 대로 질린 미유키는 쓰레기통을 들고 소각장으로 향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리고 3일 동안 참았던 말을 내뱉었다.

 

그만 좀 따라와.”

“!!!”

거기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와라~”

 

복도 모퉁이에서 쭈뼛쭈뼛잔뜩 굳은 표정의 사와무라가 걸어 나왔다누가 보면 내가 널 잡아 먹으려고 하는 줄 알겠다이 녀석아안경 너머로 바라보자 파드득 몸을 떤다.

 

하고 싶은 말 있어?”

아니선배그게….”

없으면 너희 반으로 돌아가든가.”

….”

 

우물쭈물하던 사와무라가 덥썩 미유키가 들고 있던 쓰레기통을 들었다그리고 그대로 소각장으로 달려간다.

 

이건 또 예상치 못한 전개인데…”

 

복도에 덩그러니 남겨진 미유키는 헛웃음을 흘렸다습관적으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동전 몇 개가 만져진다교실 열쇠가 동전과 부딪혀 가볍게 짤그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가을 대회를 무사히 우승으로 마무리 짓고봄부터 이어진 끝없는 훈련에도 조금 숨통이 트일 시기가 시작되었다벌써부터 늘어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카타오카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쉬어가는 템포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았다그 점에 있어선 미유키도 동의하는 바였고일단 그 연습 바보들도 어깨를 가만히 내버려둬야 할 필요가 있었다그리고 그동안 야구에 모든 것을 바치느라 잠시 미뤄두었던 연애에도미유키는 조금 신경을 쓰고 싶었다그래서 약간의 흑심을 섞어 사와무라의 투구 연습을 조금 줄였다아니조금 많이… 줄이긴 했다.

그리고 그날 밤 쿠라모치와 방을 바꾸고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어간 5호실은 텅 비어 있었다.

 

소각장 입구가 잘 보이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미유키는 뽑아온 음료의 뚜껑을 땄다사와무라의 몫으로 뽑아온 이온음료는 벤치 옆에 두었다.

방이 비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미유키는 멍해졌다벌써 10시가 지난 이 시간에어딜 간 거지그리고 그 의문에 답하듯 열린 기숙사 방문 너머로 실내연습장의 불빛이 보였다미유키는 갑자기 끓어오르는 속에 영문을 몰라 당황하면서도침착하게 사와무라의 책상 위에 있는 노트를 한 장 부욱 찢어내 짧게 메모를 남겼다그리고 원래 방으로 돌아와 애꿎은 쿠라모치를 내쫓았다.

사와무라는 미유키가 남긴 메모를 읽은 것이 틀림 없었다그날 이후로 쉬는 시간마다 미유키의 반에 찾아와서 슬쩍 슬쩍 눈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일부러 냉전으로 끌고 갈 생각은 미유키도 없었다그 다음날부터 야구 때문에 미뤄놨던 과제와 쪽지시험을 해결하느라 쉬는 시간 짬짬이 교무실에서 급히 추가 시험을 치느라 교실에 없었을 뿐이었다.

 

차가운 탄산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뜨거워지는 속을 달래주는 듯 했다저 멀리서 사와무라가 쓰레기통을 들고 오는 게 보였다.

메모를 남기고 온 그날 밤 미유키는 끝없이 자학했다아니내가애도 아니고유치하게 그런 말을 써놓고!!애초에 미유키는 사와무라가 관련되면 평소보다 초조해지곤 했었다하지만 그게 그렇게 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기… 미유키 선배….?”

앉아.”

!!!”

 

벤치에 차려 자세로 앉는 사와무라를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나올 뻔 했다표정을 급히 갈무리하고 음료수를 건네자 빳빳하게 긴장한 게 역력한 포즈로 캔을 딴다.

 

… 제가 정말 죄송했슴다!!!!!”

?”
제가그날 밤에 몰래 연습한 거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있슴다!!!!!!”

 

사와무라가 대뜸 소리치듯 사과했다미유키가 아무 대답이 없자 조금 부끄러운 듯뒤늦게 얼굴이 붉어졌다.

 

더 할 말은 없어?”

앞으로 다시는 몰래 연습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절대 선배를 공 받아주는 기계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
선배 그래서 화나신 거 아님까… 제가 연습하지 말라는 말 어기고 연습해서…”

 

순간 허를 찔린 미유키는 벙찐 표정이 되었다아니그게 맞긴 하지만… 그게원인은 아니었는데.

사와무라는 눈을 꼭 감고 미유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꿀꺽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교정이 조용했다.

아직은사와무라의 마음이 자신과 같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면서도 고백해오는 사와무라에게 멋대로 기대했던 건 자신이었다그 사실을 문득 깨달은 미유키는 사와무라 앞에서 아닌 척해도 초조해했던 이유를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눈 앞의 작은 연인은 아직도 눈을 꼭 감고 있다언제쯤이면 너는 나와 같은 마음이 되어줄까괜히 심술을 부리고 싶어졌다.

 

진짜 사과하고 싶어?”

!”

나한테 키스해주면 용서해주지~”

???!!”

 

경악으로 치뜬 사와무라의 눈이 빙긋 미소 지은 미유키의 얼굴을 확인하고 빨갛게 물든다.

 

하지만 선배 여기 학교임다!!!”

싫음 말고~.”

으으…”

뭐야배짱도 없잖아?”

아님다!!!!”

 

사와무라가 사나이 사와무라 에이준이 정도는 할 수 있슴다!! 하고 기세 좋게 외쳤다설마 진짜 해 줄 생각인 건가기대하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했던 마음 한 구석이 슬며시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아 미유키는 큼큼헛기침을 했다.

 

선배.. 눈 좀 감아주십쇼.”

?”

아씨… 부끄럽단 말임다!!”

 

미유키가 눈을 데굴굴리자 귀까지 새빨개진 사와무라가 자신의 손으로 미유키의 눈을 가렸다그리고 따뜻한 숨결이 미유키의 입술 위를 간질인다 싶더니부드러운 입술이 그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됐죠!!! 이제 꽁하게 있기 없김다!!!”

저기사와무라…”

그걸로 만족해주십쇼!!!”

 

할 말을 마친 사와무라가 쌩하니 사라졌다.

 

이건키스가 아니라 뽀뽀인데하고 다음 번에 또 뜯어낼 생각을 하는 미유키를 생각하지 못하고.

 

 

 

   사족을 달자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러니까 에이준은 존경심이랑 애정이 뒤섞여서??? 미유키가 얘는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든가... 사실은 존경심도 애정에서 우러난 감정이어서 에이준도 미유키도 모를 뿐이지 둘 다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은 사실 동일...하다고... 해...ㅇ.. 하나ㅏ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아ㅏ아ㅏ 진짜 어렵네요 이거 아 존못이라 슬프다 존잘님들 연성 좀 해주세요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깊이...는 감정으 ㅣ깊이 차이를 뜻하고 싶었습니다 허ㅏㅁ아ㅓ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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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사와] 몰래

연성/글 2014. 2. 4. 07:27

크리사와의 턴!!!!!!!!!!!!!!! 다이에 애니에서 얼른 크리스 선배가 죽은 눈을 버리시길 바라며...

(201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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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걸렸다.

사와무라 에이준이리 저리 사고도 많이 쳤지만 오늘 같이 후회한 적은 없었다.

 

사와무라지금 뭐하는…”

죄송합니다선배!!!”

 

사와무라는 당황한 듯한 크리스의 곁을 쏜살같이 지나쳐 가며 평소에 런닝을 거르지 않은 자신을 잠시 칭찬하고 싶어졌다본인이 뭘 하고 있었는지도 까먹고.

 

 

 

그러니까그건솔직히 말해서 조그만 호기심이었다재활운동 후 다시 그라운드에 들려 따로 사와무라의 연습을 봐주던 크리스가 오늘은 급히 나가면서 평소 챙겨가던 가방을 놓고 간 까닭도 있었다늘 하던 족자 세트를 끝마치고 몸이 식지 않도록 스트레칭을 하던 사와무라에게 다른 3학년 선배가 찾아와 크리스의 가방을 맡기지 않았다면 사와무라 또한 크리스가 가방을 놓고 갔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그리고 아까같이 위험한 시도 또한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숙사 옆 실내연습장 구석까지 뛰어들어온 사와무라는 문을 닫고 쓰러지듯 앉았다그리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으려던 찰나에야 자기 손에 들린 것을 발견했다.

 

으아아아아!!!!!! 들고 와버렸어!!!!!!!!!!!!!”

 

손에 들린 크리스의 유니폼은 이미 잔뜩 주름이 져 있었다.

 

 

 

크리스의 가방을 벤치에 두고 스트레칭을 끝낸 사와무라는 벤치 위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봤다슬슬 크리스가 도착할 시간이었다읏샤!! 하고 기합을 넣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가방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평범하게 생긴 가방은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때 멈췄다면 좋았을 것이다또 평소에도 크리스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던 건 사실이었다살짝 들어보니 생각보다 가방이 무거웠다선배는 가방에 뭘 넣어 다니시길래 이렇게 무거운 걸까하고 생각하던 중열려 있던 가방의 지퍼 사이로 소지품이 와르르 쏟아졌다.

 

우와아앗!!”

 

뒤늦게 알아차린 사와무라가 가방을 닫으려 허둥지둥했지만 이미 몇 가지는 바닥에 떨어진 후였다다행히 높은 곳에서 떨어진 건 아니라 깨지거나 상한 물건은 없는 것 같았지만 사와무라는 왠지 남의 것을 엿본 기분에 후다닥 바닥으로 몸을 숙여 주워 들었다달마다 발행되는 야구 잡지 한 권늘 들고 다니던 초록색 표지의 메모 노트와 그 사이에 끼워진 펜그리고

 

이건….”

 

잘 개어진 1군 유니폼 한 벌이 떨어져 있었다흙이 묻거나 더러워지지 않은 걸 보아하니 깨끗하게 세탁된 것 같았다그리고세탁한 이후에도 입은 적이 없는 듯 했다사와무라는 크리스의 유니폼을 손에 꽉 쥐었다. 2군에서 사와무라를 가르치면서도늘 입는 유니폼이 아닌 등번호가 달린 1군 유니폼을 항상 지니고 다닌다는 점에서 크리스의 각오가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그런데도사와무라는 그런 크리스의 마음을 몰라준 채 그의 상처를 헤집고 반항했다.

순간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비어져 나오려는 그것을 꾹 참고입술을 깨문 채 사와무라는 유니폼에 묻은 먼지를 잘 털었다펼친 유니폼은 사와무라의 예상보다 좀 더 컸다문득 사와무라는 같은 1군 유니폼을 입은 자신과 크리스를 상상해보았다번호를 등에 지고 웃는 크리스의 모습은 선뜻 그려졌지만 1군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모습은 잘 느낌이 오지 않았다한 번입어봐도 될까하는 조그만 욕심이 살살 피어 올랐다입어봐도 되는 걸까하고 마음 한 구석의 양심이 속삭였지만 같은 그라운드에 선 크리스와 자신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조금 더 컸다유니폼을 펼쳐 왼팔부터 꿰어 넣고나머지 오른팔도 소매에 넣은 다음 차근히 단추를 채웠다.

 

생각보다 더 큰 것 같네….”

 

허벅지를 약간 덮는 길이가 양심을 짓누르고 등에 단 번호가 무능력함을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져 사와무라는 후다닥 단추를 풀고 크리스의 유니폼을 벗었다그리고그 때.

 

사와무라...?”

 

본인과 마주쳤다.

 

 

 

사와무라는 고개를 박은 채 열이 오르려는 얼굴을 간신히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나란 자식!! 입어보려고 했던 걸까!!”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두근두근긴장이 되어서 그런지 아무도 없는 실내연습장에 고동소리가 울리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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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뽀뽀

연성 2014. 2. 4. 07:26

삼님의 페도 미유사와 그림을 보고 써봤습니다 삼님 사랑해요 

(201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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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는 혹시나 놓쳐버릴까 싶어서 꼬옥 잡고 있던 할아버지의 손도 놓은 채 눈을 크게 떴다. TV에서나 보던 커다란 돔형 구장은 한 눈에 담기지도 않을 만큼 웅장했다할아버지는 뿌듯한 마음으로 말을 잃은 채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손자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야구 시합을 보러 가고 싶다는 말에 사와무라의 할아버지는 그럼 이번 주말나랑 도쿄에서 하는 시합을 보러가자꾸나하고 냉큼 말을 꺼냈다아들 부부가 아버님께서 직접 가시게요하고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자 너희도 에이준 키우느라 데이트할 시간도 없지 않았냐며 본인이 직접 데리고 가겠다는 대답으로 맞받아친 그는 기어코 토요일 아침일곱 살 난 손자의 손을 잡고 도쿄행 열차에 탔다.

야구 경기를 보러 간다는 설렘에 전날 밤 잠을 설쳐서였을까사와무라는 열차에 타자마자 할아버지의 어깨에 기대어 푹 잠들었다그리고 눈을 뜨니 거짓말처럼 구장이 눈 앞에 있었다.

경기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슬슬 사람들이 모여드는 게 보여사와무라의 할아버지는 인파에 치이기 전에 손자를 안아 들고 구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사와무라는 일곱 살짜리 답지 않게 경기 초반에는 꽤나 집중했지만 결국엔 흥미를 잃고 지루한 듯 좌석에 늘어졌다.

 

에이준심심하면 나가서 놀고 오는 건 어떠냐?”

그래도 돼요?”

저 쪽 가면 어린이 야구 교실이 있다는데 할아버지가 같이 가줄까?”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사와무라는 고개를 붕붕 젓고는 일어났다경기 시작 전 할아버지가 이른 생일 선물이라며 기념품 가게에서 사온 사인볼과 어린이용 글러브를 소중히 집어 들고사와무라는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장 바깥쪽에 있는 너른 공터에는 이미 열 댓 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아이들 사이로 양 팀의 선수 대여섯 명이 배팅 폼을 가르쳐 주거나 아이들 사이의 캐치볼을 도와주는 등야구 교실보다는 보육의 느낌이 강한 공놀이가 한창이었다사와무라는 기세 좋게 선수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어린이 야구단 회원만 가능하다는 소리에 시무룩한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그 때 누군가가 구장으로 돌아가려던 사와무라의 앞을 가로 막았다.

 

너도 혼자야?”

?”

그래거기 모자 쓴 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방을 약간 올려다보자 흰 반팔 셔츠를 입은 남자아이가 씨익 웃었다세 걸음 정도 남아 있던 거리를 다가온 아이가 글러브를 낀 손을 들어 올렸다.

 

심심하면 나랑 캐치볼 하지 않을래?”

근데공은…?”

지금 네 손에 있잖아그걸로 하자!”

 

사와무라의 왼손에 들려 있던 공을 가리킨 남자아이가 뒤로 크게 물러났다어서 던져하는 소리에 고민하던 사와무라는 공을 한 번 꼭 잡은 다음 그대로 남자아이의 글러브를 향해 던졌다.

 

 

미유키의 어머니는 혹시 다른 아이들 것과 섞일까 봐 이름을 쓴 글러브와 공을 미유키에게 건네고 구장으로 들어갔다야구 경기를 조금 구경하려던 게 생각 외로 흥미진진해서 그대로 서서 구경하다가 야구 교실 시작 시간에 늦긴 했지만 미유키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공터로 향하던 중이었다자기 나이보다 두 살 정도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가 축 처진 채 공터에서 방향을 돌리는 걸 보기 전까지는아마 신청해야 한다는 걸 몰랐던 걸까미유키는 아이를 지나치려 했지만 아이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는 순간 마음을 바꿨다야구 교실의 선수들은 의욕이 없어 지루하다하루 정도는 캐치볼만 하면서 땡땡이쳐도 되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던 것도 컸다.

내가 너랑 놀아 주는 거라고하는 마음을 담아 부러 자신의 공은 가방에 숨긴 채 글러브만 꺼내 들었다아이에게 공을 던지라고 하니 손에 쥐고 있던 공과 미유키를 번갈아 바라보며 계속 고민한다그깟 공 얼마나 한다고재촉하는 미유키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아이가 마음을 정한 듯 공을 꼭 쥐더니 던진다자그마한 체구에서 나쁘지 않은 공이 나와 미유키는 웃음을 지었다.

 

너 꽤 좋은 공을 던지는데!”

그래?”

그럼 이번에 내 공 받아봐!”

 

아이가 글러브를 낀 오른손을 들고 받으려는 동작을 취했다그러나 미유키가 던진 공은 아이를 넘어 아이 뒤쪽에 있던 나무 위에 안착하고 말았다이런조금 세게 던졌나머쓱해진 미유키는 뒷머리를 긁으며 아이 쪽으로 향했다.

 

아 미안미안좀 세게 던졌나봐.”

“….인데…”

?”

저거흐윽할아버지가선물로 준 건데….”

 

멍하니 나무 위를 바라보던 아이가 울먹울먹해지더니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울음소리 사이로 끊어지는 단어를 대강 주워 들은 미유키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진지해졌다저걸 어쩐다저렇게까지 우는 걸 보면 그냥 평범한 공은 아닌 모양이었다.

 

으음….”

흐으흡내 공….”

…. 그래이렇게 하면 되겠다!”

 

그 때 미유키의 머리를 스친 아이디어가 있었다울고 있는 아이가 아까 캐치볼을 제의했을 때처럼 눈이 동그래진 채 미유키를 바라봤다안심하라는 뜻으로 한 번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미유키는 가방에서 자신의 공을 꺼냈다조금 물러나 있어아이가 세 걸음 정도 뒷걸음치는 것을 확인하고미유키는 나무를 향해 공을 던졌다.

 

 

그리고 미유키가 던진 공은 부드럽게 포물선을 그려 아이의 공을 맞췄다.

 

데구르르 굴러 내린 아이의 공을 주워 아이에게 건네주니 아직도 눈꼬리에 눈물방울을 매단 채 아이가 미유키에게 활짝 웃어보였다통통하게 살이 오른 볼이 발그레한 보조개를 그린다문득 아이가 참을 수 없이 귀엽다는 생각이 든 미유키는 이젠 울지 마하고 아이에게 다짐한 후 아이의 볼에 짧게 뽀뽀했다.

 

“?!”

울지 말라는 주문이야알았지?”

!”

 

아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웃었다쑥쓰러워진 미유키는 나무에서 꽤 떨어진 곳에 굴러 떨어진 자신의 공을 주우러 뛰어 갔다.

 

 

에이준!!!”

할아버지!!”

아이고미안하다야구 교실은 등록해야한다더구나할아버지랑 돌아가자!”

하지만…”

얼른 가재두엄마가 맛있는 거 해놓고 기다린댄다.”

 

손자를 홀로 보낸 것이 걱정되어 결국 자리를 뜬 사와무라의 할아버지는 야구 교실의 선수에게 사정을 듣고 손자를 찾아 다녔다야구 교실이 열리는 공터 근처에서 멍하니 서 있는 사와무라를 발견한 그는 사와무라를 얼싸 안아 올렸다혼자 둔 것이 미안했고손자의 얼굴에 남아 있는 눈물 자국에 더욱 미안했다.

 

할아버지잠깐..”

어여 가자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사주마.”

아이스크림나 두 개 먹을래!”

그래그래.”

 

방금 전까지 같이 캐치볼을 하던 친구한테 인사를 하려던 사와무라는 아이스크림 이야기에 그만 친구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할아버지의 목에 매달렸다.

 

 

그렇게 집에 왔는데집에 와서 보니까 사인볼이 아니었슴다!”

그럼 뭐였는데?”

이름이 적혀 있었던 공이었슴다… 뭐였지쿠스케였던가?”

 

가볍게 캐치볼을 주고 받으며 미유키와 사와무라 사이에 대화가 오고 갔다.

 

가끔생각은 함다.”

그 때 만났던 그 아이?”

진짜 고마웠거든요.”

 

뻐엉-! 미유키의 미트가 큰 소리를 내며 울렸다미트를 타고 울리는 진동에 미유키가 이것 봐라 하는 시선으로 사와무라를 쳐다 보았다사와무라가 씨익개구진 미소를 지었다.

 

에이준너 방금 진심으로 공 던졌지?!”

실수임다.”

그럼 이번엔 내 실수를 한 번 받아봐라!”  

 

 

쉬익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가을세이도 야구부 그라운드를 울렸다곧이어 선배!! 하는 사와무라의 목소리와 놓친 공을 잡으러 뛰는 발걸음 소리가 이어졌다.



AND


진단 메이커 연성 소재에서 젖은 머리칼, 표리부동, 짙은 먹구름이 나와서...

(2013. 1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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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곧 집이다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다가코너를 도는 자동차가 튀기는 물벼락을 간발의 차로 피한 미유키는 슬쩍 우산 밖으로 손을 내밀어보았다소나기라고 치기엔 거센 빗방울이 토도독소리를 내며 펼친 손바닥을 리듬감 있게 두드린다가을비라고 하기엔 좀 과한 것 같은데.우산과 장바구니를 함께 들고 있던 반대편 팔목이 슬슬 저려와 미유키는 비를 가늠하던 손을 집어 넣고 우산을 옮겨 잡았다초가을 저녁겨울을 재촉하는 빗 속의 거리는 짙은 먹구름 아래 축축하게 젖어 있다날씨가 좋지 않으니 오늘 저녁은 전골을 해볼까하는 주부 같은 생각에 빠져 있던 미유키는 바뀐 신호에 한 박자 늦게 반응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그 때 그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다.

 

선배!”

“!!!”

놀랐어요?”

 

슬그머니 미유키의 우산 안으로 들어온 사와무라가 씨익 웃는다쓰고 있던 후드를 벗어내리며 미유키의 장바구니를 옮겨 드는 손에서 토옥 하고 물방울이 맺혀 떨어졌다.

 

에이준너 셀렉션 준비하는 놈이 지금 무슨 정신으로…!”

비 맞은 것 정도로 감기 걸리진 않는다구요.”

하아말을 말자.”

 

우산도 넘겨 받으려는 사와무라의 손에 그것을 넘겨주고자연스럽게 사와무라가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빼앗아온 미유키가 깜박이는 신호등을 뒤늦게 알아챘다.

 

나 뛸 거니까 잘 맞춰서 우산 들고 뛰어!”

선배!”

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바구니를 든 채 뛰어나가는 미유키의 뒤를 우산을 든 사와무라가 종종종 쫓아 뛴다. 2년 간의 배터리 생활 덕분인지횡단보도를 건넌 미유키의 머리카락엔 물방울 하나 없었다.

 

우산 똑바로 들어.”

알았어요!”

근데 나는 무슨 일로?”

그냥 얼굴 보고 싶어져서요.”

 

또 씨익 웃는다사와무라의 점퍼에서 미처 다 흡수되지 못한 빗방울이 맺혀 또르르 굴러 길바닥을 적신다.게다가 전 해를 부르는 남자라니까요언젠가 들어보았던 것 같은 말이 우산 위로 통통 튀는 빗방울처럼 튀어올라 귓가에 닿는다.

그 때 아무도 네 말 안 믿었어.”

정말요말도 안돼근데 진짜 그날 마지막에 해 떴잖아요!”

해 뜨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어안 그래?”

그렇긴 했지만…”

 

충격임다… 아무도 안 믿었다니… 의외였는지 옛날에 쓰던 말투가 슬그머니 나온 걸 알아채지 못한 듯 사와무라가 중얼중얼 말을 이었다.

 

우산은 안 들고 왔어?”

지하철 타기 전까지는 맑았는데 역에 내리니까 쏟아지더라구요그래서 그냥 달렸죠.”

 

골목길 사이로 미유키의 자취방이 보였다미유키는 속으로 날짜를 계산해보았다코시엔 우승 이후 약 한 달작년 이맘때를 생각해보면 아마 오늘은 감독님이 3학년들에게 준 휴가일 것이었다시선을 슬쩍 돌려 사와무라를 보자그 때 시합에서처럼 젖은 머리칼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이 턱선을 따라 굴러간다정작 본인은 우산을 들고 있는 것에 집중해서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그날 홈에 앉아 있던 미유키가 사와무라의 턱선을 따라 흐르는 빗방울에 잠깐 시선을 빼앗겼을 때도그는 공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몰랐었다.

자취방에 다다르자 사와무라는 우산을 접고 미유키가 현관을 열기를 얌전히 기다렸다하지만 달칵문이 열리자 쏜살같이 들어가려는 사와무라의 어깨를 미유키가 잡아 제지했다.

 

오늘 휴가 받은 거 맞지?”

어떻게 알았어요아직 얘기도 안 했는데.”

오늘 자고 가전골 해줄게.”

 

순간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었던 사와무라가 자고 가라는 한 마디에 확 얼굴을 바꾼다.

 

그럼 그럴 줄 알았슴다.”

?”

선배 겉이랑 속 다른 거 이젠 다 알아요돌아가라는 말 안 했을 때부터 알았슴다.”

 

선배 투수 2년이면 속은 다 읽는다구요투덜거리듯 한 마디를 덧붙인 사와무라가 열린 현관문으로 쏘옥 들어갔다저게이젠 내 머리에 앉으시려고 하는구만미유키가 장바구니를 들어올리자 사와무라가 쓱 받아 부엌으로 가져간다.

 

선배한테 맡기면 전골이 잡탕찌개가 되니까 내가 하는 게 낫겠슴다.”

그 전에 샤워부터 하고 나와집이 온통 물바다 되겠다.”

속옷 안 가져왔는데요…”

장 보면서 사왔지.”

 

장바구니 밑바닥에서 비닐 포장된 속옷 한 세트가 쓰윽미유키의 손에 끌려 나왔다욕실로 들어가던 사와무라가 질린 얼굴을 했다.

 

이것까지는 몰랐지?”

그렇게까지 잘난 척하는 얼굴 보고 싶지 않슴다!”

콘돔도 사왔는데.”

“…. 씻고 나올게요.”

 

 

 

사실 이 다음에 먹구름 걷히고 해 뜬다는 걸 넣고 싶었는데 어정쩡해서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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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칭찬

연성/글 2014. 2. 4. 07:24

달달한 미유사와도 쓰고 싶어서... 둘 다 성인이에요 

(2013. 1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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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는 마침 다 먹은 도시락 통과 맥주캔을 버리러 나가려던 참이었다덜컹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힘 없이 처진 발소리가 뒤를 이었다발소리는 닫힌 중문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이윽고 조용히 열린 문 사이로 쓱 들어온다.

 

왔어?”

… 다녀왔습니다.”

 

어깨에 매고 있던 크로스백을 대충 던져 두고 사와무라는 지친 표정으로 느릿느릿 걸어와 거실 쇼파에 푹 파묻혔다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집에 들어오는 김에 사와무라의 가방을 집어 들어 방에 가져다 놓고 온 미유키는 쇼파에서 그새 잠든 사와무라를 발견했다일부러 쇼파 쿠션이 출렁일 정도로 큰 움직임으로 사와무라의 옆에 앉았지만 곤히 잠들었는지 깨는 기척도 없다평소와 다르게 찌푸린 이마와 불규칙적으로 떨리는 속눈썹그리고 앙다문 입술이 오늘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오늘 사와무라가 만난 타자들은 하나같이 끈질긴 사람들이었다타자에 신경 쓰는 사이 주자가 도루를 시도한 것만이 벌써 두 손가락을 넘을 정도였다주자와 타자 견제를 동시에 하면서 포수가 지정해 준 곳으로 정확하게 공을 꽂아 넣는 일은 꽤나 정신력을 요했다눈이 좋은 타자 몇 몇은 포볼을 기다리며 사와무라의 커트볼을 유유히 넘겨 투구 수도 평소보다 열 다섯 구 가량 많았다아마 부상 때문에 정포수가 아닌 주전 포수가 나왔기 때문에 초래된 일이었을 것이다무더운 날씨와 정신적인 스트레스 속에서도 A팀의 에이스 사와무라 에이준은 완봉했고, 9회 초에 1점을 허락한 것 외엔 잘 버텼다. A팀은 오늘 4:1로 리그 3차전에서 승리했다.

 

미유키는 쇼파에 완전히 기댄 채 잠든 사와무라의 이마를 쓸어보았다햇빛 아래 오래 있다 보니 거뭇하게 탄 피부가 꺼끌한 느낌을 손 안에 남겼다다음번엔 피부 관리라도 예약해볼까생각을 하던 미유키는 곧 상념을 뿌리치고 사와무라를 부드럽게 흔들어 깨웠다.

 

에이준여기서 자면 몸 상해.”

…”
침대 가서 자자?”

선배…”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몇 년이나 되었건만 사와무라는 아직도 미유키를 선배라고 부른다이름으로 부르는 건 어때하고 물어보니 이름 부르는 건 침대에서만으로도 족하다며 얼굴이 시뻘개진 채로 외치듯이 대답했었다그날 밤 미유키가 침대 위에서 다시 묻자사와무라는 다시 시뻘개진 얼굴을 필사적으로 미유키의 품 속으로 숨기며

고등학교 때 선배랑 배터리한 걸 잊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라고 웅얼거렸다.

그 때의 기억을 다시 상기하며미유키는 잠투정을 부리듯 눈을 비비는 사와무라의 두 손을 잡아채고 그 손 위에 쪽하고 입맞춤을 남겼다그 감촉에 사와무라가 벌떡 일어나느라 잡은 손을 놓치긴 했지만.

 

서서서선배이거 뭐하는 짓임까!! 자는 사람한테!”

그럼 깨어 있는 사람한테는 해도 된다는 거야?”

그런 뜻이 아니잖슴까!!!”

잠든 공주님이 완전히 깨어났으니까 나는 이제 필요 없다 이건가?”

선배!!!”

 

또다또 그 때처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는 힘껏 열을 내는 사와무라를 미유키가 손짓으로 불렀다그 손짓에 쭈뼛쭈뼛사와무라가 다가오자 미유키는 그대로 사와무라를 안아 쇼파 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다.

 

오늘 수고했어.”

시합 봤어요?”

퇴근하자마자 보기 시작해서 4회부터 봤지만.”

그럼 내 활약을 제대로 못 본 거 아님까!”

녹화했으니까 나중에 볼 거야.”

 

품에 안긴 사와무라가 뭐라 웅얼댔다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웅얼거림은 곧 그쳤다.

 

칭찬받고 싶었지?”

내가 무슨 강아지임까.”

그래서 오늘 회식도 일찍 끝내고 온 거잖아에이스가.”

“….”

잘했어잘 버텼어.”

 

그러니까 내가 매번 당신한테 져 주는 검다… 사와무라가 미유키의 품 안에 얼굴을 묻은 채 투정을 부렸다.퍽퍽 때리려는 손길을 잡아채고 미유키는 시선을 올려 사와무라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래도내가 포수였다면 그 녀석만큼 많이 던지게 하진 않았을 거야.”

선배.”

손목 상태는 어때이렇게 때리려고 하는 거 보면 괜찮은 것 같긴 한데.”

“…. 괜찮슴다아이싱도 했고.”

 

미유키가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건네자 사와무라가 시선을 맞춰오며 중얼거렸다.

 

선배그래도 난.”

에이스님.”

난 선배가 내 공 받아주던 때가 제일 좋았어요.”

 

잠시간의 정적 후에미유키는 사와무라를 안은 채로 쇼파에서 일어났다졸지에 공중에 떠오르게 된 몸에 놀란 사와무라가 내려달라 외쳤다그 소리는 미유키의 손이 슬쩍 사와무라의 허리춤에 닿자 정점을 찍었다.

 

선배!!! 나 피곤해요!!!”

괜찮아스태미너는 짱짱하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가볍게 끝내자!”

 

선배!!!!!!!! 사와무라의 외침을 마지막으로 침실 문이 완전히 닫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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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영업에 성공한 원후님이 주신 글 http://twishort.com/jkwec 을 이어보았습니다

원후님 글은 미유사와후루로 끝났는데 나는 왜 거기에 코슈와 크리스를 끼얹었는가...


(2013.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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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는 청심관 5호실 문 앞에 서 있었다한 번 심호흡을 크게 하고똑똑 두드린다.

들어오슈! 쿠라모치의 대답이 들려와 미유키는 망설이던 마음을 다시 한 번 접어 넣고 문을 열었다.

 

뭐야주장이잖아.”

불만스러운 목소리다?”

노크 소리가 너무 다소곳하길래 혹시나 매니저인가 싶었다!”

 

쿠라모치가 게임기를 쥐고 있던 그 상태 그대로 뒤로 돌아 불평을 쏟아냈다자연스레 사와무라의 침대에 앉으며 미유키는 말을 받았다.

 

코슈는?”

아까 사와무라랑 같이 나갔어.”

“……”

사와무라 일로 온 거지코슈 찾아서 데리고 나갈까?”

 

미유키는 첫날부터 기세 등등하던 1학년 후배를 생각했다그리고 그의 손에 이끌려 나갔을 사와무라 또한 떠올렸다쿠라모치는 곁눈질로 흘낏 미유키를 보더니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아냐없으면 됐다.”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인데.”

지금 그 녀석 포수는 내가 아니라 코슈니까.”

“….”

 

주머니 속에 있던 쪽지를 그대로 사와무라의 배게 밑에 둔 채로 미유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동시에 GAME OVER! 라는 글씨가 TV 화면을 꽉 채웠다쿠라모치는 게임기를 밀어두고 방을 나서려는 미유키 쪽으로 아예 몸을 돌려 앉았다.

 

.”

.”

작년의 크리스 선배라면 방금 너처럼 말했을까?”

“… 크리스 선배는 관련 없는 얘기잖아.”

그러셔?”

잘 자라.”

 

미유키가 문을 닫고 나서야 쿠라모치는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을 꾸욱 삼킬 수 있었다.

 

 

지금 너작년의 너를 바라보던 크리스 선배랑 똑같은 얼굴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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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에이 영업에 불 질러주신 부추님께 드렸던 후루사와 쪽글.

후루야랑 사와무라 케미 쩔어요 파주세요....

얘들아 야구하는 김에 연애도 좀 해줘 

제목을 저렇게 지었던 이유는 얘네가 스트레칭도 하지만 마음 속 봄이 기지개를 켠다는 그런 느낌도 주고 싶었어요 ㅎㅎ 

(2013.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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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런닝이 끝나도 해가 지지 않게 되었다허리에 단단히 묶여 있던 타이어를 풀어내고 사와무라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간발의 차로 사와무라보다 먼저 런닝을 끝낸 후루야는 타이어도 풀지 않은 채 그라운드에 털썩 앉아 있었다멍한 눈길로 1군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가쁜 숨을 고르던 후루야가 사와무라처럼 그라운드에 누우려던 찰나였다.

 

가만히 있어!”

.. !”

 

사와무라가 후루야의 등 뒤를 퍽 소리 나게 때렸다잠시 그 아픔에 후루야가 상체를 숙인 틈을 타 타이어를 풀어내고사와무라는 짝 소리 나게 박수를 쳤다.

 

이 에이스 사와무라 에이준님께서 특별히크리스 선배님께 직접 전수받은 스트레칭을 해주지!”

“…. 그게 뭐야그리고 왜 네가 에이스야.”

너 지난 번에 혼난 거 기억 안 나냐몸 데운 다음에 늘어지지 말고 꼭 스트레칭 하라고 했잖아미유키가.”

미유키 선배겠지.”

그거나 그거나여튼 그대로 쭉 숙여!”

 

등 뒤를 미는 손길에 반항할 새도 없이 몸이 숙여진다팔 쭉 뻗고이어지는 사와무라의 외침에 후루야는 할 수 없이 팔을 쭉 뻗었다.

 

뭐야생각보다 유연하네.”

이 정도도못 할 줄 알고.”

더 숙여 봐!!”

할 수 있다니까.”

 

기어코 손 끝이 발 끝에 닿았나 싶더니 결국 거기까지 닿진 못하고 후루야의 상체가 튕겨 올라왔다긴장을 풀고 장난 식으로 꾹꾹 누르던 사와무라가 후루야의 등에 코를 박은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 뭐하는 거야아프잖아!!”

너야말로 스트레칭 잘 할 수 있어?”

당연하지!!!”

그럼 네가 해보든가.”

 

가벼운 도발에도 불 같이 반응한 사와무라가 아픈 코를 문지르는 것도 잊고 스트레칭 자세를 잡았다천천히 숙여지는 사와무라의 등을 이번엔 후루야가 눌렀다옆구리를 잡은 채로.

 

흐아악!!”

뭐하는 거야?”

!! 지금 어디 잡은 거야!!”

여기.”

 

대답과 함께 다시 한 번 굳은 살이 박힌 후루야의 손이 사와무라의 아직 덜 여문 옆구리를 꾸욱 잡았다히아아악!! 이상한 비명소리와 함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사와무라가 급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 거기 잡지마!!

?”

느낌 이상하다고… 간지럽단 말야!! 손 놔!!”

여기가?”

씨 손 놓으라고!!”

 

사와무라가 결국 상체를 일으키고 거칠게 후루야의 손을 내쳤다아직도 영문을 모르는 듯 멍한 시선에 괜시리 얼굴에 더 열이 몰리는 기분이 든 사와무라가 복수를 하겠다며 후루야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1군 그라운드에서 두 1학년의 연습 감시를 나왔던 미유키에게 걸려 오늘의 투구 연습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벌을 받게 되었다더해서 그라운드 10바퀴 런닝 추가.

 

너 때문에 50구밖에 못 던지잖아!”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그러니까 난 그냥 스트레칭을 도와주려고 한 거고… 너는…!!!”

나도 스트레칭 도와주려고 한 것뿐이거든.”

아니야!!”

그럼 뭔데.”

그게그게… 아오!!!”

 

 

조용히 못 하냐!!! 소리와 함께 야구공이 날아와 정확히 사와무라의 머리를 가격했다으으으이렇게 된 이상너보다 빨리 끝내고 얼른 투구 연습할거야속력을 내어 뛰어가는 사와무라의 뒤를 따르며 후루야는 슬쩍 손끝을 비벼보았다근육이 아직 자리잡지 않아 말랑했던 감촉이 다시 느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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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봉오리

연성/글 2014. 2. 4. 07:19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영업해주신 김긍졍님께 억지로 보내드린(?) 미유사와 첫 쪽글.

다이에이 파주세요.. 흑흑

(2013.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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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졸업식 이후로 처음 뵙는 것 같슴다!”

그렇네오랜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3사와무라가 말하는 졸업식은 그 3년 전을 이야기하는 것일 테다시간은 공평하게 흘렀다처음 만났을 때 나보다 머리 하나 만큼 작던 녀석은 이젠 내가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눈을 맞출 수 있었다.

 

선배술 하심까?”

그런 건 원래 내 쪽에서 묻는 질문이라고너는?”

헤헤간단히는 하지 말임다~”

그래그럼 하늘 같은 선배님께 한 번 따라보든가.”

미유키 선배가 하늘 같다니 하늘이 두 쪽 날 일임다.”

잔소리 말고 얼른 따라.”

 

싱글 싱글 웃던 사와무라가 맥주병을 조심스레 들고 내 잔에 따르기 시작한다병을 잡은 손이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한두 번 따라 본 게 아닌지 거품 없이 잔을 채우는 맥주를 바라보며 나는 내가 여기에 오게 된 계기를 생각했다.

 

 

쿠라모치에게서 망년회를 빙자한 동창회 연락을 받은 건 2주 전이었다시즌이 아닐 때는 꺼두는 연락용 휴대폰이 아닌 사적인 휴대폰으로그것도 메일도 아닌 전화로 연락하는 대범함은 역시 쿠라모치다웠다.

 

쿠라모치무슨 일이야.”

-다다음주에 세이도 야구부 망년회 있으니까 나와라이상!

끊지 말고!”

-슬슬 얼굴 비출 때도 되지 않았냐선배들도 그렇고 후배들도 그렇고 나한테 네 소식 물어보는 거 이제 귀찮으니까 그냥 나와라 엉?

협박조의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올해도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대답하려던 내 말은 전하지도 못한 채로.

 

 

당일 두 시간 전까지도 아파서 못 간다고 연락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미 시간이 조금 지났다는 걸 알고 급히 도착한 가게는 이미 후끈하게 달아올라있었다오랜만에 뵙는 선배들께 인사 드리고 안내 받은 자리는 하필이면 사와무라 앞이었다사와무라 또한 볼에 발갛게 열이 오른 것을 보아하니 이미 선배들에게서 몇 잔 얻어 마신 듯 했다.

 

이번엔 선배가 제 잔 채워 주실 차례임다!”

너는 물이나 마셔벌써 꽤 마신 것 같은데?”

사나이 사와무라 에이준이 정도로 죽지 않슴다!”

그러다가 그저께 술자리에서 죽었잖아에이준 군.

 

사와무라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코미나토 – 동생 쪽 – 가 걱정스레 말을 건넸다그건사케여서 그랬고맥주는 괜찮다고하고 외치는 사와무라가 자신 있게 자신의 잔을 나에게 내밀었다고등학교 시절 근거 없이 공을 받아달라고 외치는 모습이 겹쳐 보여서 나는 괜히 맥주 대신 콜라를 따라주었다.

 

감사함다!”

에이준 군…”

하룻치도 한 잔?!”

아냐괜찮아…”

 

말 끝을 흐린 코미나토는 내 쪽으로 부탁한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더니 슬쩍 자리를 떠서 사라졌다잔에 담긴 게 술인지 음료수인지도 구분 못 하는 주정뱅이 후배를 맡기고 떠나는 뒷모습이 내가 오기 전까지 계속 이 녀석을 맡고 있었던 듯 했다사와무라는 흔들리는 잔을 들어 올렸다.

 

자 선배건배임다!”

그래그래.”

세이도를 위하여!”

 

가볍게 들어올린 내 잔과 사와무라의 잔이 맞부딪혀 맑은 소리를 냈다선배 원샷임다원샷시끄럽게 소리치는 녀석의 말을 귓등으로 넘기며 나는 맥주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씁쓰레하게 넘어가는 것이 거슬렸다.

 

 

 

그 땐진짜 재수 없는 얼굴이라고 생각했슴다능글하게 웃질 않나아즈마 선배랑 시합할 때속이질 않나… 다시 세이도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슴다뛰어 가래서 뛰어갔더니 감독님한테 지각 걸리고!”

네 후배님제가 다잘못했습니다제가 다죄인입니다.”

거기다가그 다음에도…”

 

완전히 취기가 오른 건지 사와무라는 테이블에 몸을 반쯤 기댄 채 웅얼거리듯이 뭐라 뭐라 외치고 있었다.건성으로 대답하며 주위를 슬쩍 살피자 다들 웬만큼 취기가 올랐는지 2! 2!를 연호하고 있었다아즈마 선배와 이시사키 선배 사이에 낀 유우키 선배마저 2차를 외치고 있는 모습에 나는 불현듯 이 가게 안에서 제 정신인 사람이 몇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모임의 총무 격인 쿠라모치가 얼굴이 완전히 풀린 토죠를 짊어지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유키, 2차 갈 거냐?”

아니내일 아침에 본가에 들러야 해서사와무라 녀석 들여 보내고 나도 갈게.”

그 녀석크리스 선배 못 오셨다는 얘기에 침울해있더니만 그래도 너 만나서 기분 풀린 모양이다알겠어,선배들한테는 대강 둘러댈 테니까 들어가라.”

 

내가 왜 총무를 맡았는지 몰라하고 한숨을 푹 쉰 쿠라모치는 토죠를 끌면서 선배들을 이끌고 다음 가게로 옮길 정리를 하는 듯 했다나는 사와무라에게로 얼굴을 돌렸다흔들리는 초점과 완전히 달아오른 볼그리고 풀린 발음이 이 녀석 또한 슬슬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크으그 때는 선배라고도 부르기 싫었슴다진짜.”

사와무라.”

근데근데 말임다미유키 선배.”

 

주절대던 사와무라가 테이블에 완전히 늘어지며 내게 시선을 맞춰왔다.

 

처음으로 선배한테 던지고 나서-”

“…..”

선배한테 한 눈에 반했던 것 같슴다.”

 

시선의 끝에 문득 눈물이 어린 것 같았다.

 

던질 때마다그 때마다 더 반했던 것 같슴다.”

“…..”

그 땐 몰랐슴다그냥지금 생각해보니까그런 생각이 들었슴다.”

“…..”

선배를좋아했슴다.”

 

그 말을 끝으로 사와무라는 덜컥 고개를 테이블에 처박았다완전히 잠에 빠진 듯 고롱거리는 숨소리가 뒤를 이었다.

 

나도너를 좋아했었다.

처음 공을 받았을 때재밌는 공을 던지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다.

다시 세이도에서 만났을 때놀란 듯 둥그래진 눈이 다람쥐 같다고 생각했었다.

처음 마운드에 올랐을 때긴장과 흥분으로 떨리는 손 끝이 안쓰럽다고 생각했었다.

여름 예선 결승전이 끝났을 때충격으로 무너지는 네 몸을 끌어안고 괜찮다고 얼러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만약 너와 내가 마음을 서로 고백했다면 지금 우리는 연애를 하고 있을까나는 술에 취해 늘어지는 사와무라를 들쳐 업고 가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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